야구란 무엇인가
레너드 코페트 지음, 이종남 옮김 / 민음인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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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베이스볼 클래식으로 한국이 한창 야구로 들떠 있던 시절에 산 책이다. 그동안 야구에 관한 글을 쓰고 싶어했지만 야구를 보는 것만 좋아할 뿐 별로 아는 것이 없어서 적당한 책을 물색해오고 있던 참이기도 했다. 한마디로 말하면, <야구란 무엇인가?>는 오래 간만에 본 진짜 완벽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난 '완벽한 책읽기'란 뭘까에 대해서 간간이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완벽한 책읽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완벽한 독서란 완벽한 책만 있으면 가능한 것이 아닌가? 근데 완벽한 책이란 게 대체 뭐지?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은 위대하지만 끝까지 읽은 이는 많지 않고, 수많은 소설들과 시도 세월이 지나면서 당대의 위용이 사라져가고, 좀 두껍고 지루한 책이면 심심치 않게 들어가는 무슨무슨 바이블의 그 바이블 역시 끝까지 읽은 이가 그리 많지 않다. 완벽한 책만으로는 완벽한 책읽기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외에 뭐가 더 필요할까? 

그건 호기심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질문 또는 의문이다. 생각해보면 완벽한 책읽기가 되기 위해서는 단지 훌륭한 책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동안 수많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쌓여왔던 야구에 대한 나의 참을수 없는 궁금함과 호기심, 해결되지 않는 의문들이 이 책에 몰입하도록 만든다. 야구에 대한 의문들은 다양하다. 저자는 치고, 던지고, 달리는 야구의 기본적인 행위들로 부터 감독, 사인, 코치, 벤치, 불펜, 구단과 같은 야구라는 스포츠의 컨텍스트들을 놀랄 정도로 상세하고 꼼꼼하게 기술한다. (아, 한국의 야구 칼럼니스트들도 언젠가 이런 책을 쓸 수 있겠지?)  

이 책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규칙들의 이유와 변화에 관한 부분이다. 왜 땅볼은 잡아도 아웃이 안되고, 플라이볼은 아웃이 되는가? 왜 타자는 1루에서 태그없이 아웃이 되고, 도루는 태그를 해야 되는가? 포스아웃은 뭐고 태그아웃은 무엇인가? 홈베이스는 왜 사각형이 아니고 오각형인가?  

이런 사실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으면 되지만, 그렇지않다면 이 완벽한 책 조차도 단지 종이 뭉치일 뿐이다. 그래서 결국 완벽한 책읽기란 완벽한 책과 참을수 없는 궁금함이 있어야지만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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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19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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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깊다 - 서울의 시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탐사
전우용 지음 / 돌베개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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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미디어에서 좋은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하여 덜컥 산 책이다. 역사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자질구레한 것들의 역사를, 그러니까 미시사, 읽는 것을 특히나 좋아한다. 하지만 이 책은 기대한 만큼 만족스럽지 않다. 정확히 말하면, 기대에 훨씬 못미친다.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봤는데, 우선은 별로 특별한 내용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이 책에 나온 얘기를 이미 다 알고 있었단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저자가 전달하는 사실들이 새로운 사실이기는 하지만 그리 흥미로운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두번째는 저자의 주장 속에는 '-카드라' 통신 류의 언급들이 너무 잦다는 것이다. 책이라는 것이 워낙에 자신의 주장을 밝히는 것이긴 하지만 근거가 약한 주장들을 추측과 가정만 가지고 넘겨짚으려는 것은 좀 곤란하다. 예를 들면, 고종과 고우영의 삼국지에 나온 유비의 유사점에 관한 기술이 그렇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가능하긴 하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가 분명하지 않다. 고우영 화백이 무능함의 대명사로 고종을 떠올렸다는 것을 주장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무능하지만 인덕있는 이로 고종을 떠올렸다는 것일까? 글 속에서 이런 식의 막연한 추측들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이런 부분을 읽을 때면 다른 부분들에 나온 주장도 왠지 의심스럽다. 좀 어렵게 말하면, 주관을 객관화 하는데 서투르다.   

마지막으로 이 책 속의 내용이 굳이 서울의 깊은 역사를 아는데 적합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단지 조선말과 한국 근대사에 관한 책일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좀 더 나은 서울사가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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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 이광수 장편소설 문학과지성사 한국문학전집 35
이광수 지음, 한승옥 책임편집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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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을 꼼꼼히 읽지 않아서 이런 식의 비교가 가능하지는 않지만, 이 작품이 <무정>에 비해서 재미가 덜한 것 같다. 왜냐하면 인물들의 성격이 천편일률적이고, 전개가 밋밋하며, 사설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안빈은 부처님과 같은 엄청난 인내력의 소유자이고 안빈의 아내는 살아있는 보살이며, 석순옥은 순교자에 가깝다.   

글쎄, 망나니와 바람둥이와 흔들리고 질투하는 여인들이 이루는 소설이라면 모를까, 부처와 보살과 순교자의 조합으로는 영 재미있는 소설이 나올 것 같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이 소설의 이야기 전개 수준은 지금으로 따지면, 아마추어 소설가 정도에 가깝다. 물론 시간차이가 있으므로 이런 비교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21세기의 독자가 읽기에 <사랑>은 너무나 뻔하고 지루한 소설이다.     

잘 나가는 남편,  남편 병원의 간호원으로 들어온 남편을 사모했던 여인, 불치병에 걸린 아내, 왠지 <사랑과 전쟁>의 냄새가 난다. 너무 비약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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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월광', '열정', '비창'
베토벤 (Ludwig Van Beethoven) 작곡 / Decca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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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연주. 베토벤 히트곡 모음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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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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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툴가완디의 두번째 책이다. 근데 아툴가완디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한가지다. 아툴 가완디는 <Complications>의저자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라고 하면 기억이 나실런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의 첫번째 책은 미국에서는 꽤 유명했고, 아마존에서의 성적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 Literature and medicine>라는 저널에 그의 책이 한동안 꽤 많이 인용되었다. 한국에서의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의 첫번째 책의 한국어판은 <TV 책을 말하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의사들의 삶이라는 것이 워낙에 별 관심을 못끄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가지 오해를 풀고, 또는 몇가지 선입견을 버린다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덧붙여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우선, 이책은 나는 이러저러한 의사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아무리 재미있게 쓰려고 해도 의사가 되는 과정은 뻔하고 뻔한 과정이다. 물론 의사들에게는 뻔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정아래 똑같은  소재들을 얼마나 많이 써먹었던가! 그러니 어떻게 해도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저자는 그보다는 세상에는 이러저러한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소아마비 전멸을 위해서 싸우는 의사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의료환경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수행하는 외과의들, 단순한 물리요법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의 삶을 연장시키는 의사들. 저자는 이들을 관찰하고 취재하고, 때로는 이들과 같이 일하면서 얻은 정보들을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엮어낸다. 예를들면, 인도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단순히 의료재정이 부실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CT와 MRI와 같은 첨단장비는 있지만 흉관이 없어서 환자는 죽어가는 현실을 예로 들면서, 아툴 가완디는 '진짜' 의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뻔한 얘기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처럼, '돈'이 관심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누구나 어느 책에나 흔하게 등장하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런 관심을 실행에 옮기는 작은 실천이다.  

여러가지 시술에 관련된 의학사적 사건과 그 사건이 현재에 주는 교훈, 현재 의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의료분쟁, 에 관해서 저자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의료분쟁에 관한 글에서 그가 만난 사람은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 다시 말해서 의사들의 공공의 적, 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가 뜬구름 잡으면서 변죽만 울리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나더! 이 책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장에 있는 '긍정적 괴짜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하일라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지루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고, 혹 조금 지루하였더라도 하일라이트를 꼭 읽고 책장을 덮으시길!  꼭 의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 그들 중에서 '조언' 필요한 사람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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