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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 좋은 의사를 말하다
아툴 가완디 지음, 곽미경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툴가완디의 두번째 책이다. 근데 아툴가완디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대답은 한가지다. 아툴 가완디는 <Complications>의저자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나는 고백한다, 현대의학을>의 저자라고 하면 기억이 나실런지. 기억이 안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래도 그의 첫번째 책은 미국에서는 꽤 유명했고, 아마존에서의 성적은 정확히 모르겠으나 < Literature and medicine>라는 저널에 그의 책이 한동안 꽤 많이 인용되었다. 한국에서의 성적도 그리 나쁘지 않다. 그의 첫번째 책의 한국어판은 <TV 책을 말하다>의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에도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연하다. 왜냐하면 의사들의 삶이라는 것이 워낙에 별 관심을 못끄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가지 오해를 풀고, 또는 몇가지 선입견을 버린다면 이 책을 읽기 시작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고, 덧붙여 이 책을 끝까지 읽는 것은 더더욱 그렇다.
우선, 이책은 나는 이러저러한 의사고 이러저러한 과정을 거쳐서 의사가 되었다는 이야기가 없다. 아무리 재미있게 쓰려고 해도 의사가 되는 과정은 뻔하고 뻔한 과정이다. 물론 의사들에게는 뻔하지만 일반인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정아래 똑같은 소재들을 얼마나 많이 써먹었던가! 그러니 어떻게 해도 거기서 거기다.
오히려 저자는 그보다는 세상에는 이러저러한 의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소아마비 전멸을 위해서 싸우는 의사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열악한 의료환경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수행하는 외과의들, 단순한 물리요법을 통해 희귀질환자들의 삶을 연장시키는 의사들. 저자는 이들을 관찰하고 취재하고, 때로는 이들과 같이 일하면서 얻은 정보들을 자신만의 통찰력으로 엮어낸다. 예를들면, 인도의 열악한 의료환경이 단순히 의료재정이 부실해서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CT와 MRI와 같은 첨단장비는 있지만 흉관이 없어서 환자는 죽어가는 현실을 예로 들면서, 아툴 가완디는 '진짜' 의학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는다. 뻔한 얘기지만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지는 못하는 것 처럼, '돈'이 관심을 대체하지는 못한다. 누구나 어느 책에나 흔하게 등장하는 말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심'이다. 그리고 그 다음은 그런 관심을 실행에 옮기는 작은 실천이다.
여러가지 시술에 관련된 의학사적 사건과 그 사건이 현재에 주는 교훈, 현재 의사들이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들, 예를 들면 의료분쟁, 에 관해서 저자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닌 정면돌파를 시도한다. 의료분쟁에 관한 글에서 그가 만난 사람은 의료분쟁 전문 변호사, 다시 말해서 의사들의 공공의 적, 이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그가 뜬구름 잡으면서 변죽만 울리지 않고 정면돌파를 시도하기 때문이다.
하나더! 이 책의 하일라이트는 마지막 장에 있는 '긍정적 괴짜를 위한 조언'이라는 제목의 글이다. 하일라이트에 도착할 때까지 지루하지 않았다면 더욱 그렇고, 혹 조금 지루하였더라도 하일라이트를 꼭 읽고 책장을 덮으시길! 꼭 의사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 그들 중에서 '조언' 필요한 사람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