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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2008년 7월
평점 :
품절
이전에 구판으로 읽었던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이유? 많지만 결정적인 것은 <더 리더-책읽어주는 남자>를 읽은 것이다. 읽어주기, 책, 프랑스와 독일, 여자와 남자 로 대비되는 두 책을 읽으면서 뭔가 쓸만한(?) 내용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두 책 모두 '책'과 '읽어주기'라는 행위에 대한 성찰 또는 우화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리고 두 책을 소개하는 글들에서 읽어주기라는 행위가 관계나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읽기가 아닌 읽어주기라는 의미로서의 독서,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점에서 본다면, '남자'의 책읽어주기 보다는 '여자'의 책읽어주기가, 미카엘의 행위보다는 마리-콩스탕스의 행위가, 해설의 의미에 좀 더 근접해 있는 것 같다.
대상이 결정되고 책을 선정하고 읽는 방식을 결정하고 둘만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 소설은 네명의(마지막 인물은 제외) 인물을 대상으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콩스탄스의 역할은 책이 자신을 통해서 어떤 의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치마를 살짝 올리는 것일 수도 있고, 노동자들과 함께 광장에서 시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앨리스를 이끈 토끼처럼 환상으로 가득찬 밖으로 탈출하는 것을 돕는 일 수도 있고, 지친 누군가의 정신적이면서도 육체적인 친구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사드의 책을 읽을 때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 때도 있다. 읽어주기가 불가능한 책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그것은 혼자 읽을 것!
이 책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은 앞서 제시한 성공 사례때문이 아니라 마지막에 제시한 실패사례 때문이다. 작가가 마지막에 제시한 상황은 부적절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부적절한 읽어주기가 존재하다는 것일까?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난 몇가지 비슷한 상황을 상상했다. <롤리타>를 소리내어 읽고 있는 유치원 원장님, <푼돈으로 10억벌기>를 읽고 있는 조그만 암자의 스님, 여고생이 읽어야 할 추천도서에 올라 있는 <소녀경>, <소돔 120일>을 성경공부시간에 읽어주기로 결심한 주일학교 선생님 등등......
부적절한 책이나 부적절한 읽어주기가 아닌 부적절한 컨텍스트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혼자만의 독서만이 가능한 컨텍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그때는 혼자서 즐기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