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기 1 - 돌 원숭이 손오공 문지 푸른 문학
오승은 지음, 임홍빈 옮김, 김종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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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열권으로 나왔을 때 고민하다가 사지 않은 책이다. 열권짜리 책을 읽기 위해선 진짜 많은 결심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동안 잊고 있다가 우연히 보급판 세권짜리 서유기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싶은 이유는 수많은 아류들의 기원을 알고 싶기 때문이다.  <날아라 슈퍼보드>, <드래곤 볼>, 주성치 주연의 <서유기>등등은 보고 알고 있지만 진짜 <서유기>는 모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큰 애는 마법 천자문 내용과 비슷하다면서 읽고 있다. 그러고 보니 마법천자문도 아류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대만족이다. 이야기 전개는 매끄럽고, 인물들은 살아있으며, 환상적인 분위기와 佛家의 메시지 또한 교훈적이다.   

고지식하고 인정많고 겁많은 스승님 삼장법사, 재주많고 영리하지만 천방지축인 손오공, 게으르고 식탐이 있는 저팔계, 우직한 사오정. 인물의 캐릭터들을 살펴보면, <삼국지>의 인물들과 유사한 점이 있다. 무모할 정도로 인정에 약했던 유비는 삼장을 닮았고, 재주많고 영리한 손오공은 제갈량을, 저돌적인 장비는 저팔계를, 우직하고 바른 품성의 관운장은 사오정을 닮았다.   

<서유기>가 <삼국지>에 비해서 약점이 있다면, 손오공과 삼장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약점들에도 불구하고 <서유기>가 재미있는 것은 수많은 요괴들과 눈부신 도술, 파초선을 비롯한 보물들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덧붙여 살생을 금하고 제자리를 찾아주려는 부처님과 보살들의 노력은 불가의 메시지를 떠올리게 한다. 요괴들도 알고 보면 부처님과 하늘나라 살고 있었다는 것, 그러니 죽이지 말고 살려서 보내줘라. 

이 책을 읽고나니 여름에 모기도 적당히 잡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들도 흡혈의 이유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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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유기 최인훈 전집 3
최인훈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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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인>을 읽은 것이 92년도 이니까 독고준이 층계를 올라 오는데 걸린 시간이 무려 18년이다. 이전에 감동적으로 읽었던 책들을 다시 보면 그 때의 감동을 느끼지 못해서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유기>를 통해서 보여주는 최인훈의 지적 모험은 여전히 대단하다.  

18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한국근현대사의 쟁점들은 아직도 뜨거우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광수라는 인물, 조선과 일본의 관계, 임진왜란, 일본의 점령, 분단된 조국과 이념의 문제...... 최인훈의 소설 속에서 늘 제기되던 문제이고 늘 새롭게 대답되는 질문들이지만 여전히 그의 문제의식과 접근 방법은 신선하다.  

이 소설을 좀 더 재미있게 읽기 위해서는 몇가지 책들을 더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우선 최인훈의 <회색인>을  읽어야 한다. <회색인>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 소설은 시작한다. 두번째로 이광수의 <흙>을 읽을 필요가 있다. 이광수라는 인물을 파악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이광수가  한국근대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의미를 '친일'이라는 한가지 잣대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로 김훈의 <칼의노래>를 읽고 이 소설 속에서 언급되는 이순신과 비교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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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인연 1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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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하지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작가도 사람이니 작가도 잘 변하지 않는다. <용의자 x의 헌신> 에서 보여주었던 장점과 단점을 이소설도 고스란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불만부터 얘기하자면, 설정과 시작 부분이 조금 어색하다. 설정을 위한 설정이고, 사건을 위한 사건이라는 '티'가 많이 난다. 이 소설의 초반 역시 독자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함정'들이 눈에 띈다. 그리고 '우연'으로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 만남도 눈에 거슬린다. 덧붙여 세남매의 설정도 구태의연하다.  

하지만 이게 끝이라면, 이 소설을 결코 끝까지 읽지 못했으리라.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은 구태의연한 설정, 개연성 부족과 같은 단점들을 치밀한 전개와 확실한 반전으로 극복해낸다. 이 소설 역시 클라이막스 지점에서 모든 세밀한 설정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하나 더! 이건 좋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데, 늘 '해피엔딩', 또는 '사랑'타령으로 끝을 맺는다는 것. 두 소설의 마지막 장면만 보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두가지다.  법을 지켜라. 그리고 사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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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 성장과 눈뜸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3
이문열 엮음 / 살림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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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에 사용된 '성장'이라는 소재에 대해서 강의할 일이 있을 것 같아서(?) 읽게 된 책이다.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 금방 생각이 나지는 않는다. 우선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또 이 책 속에 실린 소설 중에 유일하게 읽어본 토마스만의 <토니오크뢰거>,  아직 읽어보진 않았지만 스티븐 킹의 <캐리>도 '성장'이라는 소재-아니 이것은 초경이라는 신체 '발달'과 관련된 것이라고 봐야 하나?-를 사용하고 있고, 폴오스터의 <공중곡예사>도 나름대로 성장의 문제와 관련이 있고......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예를 들다보니, '성장'이라는 소재가 귀에 하면 귀걸이고, 코에 하면 코걸이 식인 것 같다. 사실 이런 식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소설 속의 이야기라는 것이 주인공의 '변모', 주인공이 살거나 죽거나 좋은 놈이 되거나 나쁜 놈이 되거나, 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성장이라는 것이 일종의 '변모'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많은 작품들 속에서 고른 것 치고는 이 책 속에서 제시한 작품들이 그리 재미있지 않다. 교과서나 교재를 읽고 있는 기분이랄까? 읽는 것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읽으면서 뭔가를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읽고 찾아내야 할 것들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 책읽기가 즐거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가 '확인'이 아닌 '발견'에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발명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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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레몽 장 지음, 김화영 옮김 / 세계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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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구판으로 읽었던 책을 최근에 다시 읽었다. 이유? 많지만 결정적인 것은 <더 리더-책읽어주는 남자>를 읽은 것이다. 읽어주기, 책, 프랑스와 독일, 여자와 남자 로 대비되는 두 책을 읽으면서 뭔가 쓸만한(?) 내용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두 책 모두 '책'과 '읽어주기'라는 행위에 대한 성찰 또는 우화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리고 두 책을 소개하는 글들에서 읽어주기라는 행위가 관계나 소통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읽기가 아닌 읽어주기라는 의미로서의 독서, 사적인 것이 아닌 공적인 행위로서의 독서라는 점에서 본다면, '남자'의 책읽어주기 보다는 '여자'의 책읽어주기가, 미카엘의 행위보다는 마리-콩스탕스의 행위가, 해설의 의미에 좀 더 근접해 있는 것 같다.   

대상이 결정되고 책을 선정하고 읽는 방식을 결정하고 둘만의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 이 소설은 네명의(마지막 인물은 제외) 인물을 대상으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콩스탄스의 역할은 책이 자신을 통해서 어떤 의미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것은 치마를 살짝 올리는 것일 수도 있고, 노동자들과 함께 광장에서 시위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앨리스를 이끈 토끼처럼 환상으로 가득찬 밖으로 탈출하는 것을 돕는 일 수도 있고, 지친 누군가의 정신적이면서도 육체적인 친구가 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사드의 책을 읽을 때처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일 때도 있다. 읽어주기가 불가능한 책도 있는 법이다. 그러니 그것은 혼자 읽을 것!    

이 책이 생각할 여지를 많이 만들고 있는 것은 앞서 제시한 성공 사례때문이 아니라 마지막에 제시한 실패사례 때문이다. 작가가 마지막에 제시한 상황은 부적절한 책이 존재한다는 것일까? 아니면 부적절한 읽어주기가 존재하다는 것일까?  

정답이 있는 질문은 아니지만 난 몇가지 비슷한 상황을 상상했다. <롤리타>를 소리내어 읽고 있는 유치원 원장님, <푼돈으로 10억벌기>를 읽고 있는 조그만 암자의 스님, 여고생이 읽어야 할 추천도서에 올라 있는 <소녀경>, <소돔 120일>을 성경공부시간에 읽어주기로  결심한 주일학교 선생님 등등...... 

부적절한 책이나 부적절한 읽어주기가 아닌 부적절한 컨텍스트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 그러니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혼자만의 독서만이 가능한 컨텍스트가 존재한다는 것을 염두에 둘 것. 그때는 혼자서 즐기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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