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 세상을 바꾼 위험하고 위대한 생각들
유시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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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라는 장정일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유시민의 독후감 모음집인 <청춘의 독서>는 유시민이라는 인물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책읽기와 관련되어서 최근에 읽은 책들은 꽤 여러가지지만 내 머릿속에 가장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것은 역시 장정일의 독서일기이다.  

지금은 독서일기라는 제목을 쓰지 않기 때문에 독서와 일기라는 의미가 퇴색해버렸지만 이 책의 의미는 한단계 높은 독서의 수준과 일기의 수준을 보여주었다는 데에 있다. 일관성도 없고, 목차도없고, 이야기도 없는 책. 하지만 이 책역시 하나의 '이야기'이다. 왜냐하면 그의 말처럼 읽기의 방식이 삶이 방식이니까, 다른 말로 한다면 읽기의 방식을 보여줌으로써 삶의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것이 곧 하나의 이야기인 것이다.  

장정일의 독서일기에 익숙한 독자라면, 이 책의 방식은 조금 낯설것 같다. 저자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미학적인 접근 보다는 역사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하긴, 유시민하면 떠오르는 것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 아닌가?  이 책 속에서 보여주는 저자의 책읽기는 러시아소설에서 한국소설로, 근대에서 현대로, 경제에서 진화론으로,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지만 이 사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따로 있다. 그건 바로 '역사'이다.  

E.H 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로 책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그가 읽은 모든 책들 속의 주인공은 결국 '역사'이고 그가 책을 통해서 보고자 하는 것도 '역사'이고 글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하는 것도 역사이다. 역사, 히스토리, 스토리, 이야기. 

내가 읽은 책들 속에서도 삶의 방식을 읽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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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가 틀렸다 패러독스 4
피에르 바야르 지음, 백선희 옮김 / 여름언덕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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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저자의 책이다. 언젠가 피에르 바야르의 책에 관한 독후감에 이 저자의 책들이 좀 더 많이 번역 되었으면 좋겠다는 얘길 한 적이 있는 것 같다. 제목에서 알 수 있는 것 처럼 이 책 역시 <누가 로저애크로이드......>와 같은 형식을 택한 책이다.  

저자는 이런 장르를 추리비평이라고 하였다. 이 책의 서문에 보면 이런 형식의 글의 기원은 소포클레스의 희곡 <오이디푸스왕>에 드러난 라이오스 왕의 살해범에 관한 글이었다. 물론 이 글의 저자들이 '추리비평'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아니고, 이 명칭은 피에르바야르가 붙인 것이다. 피에르 바야르는 세 권의 추리비평을 썼다. 그중 두 권을 읽었는데, 첫번째 것이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의 새로운 범인에 관한 글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새로운 범인을 제시하는데서 끝나지 않고, 새로운 범인-작가와 인물의 연관성-정신분석학적인 인물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끝맺는다.  

새로운 범인을 제시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책-저자-독자-허구의 인물들-현실과가상의 공간을 연결시키면서 독서와 비평이라는 행위의 근본적인 부분들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은 피에르 바야르가 가진 진짜 장기이다. 이 책을 읽기전에 내가 기대한 것 또한 <누가 로저 애크로이드......>를 읽을 때와 비슷한 것이었다. 내가 기대한 것은 새로운 범인을 제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코난도일과 셜록 홈스-홈즈와 왓슨-책과 현실을 연결시키면서 무언지 모를,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새로운 결론이었다.  

이 책 역시 셜록홈즈와 코난 도일의 관계를 언급하고 <바스커빌 가의 개>가  등장한 시기적인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서서히 어떤 '결론'으로 다가가지만, 실망스럽게도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한다. 새로운 범인이 등장하고, 소설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유령의 존재, 완벽하지 않은 세계에 대한 해석의 자유, 허구 속의 공간을 살아 움직이는 허구의 인물들에 대한 주장들은 훌륭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하나의 결론에 이르지 못하고 흩어져 버리는 것이 좀 아쉬운 점이다.  

<햄릿>에 관한 추리비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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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밀란 쿤데라 전집 15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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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만에 읽어보는 쿤데라의 책이다. 어렸을 적에 열심히 읽다가 그의 소설들이 구분이 잘 안되는 시점에서 그만 읽었던 것 같다. 장정일은 쿤데라가 스토리보다는 에세이가 강력한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사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세 번정도 읽었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가 뭔가 확 머릿 속에 들어오진 않는다.  

책속의 쿤데라의 말처럼  이해하려면 비교해야 하는데 그의 소설들이 잘 비교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불멸><농담> <느림> <향수> 같은 소설들을 읽고 나서 몇년이 지난 후 그 소설들의 이야기를 모두 구분할 수 있는 독자가 몇이나 될까? 에세이가 강한, 다시 말해 서사보다 담론의 비중이 높은 작가들의 한계이다.  

하지만 쿤데라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어떨까? 결론 부터 말하면, 최고다. 소설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설도 에세이처럼 쓰는 작가가 에세이를 썼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쿤데라의 촌철살인의 문장들로 가득한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와 카프카의 세 소설들(아메리카, 성, 소송)에  대한 지적이었다.    

쿤데라는 <안나카레니나>에서 안나카레니나가 죽은 순간에도 미학적인 균형과 아름다움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철도에 깔려 죽은 철도원으로 보면서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떠올리고, 수영을 했던 기억으로 부터 자신의 마지막 포즈를-물에 뛰어드는 모습과 철도에 몸을 던지는 모습은 유사하다-결정했다는 것이다. 

쿤데라는 카프카가 관료화된 사회의 실존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단. 그가 말한 것은 5가지이다. 자유, 사생활, 시간, 모험, 싸움. 각각의 개념들이 카프카 시대와 현대가 어떻게 변했고, 카프카의 상상이 현대에 어떤 식으로 현실화 되어있는지를 설명했다.  

좋은 책의 요소중의 하나는 '그' 책이 또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나카레니나>와 <소송>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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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1
장정일 지음 / 마티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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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여덟번째 독서일기를 읽는다. 사실 시리즈 2,3,4권은 읽지 않았으니, 여섯권(공부도 포함)을 읽은 셈이다. 작가가 책의 서두에 쓴 것처럼 책의 제목도 바뀌고, 형식도 모두 바뀌었다. 하지만 저자의 독후감을 모은 책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또하나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면, 저자의 독후감을 읽는 내 목적이다. 그건 '좋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이건 절대로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작가가 설명한 '변화'의 이유를 읽었지만 그렇다해도 굳이 '독서일기'라는 제목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기를 쓰듯 독서를 하고, 독서를 하면서 일기를 쓰는 책이라는 원칙에 맞지 않아도 '독서일기'라는 말이 장정일의 독후감 모음집이라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면, 구태여 바꿀 필요까진 없지 않았나 싶다.   

'장정일의 공부'이후로 독서일기의 일기의 의미는 많이 사라졌다. 이 책에서는 '일기'가 전혀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대신 정치적인 발언의 수위도 높아지고, 빈도도 잦아졌다. 분명한 정치적인 입장을 표방하는 것이 저자의 취향인 것 같긴 한데, '정치'가 독후감에 어울리는 소재같지는 않다.  

독서일기 시리즈들을 읽으면서 매번 생각한 것인데, 지역 도서관들을 많이 애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 퇴근하는 이들에게 '도서관'을 방문해서 책을 빌린다는 것은 아무래도 언감생심이다. 남들의 독서일기나 읽으면서 위안을 삼을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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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더숲 2011-11-01 1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_^ 도서출판 더숲입니다! 저희가 이번에 <종이책 읽기를 권함> 이라는 책을 출간했어요. http://www.kyobobook.co.kr/product/detailViewKor.laf?ejkGb=KOR&mallGb=KOR&barcode=9788994418315&orderClick=LAG 관심 있게 한 번 살펴봐주세요 :^) 혹시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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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책에 관한 책- 예를 들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나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포함한 독서론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읽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독서에 관한 책도 어느새 내 책읽기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다치바나 다카시의 기준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말이다. 한권의 두께를 2cm으로 잡아도 열 권이라고 해봤자, 20센티미터 정도?   

사실 로쟈의 서재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실제로 그가 쓴 리뷰를 읽어본 적은 없다. 주로 내가 그 서재를 들락날락 거리는 이유는 내가 읽고 싶은 분야의 참고문헌들을 찾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서재에서 읽은 것은 대부분 그의 리뷰라기 보다는 인용자료의 글들이이었던 같다.  

2009년 한해를 정리할 겸, 내년도 독서 계획도 세울 겸 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이 그다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생각보다 글이 굉장히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 책 속에 구분되어 있는 분야별로 평가를 내리자면, 우선  문학리뷰 부분이 좀 이상하다. 글이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부분에 나온 글들이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 '문학'이 아닌 것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노트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는 장정일, 황지우, 김훈, 김규항, 바르트, 콘찰로프스키 등인데, 그중에 뒤의 세 사람(김규항, 바르트. 콘찰로프스키)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작가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실린 문학노트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문맥, 문학적 장치들의 의미, 주제가 아니라 문학 작품이 놓여있는 정치적인 또는 이념적인 컨텍스트이다. 그러니 더욱 더 문학노트라는 제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문학 노트', 그게 뭔지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 가까운 글들이 실려 있었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가장 잘 읽히는 부분은 '예술리뷰'부분이다. 사실 이부분은 대부분  영화리뷰이고, 내생각에는 영화리뷰로 제목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혜선의 작품에 대한 평은 군더더기처럼 보인다. 이 부분에 실린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들은, 비록 내가 그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앞서의 문학노트의 글들이 이 영화리뷰와 같은 방식으로 쓰여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로쟈의 철학페이퍼와 지젝 읽기에 실린 글들은 반 정도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곳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한해를 정리하고자 읽기 시작한 내게는 너무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젝을 읽을 일이 있을 때 한 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맨 마지막에 실린 번역비평에 실린 이야기들은 백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여기에 실린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의하고 방법도 아는데 여전히 별로 고쳐지는 것이 없다면,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원칙에 동의하는 이들이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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