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 소설을 둘러싼 일곱 가지 이야기 밀란 쿤데라 전집 15
밀란 쿤데라 지음, 박성창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거의 20년만에 읽어보는 쿤데라의 책이다. 어렸을 적에 열심히 읽다가 그의 소설들이 구분이 잘 안되는 시점에서 그만 읽었던 것 같다. 장정일은 쿤데라가 스토리보다는 에세이가 강력한 작가이기 때문에 그렇단다. 사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세 번정도 읽었지만 소설 속의 이야기가 뭔가 확 머릿 속에 들어오진 않는다.  

책속의 쿤데라의 말처럼  이해하려면 비교해야 하는데 그의 소설들이 잘 비교가 되질 않기 때문이다. <불멸><농담> <느림> <향수> 같은 소설들을 읽고 나서 몇년이 지난 후 그 소설들의 이야기를 모두 구분할 수 있는 독자가 몇이나 될까? 에세이가 강한, 다시 말해 서사보다 담론의 비중이 높은 작가들의 한계이다.  

하지만 쿤데라의 소설이 아닌 에세이는 어떨까? 결론 부터 말하면, 최고다. 소설이 아니어서 좀 지루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소설도 에세이처럼 쓰는 작가가 에세이를 썼으니 당연한 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이 책은 쿤데라의 촌철살인의 문장들로 가득한데, 그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톨스토이의 <안나카레니나>와 카프카의 세 소설들(아메리카, 성, 소송)에  대한 지적이었다.    

쿤데라는 <안나카레니나>에서 안나카레니나가 죽은 순간에도 미학적인 균형과 아름다움을 의식하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철도에 깔려 죽은 철도원으로 보면서 자신의 죽음의 방식을 떠올리고, 수영을 했던 기억으로 부터 자신의 마지막 포즈를-물에 뛰어드는 모습과 철도에 몸을 던지는 모습은 유사하다-결정했다는 것이다. 

쿤데라는 카프카가 관료화된 사회의 실존적 의미를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단. 그가 말한 것은 5가지이다. 자유, 사생활, 시간, 모험, 싸움. 각각의 개념들이 카프카 시대와 현대가 어떻게 변했고, 카프카의 상상이 현대에 어떤 식으로 현실화 되어있는지를 설명했다.  

좋은 책의 요소중의 하나는 '그' 책이 또다른 책을 읽고 싶게 만든다는 것이다.  

<안나카레니나>와 <소송>을 읽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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