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의 인문학 서재 - 곁다리 인문학자 로쟈의 저공비행
이현우 지음 / 산책자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2009년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다. 책에 관한 책- 예를 들면 장정일의 독서일기 시리즈나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을 포함한 독서론에 관한 수많은 책들-을 읽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독서에 관한 책도 어느새 내 책읽기의 중요한 부분이 되어가고 있다. 물론 다치바나 다카시의 기준에는 훨씬 못미치지만 말이다. 한권의 두께를 2cm으로 잡아도 열 권이라고 해봤자, 20센티미터 정도?   

사실 로쟈의 서재는 굉장히 유명하지만, 실제로 그가 쓴 리뷰를 읽어본 적은 없다. 주로 내가 그 서재를 들락날락 거리는 이유는 내가 읽고 싶은 분야의 참고문헌들을 찾기 위해서이고, 실제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그의 서재에서 읽은 것은 대부분 그의 리뷰라기 보다는 인용자료의 글들이이었던 같다.  

2009년 한해를 정리할 겸, 내년도 독서 계획도 세울 겸 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글이 그다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생각보다 글이 굉장히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이 많다. 책 속에 구분되어 있는 분야별로 평가를 내리자면, 우선  문학리뷰 부분이 좀 이상하다. 글이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부분에 나온 글들이 다루고 있는 것이 대부분 '문학'이 아닌 것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노트에서 다루고 있는 작가는 장정일, 황지우, 김훈, 김규항, 바르트, 콘찰로프스키 등인데, 그중에 뒤의 세 사람(김규항, 바르트. 콘찰로프스키)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작가라고 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실린 문학노트들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도 문맥, 문학적 장치들의 의미, 주제가 아니라 문학 작품이 놓여있는 정치적인 또는 이념적인 컨텍스트이다. 그러니 더욱 더 문학노트라는 제목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좀 더 '문학 노트', 그게 뭔지 정확하게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에 가까운 글들이 실려 있었으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 책에 실린 글들 중 가장 잘 읽히는 부분은 '예술리뷰'부분이다. 사실 이부분은 대부분  영화리뷰이고, 내생각에는 영화리뷰로 제목을 바꾸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황혜선의 작품에 대한 평은 군더더기처럼 보인다. 이 부분에 실린 김기덕 영화에 대한 평들은, 비록 내가 그 영화를 보지 않았음에도, 굉장히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앞서의 문학노트의 글들이 이 영화리뷰와 같은 방식으로 쓰여졌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로쟈의 철학페이퍼와 지젝 읽기에 실린 글들은 반 정도도 이해하지 못한 것 같다. 이 곳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이 한해를 정리하고자 읽기 시작한 내게는 너무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지젝을 읽을 일이 있을 때 한 번 다시 읽어볼 생각이다.  

맨 마지막에 실린 번역비평에 실린 이야기들은 백번 공감이 가는 이야기들이다. 누구나 여기에 실린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동의하고 방법도 아는데 여전히 별로 고쳐지는 것이 없다면, 필요한 것은 '시간'이 아닐까 싶다. 물론 원칙에 동의하는 이들이 그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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