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지음, 김승욱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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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도 못할만큼 잔혹한 방법으로 엄청난 인명을 학살하고, 학대하고, 억압한 대가로 핵심 세력들이 전쟁에 패한 후에도, 그 땐 그것이 선의였다고 천황을 위해 확장하고 뻗어나가 세계를 재패하게 될 천황과 제국을 위해 그것이 최선이었다고 여전히 믿으며, 편안한 일상 속에서 자상한 아버지가 되어 이웃에 봉사하고 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사과도 없이, 전범 재판조차도 없이 나머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그 전범집단을 단죄하지 않고 사회 속에 뿌리내리게 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단죄되지 못한 역사, 뉘우치지 못한 역사,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없는 역사는 그 역사의 고통과 책임을 여전히 피해자와 역시 피해자에 불과했던 권위에 복종했던 약자의 말단에게 전가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비현실적인 치명적 사랑과 비현실적인 포로 수용소의 강제 노역. 가슴 밑바닥 그 섬세한 잔뿌리까지 치밀한 언어로 직조한 위험한 사랑과, 가장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의 극한을 모자이크 처리도 없이 선명한 UHD 화질로 나노 마이크로 단위까지 카메라를 들이대고 내보내는 다큐같은 포로 생활. 이 절대로 타협 불가능한 두 이야기가 현재와 과거, 과거 속의 미래, 과거 속의 과거, 많은 등장 인물들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쏟아낸다. 

개인의 생각과 의지가 모두 박탈된 채로 전체 속 이름없는 부품이 되어 바닥까지 드러난 에너지의 마지막 한방울까지 쥐어짜는 혹독한 노동의 끝에 비참한 죽음 말고 다른 것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어디에서 찾아야 했을까. 일본이 한 짓은 평범한 우리와 다름없는 유전자의 조합을 가진 인간이 한 짓이지 동물이나 외계인이 한 짓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토록 충실히, 인간이기를 포기한 듯, 잔혹한 만행을 우주적 선의로 믿으며 전장 속을 누비고 전후에는 자상한 부모 봉사하는 시민으로서의 선의를 베풀며 살아가는 나카무라의 계속되는 삶과 사고 그리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 속에서 단죄 받지 못한 사람들이 폐허를 일구며 후대와 섟일때 스며드는 가치관을 주목한다. 반성하지 않은 전범들의 계속되는 삶을 끄트머리까지 집요하게 쫒아가 꾸역꾸역 마지막 조명을 비춘다. 

작가가 원한건 그 끔찍했던 기억의 리얼리티 뿐만이 아니라 그 이후까지 이어지는 길고 긴 계속 그러니까 역사이기 때문이다. 버마 철도 건설에 동원된 오스트레일리아 포로 이야기로 끝맺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 전쟁이 처리되는 침략국과 자본주의의 밀당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애국으로 포장된 전체주의와 왜곡된 역사책을 통해 후대에 그들만의 선의가 차곡차곡 계승되고 있음을. 그리하여 기억해야한다. 진정으로 사과하지 않았기에 진정으로 단죄받지 않았기에 아직 끝나지 않은 침략과 수탈의 역사를. 그들을 대신하여 사형장의 이슬로 사라질 때 그렇게 죽는 이유를 오로지 그나마 받지도 못한 50엔 말고는 떠올릴 수 없었던 조선인 경비병들의 외로운 죽음을.

도리고는 죽음이 일상화된 곳에서 만연된 죽음을 유예시키는 유일한 사람이다. 그는 매일매일 영양 실조와 콜레라와 구타와 강제노역으로 죽어가는 포로들을 목격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마지막까지 살리려고 애쓴다. 어차피 몇일 후면 죽을 사람들 한 둘이 더 먼저 죽거나 더 나중에 죽거나 큰 차이가 있을것 같지 않지만 그렇게 버티고 버텨 살아난 사람들이 전쟁의 끝을 보고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니 뒤돌아보면 ‘장하다 살아남아줘서’지만 당시 전세는 기울었을 테고 연합군이 이긴다는 보장도 없었을테니 혹독한 노동과 짐승보다 못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야 할 희망을 붙드는 이유가 찾아오는 죽음을 받아들이는 이유보다 더 많지 않았을 거다. 

그리고 어긋나서 비껴간 사랑이 있다. 전쟁이 가져다 주었고 전쟁이 갈라 놓은 사랑. 헤어지지 않고 이어졌더라면 일상과 권태와 자잘한 의견 충돌로 얼만큼은 희석되고 또 얼만큼은 분해되고 증발해가고 말았을지도 모를 그 알 수 없는 감정 사랑이 그토록 평생을 잊지못하고 그리워만 하면서 실체없이 마음을 차지했던 이유를 인간은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이 비껴가면 그 비껴간 간극의 아슬아슬함 만큼이나 남은 평생동안 부풀어간다. 환상으로 물을주고 안타까움과 그리움으로 영양을 공급하여 크고 든든한 나무로 가슴속에 뿌리박은 그 비껴간 사랑은 다른 이에 대한 또 다른 맹세와 약속을 배신하고 속임으로서 잉태된 것이기에 독자들에게조차 온전하게 지지받을 수 없는 불길한 사랑이다. 하지만 응어리의 씨앗 배속에서 칼날이 휘젓고 찌르는 느낌의 실체를 알고 났을 때 그리고 남편과의 한세대가 넘는 나이차를 알게 되었을 때에야 에이미의 간통 역시 단순한 욕망과 육욕에의 갈증 만이 아닌 폭력적 근원에 뿌리를 두고 있었음을 가늠하고 마음 아팠다. 

'오스트레일리아판 전쟁과 평화'라는 한 미국 유명인의 인용이 뒷표지에서 눈에 띈다.각기 다른 많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이 세상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이해된다는 점에서 동의한다.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 꼬이고 얽히는 대신 사랑 파트는 도리고와 에이미의 불륜에 따르는 치명적 감각의 묘사가 주를 이루고 피와 살이 튀고 사지가 절단되고 창자와 장기들이 널부러져 나오는 전쟁 대신 전쟁 파트는 전쟁만큼이나 끔직한 수용소 실상을 묘사한다. 그토록 무고한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 몬 대가가 무엇이었는지를 그때도 찾지 못했고 지금도 찾지 못했다. 프랑스도 일본도 나폴레옹도 천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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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화장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성귀수 옮김 / 문학세계사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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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배경은 공항 대기실 인물은 딱 두 명이다. 장면도 거의 바뀌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대화로 이어가고 있는 소설은 2인극을 위한 희곡을 연상시키는데, 적의 화장법이라는 제목이 낯설다. 





우리가 화장을 하는 이유는 잡티와 주름을 얼굴을 잘 포장해서 예쁘게 만들기 위해서다. 남에게 잘보이기 위해서도 하지만, 자기 만족을 위해서도 한다. 누구더라, 레이먼드 카바였나, 작가 중 누군가는 작업실로 쓰는 방에 가기 위해 옷을 단정하게 입고 식구들에게  인사를 하고 간다고 하던데, 화장이던 옷이던 단정하게 입는 이유 중 하나는 내면에 도사리고 있을지도 모를 추악한 것들을 덮고 추구하는 현재에 몰두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양복을 차려 입고 컴퓨터에 앉으면 게임을 하거나 악플 같은 걸 달러 찌질한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는 대신 작업 리스트를 열어 할일을 체크하고 해야 할 일에, 추구하는 일에 매달릴 거 같기는 하다. 





하지만 그 잘 차려입은 현대인들의 무의식 속에는 때로 소스가 뚝뚝 떨어지는 핫도그를 길거리에서 게걸스레 먹으며, 예쁜 여자들을 따라다니며 성폭행을하고 싶어하는 욕망이 내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요즘 미투 운동이 확산되고 있는데, 자신은 잊고 있을지도 모를 만큼 오래 전 추악하고 폭력적인 욕망을 권력을 이용하여 타인에게 배출한 사람들은 갑자기 까발려진 자신의 정체가 실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고 믿고 싶을 것이다. 





강간과 추행을 행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무엇일까





“당신은 바로 눈앞, 입이 닿을 만한 거리에 깨끗해 뵈는 시원한 물을 놓고도 그걸 마실 권리가 없어 목이 타들어간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릅니다.방금 사막을 건너온 당신을, 구미에 맞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이유로 물 스스로가 거부한다 이겁니다. 마치 물이라는 물질 자체가 당신을 거부할 권리를 가진 것처럼 말이죠! “





짧은 치마를 입고 요란한 화장을 했다고 해서 누구나 그걸 성적 암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주, 성폭력의 피해자들이 피해를 공개적으로 호소할 때마다 ‘행실’ 프레임이 가장 먼저 2차 폭격을 가한다. 너님을 위해 예쁜 건 아니니까 신경쓰지 말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서로 동의하는 관계가 아닌 이상 어떤 성적 행위도 폭력이 개입된다. 언제 하위 권력이 상위 권력을 성폭행하는 사건이 있었던가. 





공항 대기실처럼 따분한 곳도 없다. 탑승 시간이 계속해서 연기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미국 사람들은 그런 일에 익숙해졌는지 언젠가 미국에서 국내선을 탈 때 3~4시간 이상 아무 설명도 탑승 수속이 안되고 기다리는 일이 있었는데, 애가 타고 짜증이 나서 데스크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지만, 미국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며 책들을 읽고 있던데, 우리의 주인공 제롬 앙귀스트는 책읽기에 방해를 받는다. 





텍셀 텍스토르라는 자가 나타나 무례하게 굴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아무에게나 자기 얘기 늘어놓기 하기 좋아하는 그냥 짜증나는 인간인 줄 알며 무시하려 했는데, 이야기의 흐름이 점점 오싹해진다. 반전의 반전이 마치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오다가 맞이하는 결말은 쿵 하는 충격적이다. 




아멜리 노통브가 천재라 불리는 데에는 이런 이야기 구조의 긴장감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의 소설에서는 묘사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작가는 한 인물의 입을 빌려 스스로 묘사에 대한 작가로서의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다. 특히 진부한 묘사의 하나로 자주 나오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콕 찝어 겨냥한다. 





“도대체 그 어떤 색깔도 허용되지 않는 소설 속인데도, 마치 그렇게 하면 뭐가 달라지는 것처럼, 여주인공을 세세하게 묘사해야 한다는 것보다 더 짜증나는 일이 있을까요 실제로 여자가 금발에다 밤색 눈동자를 가졌기로서니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는데 말입니다.”





여자 입장에서 보면, 십년 전 강간했던 강간범이 눈앞에 나타나, 자신을 죽일 기회를 주러 왔다고 칼을 손에 쥐어준다면 어떻게 할까. 혹, 아내를 살해한 남자가 나타나 자신을 죽일 기회를 주겠노라고 자신을 죽이라고 한다면? 강간을 당한 여성도, 아내를 잃은 남성도 범인을 직접 죽일 수는 없다. 법은 피해자에게 복수를 허용하지 않는다. 사법제도만이 가해자를 벌할 수 있다. 이후에도 삶은 계속되기 때문에





(여기부터 강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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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앙귀스트가 처한 선택은 보다 어렵다.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분열된 자아가 화장을 지운 자기 자신임을 믿을 수 없기에 아니 선택의 여지는 점점 없어지고,  스스로가 죽던가, 살인자가 되던가 둘 중 하나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내재되어 있는 추한 자아가 물리적으로 실체화되어 있다면, 추한 자아와 함께 화장한 자신도 함께 죽을 테지만, 그가 믿는 것처럼 그런 추한 자아는 자신에게 존재하지 않았다면, 통쾌하게 아내에게 복수하고 살인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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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을 때만 해도 리뷰를 쓸 때 썰전 연상작용으로 노회찬 의원이 생각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관련없는 일들이 서로 보이지 않는 영향을 주고 받으며 흘러가는 것. 우아하게 미끄러지듯 물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백조나 오리가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끊임없이 발차기를 하고 있음을 종종 간과하듯 역사서에 등장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그 사건을 그러니까 역사를 가능하게 했던 보이지 않는 발차기는 자주 생략된다. 


기무사 문건을 통해 드러나는 사실은 지금은 추억처럼 회상할 수 있게 촛불 정국 중 우리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우리를 뒤로 회전하는 역사의 바퀴 위에 태워 놓을 수도 있었을 흉괴와 반역의 음모가 숨어 있었을 수도 있었음을 시사한다. 그리 춥지 않던 12월 첫째 주 주말 혜화에서 광화문을 향하던 느슨한 대열과 간간히 외치던 구호 틈새에 한 꼬마 아이가 엄마에게 묻던 질문이 기억난다. ‘엄마 그럼 우리 역사책에 나오는거야?’  일면식도 없던 사람들 개개인들의 하나 같은 바람이 한 장소에서 우리라는 동질감을 형성하던 순간은 분명 역사의 흐름에서 물결의 방향과 속도를 결정했고, 그 작디 작은 아이의 소망까지도 민주주의를 지키며 거역할 수 없는 어떤 흐름을 따라 유유히 흘러가던 역사 속 발차기의 일부였음을 우리는 안다.  















역사는 무엇일까. 영웅과 왕들 혹은 정권의 핵심에 섰던 인물들이 만들어낸 굵직굵직한 변화를 적은 사실들이 바로 역사 라고 말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바로 이 말을 하고자 저자 유시민은 2천5백년 전 헤로도토스부터 투키디데스, 사마천, 이둔 할븐, 랑케, 마르크스,신채호,백남운,김부식,에드워드 카, 슈팽글러,토인비,헌팅턴, 다이아몬드와 하라리까지 인류 역사를 기록한 역사가와 역사 학자들을 소환하고 그들이 남긴 역사를 살펴본다.



이 중, 서양서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이븐 할둔의 <역사서설>이 낯선데, 원전은 규모면에서도 방대해서,  <성찰의 책>이라 불리는 7권짜리 31부작 역사서다. 국내에는 영어으로 된 영역 축약본<역사서설>과 원전 번역의 무깟디야 1, 2권(소명출판) 두 권이 나와있다. 서양에서는 20세기 중반에서야 알려진 이 책은 14세기에 집필된 책이다.  어떤 분야의 역사를 접해도 서양사에서는 중세의 약 1천여년이 마치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뭉텅이로 빠져있는데, 14세기라는 캄캄한 암흑만 연상되는 시대적 기록이라는 점에서 이상한 경외감도 생긴다. 여기서 저자는 14세기 이슬람 문명은 중국 문명과 만난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윤리 규범을 만들어 냈음을 주목한다. 


14세기 이슬람 문명과 중국 문명은 만나지 않았다.언어 문화 종교 정치 체계가 완전히 달랐다 그런데도 국가권력의 존재 의미 군주와 백성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해서 거의 동일한 윤리 규범을 만들어냈다. (p113)


작가 유시민이 소개하는 역사서들은 여기 저기서 이름을 많이 들어본, 그러니까 살아 있을 때 언젠가는 한 번쯤 원전을 읽어보고자 하는 소망을 품어볼 듯한 아주 유명한 역사서들이다. 어떤 건 2500년 되었고, 그에 비해 어떤 건 갓 출간된 신간에 해당하는 2~3년 전 혜성같이 나타난 책이다. 인류 문명은 시간과 공간의 어디쯤에서 한번씩 역사가의 시선에 잡혀 텍스트로 변환되었고, 우리는 살아남은 역사가의 눈을 통해 역사를 본다. 이 들 중 어떤 역사가(랑케)는 사실만을 기록하는 것이 역사가의 일이라고 한다. 유시민이 랑케를 이 책에 소개한 것은 랑케의 주장과는 달리 역사가의 일은 사실만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며, 역사가의 시각을 남기는 것이라는 걸 반면교사를 통해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팩트를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기록하였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는 망각의 철칙이 지배하는 시간의 왕국에서 팩트는 상상의 영역에 조금씩 먹혀버린다. 어떤 기록이라 하더라도 그 기록 속의 팩트와 팩트 속에서는 시대와 공간이 부여하는, 당연해서 기록에 빠진, 생략된 디테일이 있기 마련이다. 넘쳐나는 팩트들과 조화롭게 하나되어 온 배경과 디테일은 시간과 공간 이동을 하면서 다른 맥락 속에 놓이게 된다. 역사가는 이것들을 당대의 독자가 이해하는 시점에서 현대의 가치관과 배경 속에 배열하여 새로운 맥락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통합을 시도하는 것이다.


많은 역사책을 다 읽으면 좋겠으나 역사가와 역사학자이거나 역사에 푹 빠진 독자가 아닌 맥락 파악이 어려운 고전 역사서들을 두루두루 섭렵하기란 쉽지 않다. 시간도 이해 능력도 좋은 역사서를 고르고 읽고 해석하는 안목도 모든 것에서 부족함을 느끼는데, 유시민의 이 책은 나같은 비전공자와 역사에 대한 지식이 풍부하지 못한 일반인이 그 대상이다.  이 책을 통해 유시민은 역사가의 역할을 탐구한다. ‘역사는 사실 넘어  문학적 상상력과 역사가의 해석이 결합된 컨텐츠’라고 하는 것이 여러 역사서들을 탐구하면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모든 역사는 현대사 contemporary history 라고 선언한 크로체를 인용하며 ‘역사란 본질적으로 현대의 눈으로 현재의 문제에 비추어 과거를 바라보는 것’,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 (역사란 무엇인가 36쪽 이 책 232 재인용) 에서 더욱 뚜렷이 역사란 현재를 해석하는 하나의 방법임을 동의하게 된다.











역사가는 과거 사실의 일부만 알 뿐이며, 기록한 사람이 알았고 중요하다고 여긴 일부 사실만 보여준다.. 역사적 사실은 평가와 해석이라는 주관적 요소의 세례를 받고서야 무언가 말할 수 있다 (p231 요약)


망각의 철칙이 지배하는 시간을 왕국에서 장수의 축복을 누리는 쪽은 역사학자가 아니라 역사가였다 불공평 하지만 어쩔 수 없다 219


역사가도 사회적 현상이며 자신이 속한 사회의 산물인 동시에 그 사회를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대변한다. 역사가는 이런 자격으로 역사적 과거의 사실을 연구한다  역사란 무엇인가 57


그러니 역사를 연구하려면 먼저 역사가를 연구하라 역사를 연구하기 전에 그 역사가 살았던 역사적 사회적 환경을 살펴보라 역사란 무엇인가 71


인류가 추구하는 구체적인 목표는 역사 외부에 있는게 아니라 역사의 과정에서 생겨난다. 나는 인간이 완전하다거나 지상천국이 오리라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도전하고 성취해 냄으로써 만 그 정체를 밝히고 타당성을 증명할 수 있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진보, 우리가 상상할 수 있거나 상상할 필요가 있는 한계에 굴복하지 않는 진보일 가능성에 나는 찬성한다. 그러한 진보의 개념이 없이 어떻게 사회가 생존할 수 있겠는가 역사란 무엇인가 179쪽


 이중 주차의 안쪽에 유배되어 있는 오래된 토인비에 대한 내용을 보니 반가왔다. 한발 더 나아가 ‘사실을 토대로 문명의 흥망성쇠를 지배하는 일반 법칙을 찾아 흥미로운 드라마를 만드는 방식으로 문맥의 역사를 서술했다(p257)’고 한다.  그는 역사를 하나의 창작의 영역으로 보았다.










사실의 선택 배열 표현 그 자체가 창작의 영역에 속하는 작업이다. (역사의 연구 토인비 70~71쪽, 재인용).


내가 살아간 시대의 무엇이 역사에 남을까. 촛불을 들던 아이는 역사서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아이 개인의 이름과 사진 아무 기록도 남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촛불을 들던 작디 작은 마음들은 합쳐져서 힘이 되고 역사 속에 스몄다. 역사를 움직였음을 동력, 아이가 커서 훗날 자신의 이름과 얼굴은 역사속에 나오지 않지만, 후퇴하고 있던 민주주의가 방향을 틀던 작은 순간 속에 자신이 있었던 기억을 간직할 것이다. 


명복을 빈다.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했던 이미지가 그토록 비극적인 마감으로 충격을 던질 줄 누가 알았을까. 나라를 거덜내고 양민을 학살했던 인간들은 대대손손 천수를 누릴 듯이 당당한데..훗날 역사는 무엇을 말할까. 다만 그가 추구했던 정의의 가치가 역사 속에서 사라지지 않고 빛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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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07-28 16: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 두 번 읽었네요 전 CREBBP님이 역사전공자인줄 알았습니다 ㅎ

CREBBP 2018-07-28 16:46   좋아요 1 | URL
과찬이시지만 날아갈듯 기쁩니다. 댓글 정말 감사드려요.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현대 스페이스 오페라의 양대산맥 중 하나라고 한다. 30세기의 우주. 지구인들은 자연계의 웜홀로 다른 항성계로 이동하는 방법을 발견했고 제국을 건설한다. 각 항성들은 고유의 문화와 정치 체계와 제도를 가지고 있다. 그 중 바라야 행성은 한동안 웜홀이 막혀 수백년간의 고립시대를 경험했고, 그에 따라 뿌리깊은 남여차별 사상과 (다른 행성에서 볼 때) 야만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씨앗을 뿌리는 사람들에서 연대기 순으로 출간된 세트 상품을 구매했는데, 나중에 2권이 더 나와서 국내 출간은 총 10권이다. <명예의 조각들>은 나중에 나왔지만 연대기순으로 먼저다. 주인공 마일즈가 태어나기 전 부모 세대가 적국의 포로로 만나는 로맨스가 미지의 행성에서 펼쳐진다. 시리즈의 주인공이 탄생 전이라는 사실과, 방대한 세계관과 익숙지 찮은 상태에서 처음 만나기에 낯설 수 있다는 편견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강한 1편과 그 뒤에 계속해서 읽게 만드는 편편이 완결되고 새로운 이야기의 바다다. 첫 편을 읽고 너무 재밌어서, 이걸 한번에 다 읽어없애면 아까울 것 같아 하나씩 생각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현재 <마일즈의 유혹>까지 읽었으니, 세트 구성 상품 중 5권 읽고 3권 남아 모두 다 읽기도 전에 뭔가 아쉽다. 각각이 보르코시건 사가라는 전체 시리즈의 한 편이긴 하지만 매 편이 전혀 새로운 주제와 소재, 배경을 가진 독립적인 이야기로 펼쳐지고 완결된 구조를 갖기에 어느 걸 먼저 읽어도 상관없고, 하나만 읽어도 괜찮다.



연대기적인 이야기는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한 초반부가  길고 지루해지기 쉬운데, 이 시리즈는 첫편부터 재밌다. 부졸드 여사가 창조한 세계관이라는 게 매 편마다 필요한 만큼만 조금씩 드러나는 데다가, 각 편에서 추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독립적으로 다시 설명하고 있다. 제3행성에서 적 행성의 포로와 적군으로 만난 남녀가 신비한 행성의 황량한 벌판에서 포로를 연행하며 대화하는 중 서서히 빠져드는 로맨스도 기가막히게 멋지지만, 반역과 배반 등의 스릴러적 요소가 복합되면서 아슬아슬한 사랑이 드디어 결실을 맺는 서로 다른 행성의 남녀의 사랑이야기는 마일즈의 탄생 설화가 된다. 








두 사람의 행복한 결말은 2편 <바라야 내전>으로 이어진다.  민주적인 베타 행성의 과학자가 야만적인 바라야 행성의 보르코시건 백작에게 시집와서 겪는 자잘한 일화와 갈등으로 시작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어린 황태자의 섭정으로 제국의 1인자가 된 보르코시건 백작은, 베타 여인인 코델리아 네이스미스의 의견을 존중하여, 점차 바라야에 민주적이고도 공평한 제도적 포석을 놓는다. 그럼에도 귀족 사회의 면모에 암투의 양상까지 그대로 간직한 바라야에서 황제 자리를 탐하는 모반 사건이 일어나고, 보르코시건 백작은 이를 진압하지만 이 과정에서 코델리아의 태아가 크게 손상을 받는다. 태아는 인공자궁에 옮겨지고 가까스로 목숨을 건지기는 하지만, 뼈가 잘 부러지고 키가 150정도로 아주 작은 치명적인 결함을 가지고 태어난다. 바라야는 장애를 지닌 인간을 터부시하는 터라, 태어나기 전부터 친할아버지에게서까지 생명의 위협을 받는다. 






가까스로 태어난 마일즈는 어린시절이 생략되고 사관학교 시험을 앞둔 건장하...지 못한 부러지기 쉬운 뼈와 작은 키를 지닌 명문가 출신의 소년이다. 여러 면에서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티리온을 연상시킨닫. 명석한 두뇌와 결함있는 신체 조건, 출신 성분의 우월성과 든든한 뒷배경으로 열등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지닌 아주 복합적인 캐릭터가 그렇다.  보르코시건 시리즈에 중독되게 만드는 사랑스런 캐릭터로 자리매김한다. 신체 조건 때문에 사관학교 시험에 떨어지고 뭘 해서 먹고살까 하고 장래를 고민하다가 베타행성에 가서 사고치는 이야기다. 사고도 이만저만한 사고가 아니라 메가톤급이다. 군사학교 입학에도 실패할 만큼 신체적 약점을 가진 마일즈가 사고를 쳐봤자 얼마나 칠 수 있을까. 위기가 닥치고 엄청난 거짓과 요행으로 가까스로 벗어나지만 그 대가로 뭔가 훨씬 거대한 걸 손에 넣게 되고 그것이 더욱 더 큰 위기를 초래하고,  그 위기를 계략으로 극복하면, 먼저 번 위기보다 더욱 큰 쓰나미급의 위기로 변하고, 이런 패턴이 내내 계속된다.  개인적으로는 5개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2편의 바라야 내전과 4편의 보르게임이 네뷸러상과 휴고상등의 큼직한 SF 상을 받은 것에 비해 수상 내역은 없다. 



아버지의 섭정의 시대가 끝나고 황제의 시대가 열렸지만, 마일즈와 함께 자란 그레고르 황제는 마일즈와 불알친구다. 3편에서 사관 학교 입학에 떨어지지만, 후에 공헌을 세운 덕에 입학하게 된 마일즈가, 결국 우주에 나가서 쓰나미급의 사고를 치고 다니는 내용으로 전사 견습보다 훨씬 많이 성장한 마일즈의 모습이 비쳐진다. 생각없이 친 사고와 신속한 판단력, 우연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전과였다면, 보르게임에서는 보다 마일즈의 두뇌가 빛을 발하면서 동시에, 외교 수행중, 숙소에서 빠져나왔다가 우주 미아가 될뻔한 그레고르와의 만남으로 덤앤더머같은 한쌍이 되어 사고를 치고 다닌다. 마일즈는 자기 자신도 구해야 하고, 그레고르 황제도 구해야 하고, 또한 바라야도 구해야 하는, 아무도 부과하지 않은, 스스로 부과한, 멀티 미션이 머리속에 있는데 우주 감옥에 황제와 나란히 갇혀있다. 게다가 치명적인 독거미 같은 미인은 우주를 차지하기 위해 둘을 옥죄어 온다. 결론은 해피앤딩.





다른 책과 비교할 때 <마일즈의 유혹>이 다른 점이 있다면 전투씬이 없다는 점이다. 대신 전편에서 계속해서 언급했던 세타간다 제국 행성의 문화와 제도를 경험하고 있는 마일즈의 시각에서 이 새로운 문명이 흥미롭게 소개된다. 유전자 풀의 제어권을 가진 호트 귀족과 배우자, 전투력을 가진 겜 귀족 이 두 지배 계급이 지배하는 세타간다는 여러개의 행성을 한 명의 호트 황제가 지배하고 있는데, 황태후의 장례식을 위해 여러 다른 행성에서 초대되었고, 마일즈와 그의 사촌 이반이 장례식에 왔다. 엄청나게 큰 규모로 한달여간 지속되는 장례식에서 뜻하지 않은 사건이 일어나고, 호트 귀족의 여인들과 문제가 얽히게 되는데, 참으로 흥미로운 게 호트 귀족에 대한 묘사다. 겜 귀족도 마찬가지지만 그들은 유전자 조작으로 태어난 맞춤형 인간들로, 자연 임신과 자연 분만으로 태어난 인간을 '생물'로 지칭하며 우리가 동물(?)한테 그러듯 생물취급한다. 우리가 생물인건 맞는데, 막상 선택된 게놈에 인공적으로 편입된 유전자들과의 결합으로 태어는 그들이 인간을 그렇게 부르는 건 뭔가 억울하다. 하지만 그런 유전자조작 여인들의 완벽한 미는 마치 일생에 한 번 누구나 걸리는 질병처럼 치명적이다. 여기서 마일즈는 이상한 일에 휘말려 탐정행세를 하게 되는데, 이런 쓸데없는 짓을 하고 다니는 이유는 자신도 잘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시 바라야 제국을 구하는 일이 되었고, 과정적으로는 열등감과 치명적 유혹 때문인 듯하다. 



각 권 리뷰에 자세한 내용과 감상을 올리도록 하고(그러려고 했는데, 각권 소개가 너무 길어져서 올릴 지 말지는 아직 미결정.

세트에 속한 아직 읽지 못한 책 세 권과, 세트 상품 구성 이후에 나타나서 억울한 2 권의 내용이 궁금하면서도 기대가 크다. 


















없는 것
















수상 내역을 보면 (나무 위키 참조 ) 바라야 내전 1992년 휴고상 수상, 보르게임(The Vor Game) - 91년 휴고상 수상, 마일즈의 유혹(Cetaganda)- 97년 로커스상 후보, 무한의 경계(중편집) 내 The Mountains of Mouring은 1990년에 네뷸라, 휴고상 수상 미러 댄스(Mirror Dance) - 1995년 휴고상 및 로커스상 수상작이다. 



세트 상품은 이렇게 생겼지만, 실물은 없고 이북으로 구매했다. 표지도 예뻐서 공간이 넉넉한 분들은 실물을 디스플레이하는 느낌도 좋을 듯하다. 






국내 미출간 도서도 골라봤다. 


국내 미출간(1987)  1989년 네뷸라상 수상














(1998)
































출간순(출처 : 나무위키, 보르코시건 시리즈 항목)

1. 명예의 조각들(Shards of Honor) - 1986년 6월
2. 전사 견습(The Warrior's Apprentice) - 1986년 8월
3. 남자의 나라 아토스(Ethan of Athos) - 1986년 12월
4. Falling Free - 1987년 12월
5. 전장의 형제들(Brothers in Arms) - 1989년 1월
6. 슬픔의 산맥(The Mountains of Mourning) - 1989년 5월
7. 미궁(Labyrinth) - 1989년 8월
8. 무한의 경계(The Border of Infinity) - 1989년 10월
9. 보르 게임(The Vor Game) - 1990년 9월
10. 바라야 내전(Barrayar) - 1991년
11. 미러 댄스(Mirror Dance) - 1994년
12. 마일즈의 유혹(Cetaganda) - 1995년
13. 메모리(Memory) - 1996년
14. Komarr - 1998년
15. Civil Campaign - 1999년
16. Diplomatic Immunity - 2002년
17. Winterfair Gifts - 2004년
18. Cryoburn - 2010년
19. Captain Vorpatril's Alliance - 2012년 
20. Gentleman Jole and the Red Queen -201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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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영어로 의사를 전달할 때가 있는데, 한글이야 쓰고나서 대략 뭐가 비문인지, 뭐가 아주 틀려먹은 문장인지는 대충 알 수 있어도, 영문은 그렇지 못하다. 심혈을 기울여 쓰고 나서도 이게 제대로 된 건지도 잘 모르겠다. 어릴 때 배운 문법 규칙이 아직 머리속에 남아있을 리도 없고, 그냥 대충 쓰면 망신이고 잘 쓰려면 맘대로 안된다. 널리고 널린게 영문 문법 책이고 writing 책인데 뭐 이런 책까지 리뷰를 쓰나 싶어 정리한 내용을 공유한다. 






이 책과 동시에 읽은 책이 김정선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인데, 그책에도 쓸데없이 중언부언하지 말고, 습관적으로 중복으로 덧붙이는 말들을 조심하라는 거였는데, 그 말에 엄청 찔려, 아 이게 영문 번역문들이 많이 돌아다녀서 그런거야 라고 했던 생각을 취소한다. 영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도 그렇고 김정선 책에서도 그렇고 가장 여러번 강조하는 게, 습관적으로 있어보이는 줄 알고 쓰는 말들에서 쓸데없는 말들을 걷어내라는 것이다. 적의를 보이는 것들 에서 ~적, 의, ~것에 해당하는 영문 표현들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이런 거다. 완전 김정선의 책에서 예로 보인 문장들과 맥락이 거의 같다.





The question as to whether → whether(the question whether)         

there is no doubt but that → no doubt(doubtless)         

used for fuel purposes → used for fuel         

he is a man who → he         

in a hasty manner → hastily         

this is a subject which → this subject         

his story is a strange one. → His story is strange.


‘the fact that’ 제거               

Owing to the fact that → since(because)         

in spite of the fact that → though(although)         

call your attention to the fact that → remind you(notify you)         

I was unaware of the fact that → I was unaware that(did not know)         

the fact that he had not succeeded → his failure         

the fact that I had arrived → my arrival


이 밖에도 능동형으로 써라, 얼버무리지 말고 명확하게 표현하라, 부정형을 쓰지 말고 긍정형을 써라. 직접 행동하는 동사를 써라 <내 문장이.. >와 유사한 내용이 많다. 다시 말해 글쓰기의 진리라는 건 유니버셜하다는 거다.(이 문장도 틀렸다. 글쓰기의 진리는 유니버셜하다 라고 써야!).


사실 내용은 별로 많지가 않다. 24개의 규칙이 있고, 해당 규칙은 아주 짧게 설명되고 규칙별로 1~2페이지에 걸쳐 예문이 있다. 그 예문의 한글 번역이 있고, 맨 뒤에는 텍스트 자체의 원문이 실렸다.그러므로 예문은 중복되어 실려있고, 페이지 자체도 많지 않지만, 문장 규칙의 핵심이랄 만한 중요한 내용이다. 원래 초판 '명확한 영어문체의 기본'은 영작문의 바이블이었고, 이 책은 초판의 개정증보판으로, 오래전 쓰여진 문장을 현대 영어의 흐름에 맞는 예시문과 올바른 글씨기의 방법 등을 보완하여 제시했다고 서문에 나온다.


관계대명사의 한정적 용법이니 계속적 용법이니 지긋지긋한 규칙 용어가 살짝 살짝 나오는게 불만이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그런 규칙을 예 하나로 뜨악, 이게 그소리였구나 하고 이해할만한 텍스트도 많다. 나중에 참고하려고 정리한 내용은 이렇다.


and는 가장 모호한 연결어(접속사, 관계사 등)다. and는 두 문장 사이의 관계를 정의하지 않는다. 아래 두 문장 사이의 관계는 원인과 결과다.               


The early records of the city have disappeared, and the story of its first years can no longer be reconstructed. =>As the early,  the story

=>Owing to the disappearance of the early records of the city, the story… (종속절로 대체)


The situation is perilous, but there is still one chance of escape.     ⇒ Although the situation, there => In this perilous situation, there is...


so 구어체 표현이므로 고친다. 고치는 간단한 바법은 so로 시작되는 표현을 생략하고 첫 번째 절as나 since로 시작한다.

I had never been in the place before; so I had difficulty in finding my way about.         

=> As I had never been in the place before, I had difficulty in finding my way about.


5. 두 개의 독립절은 쉼표로 연결하지 않는다(세미콜론을 활용)

The presidential nominee visited my town yesterday; no one was particularly excited.


7. 분사구문으로 시작되는 문장에서 분사구문의 의미상 주어는 문장의 주어와 같아야 한다.이 규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터무니없는 문장을 쓰게 된다.


주어가 다르다면, 위의 문장과 같이 각각의 문장의 주어를 반드시 써야 한다. 주어를 써주는 경우 문법적으로 일치시킨다.


Having cleaned the oven, the kitchen looked brand new. (X)     => The kitchen looked brand new after Mike cleaned the oven. (O)

Their years of training forgotten, the employee left the company without hesitation. (X)        =>  His years


Young and inexperienced, the task seemed easy to me.  ⇒ Young and inexperienced, I thought the task easy.    (어리고 경험이 부족했기에, 나는 그 일을 쉽게 생각했다.)


8. 문장의 균형을 맞춰라. 주어는 되도록 “짧게”


Knowing that the new governor is a prejudice man is disturbing.(얼큰이)   → It is disturbing to know that the new governor is a prejudice man.


9.능동 문장을 사용한다.

한 문장에서 수동태를 이중으로 사용하는 것을 피한다.  

Gold was not allowed to be exported.   → It was forbidden to export gold(The export of gold was prohibited).         

흔한 실수는 전체 사건을 표현하는 명사를 수동태를 구성하면서 주어로 이용하는 것. 문장을 완성하는 역할 이외에는 동사가 아무 기능도 못하도록 남겨두는 것


A survey of this region was made in 1900.   → This region was surveyed in 1900.


“there is”나 “could be heard”처럼 형식적인 표현 대신, 동사를 능동형으로 대체함으로써 생생하고 단호하게 만들 수 있다.


There were a great number of dead leaves lying on the ground→ Dead leaves covered the ground.


The reason that he left college was that his health became impaired.  → Falling health compelled him to leave college. (이런 거는 뜻대로 잘 안될 거 같긴 하다.)


10. 동사구문보다는 명사구문이 글의 간결성에 있어 중요하다.

다양한 수식어들의 조합과 단어들을 나열함으로써 문장을 길게 만드는 것이 수준 높은 문장으로 착각. 좋은 문장이란 길게 쓸 수 있는 문장을 짧게 쓰는 데 있다. 글을 간결하고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동사구 중심의 문장이 훨씬 설득력과 호소력을 가질 수 있다.


We made an effort to arrive promptly at the meeting.         

→ We tried to arrive promptly at the meeting.


The train will begin to depart shortly after all passengers have been seated.  

→ The train will depart shortly after all passengers have been seated.(내 문장이 이상한가요에서 지적한 상황과 같음)


11. 서술은 긍정형으로 쓴다. 얼버무리지 않습니다.

An increase in income tax will not improve the incentives of the unemployed to find work.  (부정적 표현)        → A decrease in income tax will improve the incentives of the unemployed to find work.(긍정적 표현)


not honest → dishonest         

not important  → trifling         

did not remember → forgot         

did not pay any attention to → ignored         

did not have much confidence in  → distrusted



부정과 긍정의 대조는 강조의 효과가 있다.                   

Not charity, but simple justice.         

Not that I loved Caesar less, but Rome the more.   


12. 불필요한 단어 및 표현의 군더더기를 생략한다(동어반복 및 동일한 의미의 중복문장을 피한다) 대명사 one, 대동사, 조동사, be 동사 활용

People have their strong points as well as their weak points. => weak ones.

He earns more money in a day than I earn in a week.=> do in a week

Grace has a better chance of entering the competition than Sharon does (have) because she is more qualified than Sharon is (quailed).


하나의 복잡한 생각을 여러 문장으로 나열하여 나타내거나, 하나로 묶으면 유리할지도 모르는 문장을 여러 주절로 나타내는 경우를 피해라


Macbeth was very ambitious. This led him to wish to become king of Scotland. The witches told him that this wish of his would come true. The king of Scotland at this time was Duncan. Encouraged by his wife, Macbeth murdered Duncan. He was thus enabled to succeed Duncan as king.(51 단어)    

→ Encouraged by his wife, Macbeth achieved his ambition and realized the prediction of the witches by murdering Duncan and becoming king of Scotland in his place.(26 단어)        

(이렇게 고칠 수 있으려면 내공이 필요겠지만.. )

18. (두번째 절이 관계사나 접속사로 이루어진 등위절 문장 같은) 장황한 문장을 연속해서 쓰는 것을 피한다    글쓰기 연습이 되지 않은 사람들이 전체 단락을 이와 같은 유형으로 구성하고, 접속사 and, but, so 등을 빈번하게 사용하며 접속사보다는 빈번하지 않지만 who, which, when, where, while을 자주 쓴다.


19. 대등한 생각은 유사한 형태로 정리해서 표현한다

20. 관련된 단어들은 가까이 모은다

주어와 동사는 최대한 가깝게. 주어와 동사를 떨어뜨리는 구와 절은 문장 맨 앞으로 옮길 수가 있다.

Wordsworth, in the fifth book of The Excursion, gives a minute description of this church.         → In the fifth book of The Excursion, Wordsworth gives a minute description of this church.


Cast iron, when treated in a Bessemer converter, is changed into steel.         

By treatment in a Bessemer converter, cast iron is changed into steel.


관계대명사는 대체로 그 선행사 뒤에 바로.    (이게 실전에서는 좀 어렵다.)               

There was a look in his eye that boded mischief.

→ In his eye was a look that boded mischief.


He wrote three articles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which were published in Harper's Magazine.         

→ He published in Harper's Magazine three articles about his adventures in Sp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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