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 - The Lives Of Oth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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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이 추천해 줘서 메모만 해 놨다가 3번으로 나누어서 본 영화다~  아, 근데, 더 말할 필요가 없을 만큼 잘 만든 영화다! 개인적으로 세바스티안 코취를 좋아해서 더 재밌게 봤는지도..

영화는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냉혈안보국도청 직원 비즐러(울리히 뮤흐)가 드라이만(세바스티안 코취)의 부부를 도청하면서 인간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어떤 것인지를 깨닫게 된다는 내용. 주인공이 부부를 도청하면서 그의 변화 과정이 아주 미세하게 진행되는데, 이 과정을 보는 것도 꽤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역을 한 배우의 연기가 압권이었다!)

다른 하나는 독일의 유명한 극작각 예르스카가 자살한 이후 드라이만이 쓴 원고가 동독 사회주의의 실상을  여실히 고발하고 있다는 사실. 동독의 통제된 사회를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암울한 동독 사회의 실체는 예르스카가 자살한 이후 드라이만의 원고가 공표되는 장면에서다. 영화 후반부의 키포인트이다.

유사이래 사회주의와 유사한 체제는 한 번도 없었다.
정부는 모든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하고 있다.
일인당 평균 매년 2.3 켤레의 신발을 사고 3.2권의 책을 읽는다.
매년 6743명의 학생들이 올A로 졸업한다.
하지만 공개되지 않는 단 하나의 통계가 있다.
그건 아마도 자연사로 합산되어 발표될 것이다.
국가안보부에 전화를 걸어 물어보라.
서독과 비교하여 얼마나 많은 용의자들이 자살을 했는지.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당신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적을 것이다.  이것이 모두 국가 안전을 위한 것이다.
그렇게 죽은 사람들 모두가 국가의 안전과 안녕을 위한 것이다.
동독은 1977년 이후로 자살자의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알다시피 자살은...이미 최선을 위한 것이다.
그들은 피 흘리지 않는, 열정이 없는 삶을 참지 못했기 때문이다.
죽음만이 그들에게 유일한 희망이었다.
9년 전, 자살통계를 중단한 후, 유럽에서 동독보다 사망률이 높은 나라는 단 하나, 헝가리이다.
우리는 모두 사회주의라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 사람들 중에서 가장 저명한 사람은 훌륭한 연출가 예르스카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자유’의 가치를 곱씹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동독 비밀경찰 비즐러가 드라이만의 집에 가서 훔쳐온 브레히트의 책을 읽고 있는 장면에서는 브레히트의 시가 그대로 가슴에 꽂히기도 했다.

초가을 9월의 하루하루는 파랗다

그들이 품고 키우는 사랑처럼
곧추선 어린 나무들은 하늘을 향한다 

우리들 위엔 청명한 하늘이 떠 있고
그 사이를 하얀 솜 같은

구름이 걸어다닌다

당신의 가슴 속에 믿음이 있다면
이것은 결코 당신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베르톨트 브레히트

무엇보다 이 영화가 감동적인 것은 냉혈인간 비즐러의 변화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비즐러는 드라이만 부부를 도청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서서히 변화해 간다. 그러다가 마지막 장면. 통일된 독일 사회. 초라한 비즐러가 서점에서 드라이만의 책을 사고 점원의 물음에 한 마디 한다. 그 한 마디가 감정의 홈런을 치면서 영화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비즐러의 한 마디는 영화의 수준을 두 차원 높였다는 게 주관적인 생각.

결론적으로, 사회주의라는 통제된 이데올로기와 개의의 자유라는 첨예하고도 무거운 주제를 빼어난 연출력으로 형상화한 영화라 촌평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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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07-21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귀여운 비즐러 아저씨. 이 영화 정말 최고입니다. 저도 무척 좋아하는 영화인데.

yamoo 2010-07-21 23:04   좋아요 0 | URL
아프님도 보셨군요! 정말 최고죠?^^ 이런 영화를 한 달에 한 편만 감상하면 좋겠습니당~ㅎㅎ 그러고보니 비즐러를 역기한 아저씨...귀엽게 생기긴 했습니다..하하~
 
팩토리 걸 - Factory Girl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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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나 밀러라는 배우를 이 영화를 통해 첨 봤다..

패션리더라는데...유명한 배우를 첨 접한 느낌은...이 여배우 얼굴이 천의 얼굴을 가졌다는 생각~ (첨 볼땐  디게 평범해 보였는데 보면 볼수록 이게 같은 배우인가 하는 매번의 낯설음을 경험해야 했다)

그리고 연기를 꽤 잘한다는 뭐, 그런거~

영화는 앤디 워홀의 전기를 봤으면, 알 만한 내용이다. (얼마전 끝난 앤디 워홀 전에도 앤디 워홀과 나란히 찍은 20대의 이디가 있다) 이디(시에나 밀러 역)가 앤디(가이 피어스 역)를 만나 신데렐라가 된다는 내용~ 영화는 짧은 생을 살다간 이디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에나 밀러가 주인공이었지만, 앤디 워홀을 연기한 가이 피어스에게 더 눈길이 갔던 영화다~

영화 종반부 쯤에, 이디가 앤디에게 "날봐~ 네가 날 망쳐놨어!"라고 한 처절한 대사는 자기가 선택한 삶의 부끄러운 고백일거라 생각한다~

실존 인물 쳐놓고 매우 비극적인 인물이지만, 뭐 그렇게 산 것도 자신의 선택이었으니 28세에 약물 중독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한 것도 예정된 일이 아니었을까.

삶 자체가 비극적인 여자~

이 영화를 보면서 내내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생각이 났다. 성(性)만 달랐지 이디는 곧 요조의 도플갱어였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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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성냥갑 1
움베르토 에코 지음, 김운찬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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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은 지금으로부터 약 15~20년 전 이탈리아 유력 주간지 '레스프레소'의 마지막 페이지를 장식하는 칼럼의 일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의 서론이 좀 길다. 이해할 수 없는 것도 있고, 전혀 모르는 것도 있다. 너무 이탈리아적이다. 각주가 없으면 이해하기 불가능하다. 책의 5분의 1은 각주다.

이탈리아 인명, 지명 사전 쯤 되는 이탈리아 상식사전. 하지만 일부 에세이들, 그러니까 책의 절반정도는 매우 의미심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 방송, 출판 그리고 시대에 대한 해박하고 날카로운 비판은 15년 이상의 시간적 차이를 갖는 오늘의 한국사회에서도 그대로 들어맞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나 문제의 근본은 같은 것 같다.

이 책은 칼럼집이다. 헌데, 신문과 잡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러 저러한 보무도 당당한 칼럼과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전혀 무겁지 않지만 비판의 신랄함은 문제의 정곡을 찌른다.

이 칼럼이 이탈리아에서 오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에코의 글쓰기 방식에 있다. 에코는 중요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와중에도 웃긴 말을 너무도 뻔뻔스럽게 잘도 한다.

심각하고 논쟁적인 사안(이 책의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여론조사에 대한 여론 조사' 등)에서도, 에코는 너무도 웃긴 상스런 욕을 고상하게, 또는 고상한 욕을 상스럽게 잘도 한다. 두꺼운 안경을 쓴 그 유명한 뚱뚱한 노 교수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걸 생각해보면,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다.

(얼마나 웃긴지는 읽어보면 알 수 있다. 에코의 글에 중독된 나는 적어도 배를 잡고 뒹굴 수밖에 없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에서 에코를 본 적이 꽤 있었는데, 근엄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하는 와중에도 갑자기 표정을 바꾸어 웃긴 말들을 마구 뱉어 낸다. 그의 풍채와 유명세를 생각해보면 정말 웃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상스럽게 빈정거리는 그 말이 문제의 핵심을 건드리는 비판이다! 얼마나 절묘한가? 내가 에코의 책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네르바 성냥갑>에 실린 에코의 글들은 아카데미즘과 저널리즘의 글쓰기를 허물어뜨린 칼럼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분량도 알맞다. 어떤 사건을 분석하고 비평하기에 너무 간략하지도 너무 산만하지도 않다. 2장의 분량(약 4페이지)은 에코적 비판능력을 발휘하기엔 충분한 분량이라 생각된다.

97년 <연어와 여행하는 방법>, 2002년 <바우돌리노> 이후 다시 에코의 글을 만나니 즐겁기 그지없다. 2권은 조금 있다 읽어야겠다. 너무 빨리 읽어버리면 아쉬울 거 같아서. 

 

현재, 대한민국에도 유용한 보편적 내용을 담고 있는 에세이 제목을 발췌해 본다. 각 타이틀만으로 그 내용을 유추해 볼 수 있을 정도로 에코 에세이 타이틀은 탁월하다.

장엄하고 발전적인 운명
문학과 예술의 이삭줍기
진실한 말들의 고귀한 거울
책에서 웹을 거쳐 하이퍼텍스트로
정보매체들에 대한 논쟁
어느 미친과학자가 나를 복제하기로 결정했다
우생학은 정확한 과학이 아니다.
무엇때문에 책은 우리의 삶을 연장시키는가
고전의 찬양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포스트모더니즘이란게 도대체 뭐야?
개념과 개념주의
프라이버시 교육하기
도시심리학에 관한 몇 가지 메모
잡담은 진지한 것이었다
참조한 책들과 읽어야할 책들
TV중계재판
여론 조사에 대한 여론조사
뉴스를 재활용하지 못하면서 뉴스를 제공하는 방법

[덧붙임]
에코와 동시대에 살면서 그의 재치넘치고 박학다식한 글을 읽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유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번역을 해준 이탈리아어 종사자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열린책들에서 에코 매니아를 위한 전집을 내고 있는 것이 더 없이 반갑다. 예전에는 새물결에서 에세이들을, 열린책들에서 소설들을 출간해서 니체 전집처럼 한 출판사에서 전집을 내 주길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가 실현 되어 기쁘기 그지 없다. 한 권 한 권 컬렉션 하는 재미가 솔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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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유로파 - Europa Euro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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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때의 전쟁 실화~

한 유태인 소년이 독일어와 러시아어 때문에 그 아비규환 속에서 살아남는다는 얘기~

재미 없을 줄 알았는데, 무지 재밌다~~

 100%의 장땡인 운을 타고난 한 소년의 삶을 따라가다보면 정말 사람의 운명이란 것을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무색할 정도~

 유태인이면서 독일 정예학교에 홀로 입학해서 순수게르만 혈통을 강조하는 심장부에 있었던 소년..

 비록 그가 유태인이라는 사실이 한 독일 병사와 독일 여자에 의해 발각되어 고백하게 되지만 기적처럼 비밀이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파란만장한 소년의 삶이 그려진다~ 

 
실화를 통해서 삶의 아이러니와 운명이라는 것을 되새겨 볼 수 있는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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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는 전쟁영화는 흔치 않은데 믿고 도전합니다^^

yamoo 2010-07-20 22:58   좋아요 0 | URL
이거 실화인데, 진짜 재밌습니다. 찾아 보면 재밌는 전쟁영화 꽤 있다는^^
 
시간 -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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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정말 처음 봤다..

김기덕 감독 예찬론자가 많던데....이 한 작품만 보고서도 이 감독의 역량이 얼마나 대단한지 절감했다...정말 재밌게 봤다. 보면서 많이도 웃었다.

하찮은 연애 영화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충분히 그저 그런 연애 영화로 볼 수 있는 것을 감독은 거기에다가 멋진 충격을 얹었다. 마지막의 그 기막힌 끝맺음이 더욱 많은 생각을 던져줬다.

용서받지 못한 자 이후 하정우의 매력 넘치는 연기를 다시 보니 즐거웠다. 역시 그는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연기가 웃음을 자아낸다.

성현아는 별로 좋아하지 않은 배우지만 이 작품에서 성현아 아닌 다른 여배우였다면 그런 우울한 연기를 잘 소화하지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하여간~
 

사랑이 지겨워지면 새로움을 찾아 성형을 하는게 요즘 추세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사랑의 정체성에 대해서 심각하게 물음을 던지는 가운데, 성형이 과연 사랑을 바꿀 수 있을지 덤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아무 생각 없이 보다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다. 하여간 내가 본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깊이 본 작품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아직 못 보신 분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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