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글로리 파트2를 하루만에 완결하고 그 다음날 주요 회차를 다시 돌려보기까지 했다. 회차를 보면서 그 다음 편을 위해 인정사정 없이 다음회를 눌러버렸다. 그리고 마지막 엔딩이 올라갈 때 박수를 쳐 주었다. 파트2 기대감이 높았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해서.


사실 더글로리 파트1은 출발이 늦었다. 다들 재밌다고 난리를 친 후에, '그렇게 재밌다고?! 그럼 어디 한 번 봐 볼까~'라는 생각에 1화를 본 때가 2월 초순이었다. 8화를 이틀만에 해치우면서 파트2를 기다렸는데, 사실 이 시간이 견디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대체재로서 재미있는 소설을 찾아 보았다. <제7의 십자가>는 기대만큼 재밌지 않았고, <가아프가 본 세상>은 2권으로 접어들면서 흥미가 반감되었다. 두 책 모두 읽기를 멈추고 찾아 든 책이 파트릭 모디아노의<한밤의 사고>.



예전에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를 읽고 매우 좋은 기억이 있어 펴 들었는데 일단은 성공이었다. 재밌게 읽어가는 와중에 영국으로 갈 그림 반입하고, 국내 전시 알아보고 그림 몇 점 그리니 3월10일이 되었다.




드디어 더글로리 파트2가 올라오는 날이 된 거다. 점심을 먹으면서 더글로리 파트2 정주행을 할 예정이라니, 팀원들 중 한 명이 한 회씩 올라올텐데 무슨 정주행이냐고 핀잔을 준다. 파트1이 어떻게 개봉했는지 몰라 그냥 그런 가 보다 하고...그냥 한 회만 일단 보자는 심정으로 오후 7시에 스타트를 했다.


근데 웬 걸~ 8회차가 모두 올라와 있는 거다. 알아보니 파트1도 8회차 전부 개봉이었고, 파트2도 마찬가지였다고. 어쨌거나 저쨌거나 멈출수 없이 16회를 끝내고 보니 새벽3시가 넘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다음날 파트2를 다시 돌려본 후 1화를 또 2번 보았는데, 초반부에 이미 여러 복선이 선명하게 깔려있었다. 특히 연진이 돈과 빽으로 사회적 약자들(소희, 동은, 경란)을 괴롭히는 게 아주 크게 부각됐고 죄책감이라고는 1도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는 9화에서도 여전히 동은에게 '나는 잘못한 게 없다'는 멘트를 날린다. 천연덕스럽게.


연진의 뚜렷한 이 평면적 캐릭터가 아주 반가웠던 건 배우자 하도영에게 버림받고 딸과 엄마에게까지 버림받으면서 교도소에 홀로 수감되어 수감자들을 위해 날씨 예보를 해주는 연진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이다 중 이런 사이다 복수는 없을 듯.


더군다나 연진은 손명오를 죽인 진범은 따로 있는 데 자기가 죽인 것으로 오인하고 있다. 그걸 끝까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교도소 수감 생활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거. 그게 연진 입장에서는 가장 고통스러울 듯하다. 9화에서까지 '그래 어디 해봐~'라는 연진의 도도한 입장이 겹쳐지면서 복수의 통쾌함은 배가 됐다.


물론 드라마의 티가 없었던 건 아니다. 주여정의 힘과 부에 기대어 그녀의 복수가 이루어져서 '복수의 순수성'에 손상을 입은 것이 많이 아쉬웠다. 특히 주여정과의 멜로 라인은 살짝 짜증이 올라왔지만 다른 조연들의 열연으로 인해 어느 정도 단점을 상쇄할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임지현(박연진역), 박성훈(전재훈역), 김히어라(이사라역), 차주영(최혜정역), 김건우(손명오역) 빌런 5인을 손에 꼽지만 개인적으로는 정성일(하도영역), 염혜란(강현남역), 안소요(김경란역) 등 3인이 매우 인상깊었다. 


특히 비중이 매우 미미한 역할 중 한 명이 김경란 역을 맡은 안소요인데, 파트1에서는 대사도 별로 없고 부각될 만한 신이 별로 없었지만 파트2에서는 손명오 사건의 숨은 공로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녀는 시종일관 어둡고 우울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흡사 실제 학폭을 당해서 트라우마가 있는 사람처럼 연기했다.


무엇보다 두 장면이 이 배우를 각인시키도록 했다. 원룸에 앉아서 양주명을 꺼내기 전에 흐느끼는 장면과 동은에게 SOS를 치고 자기 원룸에 찾아온 동은이 더이상 체육관에 서 있는 경란이 되지 말라고 말한 직후 오열하는 장면이다. 진짜 또 하나의 명품 배우를 찾은 느낌이었다. 적은 분량이지만 정말 안소요의 연기는 압권이었다. 그녀는 정말 상처입은 사람처럼 보였다.


캐릭터, 플롯, 음악 등 어느 것 하나 빠지는 것 없는 작품이다. 오징어 게임 이후 이렇게 숨막히게 재밌는 드라마는 처음이었다. 내게 정주행이라는 걸 처음 경험하게 해 준 미드가 <24시>였다. 그 후 미드 <24>를 넘어서는 흡입력을 제공한 드라마는 <오징어게임>이 유일했는데, 이제 <더글로리>도 추가됐다.


학교폭력 문제는 이미 사회의 큰 문제가 되어 버렸고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다. 얼마 전 임영웅과 정순신 아들의 학폭 문제가 연일 언론에 오르내렸는데 이런 드라마가 제때 나왔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학폭 가해자는 소급하여 그게 언제가 됐던 철저히 조사하여 응징하는 문화가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 글로리> 총평 : 9.5/10



[덧] 

1. 드라마 주연인 송혜교의 연기 변신은 정말 놀라웠다. 이전에 멜로물에서만 보던 것과는 180도 다른 모습. 개인적으로 송혜교를 무척 싫어했지만 동은을 연기한 송혜교에게는 박수를 쳐주지 않을 수 없었다.

2. 동은의 학교시절을 열열한 정지소 배우. 만신창이가 되는 처절한 절망을 연기한 모습이 왜 그리도 아름다운지 모르겠다. 다른 역할로 나온 정지소 보다 동은으로 열연한 정지소가 가장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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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23-03-12 15: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시즌 1도 안봤는데, 볼까말까 고민하고 있는데, 야무님 페이퍼 보니 볼까 쪽으로 약간 솔깃하네요 ㅎㅎ

yamoo 2023-03-13 18:26   좋아요 1 | URL
강추드립니다! 학폭 가해자에 대한 응징이 왜 중요한지 아주 구체적으로 알 수 있지요. 무조건 보시길요!!ㅎ

공쟝쟝 2023-03-12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재밌었어요…. 멋있다!! 동은아!!! 🥲😆 상반기 최고 히어로물 ㅋㅋ

yamoo 2023-03-13 18:27   좋아요 2 | URL
넵~ 저도 넘넘 재밌게 봤습니다~~ㅎㅎ

stella.K 2023-03-12 18: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회차를 아예 다 까서 보여주는군요.
고거 마음에 드네요. 그만큼 자신 있다는 말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야무님이 이렇게 말씀하실 정도면 정말 좋다는 말인데
TV데서도 해 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컴에서 보는 건 익숙치 않아서 말이죠.ㅜ
근데 왠지 작가도 정점에 오른 건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송지나 모래시계 이후로 태왕사신긴가 뭐 하나하고 조용하잖아요.
뭐 나름 히트작을 많이 냈으니 더 보여줄게 있을 수도 있지만…ㅋ

yamoo 2023-03-13 18:28   좋아요 2 | URL
스텔라 님, 아직 이거 안보신듯합니다. 무조건 보시라고 강추드립니다!!
요즘 최대 화두인 학폭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주제인데...
너무 재밌어서 걍 시각이 순삭합니다~~ㅎ

감은빛 2023-03-12 2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저녁부터 새벽까지 다 봤어요. 전반적인 느낌은 확실히 잘 만든 드라마는 맞는데, 저는 세부적으로 좀 아쉬운 점들이 있었어요. 말씀하신대로 주여정의 부와 힘에 기댄 부분이 있고, 또 각 악역들이 무너지는 패턴이 좀 전형적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무엇보다 초등 교사로서 문동은이 한 일이 별로 없었다고 느껴지는 면도 아쉬웠구요. 현실에서는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판타지 라는 점이 제일 큰 매력이자 단점이 될 수도 있겠네요.

yamoo 2023-03-13 18:33   좋아요 0 | URL
감은빗 님두 다 보셨군요! 저도 잘 만든 드라마라는데 동의합니다만, 옥에 티는 있듯이 이 작품도 아쉬움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주여정에 기댄 점이 매우 큰 한계였고, 주여정과의 러브라인도 거슬렸습니다. 김은숙 작가의 작품을 몇 작품 봤는데, 항상 러브라인을 강조해서 이 작품 역시 러브라인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현실에서는 절대 이루어질 수 없는 판타지라는 거에 동감합니다. 법의 정비가 절실하고.. 이게 판타지로 다가올 수밖에 없는 문제의식을 다시 환기시켜주는.. 이 작품이 그 마중물이 됐으면 합니다.

transient-guest 2023-03-14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기의 학폭장면이나 중간중간 삽입된 회상씬의 학폭장면을 보는 건 스트레스가 심했지만 다 좋게 끝내자 라는 식의 결말이 아니라서 좋았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못함에 화가 나는 건 여전합니다만.

yamoo 2023-03-15 08:59   좋아요 1 | URL
학폭 씬은 1편이 압도적이었지요. 학폭 신을 보는 건 스트레스가 아니었지만 제겐 주여정과의 로맨스 라인이 스트레스였습니다.

물론 현실은 드라마처럼 복수가 안되지만 화두를 잘 던져 학폭에 대해서는 용서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있는 드라마였다고 생각합니다!ㅎㅎ

페크pek0501 2023-03-14 10: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디서나 더 글로리가 화제네요. 저도 다 보았지요. 8회차가 한꺼번에 올라와 있어서 쭉 이어서 볼 수 있는 건 큰 장점인 듯. 넷플릭스 시대가 오고 있는 중 같습니다.^^

yamoo 2023-03-15 09:00   좋아요 3 | URL
네...공개 3일만에 비영어권 1위에 올랐고, 다음 주가 되면 전체 1위도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ㅎ

넷플 시대는 이미 왔다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ㅎㅎ

얄라알라 2023-03-19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3월 책을 좀 덜 읽은 데, <더 글로리>가 한 몫(?) 했다싶을 정도로,저는 관련 컨텐츠까지 샅샅이 다 뒤져 봤어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yamoo 2023-03-20 09:32   좋아요 0 | URL
마저요. 글로리 보느라고 책 못읽었던 거...분명한 사실이에요..ㅎㅎ
저도 관련 영상 많이 찾아봤습니다..ㅎㅎ
요즘도 보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