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이런 적이 있을 것이다. 뭔가를 썼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 그 쓴 거를 다시 보고 감탄하면서, '와~~ 내가 이런 글도 썼었다니! 놀라운데~' 라는 말을 뱉어 낼때 말이다. 지금 다시 쓰라고 하면 쓸 수 없는 그런 감성이 묻어 나는, 뭐 그런 거 말이다.


그제 거실 베란다를 정리하다가 냉장고 위에 뭔가 쌓여 있는 종이들을 치우는 와중에 뭔가가 툭 하고 떨어졌다. 동그랗게 말려있는데, 펴 보니 그림이었다. 순간 '이 그림이 뭐지? 누가 이렇게 멋지게 그린 거지? 내가 이런 그림을 언제 샀더라?'라는 생각을 했는데, 갑자기 깜짝 놀라버렸다.


2024년 5월 어느날에 내가 마루바닥에서 그린 그림이었다! 약 1년 전에 그렸던 건데, 이걸 그냥 냉장고 위에 올려놓고 잊어버렸던 거다. 그림을 보니 당시 내가 남은 물감으로 하드보드지에 일필휘지로 그린 거다. 정말 눈깜짝할 사이에 그렸다! 


2절 크기의 사포를 샀는데, 단단한 종이 포장에 배송되어 왔다. 골판지 박스가 너무 탄탄하고 평평한 직사각형이라 버리기 아까워 남아있던 물감으로(판화 작업하다 남은 물감) 샤샥 뭔가를 보고 그렸긴한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고 약간 변형해서 그린 후 약간 허전해서 오렌지 굵은 세로 선을 그었더랬다.



(상상계적 환원으로서의 풍경, 골판지 박스에 아크릴 및 오일파스텔, 2절)


1년 후 다시 보니, 넘 멋진 거다. 이걸 내가 그렸다니. 갑자기 대견스러웠다. 이 그림을 그린 후 다시는 구상 계열의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그러니까 이 그림은 내가 마지막으로 그린 구상그림이다. 가족에게 보여주니, 어여 액자에 담으라고 성화다. 그래서 작년에 이케아에서 주문해서 남은 액자에 담아봤는데, 딱이다!


이게 내 마지막 구상화라고 했는데, 작년에 3호에서 8호 구상 그림을 40여 점 그렸다. 여기다 소개도 했다. 요즘 나는 콜라주를 주 작업으로 하고 있어 작년에 그렸던 구상 그림을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그림이 있었던 걸 진짜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 그림도 잘 활용해 봐야 겠다.


지난 주 까지 올해 개인전 할 그림 30여 점을 모두 그렸다. 콜라주 작품들이라 A3 크기 정도도 큰데, 40호 50호 작품을 만들어야 해서 넘 빡세게 작업해야 했다. 다행히 작업하고 나면 결과물이 보기 좋아서 나름 뿌듯해 하고 있다. 6.25.부터 일주일간 단체전이 예정되어 있고, 개인전은 8.10.~8.16.까지다. 나중에 팸플릿 나오면 또 알려드릴까한다.


어쨌거나 잊혀졌던 그림을 발견해서 너무 기쁘다!ㅎ




덧.

그저께, <우주 순양함 무적호>를 다 읽었다. 진짜 간만에 너무 재밌게 읽었던 소설

. 장르 소설이지만 생각할 지점이 명확하여 좋았다. SF 소설을 읽고 인간 존재에 대해 심도있게 생각해 보기는 참으로 오랜 만이다. 정말 좋은 소설이다. 정말 강력히 추천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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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5-05-28 08: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체전에 이어 개인전까지, 축하드립니다. 8월 전시 출품작이 벌써 다 준비되었다는 말씀이지요? 와…
그림 제목은 어떻게 붙이시는지도 궁금해요. 올려주신 그림의 먹빛과 오렌지색의 대비가 마치 빛과 어둠의 대비, 이승과 저승의 대비로도 보여요.

yamoo 2025-05-27 10:58   좋아요 0 | URL
네. 2월부터 그려서 저번주 까지 20호~50호 20점을 그렸어요. 10호는 15개 정도..10호 이하도 20점 정도여서 개인전 하는데는 무리가 없을 듯합니다. 아마도 개인전은 작품을 선별해서 전시를 할 듯합니다.

그림 타이틀 붙이는 게 좀 힘든 감이 있습니다. 주제를 잘 구현할 수 있는 타이틀을 붙여야하거든요. 제 구상작품 중 풍경화는 원근법을 무시한 현실의 공간이 아니기에 비구상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상상계적 환원으로서의 풍경‘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요.

흠...설명을 듣고 보니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요. 진짜 그림은 보는 사람마다 포인트가 다 있나 봅니다.^^

stella.K 2025-05-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전문가의 솜씬데요? 이걸 잊고 계시다니. 찾아보면 더 나오지 않을까요? ㅎ 암튼 덕분에 눈호강 했습니다. 근데 그림 파시기도 하시나요? 저 정도면 사겠다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화가들 자식 같은 작품 쉽지 않을 거 같아요.

yamoo 2025-05-27 15:47   좋아요 0 | URL
진짜 이걸 찾지도 않고 1년간 방치했다는 사실이 놀랍긴합니다. 액자한 거 찾다가 작년에 파스텔로 그린 그림 몇 개를 지난 달에 찾기도 했는데, 찾고 나니 알겠더이다. 그림을 언제 그렸고, 다시 봐도 지금은 그릴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

그림을 팔기도 하는데, 갤러리에서 안팔리나 봐요. 팔았다고 연락 온 적은 없고 대여만 몇 점 된 걸로 압니다. 지인 2명이 하도 팔라고 해서 2년 전에 3점 팔았습니다만...지인이라 그냥 물감값만 받고 팔았어요. 지인들에게 갤러리에서 파는 가격으로는 절대 못팝니다. 넘 비싸니까요..ㅎㅎ

감은빛 2025-05-28 21: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그림에 문외한인 제가 봐도 뭔가 멋진 느낌입니다.
저는 종종 예전에 제가 쓴 글들을 다시 읽고 ‘이 정도면 꽤 잘 썼다.‘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물론 그보다는 조금 더 많이 부끄러워 하기는 합니다.


yamoo 2025-05-29 10:30   좋아요 0 | URL
음....뭐랄까..그림은 호불호가 매우 심하게 갈려서 사람마다 좋아하는 그림이 다 다르죠. 저는 제가 그렸지만 맘에 안드는 건 과감히 물감으로 덮어 다시 그립니다. 근데 이 그림은 제가 봐서 만족스럽습니다..ㅎㅎ

물론 창피한 글도 있지만, 어떻게 내가 이런 걸 썼지...라는 생각이 드는 글도 있어서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