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경주 오늘은 시리즈
이종숙.박성호 지음 / 얘기꾼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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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경주』는 책 제목으로도 알 수 있듯이, 경주에 대한 여행서적이다. 경주는 우리나라 국민들이라면 한 두 번은 다녀왔을 도시다. 학창시절 수학여행의 단골 여행지니까 말이다(나 역시 중학교 시절 수학여행지는 경주였다. 곳곳을 다녔지만, 별로 기억에 남진 않지만). 이런 경주는 나에겐 특히 낯선 곳은 아니다. 내가 살아가거나 또는 살았던 공간이 아니면서도 제법 익숙한 곳 가운데 한 곳이 바로 경주다. 내가 살던 곳은 전라도 바닷가도시니, 서쪽 끝에서 동쪽 끝이긴 하지만, 그곳에 친척집이 있어 어린 시절부터 자주 왕래한 곳이기도 하며, 또한 익숙하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곳이라 그런지, 성인이 되어서도 제법 여러 차례 그곳을 여행한 기억이 있다.

 

그랬기에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다녀온 곳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다녀온 곳이지만 나와 다른 느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구나 싶기도 하다. 경주 구석구석 거의 모든 곳을 다녀왔다 생각했는데도 어, 이런 곳도 있었네 하는 새로운 곳을 발견하는 기쁨도 이 책을 통해 갖게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단지 옛 유적지만을 둘러보고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유적지 안에 담겨진 정신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하며, 그 정신이 오늘 우리에게서 어떻게 드러나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뿐 아니라, 역사 유적지 안에 담겨진 시대적 배경, 그 역사 속의 재미난 이야기들을 잘 풀어내기도 하기에, 때론 재미난 역사책을 보는 것처럼 흥미롭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의 관점이 편협하지 않음이 좋다. 역사란 것이 어쩔 수 없이 주로 가진 자들의 흔적이 투영될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역사 유물, 그 안을 들여다보며 끊임없이 낮은 자들을 향해 관심을 보임이 멋지다. 또한 그저 유적지의 돌덩이에 불과한 사물이지만, 그 사물 안에 담겨있을 사람의 삶에 관심을 기울임도 멋스럽다. 아울러 역사적 견해들 역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소개하고 있음도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많은 공부를 하였음을 알게 한다.

 

경주의 여러 곳을 다녀봤지만, 지금도 생각나는 곳 가운데 한 곳은 삼릉의 소나무 숲이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남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삼릉(어쩌면 남산에 오르며 만났던 풍광이기에 더욱 기억에 남을지도 모르겠지만). 그곳의 소나무 숲을 저자는 신령함과 괴기스러움이 혼재한 곳으로 소개하는데, 정말 그곳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왠지 모를 신령함과 또 한편으로는 스산하면서 몽환적인 느낌. 우리에게 익숙한 소나무 숲인데, 익숙하지 않은 느낌. 책을 읽으며, 그 당시 느꼈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기에 더욱 좋았다.

 

또한 저자 역시 아름다운 무덤으로 소개하는 봉황대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떠올려 봤다. 그곳을 저자는 조명등이 켜지는 밤에는 몽환적인 공간이라 소개한다.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꼭 밤에만 몽환적이지 않다. 한낮의 그곳 역시 몽환적이다. 커다란 무덤, 둥근 곡선을 뚫고 솟아난 오래된 나무들. 그 비현실적인 공간이 주민들에게는 그저 산책하는 일상의 공간이란 사실이 더욱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던 곳.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옛 유적이 현대의 삶 속에서 잘 조화를 이루어내는 모습이야말로 경주의 가장 큰 멋스러움이 아닐까 싶다. 저자는 그러한 풍광들도 잘 표현해 내고 있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여행엔 계획이 필요하다. 물론, 짜인 스케줄 데로만 되는 것이 여행은 아니고, 때론 길을 잃음이 여행의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획하고, 공부하고, 알고 본다면 더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역사 유적지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역사 유적지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공감되는 곳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경주 여행을 앞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옆에 끼고 구간구간을 훑어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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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리랜드 2 - 그림자들의 흥청망청파티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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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살의 나이로 처음 페어리랜드를 방문하여 온갖 진귀한 모험과 아찔한 경험,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던 셉템버는(1권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이제 13살이 된 셉템버는 다시 페어리랜드를 찾게 된다. 그런데 그토록 그리워하던 페어리랜드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모든 그림자가 사라져 버린 것. 지하 페어리랜드에서 지상 페어리랜드의 그림자들을 훔쳐간 것이다. 게다가 지하에서 그림자들이 흥청망청 파티를 하며, 마구 마법을 쓰기 때문에 지상에는 마법이 바닥났다. 이에 셉템버는 이번엔 지하 페어리랜드로 향한다. 잃어버린 그림자들을 되찾기 위해.

 

지하 페어리랜드로 내려가는 문을 지키는 시블을 통과하여 지하 페어리랜드에 도착한 셉템버는 그곳에서 그리워하던 친구인 엘의 그림자, 새터데이의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심지어 아버지의 그림자도 만난다). 이번엔 엘과 새터데이의 그림자들과 함께 하게 된 여행, 과연 이 여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셉템버는 그림자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페어리랜드 2권』인 「그림자들의 흥청망청 파티」에서도 셉템버는 온갖 환상적인 모험들을 하게 된다. 전기뱀장어 기차를 타기도 하고, 잠자는 왕자를 찾아 지하의 지하 그 아래 가장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번엔 엘과 새터데이의 그림자 뿐 아니라, 일행이 또 하나 늘어 나이트도도새인 오버진이 함께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셉템버를 돕는 또 하나의 공신으로는 우연히 얻어 입게 된 ‘주의 깊은 원피스’와 빨간 바람이 원 주인이었던 빨간색 외투의 도움도 받게 된다.

 

역시 『페어리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환상적인 모험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뛰어넘을만한 환상적 모험이 페어리랜드에는 가득하다. 페어리랜드에서는 모두가 생명을 얻는다. 심지어 외투와 모자, 그리고 바람까지.

 

아울러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스토리 위주의 판타지 소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 곳곳에는 작가가 들려주는 철학 내지 메시지가 가득하다. 어떤 메시지는 스토리 전체와 연관되기도 하지만, 또 스토리 자체에 많은 영향은 주지 않지만 깊은 철학적 사고를 전해주는 문장들이 책 안에는 가득하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빠져드는 것도 좋고, 또한 환상적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의미심장한 구절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것도 이 책이 전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심 메시지는 그림자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소설 속의 그림자는 또 하나의 인격과 실체적 형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림자는 그동안 몸체를 따라다니며, 그저 따라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이 된다. 그렇기에 선에 억눌린 악의 형상을 띠기도 하고, 반대로 악에 억눌린 선의 형상을 띠기도 한다. 물론, 이 둘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원 몸체와 반대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다들 어떻게 자아의 일부분을 숨기고 살 수 있는 건지 셉템버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아의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 용감하거나 무모하거나 생기발랄한 부분, 빈틈없거나 강력하거나 경이롭거나 아름다운 부분을 심장 깊숙이 숨겨 놓는 것일까. 세상이 두려워서, 아니면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는 게 두려워서, 아니면 용감하게 업적을 세우라는 기대를 받는 게 버거워서일까. 누군가 어둠 속에 숨겨 놓은 용감하고 무모하고 빈틈없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부분들. 그리고 가끔은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들에는 결국 기묘한 버섯이 자라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그림자의 성격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118-9쪽)

 

지하 페어리랜드에서 활개 치는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이를 통해 나의 그림자는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이 외에도 소설 속에는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참 많다. 그런 구절들을 찾아 적어보는 재미가 있는 독특한 판타지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았던 몇 구절을 아래에 적어본다.

 

책은 문이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책은 또 다른 장소, 또 다른 마음,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란 말이 있지.(215쪽)

 

이들은 셉템버의 친구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가끔 괴상하게 굴 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남이 되지는 않는다.(240쪽)

 

내가 장담하는데, 밝은 면이라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야. 어둠이 없이 밝기만 하면 꿈을 꿀 수가 없어. 제대로 쉬지도 못해. 달빛이 비추는 발코니에서 연인을 만날 수도 없지. 어둠이 없는 세상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어두운 면은 반드시 필요해. 어두운 면이 없다면 너의 절반이 없는 셈이니까.(293쪽)

 

우리 모두는 괴물이란다. 문제는 어떤 괴물이 되기로 결정하느냐지. 마을을 건설하는 괴물이 되느냐. 마을을 부수는 괴물이 되느냐.(3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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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의 부름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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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고 있는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 49번째 책인 『야성의 부름』을 만났다.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자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 등이 사진들과 함께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조금 참고해보면, 이 책은 잭 런던의 1903년 첫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의 경험이 상당부분 반영된 작품이라 한다.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잭 런던은 1897년 의붓 누나 부부와 함께 클론다이크 금광으로 황금을 찾아 갔지만, 빈털터리에 병까지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 『야성의 부름』 역시 이처럼 골드러시 행렬과 연관되어 있다.

 

『야성의 부름』은 벅이란 개의 이야기다. 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 벅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벅은 캘리포니아 넓은 농장 지대에 있는 밀리 판사 저택에서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던 개다. 벅은 그곳 저택에서 가장 대접받던 개였지만, 그런 벅은 어느 날 갑자기 정원사의 조수인 매뉴얼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팔려 나가게 된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저택의 보호 아래 살아가던 벅은 이제 냉혹한 힘의 세계 가운데 내동댕이쳐진다. 벅이 맞닥뜨린 북녘의 땅은 몽둥이와 송곳니가 법이 되는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안락하고 풍요로운 문명의 삶에서 원시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벅이 그 세상에 적응할뿐더러 모든 썰매 개들 위에 우뚝 서게 되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벅은 무엇보다 편안한 삶 속에 파묻혀 죽어 있던 개로서의 본능, 야성이 깨어나게 된다. 벅은 길들여진 삶이 아닌,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벅이 나아가는 그 여정이 대단히 흥미진진할뿐더러 때론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벅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 역시 나에게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길들여진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소설 속의 벅은 다른 개들과 달리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 능력도 대단하다. 뿐더러 상황판단을 하며, 자신을 억제하며 기다릴 줄도 알지만, 행동해야 할 순간 번개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야성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저 길들여지고 수긍하며 살아가기만 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안에 감춰진 참 야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벅을 가장 힘겹게 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은 찰스와 머세이디스 부부, 그리고 남동생 할의 모습이다(어쩌면 이들은 황금러시에서 실패한 저자와 의붓누이 부부를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자들이다. 황금을 찾아 나서긴 하지만, 썰매 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자신들의 여정은 어떠해야 하며, 짐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남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고집쟁이들, 바보들이다. 특히 남동생 할이 그렇고, 그 누이인 머세이디스 부인은 투정만 부릴 줄 아는 철부지 여인이며, 남편 찰스는 침묵하고 방관하는 자다. 이들은 특별히 악한 죄를 범하진 않는다(개들을 혹사하는 것 자체를 죄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개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삶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악을 행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왜? 준비되지 않은 자, 모르면서 고집만 부리는 자, 타인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투정만 부리는 자, 잘못을 보며 침묵하며 방관하는 자는 그 모습 그대로 악을 행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오늘 독자들에게 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벅은 자신을 구해주고,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준 손턴을 향해서는 한결같은 충의를 보여준다. 물론, 이런 손턴을 향한 충의와 야성의 부름 사이에서 벅은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그 충의를 버리지 않는다. 이 역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한 모습이겠다.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쉽게 신의를 버리고 배신을 일삼는 인간의 모습은 벅이라는 개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고, 헤픈 부끄러운 모습 아니냐는.

 

요즘 새롭게 창작되는 동화들만큼 기발한 발상이나, 재미난 구성은 어쩌면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고전이 갖고 있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잔잔한 듯싶으면서도 박진감 있고, 깊은 감동과 생각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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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군왕검과 고조선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 - 이야기로 풀어 쓴 재미있는 우리 역사
어린이독서연구원 엮음, 최승협 그림 / 세용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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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단군왕검과 고조선 그리고 그 이전의 역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물론 책 제목처럼 그 이전의 역사에 대해서도 조금은 설명하고 있네요. 이 책을 읽게 되면,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인 고조선에 대한 이야기들을 알게 되어 참 좋네요.

 

무엇보다 우리 민족을 ‘배달의 민족’이라 부르는데, 왜 하필 ‘배달’이란 말을 쓰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답니다. 뿐 아니라, 우리 민족의 뿌리가 인류 문명의 발상지인 4대문명보다 더 이전의 문명과 연결되어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된답니다. 바로 홍산 문명에 대해 이 책은 언급하고 있네요. 홍산 문명은 바로 고조선의 뿌리가 되는 문명으로 중국의 뿌리가 되는 황하 문명보다 약 1,000년 정도 앞선 문명이랍니다.

 

또한 그저 신화로 치부해버리기 쉬운 단군 할아버지의 이야기에 대해 역사로 접근하여 설명해주고 있답니다. 단군은 사실 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고조선의 왕들을 가리키는 명칭이었답니다. 그러니, 단군 할아버지 신화는 고조선이란 나라가 세워지게 된 이야기가 신화화 된 것이라 볼 수 있겠죠. 그저 신화로 말함으로 한낱 꾸며낸 이야기로 치부해 버릴 것이 아니라, 이처럼 역사로 접근 할 때, 우리의 자랑스러운 뿌리가 될 수 있죠. 종교도, 신화도 아닌 역사로 말입니다.

 

고조선의 여러 단군들에 대한 이야기 가운데는 우리 한글의 뿌리가 되는 가림토문에 대한 이야기도 있네요. 아울러 고조선이란 나라가 어떻게 왕권이 바뀌게 되고, 더 나아가 여러 나라들로 새롭게 재편성되는지에 대한 것도 잘 설명하고 있어, 아이들이 우리 역사의 뿌리를 알아가는 데 참 좋은 책이네요. 특히, 고조선에 대한 역사는 흔히 살짝 언급하고 끝나버리는데, 이처럼 고조선에 대한 역사만으로 하나의 책을 이루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어, 고조선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들을 전해 주고 있네요(물론 더 자세한 역사에 대한 갈증이 생기기는 하지만요).

 

무엇보다 이 책의 여러 지도자(왕)들의 모습에서 두드러진 내용은 왕은 그저 자신의 소리만을 주장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훌륭한 왕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신하가 있었고, 무엇보다 그 훌륭한 신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왕의 열린 마음이 있었네요. 이 책에 등장하는 고조선의 여러 왕들(단군)의 이야기는 유독 이처럼 신하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는 모습들이 강조되고 있네요. 진짜 훌륭한 지도자는 귀가 열린 지도자임을 알려주네요. 참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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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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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50년간의 세계일주』는 저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타 여행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 그건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바로 제목에 나타나 있는).

 

첫째, 이 책에 담긴 여행의 시간은 자그마치 50년이란 점이다. 이 작은 책(사실 작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 그림은 거의 없이 글이 빼곡한 책이니 말이다) 안에 저자가 세계 곳곳을 발로 뛴 5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50년 동안을 오직 여행만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 안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잡지사 편집자, 작가, 광고회사 임원, 정부 로비스트, 변호사, 연극 제작자란 직업을 거쳐 일하는 생활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 많은 곳들을 다닐 만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곳곳을 여행하기 위해 50년이란 세월동안 수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이 열정, 그 시간들이야말로 이 책 안에 담겨진 힘이다.

 

둘째, 저자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녀왔다. 저자가 말하듯, 나라의 정의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타이완, 바티칸시티, 코스보 등 196개국을 그 한계로 삼는다. 아울러 그 나라에서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머물 것, 어느 한 방향으로 그 나라의 국토를 횡단할 것을 야말로 그 나라의 여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차례 방문한 나라들까지 있으니, 그가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을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야말로 이 책이 갖는 고유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책은 여타 여행서적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담겨진 그림은 작은 흑백사진 몇 컷뿐. 아마도 그만큼 많은 곳들을 다녔기에 할 이야기가 많아서 아닐까? 게다가 5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니,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꾸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과연 저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나라들은 언제쯤 문이 열릴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그 대표적 국가는 앙골라인데, 앙골라는 끝까지 그 문을 열어보여 주지 않는다. 과연 앙골라를 방문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저자가 다녀온 196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196개국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루지 않는 나라 역시 많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어쩌면 가장 치안이 불안하고,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것도 어쩌면 독특한 부분 같다. 분명, 저자는 그런 편안한 여행지들 역시 다녀왔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고생한 만큼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고, 더 많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저자의 수많은 그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내지 경험이 일정 부분 나의 것이 되기도 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책 내용 가운데 의미 깊게 다가오는 구절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두 구절만 적어본다.

 

나는 사람들은 자신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야망과 끈기로 역경에서 일어나 성취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 실제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멋진 기회가 없고, 많은 희망도 없고, 이른 죽음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7쪽)

 

저자가 가난한 나라들을 다니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우리의 인생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 할 때, 그렇게 할 기회조차 없이 그저 절대적 빈곤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어떤 자각이나 노력마저 가져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 할지라도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노력의 기회조차 없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또 한 구절은 이런 구절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저자의 오랜 아프리카 가이드 갓의 변명 내용이다. 비록 자기변명의 의도를 가진 말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멋진 진리가 담겨 있다.

 

사하라에서 때로 길을 잃는 것은 탐험이 주는 재미의 일부이지요. 그것은 새로운 땅과 더 흥미로운 곳을 발견하게 해 주지요. 나침반은 유용할 수 있으나 나는 나침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GPS를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대로 여행해요. (232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구절은 갓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내가 계획한 대로 길을 잃지 않고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때론 길을 잃는다는 것. 때론 멀리 돌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런 길 역시 우리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누릴 수 있는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 아닐까?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탐험의 재미 말이다. 때론 돌아감으로 인해, 도리어 계획대로 갔다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때론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축복의 순간임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세계의 모든 나라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때, 부딪쳤던 수많은 어려움과 계속하여 수정될 수밖에 없는 여행, 그 안에 담겨진 참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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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15-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계 일주를 무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5-09-09 20:37   좋아요 0 | URL
세계일주 꼭 실행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