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50년간의 세계일주』는 저자가 세계 곳곳을 여행한 여정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니, 여행서적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타 여행서적과 다른 점이 있다. 그건 크게 두 가지 측면이다(바로 제목에 나타나 있는).

 

첫째, 이 책에 담긴 여행의 시간은 자그마치 50년이란 점이다. 이 작은 책(사실 작지 않다. 5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분량에 그림은 거의 없이 글이 빼곡한 책이니 말이다) 안에 저자가 세계 곳곳을 발로 뛴 50년의 세월이 오롯이 담겨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50년 동안을 오직 여행만 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책 안에서 저자 스스로 밝히고 있듯, 저자는 잡지사 편집자, 작가, 광고회사 임원, 정부 로비스트, 변호사, 연극 제작자란 직업을 거쳐 일하는 생활인이다. 그렇기에 아무리 쉽게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업이라 할지라도 그 많은 곳들을 다닐 만큼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곳곳을 여행하기 위해 50년이란 세월동안 수많은 시간을 여행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 이 열정, 그 시간들이야말로 이 책 안에 담겨진 힘이다.

 

둘째, 저자는 세계의 모든 나라를 다녀왔다. 저자가 말하듯, 나라의 정의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유엔 회원국 193개국, 그리고 여기에 더하여 타이완, 바티칸시티, 코스보 등 196개국을 그 한계로 삼는다. 아울러 그 나라에서 적어도 하룻밤 이상을 머물 것, 어느 한 방향으로 그 나라의 국토를 횡단할 것을 야말로 그 나라의 여행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러니,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수차례 방문한 나라들까지 있으니, 그가 얼마나 많은 여행을 했을지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점이야말로 이 책이 갖는 고유한 힘이라 할 수 있겠다. 아울러 이 책은 여타 여행서적에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사진들이 거의 없다. 그나마 담겨진 그림은 작은 흑백사진 몇 컷뿐. 아마도 그만큼 많은 곳들을 다녔기에 할 이야기가 많아서 아닐까? 게다가 500페이지 가량의 분량이니, 쉽게 앉은 자리에서 읽을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꾸 그 다음 내용이 궁금해지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과연 저자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나라들은 언제쯤 문이 열릴까 하는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고 책을 읽게 된다. 그 대표적 국가는 앙골라인데, 앙골라는 끝까지 그 문을 열어보여 주지 않는다. 과연 앙골라를 방문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하나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말 그대로 저자가 다녀온 196개국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물론, 196개국을 모두 다루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루지 않는 나라 역시 많다. 주로 아프리카 지역 나라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일 많다. 어쩌면 가장 치안이 불안하고, 여러 면에서 어려움이 있는 곳이기에 그곳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이 아닐까 싶다. 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는 나라들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다. 이것도 어쩌면 독특한 부분 같다. 분명, 저자는 그런 편안한 여행지들 역시 다녀왔을 텐데 말이다. 어쩌면 고생한 만큼 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고, 더 많이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 가운데, 저자의 수많은 그 여행을 통해 얻게 된 깨달음 내지 경험이 일정 부분 나의 것이 되기도 하는 기쁨을 누리게 된다. 책 내용 가운데 의미 깊게 다가오는 구절이 몇 있는데, 그 가운데 두 구절만 적어본다.

 

나는 사람들은 자신 운명의 주인이 될 수 있다고, 야망과 끈기로 역경에서 일어나 성취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그때 나는 그것이 모든 사람에게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많은 사람, 실제로 아마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멋진 기회가 없고, 많은 희망도 없고, 이른 죽음 외에는 아무런 위로도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57쪽)

 

저자가 가난한 나라들을 다니며 깨달은 사실이다. 그렇다. 어떤 의미에서는 분명 우리가 하기 나름으로 우리의 인생은 바뀔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으로 접근 할 때, 그렇게 할 기회조차 없이 그저 절대적 빈곤 가운데 하루하루 살아 있음에 만족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삶도 있다. 어떤 자각이나 노력마저 가져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러니, 오늘 우리의 삶이 아무리 힘겨운 삶이라 할지라도 노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가. 누군가에게는 힘겨운 노력의 기회조차 없음을 기억하며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또 한 구절은 이런 구절이 있다. 물론, 이 부분은 사하라에서 길을 잃었을 때, 저자의 오랜 아프리카 가이드 갓의 변명 내용이다. 비록 자기변명의 의도를 가진 말이긴 하지만, 그 가운데 멋진 진리가 담겨 있다.

 

사하라에서 때로 길을 잃는 것은 탐험이 주는 재미의 일부이지요. 그것은 새로운 땅과 더 흥미로운 곳을 발견하게 해 주지요. 나침반은 유용할 수 있으나 나는 나침반도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우리는 나침반을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GPS를 사용하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가 느끼는 대로 여행해요. (232쪽)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이 구절은 갓의 자기변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 인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진리가 담겨 있다. 우리는 내가 계획한 대로 길을 잃지 않고 인생의 목표점을 향해 나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럼에도 때론 길을 잃는다는 것. 때론 멀리 돌아간다는 것. 어쩌면 이런 길 역시 우리 인생에서 의도치 않게 누릴 수 있는 너무나도 값진 경험이 아닐까?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는 탐험의 재미 말이다. 때론 돌아감으로 인해, 도리어 계획대로 갔다면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을 만날 수도 있다. 우리 인생이 때론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할지라도 그 순간순간이 나에게 주어지는 축복의 순간임을 생각해본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저자가 세계의 모든 나라를 가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아갈 때, 부딪쳤던 수많은 어려움과 계속하여 수정될 수밖에 없는 여행, 그 안에 담겨진 참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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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리릿 2015-09-09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계 일주를 무척 하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글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중동이 2015-09-09 20:37   좋아요 0 | URL
세계일주 꼭 실행되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