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랜드 2 - 그림자들의 흥청망청파티
캐서린 M. 밸런트 지음, 공보경 옮김, 아나 후안 그림 / 작가정신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12살의 나이로 처음 페어리랜드를 방문하여 온갖 진귀한 모험과 아찔한 경험, 그리고 우정의 시간을 갖고 집으로 돌아왔던 셉템버는(1권 「셉템버와 마녀의 스푼」) 이제 13살이 된 셉템버는 다시 페어리랜드를 찾게 된다. 그런데 그토록 그리워하던 페어리랜드는 예전의 모습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모든 그림자가 사라져 버린 것. 지하 페어리랜드에서 지상 페어리랜드의 그림자들을 훔쳐간 것이다. 게다가 지하에서 그림자들이 흥청망청 파티를 하며, 마구 마법을 쓰기 때문에 지상에는 마법이 바닥났다. 이에 셉템버는 이번엔 지하 페어리랜드로 향한다. 잃어버린 그림자들을 되찾기 위해.

 

지하 페어리랜드로 내려가는 문을 지키는 시블을 통과하여 지하 페어리랜드에 도착한 셉템버는 그곳에서 그리워하던 친구인 엘의 그림자, 새터데이의 그림자를 만나게 된다(심지어 아버지의 그림자도 만난다). 이번엔 엘과 새터데이의 그림자들과 함께 하게 된 여행, 과연 이 여정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셉템버는 그림자들을 무사히 구해낼 수 있을까?

 

『페어리랜드 2권』인 「그림자들의 흥청망청 파티」에서도 셉템버는 온갖 환상적인 모험들을 하게 된다. 전기뱀장어 기차를 타기도 하고, 잠자는 왕자를 찾아 지하의 지하 그 아래 가장 아래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이번엔 엘과 새터데이의 그림자 뿐 아니라, 일행이 또 하나 늘어 나이트도도새인 오버진이 함께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셉템버를 돕는 또 하나의 공신으로는 우연히 얻어 입게 된 ‘주의 깊은 원피스’와 빨간 바람이 원 주인이었던 빨간색 외투의 도움도 받게 된다.

 

역시 『페어리랜드』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환상적인 모험에 있지 않을까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뛰어넘을만한 환상적 모험이 페어리랜드에는 가득하다. 페어리랜드에서는 모두가 생명을 얻는다. 심지어 외투와 모자, 그리고 바람까지.

 

아울러 이 책의 또 하나의 특징은 단순히 스토리 위주의 판타지 소설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소설 곳곳에는 작가가 들려주는 철학 내지 메시지가 가득하다. 어떤 메시지는 스토리 전체와 연관되기도 하지만, 또 스토리 자체에 많은 영향은 주지 않지만 깊은 철학적 사고를 전해주는 문장들이 책 안에는 가득하다. 그렇기에 스토리에 빠져드는 것도 좋고, 또한 환상적 장면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의미심장한 구절들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는 것도 이 책이 전해주는 또 하나의 선물일 것이다.

 

이 책의 가장 중심 메시지는 그림자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소설 속의 그림자는 또 하나의 인격과 실체적 형상을 갖고 있다. 이러한 그림자는 그동안 몸체를 따라다니며, 그저 따라할 수밖에 없었던 모습에 대한 반발심을 가진 하나의 인격이 된다. 그렇기에 선에 억눌린 악의 형상을 띠기도 하고, 반대로 악에 억눌린 선의 형상을 띠기도 한다. 물론, 이 둘을 동시에 갖고 있지만, 원 몸체와 반대되는 성향이 두드러진다는 의미다.

 

다들 어떻게 자아의 일부분을 숨기고 살 수 있는 건지 셉템버는 알 수가 없었다. 어떻게 자아의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 용감하거나 무모하거나 생기발랄한 부분, 빈틈없거나 강력하거나 경이롭거나 아름다운 부분을 심장 깊숙이 숨겨 놓는 것일까. 세상이 두려워서, 아니면 다른 이들의 주목을 받는 게 두려워서, 아니면 용감하게 업적을 세우라는 기대를 받는 게 버거워서일까. 누군가 어둠 속에 숨겨 놓은 용감하고 무모하고 빈틈없고 경이롭고 아름다운 부분들. 그리고 가끔은 사악하고 몰인정한 부분들에는 결국 기묘한 버섯이 자라게 된다. 이런 부분들이 그림자의 성격으로 자리 잡는 것이다.(118-9쪽)

 

지하 페어리랜드에서 활개 치는 그림자가 무엇인지를 잘 설명하는 구절이 아닌가 싶다. 이를 통해 나의 그림자는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이 외에도 소설 속에는 의미심장한 구절들이 참 많다. 그런 구절들을 찾아 적어보는 재미가 있는 독특한 판타지소설이다. 책을 읽으며 마음에 와 닿았던 몇 구절을 아래에 적어본다.

 

책은 문이야. 예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늘 그럴 거야. 책은 또 다른 장소, 또 다른 마음, 또 다른 세상으로 통하는 문이란 말이 있지.(215쪽)

 

이들은 셉템버의 친구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친구들이 가끔 괴상하게 굴 때도 있고, 마음에 안 드는 행동을 할 때도 있지만, 그렇다고 친구가 남이 되지는 않는다.(240쪽)

 

내가 장담하는데, 밝은 면이라고 해서 꼭 좋기만 한 것도 아니야. 어둠이 없이 밝기만 하면 꿈을 꿀 수가 없어. 제대로 쉬지도 못해. 달빛이 비추는 발코니에서 연인을 만날 수도 없지. 어둠이 없는 세상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어두운 면은 반드시 필요해. 어두운 면이 없다면 너의 절반이 없는 셈이니까.(293쪽)

 

우리 모두는 괴물이란다. 문제는 어떤 괴물이 되기로 결정하느냐지. 마을을 건설하는 괴물이 되느냐. 마을을 부수는 괴물이 되느냐.(30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