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성의 부름 네버랜드 클래식 49
잭 런던 지음, 필립 R. 굿윈.찰스 리빙스턴 불 그림 / 시공주니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되고 있는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 49번째 책인 『야성의 부름』을 만났다. <네버랜드 클래식> 시리즈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바로 저자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 그리고 그 시대적 배경 등이 사진들과 함께 잘 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부분을 조금 참고해보면, 이 책은 잭 런던의 1903년 첫 출간된 작품으로 작가의 경험이 상당부분 반영된 작품이라 한다. 1876년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잭 런던은 1897년 의붓 누나 부부와 함께 클론다이크 금광으로 황금을 찾아 갔지만, 빈털터리에 병까지 얻어 고향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때의 경험이 그의 작품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 『야성의 부름』 역시 이처럼 골드러시 행렬과 연관되어 있다.

 

『야성의 부름』은 벅이란 개의 이야기다. 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 벅이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벅은 캘리포니아 넓은 농장 지대에 있는 밀리 판사 저택에서 풍요롭고 여유로운 삶을 누리던 개다. 벅은 그곳 저택에서 가장 대접받던 개였지만, 그런 벅은 어느 날 갑자기 정원사의 조수인 매뉴얼에 의해 아무도 모르게 팔려 나가게 된다.

 

무엇하나 부족함 없이 저택의 보호 아래 살아가던 벅은 이제 냉혹한 힘의 세계 가운데 내동댕이쳐진다. 벅이 맞닥뜨린 북녘의 땅은 몽둥이와 송곳니가 법이 되는 세상이다. 어느 날 갑자기 안락하고 풍요로운 문명의 삶에서 원시의 한복판에 내동댕이쳐진 벅이 그 세상에 적응할뿐더러 모든 썰매 개들 위에 우뚝 서게 되는 이야기다.

 

이 가운데, 벅은 무엇보다 편안한 삶 속에 파묻혀 죽어 있던 개로서의 본능, 야성이 깨어나게 된다. 벅은 길들여진 삶이 아닌, 이제는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하는 삶으로 나아간다. 어쩌면 이런 과정은 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이라 말할 수 있겠다. 이러한 벅이 나아가는 그 여정이 대단히 흥미진진할뿐더러 때론 감동으로 다가온다.

 

이런 벅의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 역시 나에게 주어진 상황으로 인해 길들여진 모습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소설 속의 벅은 다른 개들과 달리 스스로 생각한다. 그리고 학습 능력도 대단하다. 뿐더러 상황판단을 하며, 자신을 억제하며 기다릴 줄도 알지만, 행동해야 할 순간 번개처럼 행동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야성을 향해 나아간다. 오늘 우리의 삶이 그저 길들여지고 수긍하며 살아가기만 하는 모습이 아니라, 내 안에 감춰진 참 야성을 회복할 수 있다면 좋겠다.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고, 반응할 수 있다면 좋겠다.

 

뿐 아니라, 이야기 속에서 벅을 가장 힘겹게 하고, 절체절명의 위기로 몰아넣었던 것은 찰스와 머세이디스 부부, 그리고 남동생 할의 모습이다(어쩌면 이들은 황금러시에서 실패한 저자와 의붓누이 부부를 투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준비되지 않은 자들이다. 황금을 찾아 나서긴 하지만, 썰매 개들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자신들의 여정은 어떠해야 하며, 짐은 어떻게 꾸려야 할지도 모르는 자들이다. 특히 이들은 남의 조언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는 고집쟁이들, 바보들이다. 특히 남동생 할이 그렇고, 그 누이인 머세이디스 부인은 투정만 부릴 줄 아는 철부지 여인이며, 남편 찰스는 침묵하고 방관하는 자다. 이들은 특별히 악한 죄를 범하진 않는다(개들을 혹사하는 것 자체를 죄라 할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이들은 개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자신들의 삶도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런 그들의 모습은 악을 행하는 모습으로 느껴진다.

 

왜? 준비되지 않은 자, 모르면서 고집만 부리는 자, 타인의 상황은 고려치 않고 투정만 부리는 자, 잘못을 보며 침묵하며 방관하는 자는 그 모습 그대로 악을 행하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인물들을 통해, 작가가 오늘 독자들에게 말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또한 이야기 속에서 벅은 자신을 구해주고, 자신에게 사랑과 관심으로 대해준 손턴을 향해서는 한결같은 충의를 보여준다. 물론, 이런 손턴을 향한 충의와 야성의 부름 사이에서 벅은 갈등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끝내 그 충의를 버리지 않는다. 이 역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한 모습이겠다. 자신의 이해타산에 따라 쉽게 신의를 버리고 배신을 일삼는 인간의 모습은 벅이라는 개에 비해 너무나도 가볍고, 헤픈 부끄러운 모습 아니냐는.

 

요즘 새롭게 창작되는 동화들만큼 기발한 발상이나, 재미난 구성은 어쩌면 조금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역시 고전이 갖고 있는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잔잔한 듯싶으면서도 박진감 있고, 깊은 감동과 생각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고전들의 힘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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