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목욕탕에서 내친구 작은거인 50
박현숙 지음, 심윤정 그림 / 국민서관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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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책, 『어느 날 목욕탕에서』의 주인공 이름은 도야랍니다. 이름이 독특하다고요? 맞아요. 그런데, 성은 ‘나’씨랍니다. 한번 붙여보세요. 그럼 더 독특한 이름이 된답니다.^^

 

도야는 이제 막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답니다. 2학년이 되는 첫날 도야는 멋진 남자 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길 바랐죠. 그런데, 도야네 담임선생님은 뚱뚱하고 나이도 많은 아줌마 선생님이랍니다. 도야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겠죠? 게다가 선생님의 눈은 부엉이처럼 크고 부리부리하며, 앞니는 토끼처럼 툭 튀어나왔네요. 목소리는 기차화통을 삶아 먹은 것처럼 크고요. 선생님의 모습에 도야는 자꾸 주눅이 들뿐더러, 친구의 일기를 베껴 쓴 일로 혼난 뒤로는 선생님이 마귀할멈처럼 보인답니다. 그래서 학교에도 가기 싫고요.

 

그런 도야가 미국에서 방문한 고모 손에 끌려 간 목욕탕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는 예쁜 동화네요.

 

동화 속에 등장하는 도야네 선생님 참 멋쟁이랍니다. 비록 외모는 부리부리하게 생겼어도, 그리고 살집도 푸짐하지만, 알고 보니, 그 살집은 모두 정(情)이 뭉친 건가 봐요.

 

선생님이 싫어 꾀병을 부리고 학교에 결석하는 도야의 모습, 목욕탕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생님을 피해 도망친 곳이 마침 사우나실인데, 그곳으로 선생님과 고모가 들이닥쳐 나가지도 못하고 등만 보인 채 있다가 벌겋게 되는 모습. 이런 모습들이 참 귀엽네요. 참, 선생님이 밉다고 선생님 신발장에서 신발 한 짝을 숨겨놓는 모습도 웃음 짓게 하고요.

 

우리 딸아이도 올해 초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고 좋아했답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출산 때문에 휴직하시는 바람에, 새로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고, 2학기 때는 3번째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죠. 선생님을 처음 만난 날 선생님에 대해 쫑알쫑알 자랑하며 좋아하던 모습, 그리고 헤어짐에 울적해 하며 또 한편 새로운 선생님에 대한 기대. 이런 딸아이의 모습이 떠오르게 하는 동화네요.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나고, 그 선생님과 함께 하는 시간들이 아이의 일생에 두고두고 좋은 느낌으로 남게 되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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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없는 운동회 - 2014년 가을 온 국민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용인제일초등학교 운동회 이야기 내인생의책 책가방 문고 38
고정욱 지음, 우연이 그림 / 내인생의책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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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 없는 운동회』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입니다. 지난 2014년 10월에 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사진 한 장에서부터 이 동화는 시작됩니다. 바로 용인제일초등학교 운동회 날에 있었던 일이랍니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친구를 위해, 달리기에서 함께 손을 잡고 들어와 화제가 된 사진이랍니다.

 

주인공 기국은 저신장 장애를 앓고 있답니다. 연골이 형성되지 않아서 키가 다른 아이들처럼 크게 자라지 못하고 팔다리가 짧은 장애입니다. 어른이 되어도 130센티미터를 넘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러니, 기국에게는 달리기야말로 가장 싫은 종목이겠죠.

 

이처럼 달리기로 인해 상처받는 기국을 위해, 기국의 친구들이 어떻게 하면 운동회 날에 친구가 상처받지 않을까 궁리를 한답니다. 운동회 종목을 결정짓는 학부모회에 찾아가 달리기 종목을 빼달라고 요청하기도 하죠. 하지만, 달리기는 많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종목이라 빼기가 쉽지 않네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여러 궁리를 하던 아이들은 결국 열심히 뛰어 달려가되, 결승선 앞에서 친구를 기다렸다가 함께 손을 잡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방법을 택하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이 장면에 많은 사람들은 감동을 받았고요.

 

이처럼 다른 이를 배려하는 마음, 참 아름다운 마음이네요. 기국은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 다름을 비웃기보다는 그 다름을 인정하고, 그 다름으로 인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 쓰고, 배려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네요. 이런 모습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네요. 아무리 요즘 아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내용들이 많고, 마치 장래에 희망이 없는 것처럼 말들 하지만, 이런 모습은 여전히 우리 아이들에게 희망이 있음을 보여주네요.

 

또한 저자는 장애가 있는 기국의 모습도 살짝 언급한답니다. 기국은 자신의 특별한 신체조건으로 인해 친구들에게 배려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답니다. 하지만, 그 모습도 옳은 것은 아님을 작가 선생님은 말하네요. 무엇보다 작가 본인 역시 장애가 있기에 이런 언급이 더 힘이 있게 들리네요.

 

기국과 같은 친구들을 배려하는 마음은 반드시 필요하죠.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국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남들에게 의지하고 배려 받으려 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은 최대한 감당하며, 배려 받고 의지하는 모습도 필요하겠단 생각이 드네요.

 

참, 이 동화 속에서 기국은 랩을 통해, 자신의 아픔을 승화시킨답니다. 라임을 맞춰가며 랩을 읊는 기국, 그 노래가 행복의 노래, 기쁨과 즐거움의 노래가 되길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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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쇄를 찍자 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애니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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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 『중쇄를 찍자』 1권은 좋은 책을 만들고 그 책이 제대로 대접받으며 팔리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팔리기를 기다리는 자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파는’ 자들의 치열한 이야기. 좋은 작품이 사장되지 않고, 어떻게 하면 많은 이들에게 읽히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행동하는 자들의 이야기다. 그것을 위해 이들은 중쇄를 꿈꾼다. 중쇄, 즉 책의 초판을 찍어내고, 이 책이 다 팔려 추가로 다시 찍을 수 있도록 치열하게 행동하는 출판계 삶의 현장을 재미나게 잘 보여주고 있다.

 

쿠로사와 코코로는 여자 유도 국가대표 선수였지만, 부상 때문에 이제 목표를 잃어버렸다. 그동안 유도, 그리고 금메달이라는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갑자기 목표를 상실한 쿠로사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런 가운데 쿠로사와는 자신이 왜 유도를 하게 되었는지를 떠올린다. 어린 시절 재미있게 봤던 만화를 통해, 유도에 대한 꿈을 꾸고 키워왔음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 역시 그런 꿈을 누군가에 심어주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즉, 사람들을 두근거리게 할 그런 좋은 만화를 자신 역시 만들겠다는 꿈을 꾸는 것.

 

이렇게 하여 두드린 출판사 취업문. 쿠로사와는 멋지게 합격을 하고, 편집부에 배속된다. 그곳에서 쿠로사와는 책을 만든다는 것, 편집자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지를 배워나간다. 뿐 아니라 좌충우돌, 새로운 활력과 바람을 불어넣는다.

 

이 만화는 재미있다. 그리고 뭔가 안에서 뜨거운 것이 솟아오르게 하는 힘이 있다. 그건 중쇄를 찍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그 많은 이들의 치열함이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때문일 게다. 무엇보다 이 만화는 주인공 쿠로사와의 에너지가 전해진다. 저돌적이고 긍정적인 삶의 모습, 포기하기 보다는 다시 도전하는 그 도전정신, 진심을 다해 일하는 모습,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일을 즐기는 모습, 무엇보다 안과 밖이 한결같은 진실한 모습. 이런 멋진 모습들을 통해 쿠로사와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독자에게 전달되는 만화다.

 

쿠로사와 코코로의 멋진 활약을 다음 편에서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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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로역정 (완역판, 반양장) 세계기독교고전 15
존 번연 지음, 유성덕 옮김, 루이스 레드 형제 그림 / CH북스(크리스천다이제스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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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번연의 『천로역정』만큼 많은 성도들에게 사랑받은 신앙서적도 드물 것이다. 손봉호 교수 역시 성경 다음으로 유익을 주는 책 가운데 성도들에게 가장 많이 읽혀진 신앙 고전 3권을 드는데, 그 가운데 존 번연의 『천로역정』이 당당하게 들어가고 있다(그 외에 어거스틴의 『고백록』, 토마스 아 켐피스의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말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많은 성도들에게 사랑받아온 기독교 신앙서적의 고전인 『천로역정』을 내가 처음 만난 것은 20여 년 전쯤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에는 중고등부 수련회를 가면 꼭 들어가는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가 ‘천로역정’이란 프로그램이었다. 학생들이 짝을 이루어 여러 지점들을 돌며 미션을 수행하는. 아마 대체로 이런 프로그램들을 많이 했을 게다. 나 역시 당시 멋모르는 중등부 교사로서 이런 프로그램들을 진행하며, ‘천로역정’ 말은 많이 들었는데, 이게 과연 무엇이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하는가 싶어,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여 읽었던 기억이다(당시엔 솔직히 많은 은혜를 받진 않았다. 뭐 이런 따분한 책이 다 있나 싶은 감정이 당시의 기억으로 남는다).

 

그 뒤 나이가 좀 더 먹고, 신앙의 연륜도 더 깊어져(?) 다시 『천로역정』을 만나게 되었다. 그동안 한번쯤 다시 읽어야지 하는 필요성은 느꼈지만, 눈앞에 산적한 수많은 신앙서적 내지 전공서적, 그리고 일반 서적들로 인해 언제나 뒷전으로 밀려나기만 했는데, 금번 크리스찬다이제스트 출판사에서 새롭게 완역 번역된 『천로역정』이 있다기에 손에 들게 된 것이다(게다가 번역자가 『천로역정』 전공자라니 더 혹했다^^).

 

그 내용은 멸망의 도시에서 살아가던 ‘은혜없음’이 종말의 순간이 다가옴을 알게 되고, 이에 구원의 길을 찾아 나서게 됨으로 시작된다. 이제 ‘크리스천’이란 이름을 부여받고 말이다. 그런 ‘크리스천’이 만나게 되는 수많은 사람들과 상황들을 통해, 구원의 길이 무엇을 통해 이르게 되며, 또한 구원을 얻은 후에도 이어지는 신앙생활 가운데 어떤 영적인 위기들을 만나게 되는지를 존 번연은 잘 표현하고 있다. 물론 모든 신앙적 내용들은 이름으로 상징되는 사람들을 만나며 이루어진다. 그렇기에 등장인물들의 이름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이처럼 이름 하나 하나에 다 의미가 있기에 그 이름 자체가 상징이며, 비유이며, 또한 은유이기도 하며, 때론 풍자가 되기도 한다.

 

책은 술술 읽혀진다. 물론, 신앙적 베이스가 부족한 분들이라면 술술 읽히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정도 신앙의 연륜이 있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말하는 내용들이 거의 대부분 쉽게 이해될 것이다. 게다가 책의 전개 속에서도 새롭게 만나는 등장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앞에서 이야기한 복음의 진리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정리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기에 독자 역시 그런 내용들이 정리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존 번연은 복음의 진리를 참 잘 표현하고 있다. 그리고 신앙생활의 투쟁의 과정 역시. 물론, 이런 복음의 진리는 모두 비유와 은유, 상징 등으로 포장되어 있기에, 그 포장 안에 담긴 복음의 진리만 보길 바란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여러 가지이겠지만, 무엇보다 신앙생활이란 것은 결국 신앙의 순례임을 크리스천의 여행, 그 순례를 통해 보여준다. 이 순례 과정 가운데 수많은 위기와 유혹의 순간들을 만나게 된다. 때론 잘 이겨낼 수도 있겠지만, 때론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넘어지거나 절망의 자리에 주저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다시 ‘크리스천’이 일어서는 모습들을 보여줌으로 우리 역시 그러한 신앙의 순례를 끝까지 견뎌내길 바라고 있다. 한 마디로 신앙의 순례길이 영적 투쟁임을 보여준다. 그 영적인 투쟁의 길을 우리의 의지적 결단과 여전히 끊임없이 은총의 기름을 부어주시는 그리스도를 힘입어 승리하는 자가 되길 소망해 본다.

 

신앙인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보고 묵상할 필요가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물론, 신학적 견해에 따라 조금은 동의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건강하게 신앙생활, 그 성화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는 좋은 책임에 분명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혹 나 역시 ‘수다쟁이’와 같은 말만 앞서는 자는 아닌지. 크리스천처럼 깨어있지 못하고 위험과 곤경의 한 가운데서 신앙의 낮잠을 자진 않는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앞에서 두려워 돌아서려는 모습은 아닌지. 크리스천과 소망이 절망 거인에게 붙들렸을 때, ‘절망거인’과 그 아내 ‘자포자기’의 회유처럼 절망 앞에 자포자기하려는 나약한 모습은 아닌지.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등장인물들 하나하나가 혹 나의 모습은 아닌지 대입해보며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남는 질문이 있다. 바로 순례객을 위한 안식처인 ‘아름다움의 집’에서 만난 ‘자애’가 ‘크리스천’에게 했던 질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왜 그들을 함께 데리고 오지 않으셨나요?(102쪽)

 

물론 이 질문에 대해 ‘크리스천’은 대답한다(솔직히 이 부분은 조금 설득력이 떨어지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묻게 된다. 혹, 이 질문이 날 향한 질문이라면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자애’의 말처럼 나의 삶의 모습이 설득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길 소망해보며, 여전히 이 질문은 신앙의 화두로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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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 : 점에서 점으로
쉬빙 지음 / 헤이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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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서 地書 - 점에서 점으로』란 이 책은 먼저, 표지가 참 깔끔하고 예쁘다. 두 개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본 책과 함께 가이드북이 딸려 있다. 물론, 이 가이드북은 본 책을 읽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지만, 가이드북 없이 바로 본 책을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다. 물론, 처음엔 ‘이게 무슨 책이야?’ 하겠지만 말이다.

 

이보다 더 색다른 책은 아마도 찾기 힘들 것이다. 이 책, 『지서 地書 - 점에서 점으로』는 소설이다. 하지만, 글자가 하나도 없는 소설이다. 그렇기에 어느 언어를 사용하는 독자라도 번역 없이 그래도 읽을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수많은 아이콘, 픽토그램, 이모티콘 등으로 책이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만국 공통으로 이해할 수 있는.

 

소설의 주인공인 ‘미스터 블랙’(주인공의 아이콘이 검은색 남자 모양이기에)은 사무직 직원이다. 흔히 말하는 화이트칼라. 그런 미스터 블랙의 24시간의 일상을 그린 책이 이 책이다.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을 가는 장면까지, 아이콘 하나하나를 살펴보다보면, 그의 재미난 일상을 엿볼 수 있다.

 

출근하는 여정, 그리고 회사에 출근하여 하는 일들(사실 일은 정말 쥐꼬리만큼 한다. 그리곤 일을 너무 많이 해서 눈이 어질어질하다는 부분은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심지어 그렇게 일함에도 사장 이하 임직원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이들과의 관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오직 아이콘들로만 표현하고 있다. 아이콘으로만 표현하기에 소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것은 독자의 풍부한 상상력과 맛깔 나는 표현이 좌우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스터 블랙의 하루 일과는 24시간이 부족할 지경이다. 출근하여 밤사이 도착한 컴퓨터 메일을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그들에게 답장도 해줘야 하고 약속을 잡아야 한다(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게다가 시간 시간 커피도 마셔야 한다. 또 연애정보사이트에 들어가 맘에 드는 여자와 저녁 약속을 잡아야 한다. 결혼하는 친지의 선물도 사야 한다(정말 많은 일들을 하지 않는가!). 뿐인가! 본업도 충실해야 한다. 사장님의 지시에 의해 프리젠테이션 자료 준비와 발표에 오줌 쌀 시간도 부족하다(사실은 딴 짓 하느라고 그렇지만 말이다). 게다가 스팸 전화도 받아야 하고, 엄마의 안부전화까지 받아야 하니 근무 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린다.

 

퇴근 후에도 할 일이 많다. 병문안도 가야하고, 여자도 만나야 한다(이 여자 만나는 부분에서는 또한 오해로 인해 사건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여자 친구에게 차인 친구를 만나 함께 술도 마셔야 하고, 뻗은 녀석을 집에까지 데려다줘야 한다. 집에 가선 여러 채널을 섭렵하며 tv도 봐야 하고, 오락도 해야 한다. 참, 모기와도 싸워야 한다. 그러니, 하루 24시간으론 너무나도 부족하기만 한, 미스터 블랙의 하루 일상, 얼마나 불쌍한 샐러리맨의 하루인가!^^

 

이 책은 어쩌면 소설 같지 않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 요즘 직장인들을 향한 풍자와 그들의 애환까지 모두 담겨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콘으로 소설을 읽는다는 색다름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겠다. 그리고 내용도 그 안에 많은 위트가 담겨져 있고 말이다. 몇몇 부분에선 아이콘을 살피다 빵 터지기도 한다.

 

이 책은 누군가의 일상을 엿보는 변태적(?) 취미가 있으신 분들, 평범한 책은 거부하며 색다른 책을 찾고 계신 분들, 미스터 블랙과 다르게 하루의 시간이 남아도는 분들, 너무 시간이 없어 글자가 많은 책은 읽을 수 없는 분들, 글을 모르는 분들(그런 분들이라면 이 서평도 못 읽겠지만..), 그리고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길 원하시는 분들, 누군가의 노력에 편견 없이 마음을 열 준비가 되신 분들(이게 진짜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분들이 이 책을 사 보면 좋을 것이다.

 

참, 책 모으는 것이 취미인 비블리오마니아 역시 이 책을 꼭 사길 바란다. 정말 독특한 책이니 말이다. 책도 예쁘고 서고에 꽂아놓으면 예쁠뿐더러 친지들에게 펼쳐보여 주며 대화의 문을 열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책에 대한 고정관념이 확고하신 분들은 이 책을 절대 펼치지 마시라. 그냥 모른 척 하시는 것이 저자를 위해서도 출판사를 위해서도 고마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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