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 보고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한우리 청소년 문학 5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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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무민은 퇴학을 앞둔 고2 학생이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을 괴롭힌 이유다. 하지만, 그런 무민에게 쌤은 제안을 한다. 바로 무민이 새로 이사 간 집 옆집에 사는 아이 순희를 관찰하고 관찰보고서를 제출하며, 궁극적으로는 순희를 학교에 데려오는 미션이다.

 

순희는 평범한 학생, 아니 모범생이라 불릴 수 있는 학생이었다. 그런 순희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학교뿐 아니라,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간혹 아파트 주민들이 다 알 정도로 이상한 짓까지 해대는 마을의 골통이 되어 버린 것. 이제 순희는 33일이 지나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퇴학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빡세(박세만) 쌤은 순희의 하루하루를 관찰하고 학교로 다시 데려오는 미션을 맡긴 것. 이를 수행할 시 퇴학을 면해 주겠다는 것.

 

이에 무민의 요상한 관찰이 시작된다. 과연 무민의 ‘옆집 아이 보고서’는 성공리에 작성될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소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롭고 재미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점차 무거운 주제로 흘러가며, 아무래도 독자로 하여금 마음이 무겁고 울적해질뿐더러 분노마저 일으키게 한다.

 

무엇보다 황태라는 녀석과 그 부모로 인한 분노다. 황태라는 녀석은 바로 무민이 다니는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다. 재력 있는 집안, 그리고 멋진 외모, 거기에 모델 뺨치는 패션 감각까지 보유한 이 녀석은 아주 못된 녀석이다. 여자아이들에게 접근하여 여친을 집단성폭행하고 버리는 아주 악한 녀석이다. 하지만, 이런 악한 녀석인 황태는 든든한 배경과 미성년자라는 특권으로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어른을 능가하는 청소년의 악행들, 과연 언제까지 용서만이 능사인가”(150쪽)

 

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 녀석 황태는 악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범죄자다. 반면 무민은 법범죄자가 아닌 말썽꾸러기다. 하지만, 집안의 배경 차이는 말썽꾸러기는 퇴학예정자로 분류해놓고, 범죄자는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한다.

 

그렇다. 황태는 미성년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나이. 녀석이 저지른 짓은 내가 치는 말썽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 그건 분명한 범죄였다.(180쪽)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가장 큰 화두다. 과연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용서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용서하지만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미성년자 범죄자들이 가는 소년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 범죄자 가운데 죄질이 악한 아이들이 가는 교도소가 존재한다. 김천소년교도소가 그곳이다. 이곳은 소년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곳은 교도소다. 이곳은 용서가 아닌, 처벌을 가하고 대가를 치르는 곳이다. 미성년자 범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렇다면, 이런 소년교도소를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결코 쉽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또한 많은 경우는 집안 배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도소에서 한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해야만 하는 그런 비인권적인 대접을 받는 것이 옳은가라는 또 다른 질문 역시 할 수 있기에 말이다.

 

작가는 단순히 미성년 범죄에 대한 질문만을 던지는 것은 아니리라 여겨진다. 미성년이라는 특권에 더하여 대단한 집안이라는 특권이 악질적인 범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처벌에서도 자유롭게 하며, 오히려 세상을 향해 더 큰 소리를 치고, 여전히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작가의 진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이에 권력이란 건 쌈질이나 성적 정도인데, 어른의 권력은 내가 아는 것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힘은 습자지에 스민 먹물처럼 은밀하지만 깊숙이 학교 안에 퍼져 있었다.(148쪽)

 

물론, 작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 몫은 독자들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상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길 소망한다. 말썽과 범죄는 다름을 알고, 범죄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용서 역시 피해자의 치유가 우선되어야 가능하다는 것과 가해자의 사죄가 동반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무튼 이 소설, 『옆집 아이 보고서』는 무거운 주제이기에 마음을 무겁게 하고 울적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이상으로 재미와 감동도 우리에게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바라기는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 가운데 순희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기도한다. 그리고 황재와 그 엄마와 같은 파렴치하고 악한 자들 역시 더 이상 이 땅에 나오지 않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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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
티에리 코엔 지음, 임호경 옮김 / 밝은세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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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티에리 코엔의 소설, 『만일 당신이 다른 곳에 존재한다면』은 한 죽음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노암은 피곤해 하는 엄마를 졸라 공원에 가 그네를 타기 위해 길을 건너다 그만 자신을 뒤따르던 엄마가 차에 치어 숨지게 된다. 이 사건은 노암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꼬마가 떼를 써요. 공원에 가서 그네를 타자고 계속해서 졸라요. 엄마가 ‘다음에 하자’라며 꼬마를 달래요. 엄마는 꼬마를 ‘몽꾀르(내 심장)’라고 불러요. 왜 그렇게 부르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어요. ... 사실 누군가를 ‘심장’이라고 부르는 건 말도 안 돼요. ... 왜냐면 심장은 무언가를 살게 해주는 거잖아요.”(10쪽)

 

심리상담을 하며 어린 노암이 던진 말이다. 결국 엄마를 살게 해주는 존재가 아닌, 죽인 자신이 어찌 엄마의 ‘심장’이 될 수 있겠느냐는 이 말 안에 노암의 죄책감과 노암이 평생 짊어져야 할 아픔의 무게가 느껴진다.

 

노암은 오랜 시절 심리상담을 받게 되고, 결국 일상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건 표면적인 모습일 뿐. 노암은 무엇보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무의식 가운데 품고 살아간다. 그런 노암은 어느 날 사랑하는 어린 조카(3살) 안나에게 이런 말을 듣게 된다.

 

“넌 다섯 사람과 함께 같은 날 심장으로 죽을 것이다.”

 

누군가 조카의 입술을 빌어 말하는 것 같은 이 말로 인해, 노암의 가장 큰 두려움, 죽음은 노암을 힘겹게 하고, 노암의 공항장애가 시작된다. 그러던 차, 이 음성이야말로 ‘순수한 이들의 예언’임을 알게 되고, 어린 시절 자신의 상담자였던 로랑스 박사를 통해, 신비주의 심리상담을 하는 리네트를 소개받게 되고, 리네트는 노암에게 예루살렘에 있는 예언하는 아이를 찾게 한다.

 

과연, 노암 앞에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안나의 예언의 의미는 무엇일까?

 

처음 접한 작가인 키에리 코엔, 그의 소설을 읽어가는 가운데 금세 소설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할뿐더러, 신비한 영역, 우리가 알지 못할 또 다른 차원의 어떤 힘을 느끼게 하는 재미도 있다. 게다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대한 작가의 접근도 흥미롭다.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해체된 가정과 엉망이 된 삶이 이제 소설 말미에서는 안정을 찾아 가게 되는데, 그 동인은 무엇일까? 영원한 사랑과의 만남. 사라의 예언을 추적하는 가운데 얻게 되는 영혼의 깊은 곳에서의 울림. 그리고 또 다른 죄책감을 안고 평생을 살아온 사람의 고백과 용서를 통해 얻게 된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까지 과연 그것뿐일까 암시한다.

 

우린 누구나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마련이다. 물론, 이러한 두려움에 종교가 가장 큰 힘을 실어주고 해답을 제시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아울러, 우리가 죽음에 얽매이기보다는 어떤 삶의 자세로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 속에서 작가가 던져주는 질문이 이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다.

 

나는 과연 의미 있는 삶을 살아왔는가?

나의 가치들을 포기해 오지 않았는가?

나는 정말로 내 가족의 행복에 관심을 가졌던가?

이 시대의 정치적, 사회적 투쟁에 얼마만큼이나 참여했던가?(209쪽)

 

내 죽음의 때가 언제일지에 매달리기보다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런 질문과 함께 살아감이 필요하지 않을까?

 

역시 도서출판 밝은세상의 소설들은 한 결 같이 재미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평소 도서출판 밝은세상의 책답지 않게 책 안에 오타가 많다는 점이었다. 10여 곳이 넘는 오타들(조사들을 잘못 번역 내지 적은 경우가 많았고, 단순한 오타들도 많았다)이 좋은 작품을 방해하는 요소로 남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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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선 : 카페 프란스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9
정지용 지음 / 아티초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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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 대는~~” 으로 시작하는 <향수>란 노래를 모르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대중가요 가수와 성악가가 함께 부름으로 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이제는 국민가요가 되어버린 노래. 바로 이 노래, 그 시를 쓴 시인 정지용 시인 역시, 아니 어쩌면 대중가요보다 더 사랑받는 시인이 아닐까 싶다.

 

시 속에 등장하는 마을을 휘돌아 나가는 실개천을 보기 위해 찾아가는 충북 옥천은 문학을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이미 성지가 되어버린 지 오래다(물론, 운치 있는 실개천이라기엔 왠지 손을 댄 듯하고 조금은 넓어 보이던 개천. 게다가 말라버린 개천이기에 실망한 기억이 나지만). 바로 그 유명한 정지용 시인의 시집 『카페 프란스』가 출판사 아티초크에서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9번째 책으로 출간되어 반가운 마음에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은 표지가 3가지로 구성되어 있어, 마음이 이끄는 데로 골라보는 재미도 있다. 복사꽃이 흐드러진 표지, 과연 이 안에는 어떤 시어들이 흐드러져 펴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작은 시집을 펼쳐든다.

 

솔직히 언어가 예스럽기에 시에 몰입하기 어려움이 있었음을 고백한다. 아니, 이는 어쩌면 말라버린 내 감성 탓이리라. 서정시인으로 불리는 정지용. 역시 그 타이틀에 맞게 너무나도 익숙한 시 <향수>가 가장 마음을 끈다. 특히, 다섯 차례 반복되는 후렴구인 “-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는 고향을 그리워하는 모든 이들의 감성을 뭉클하게 하지 않을까? 고향이 언제나 그리운 이유는 무얼까? 이미 그곳엔 날 반겨줄 이 하나 없을지라도 여전히 고향이 그립고, 시인의 고백처럼 꿈엔들 잊히지 않아, 여전히 꿈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소, 고향. 그곳은 다름 아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시기인 철없던 유년의 추억이 가득한 곳이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다면, 실개천 돌아나가는 그곳 고향을 꿈엔들 잊지 못하는 바야 그러려니 할 텐데, 유독 시인의 시 가운데는 바다에 대한 노래가 많은 이유는 뭘까? 바다와 가장 먼 충북 옥천이 고향인 시인인데 말이다. 어쩌면 바다로부터 유리된 곳에서 자랐기에 바다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그의 시에 반영되는 것일까? 물론, 그 이유를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많은 바다에 대한 시 가운데 <바다 3>이 마음에 와 닿는다.

 

외로운 마음이 / 한종일 두고 //

바다를 불러 - //

바다 위로 / 밤이 / 걸어온다.

<바다 3> 전문

 

시인은 얼마나 외로웠기에 한종일 바다를 불렀던 걸까? 어쩌면 시인은 지금 바닷가에서 외로움을 토해내고 있던 것은 아닐까? 그 외로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바다 위로 밤이 걸어오는 것조차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언젠가 서해안의 물 빠진 바닷가를 걸었던 기억이 난다. 밀물 때가 된지도 모르고 바닷가를 거닐었는데, 밀물에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성인 남성의 발걸음 속도와 맞먹었다. 파도는 없지만, 소리 없이 빠르게 스며들듯 쫓아오던 밤바다 무섭게 느껴지던 그 때가 이 구절과 함께 떠올랐다. “바다 위로 밤이 걸어온다.”나에겐 이 구절 안에 두려움과 외로움이 겹쳐진다.

 

<해바라기 씨>란 시도 재미나다. 어찌 생각하면 동심을 느껴져 살포시 미소 짓다, 웬걸 왠지 노골적이고 외설적이기까지 하여 살포시 얼굴을 붉혀본다. 여러분은 어느 쪽인지 한 번 읽어보시라. 아마도 내 안의 마음이 느낌을 다르게 하지 않을까?^^

 

해바라기 씨를 심자. / 담모퉁이 참새 눈 숨기고 / 해바라기 씨를 심자. //

누나가 손으로 다지고 나면 / 바둑이가 앞발로 다지고 / 괭이가 꼬리로 다진다. //

우리가 눈감고 한밤 자고 나면 / 이슬이 나려와 같이 자고 가고, //

우리가 이웃에 간 동안에 / 햇빛이 입맞추고 가고, //

해바라기는 첫 시약시인데 / 사흘이 지나도 부끄러워 / 고개를 아니 든다. //

가만히 엿보러 왔다가 / 소리를 깩! 지르고 간 놈이 - /

오오, 사철나무 잎에 숨은 / 청개구리 고놈이다.

<해바라기 씨> 전문

 

올 가을엔 시집 『카페 프란스』를 들고 옥천 정지용문학관을 찾아 정지용 시인의 마네킹 옆에 앉아 시집을 펼쳐들고 시 한 편 묵상한다면 시인이 당시 시인의 마음을 살며시 속삭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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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 : 망각의 샘물 (하)
머저리 보보 지음, 유영근 옮김 / 천의무봉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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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권인 「망각의 샘물」상권에서 나왔듯이 절대 악인 사울마왕을 붙잡기 위한 ‘사울마왕추포단’, 그들의 추격은 하권에서도 계속된다. 물론 그 가운데 몇 가지 사건이 있다.

 

먼저, 밤마다 엄청난 오줌을 싸던 하얀놀매의 오줌싸개 병을 고치게 된다. 알고 보니, 하얀놀매는 견우별이었다. 그가 싸던 오줌은 채소를 잘 자라게 해주는 칠석물이었고, 이제 오줌싸개 병은 도깨비 마을의 명의 깨바늘도사를 통해 고치게 되는데, 오줌 대신 눈물이 많아지게 된다. 이제 비로소 ‘울보왕’ 하얀 놀매가 탄생하는 것.

 

여기에 작가가 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눈물’은 ‘사랑’이다. 이제 하얀놀매는 인간의 슬프고 딱한 사정을 절대 그냥 못 지나치게 된다. 그렇기에 눈물이 곧 사명이 되고, 눈물이 곧 힘이 된다.

 

하얀놀매 님은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아프고 슬픈 일에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입니다. 하얀놀매 님의 눈물 방울방울마다 인간사회의 눈물이 묻어날 겁니다. (55쪽)

 

참, 멋진 말이고, 멋진 모습니다. 내 곁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향해, 함께 아픔을 공감하고, 함께 눈물 흘릴 수 있다는 것, 함께 아픔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여기에 희망이 있는 것 아닐까?

 

둘째, 사울마왕추포단은 곰 모양의 멋진 집 ‘고마성’을 짓고 사울마왕을 유인한다. 이 고마성은 곰 족의 후예임을 나타냄과 함께 북방을 향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기도 하다. 작가의 민족사관이 반영된 부분이라 여겨진다. 아무튼 결국 고마성에 침입하려던 요괴들을 추격하여 그들의 본거지를 알게 되는데, 그곳은 바로 법원장과 교도소장의 관사. 아니 진짜는 그 사이에 있는 물망초 병원 원장이자 줄기 세포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이며 자선사업가인 최박사의 집이었다. 과연 최박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조금은 산만한 느낌도 갖게 하는 토종판타지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권인 「망각의 샘물」은 절대 악인 사울마왕, 그리고 절대 선인 하눌의 보냄을 받은 자들인 ‘사울마왕추포단’간의 결투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 사울마왕 전부가 다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울마왕은 원래 7동물의 머리와 꼬리로 이루어져 있었는데, 그 7동물은 언제나 서로 싸우다가 결국 분리되었던 것. 그 중에 하나와의 싸움이 이 책이다. 그러니, 앞으로 6동물과 싸우는 이야기가 남은 것. 과연 앞으로 울보왕 하얀놀매가 얼마나 더 성장하게 될지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 책, 하권의 내용 중에 재미난 부분 하나를 소개한다. 도깨비 마을인 빨강코 도깨비 마을의 3대 자랑이다.

 

첫째, 도깨비 뿅망치(보물 제1호).

‘뿅’하고 한 대 맞으면 나쁜 생각이 모두 사라진다.

둘째, 도깨비 철학(지적재산 제1호)

세상사 도깨비 마음대로도, 사람 마음대로도 되지 않는다.

칼칼칼, 웃음이 최고의 보약이다.

셋째, 깨바늘도사(도깨비 무형문화재 제1호)

천하에 둘도 없는 명의, 지금까지 못 고친 병이 없다.

 

도깨비 뿅망치로 한 대 맞으면 나쁜 생각이 모두 사라진단다. 이 뿅망치 맞아야 할 사람들, 너무 많지 않을까? 우선 나부터 한 대 맞아야겠다.^^ 그리고 세상사 어느 누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단다. 그러니 죽을상 하라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웃자는 것. 얼마나 멋진가! 이렇게 3가지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나쁜 생각 버리고 한 세상 웃으면서 몸 건강하게 살자는 뜻이란다. 멋지다.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를 읽으며, 그 도깨비마을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속에, 삶의 터전에 자리 잡게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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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 : 망각의 샘물 (상)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 1
머저리 보보 지음, 유영근 옮김 / 천의무봉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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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20년. 백제의 옛 도읍 공주 곰내초등학교에 이상한 아이가 입학을 했다. 마치 조선시대에나 입었을 법한 하얀 바지저고리를 입은 사내아이. 게다가 이름도 특이하다. 하얀놀매란 이름. 성이 ‘하얀’인데, 자신이 시조란다. 이렇게 이야기는 ‘하얀놀매’로부터 시작된다(사실, 이 ‘하얀놀매’의 친구였던 한송이, 칠석할머니가 더 훗날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형태다).

 

어린이날을 하루 앞둔 5월 4일 하얀놀매네 반은 공주박물관으로 현장학습을 가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얀놀매는 다른 차원의 공간으로 들어가 이상한 친구들인 두리, 룰루, 돌비, 그리고 사마동자란 녀석들을 만나게 된다. 두리는 아기곰인데, 원래는 하늘나라 왕궁도서관의 사서였지만, 꿀을 하도 좋아해 자리를 비우다가 하눌 할방구(줄여서 눌방구)의 미움을 사 500년 동안이나 돌 속에 갇혀 있던 녀석이다. 룰루는 빨강코 꼬마도깨비인데, 역시 하늘나라 성문지기였지만, 팥죽을 너무 좋아해 자주 자리를 비우다 기왓장에 갇힌다. 돌비는 눌방구의 비밀경호원이었는데, 역시 사마왕(무령왕)의 묘로 귀양을 온다. 또 한 녀석 사마동자는 바로 사마왕이 다시 태어난 것.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들 다섯 친구들은 2020년 공주에서 뭉치게 되는데, 그건 바로 지옥 문지기였던 괴물 갈라사울라(사울마왕, ‘갈라사울라’라는 이름이 재밌다. 서로 다른 동물들인 7개의 머리와 7개의 꼬리를 가진 이 녀석은 이름 그대로 싸운다. 그래서 결국 갈라진다. ‘갈라사울라’란 이름은 갈라 싸울라 인 것^^) 때문이다. 지옥 문지기였던 사울마왕은 염라국을 집어 삼키고, 그곳에 새로운 나라 ‘악의 불꽃나라’를 세운다. 이에 염라대왕은 하늘나라의 왕 하눌에게 도움을 청하고, 결국 사울마왕과 하눌 간의 전투가 벌어진다. 치열한 싸움 끝에 사울마왕은 지상세계로 탈출하게 되고, 하눌은 사울마왕을 잡아오도록 사마왕을 지상으로 보낸다. 그런데, 사마왕은 그 사명을 잊어버리고 마는데, 이는 지상세계로 탈출하던 사울마왕이 망각의 샘물을 떠와, 이것을 어린 사마왕에게 먹였던 것. 이에 오랜 시일이 지난 후 하눌은 다시 그 사명을 이들에게 맡긴 것이다. 일명, ‘사울마왕추포단’이 된 것. 과연 이들 앞에는 어떤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토종판타지 소설인 『울보왕 하얀놀매 이야기』의 첫 번째 책인 「망각의 샘물」상권은 이처럼 신나는 모험이 시작될 밑그림을 그려주고 있다. 마치 모세처럼 어린 시절 강물에 떠내려 왔던 하얀놀매. 과연 그는 사울마왕을 이겨낼 수 있을까? 물론 이를 위해선 다음 책, 하권을 펼쳐야 한다.

 

이 책에서 재미난 설정 가운데 이런 게 있다. 바로 악의 화신인 사울마왕으로 인해 우리 역사의 온갖 나쁜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 예를 든다면,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일본통신사로 다녀온 황윤길과 김성일이 서로 다른 주장을 했던 것도 사울마왕의 이간질에 있고, 남과 북이 나뉘어 6.25한국전쟁을 일으킨 것 역시 사울마왕의 이간질이 그 이면에 있다는 것. 참 재미난 설정이다. 한 마디로 사울마왕은 우리의 역사 가운데 부정적 사건들의 배후에 도사리고 있던 절대 악이었던 것. 이런 못된 녀석이라면 빨리 꼼짝 못하도록 붙잡아야 할 텐데, 하얀놀매 이하 ‘사울마왕추포단’ 파이팅!!!

 

과연 절대 악을 상대로 이겨낼 지, 은근히 책은 말한다. 요즘 어른들이 우리 아이들을 엄하게 억누르고 답답하게 하는 것도 혹시 사울마왕의 공작 때문 아닌가 하고 말이다. 공부 공부 공부만 외치는 게 바로 사울마왕의 공작이라는 것.^^ 우리 아이들ㄹ이 사울마왕의 공작에서 벗어나야 할텐데...

 

암튼 이제 「망각의 샘물」 하권을 펼쳐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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