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아이 보고서 - 비루한 청춘의 웃기고 눈물 나는 관찰 일기, 제4회 한우리 문학상 청소년 부문 당선작 한우리 청소년 문학 5
최고나 지음 / 한우리문학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무민은 퇴학을 앞둔 고2 학생이다. 학교에서 담배를 피우고, 아이들을 괴롭힌 이유다. 하지만, 그런 무민에게 쌤은 제안을 한다. 바로 무민이 새로 이사 간 집 옆집에 사는 아이 순희를 관찰하고 관찰보고서를 제출하며, 궁극적으로는 순희를 학교에 데려오는 미션이다.

 

순희는 평범한 학생, 아니 모범생이라 불릴 수 있는 학생이었다. 그런 순희가 어느 날 갑자기 돌변하여 학교에 나오지 않는다. 학교뿐 아니라, 집밖으로 나오지 않는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렸다. 간혹 아파트 주민들이 다 알 정도로 이상한 짓까지 해대는 마을의 골통이 되어 버린 것. 이제 순희는 33일이 지나도록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퇴학당할 수밖에 없다. 이에 빡세(박세만) 쌤은 순희의 하루하루를 관찰하고 학교로 다시 데려오는 미션을 맡긴 것. 이를 수행할 시 퇴학을 면해 주겠다는 것.

 

이에 무민의 요상한 관찰이 시작된다. 과연 무민의 ‘옆집 아이 보고서’는 성공리에 작성될 수 있을까?

 

평범하지 않은 소재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처음부터 흥미롭고 재미나게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가운데, 점차 무거운 주제로 흘러가며, 아무래도 독자로 하여금 마음이 무겁고 울적해질뿐더러 분노마저 일으키게 한다.

 

무엇보다 황태라는 녀석과 그 부모로 인한 분노다. 황태라는 녀석은 바로 무민이 다니는 학교 이사장의 아들이다. 재력 있는 집안, 그리고 멋진 외모, 거기에 모델 뺨치는 패션 감각까지 보유한 이 녀석은 아주 못된 녀석이다. 여자아이들에게 접근하여 여친을 집단성폭행하고 버리는 아주 악한 녀석이다. 하지만, 이런 악한 녀석인 황태는 든든한 배경과 미성년자라는 특권으로 법의 처벌을 받지 않는다.

 

여기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한다.

 

“어른을 능가하는 청소년의 악행들, 과연 언제까지 용서만이 능사인가”(150쪽)

 

라고 말이다. 그렇다. 이 녀석 황태는 악한 녀석이다. 이 녀석은 범죄자다. 반면 무민은 법범죄자가 아닌 말썽꾸러기다. 하지만, 집안의 배경 차이는 말썽꾸러기는 퇴학예정자로 분류해놓고, 범죄자는 언제든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특권을 누리게 한다.

 

그렇다. 황태는 미성년자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교묘하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나이. 녀석이 저지른 짓은 내가 치는 말썽과는 차원이 다른 범죄다. 그건 분명한 범죄였다.(180쪽)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던지는 가장 큰 화두다. 과연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 용서하는 것만이 능사인가? 쉽게 결론지을 수 없는 부분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미성년자라고 해서 무조건 용서하지만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미성년자 범죄자들이 가는 소년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미성년자 범죄자 가운데 죄질이 악한 아이들이 가는 교도소가 존재한다. 김천소년교도소가 그곳이다. 이곳은 소년원이 아니다. 말 그대로 이곳은 교도소다. 이곳은 용서가 아닌, 처벌을 가하고 대가를 치르는 곳이다. 미성년자 범죄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시점에서 그렇다면, 이런 소년교도소를 더 많이 지어야 한다는 의미일까? 결코 쉽지 않는 부분이다. 게다가 죄를 지었다는 이유로(또한 많은 경우는 집안 배경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교도소에서 한 겨울에도 찬물로 샤워를 해야만 하는 그런 비인권적인 대접을 받는 것이 옳은가라는 또 다른 질문 역시 할 수 있기에 말이다.

 

작가는 단순히 미성년 범죄에 대한 질문만을 던지는 것은 아니리라 여겨진다. 미성년이라는 특권에 더하여 대단한 집안이라는 특권이 악질적인 범죄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처벌에서도 자유롭게 하며, 오히려 세상을 향해 더 큰 소리를 치고, 여전히 세상을 좌지우지하려는 이들의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작가의 진짜 의도가 아닐까 싶다.

 

우리 사이에 권력이란 건 쌈질이나 성적 정도인데, 어른의 권력은 내가 아는 것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 힘은 습자지에 스민 먹물처럼 은밀하지만 깊숙이 학교 안에 퍼져 있었다.(148쪽)

 

물론, 작가는 결론을 내리지 않는다. 그 몫은 독자들의 것이다. 무엇보다 이 세상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가 있길 소망한다. 말썽과 범죄는 다름을 알고, 범죄에는 그만한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그리고 용서 역시 피해자의 치유가 우선되어야 가능하다는 것과 가해자의 사죄가 동반한다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무튼 이 소설, 『옆집 아이 보고서』는 무거운 주제이기에 마음을 무겁게 하고 울적하게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그 이상으로 재미와 감동도 우리에게 전해주는 좋은 작품이다. 바라기는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 가운데 순희와 같은 희생자가 나오지 않길 기도한다. 그리고 황재와 그 엄마와 같은 파렴치하고 악한 자들 역시 더 이상 이 땅에 나오지 않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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