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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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웰컴, 삼바』는 꿈을 찾아 힘겨운 삶의 여정 길을 걸어가는 한 청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꿈은 바로 자유,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삼바는 바로 이것을 찾아 아프리카에서 프랑스로 건너왔다. 물론 그 여정은 수많은 고통의 문턱을 넘어야만 가능했다.

 

하지만, 프랑스에 도착하였다고 해서 그 고통의 문턱이 사라진 건 아니다. 여전히 그 고통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아니 어쩌면 더 괴롭고 숨 막히는 고통이 기다린다.

 

삼바는 자신의 체류증에 대한 심사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찾은 곳에서 도리어 불법체류자로 체포되어지고 벵센의 유치장에 수감된다. 그곳은 하루에도 몇 사람씩 자살 소동을 벌이는 곳. 쫓겨나지 않으려는 자들의 처절한 절규가 가득한 곳이다. 바로 그곳에서 삼바는 이민자와 난민들을 돕는 시민단체 <시마드>의 자원봉사자들을 통해 도움을 받게 되고, 당장 강제출국 당하는 신세는 간신히 모면하게 된다.

 

하지만, 삼바는 여전히 불법체류자 신세. 과연 그는 이 힘겨운 신세를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가? 그에게도 과연 불안함을 떨쳐 버릴만한 그런 순간이 찾아올까?

 

작가는 무엇보다 인권과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로 여겨지는 프랑스에 이미 그것들이 사라져가고 있음을 고발한다. 프랑스 하면 떠오르는 단어가 “똘레랑스”라는 단어가 아닐까? 이 단어는 ‘관용’, ‘포용’, ‘안아줌’이란 의미로 이해되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포용의 나라는 결코 아프리카 청년, 삼바를 안아주지 않는다. 도리어 계속하여 배척하기만 한다. 그는 프랑스를 열망하지만, 결코 프랑스는 그를 안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또한 아프리카로 돌아갈 수도 없다. 그렇기에 그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괄호 속의 삶이다.

 

자신들에게 찾아오는 자들을 안아 주려하기 보다는 밀어내고, 내쫓으려고 하는 정부. 그리고 서류에 근거하여서만 처리하는 행정. 이러한 상황에 의해 삼바는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그에게는 신분증이 없기 때문이다. 신분이 없으면, 일도, 거처도, 삶도 없다.

 

결국 삼바는 타인의 신분증으로 살아가기에 자신의 이름을 잃어 버리고 만다. 그는 공개적으로는 인정받지 못하는 삶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비공식으로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기도 하다.

 

“공식적으로 채용이 안 되는 그들이 비공식적으로 프랑스 경제 전체가 돌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되는, 쓰기 편하고,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했다. 그들은 지하 프랑스에서 거리를 청소하고, 쓰레기를 분류하고, 노인네의 똥을 닦아 주고, 밤에 사무실 바닥을 청소했다. 낮이 되면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갈 수 있게, 마치 때, 노쇠, 쓰레기 같은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마치 그들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283쪽)

 

이게 바로 난민들의 삶이다. 가진 자들의 필요를 채워주는 존재이지만, 언제라도 버림받고, 내쫓김 당할 수 있는 존재, 그렇기에 더 값싼 노동력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결국 삼바는 자신의 이름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이름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하지만, 삼바는 자신의 이름을 잃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름을 외칠 것이다. 그리고 그 삼바는 오늘도 달릴 것이다.

 

“달려 삼바, 달려!”

이 말은 삼바의 외삼촌 라무라 삼촌이 삼바가 어린 시절 프랑스로 떠나기 전 삼바에게 연을 만들어주고 함께 연을 날리며 했던 말이다. “달려 삼바, 달려!” 이 말은 소설 속에서 여러 번 등장한다.

 

이 말은 어쩌면 작가가 삼바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자신의 이름마저 잃어버리고 살아가야만 하는 삼바, 마치 괄호 속에서 살아가는 것과 같은 삶, 공개적으로 인정받진 못하지만, 비공식적으로 살아가야만 하는 노동력. 지금도 내몰림의 공포를 떠안고 살아야만 하는 수많은 삼바에게 작가는 이렇게 외친다.

 

“달려, 삼바, 달려!”

 

이 땅의 수많은 삼바들이 여전히 사람다운 삶을 향해 멈추지 않고 달려 나가길. 그리고 그렇게 달려 나갈 때, 그들에게 사람다운 삶을 허락해주는 세상이 도래하길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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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언니 해 줄래? - 조금 특별한 자매의 탄생, 2015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도서
서유리 지음, 곽은숙 그림 / 머스트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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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생긴다면 어떨까요? 게다가 그 동생이 평범하지 않은 모습이라면? 『우리 언니 해 줄래?』는 바로 그런 이야기를 담고 있는 성장동화랍니다.

 

이제 4학년이 된 소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동생이 생겼답니다. 부모님이 늦둥이를 낳게 된 것이 아니고요, 보육원에서 동생을 입양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갑자기 동생이 생긴 것도 싫은데, 그 동생은 한쪽 다리가 짧답니다. 그래서 절뚝발이라 놀림을 받는 아이랍니다. 그러니, 소리는 더욱 싫습니다.

 

마침 이 아이의 이름이 ‘우리’여서 ‘소리’와 ‘우리’, 마치 친 자매처럼 들려지는 것도 기분 나쁘답니다. 그래서 소리는 우리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도 아는 척 하지 못하게 단단히 다짐을 받아뒀답니다.

 

그런데, 이 우리란 아이는 참 밝게 자랐네요. 자신의 장애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답니다. 오히려 장애를 친구를 사귀는 재료로 사용하기까지 한답니다. 게다가 엄마 아빠가 생기고 거기에 언니까지 생겨 좋아한답니다. 물론, 소리 언니의 구박에 마음이 아프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런 우리는 소리 언니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답니다. 그 후로 우리는 소리 언니의 수호천사가 되어 소리 언니를 돕는답니다. 비록 소리 언니가 자신을 미워해도 말입니다. 화장실의 낙서도 고치고, 소리 언니의 회장 선거도 뒤에서 몰래 돕는답니다. 물론 마지막에 가서는 소리는 우리를 동생으로 온전히 받아들인답니다. 그 장면은 참 감동적이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것 같네요. 작가 선생님의 이야기랍니다. 이 이야기의 마지막으로 이렇게 끝납니다.

 

“우리는 절뚝절뚝, 소리는 폴짝폴짝! 조금은 다르지만 우리와 소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내며 두 손을 맞잡고 학교로 향했어요. 소리는 순간 우리의 등 뒤에서 하얀 날개가 펄럭이는 게 보이는 듯했어요. 햇빛을 받아서 그렇게 보이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소리는 ‘어쩌면 우리가 정말 천사가 아닐까?’하고 생각했죠. 하늘에서 소리를 위해 내려온 수호천사 나우리. 소리는 우리의 손을 꼭 잡으며 속삭였어요. 내 동생 나우리! 우리야, 사랑해.”(137쪽)

 

작가 선생님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이 동화는 입양 가정이 겪을법한 갈등과 화해, 그리고 사랑을 잘 전해주고 있답니다. 아울러 장애우에 대한 우리의 자세 역시 돌아보게 하는 동화랍니다. 장애우를 놀리는 친구들의 모습은 참 안타까운 모습이네요. 하지만, 그런 놀림에도 도리어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내는 우리의 모습은 참 멋지답니다.

 

물론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은 소리가 우리의 언니가 되고, 그 가정이 온전해 지는 모습이죠. 마음이 뭉클해지고 따스해지는 그런 동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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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라 도나 첫 번째 이야기 - 완벽한 가족 찾기 벨라 도나 이야기 1
루스 사임스 글, 심은경 옮김, 강윤정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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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 때 보육원 앞에 버려진 벨라 도나는 완벽한 가족에게 입양되길 꿈꾸는 소녀랍니다. 하지만, 그런 그녀는 또 하나의 꿈이 있는데, 바로 마녀가 되고 싶은 거랍니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소망 때문에 입양이 되지 않고 있고요.

 

보육원에는 또 다른 친구 샘이 있답니다. 샘은 언제나 벌레나 동물들을 좋아해서 옷에 진흙을 묻히기 일쑤죠. 역시 그런 자신에게 맞는 완벽한 가족에게 입양되길 꿈꾼답니다. 그런 샘 역시 샘에게 맞는 완벽한 가족을 만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샘과 벨라는 절친이기도 하답니다. 과연 이처럼 개성 강한 이 두 친구들 앞에는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맞는 가정이 나타날까요?

 

마녀가 되길 꿈꾸는 벨라 앞에 릴리스 아줌마가 나타난답니다. 겉으로는 대단히 평범해 보이는 릴리스 아줌마, 하지만, 아줌마와 함께 도착한 카본 마을의 풍경이 벨라의 눈에는 마치 동화속의 마을처럼 보이네요. 물론 잠시 후 다시 봤을 때는 아주 아주 평범한 마을에 불과하였지만 말입니다.

 

벨라는 릴리스 아줌마가 좋아 함께 살기 위해 마음속으로 다짐을 한답니다. 마녀가 되고 싶은 꿈을 철저히 감추기로 말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아줌마가 옷을 사주러 갔는데, 평소 좋아하던 검정색 옷이 아닌 핑크색 옷을 고르네요. 그런데, 어쩐지 릴리스 아줌마는 그런 벨라의 모습을 좋아하는 느낌이 아니네요.

 

아마 이쯤이면 눈치 채셨죠? 맞습니다. 벨라를 입양하려던 릴리스 아줌마는 사실 마녀랍니다. 그리고 벨라를 입양한 것 역시 벨라가 마녀 아닐까 생각하는 마음에 입양한 거랍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혹시 평범한 아이일지 몰라 서로 감추는 모습이 우습네요.

 

드디어 완벽한 가족을 찾게 된 벨라, 그녀가 마녀들의 마을 카본 마을에서 겪게 되는 새로운 경험들이 신 나네요. 무엇보다 벨라는 그토록 원하던 마녀수업을 하게 된답니다. 물론 그 가운데 작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첫 번째 이야기라 어쩌면 아직 본격적으로 신나는 이야기들은 조금 약하답니다. 하지만, 앞으로 벨라 앞에 펼쳐질 모험이 기대 되네요.

 

무엇보다 이 첫 번째 이야기는 벨라가 그동안 꿈꾸던 완벽한 가족을 드디어 찾게 되는 이야기랍니다. 물론, 친구인 샘 역시 마찬가지랍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통해, 정체성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벨라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답니다. 그래서 이야기가 신 나죠. 그렇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은 신 나야 합니다. 비록 그 과정이 남들이 꺼리는 ‘마녀’와 같은 것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그리고 벨라도, 샘도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 할 때는 행복하지 않답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고,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을 때, 행복하게 된답니다. 우리 역시 있는 그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누군가를 존중할 수 있고, 용납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또 한 가지, 여기에 등장하는 ‘마녀’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그런 못생긴 얼굴을 하고 못된 짓을 일삼는 그런 마녀들이 아니랍니다. 그저, 옆집 아저씨 같이 평범한 모습이죠. 머리가 벗겨진 아저씨도 있고, 푸짐한 아줌마도 있죠. 그리고 예쁘기도 하고요. 어쩌면 우리의 편견에 대한 도전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네요.

 

앞으로 전개될 벨라와 샘의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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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의 황제
김희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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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라면의 황제』는 작가의 단편소설 9편을 묶어 출간한 단편소설집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9편의 소설들은 보이지 않는 끈으로 묶여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모든 소설들이 참 재미나고 흥미롭다. 사실 9편 모두 비슷한 구도를 가지고 있다. 어쩌면 작가가 글을 써가는 공식 아닌 공식, 소설을 싸안는 틀이 있는 듯싶은 느낌을 받게 한다. 대체로 한 가지 사건의 주체가 있고, 그 사건과 연결되는 또 하나의 별개의 사건이 있다. 이런 사건들은 작가의 손을 통해 교묘하고 멋스럽게 연결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가 왕래하고, 현재와 미래가 왕래한다. 이처럼 시점의 왕래가 작가의 소설에서는 빈번하다.

 

또 하나 공통점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취재의 형식이든지, 취재하는 주체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아무도 관심 갖지 않던 어떤 책이나, 기사, 잡지 등이 등장하기도 한다. 대체로 이러한 공통점들이 작가가 글을 써가는 어떤 공식 아닌 공식으로 자리 잡고 있는 듯싶다.

 

이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이런 형식으로 꾸밈없이 담백하게 써감에도 대단히 흥미롭고, 때론 박진감 넘치며, 때론 감동을 주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글을 써가는 또 하나의 독특한 방식을 배우기도 하였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때론 기괴한 듯싶다가도 웃기며, 때론 뭔가 나올 것 같다가도 허망하기도 하며, 때론 음침한 듯싶다가 뭉클하기도 하다. 전체적인 글의 분위기를 생뚱맞다고 엉뚱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 한 마디로 독특하다. 그럼에도 글을 참 달게 잘 쓴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또한 때론 가벼운 듯싶지만, 그 안에 메시지들이 감춰져 있다. 아마도 작가의 스타일이 직접적인 언급도, 그리고 꼬고 또 꼬는 스타일도 아닌 듯싶다. 하지만, 대체로 이 이야기를 통해, 뭔가 말하고 싶은 또 다른 은유가 그 안에 담겨 있다. 그 은유가 바로 메시지다. 그렇기에 재미만 좇지 말고, 이 메시지를 놓치지 않았으면 싶다. 뭐 재미만 좇아 책을 읽어나가도 문제될 것은 하나도 없지만 말이다.

 

9편 모두가 좋지만, 그럼에도 몇 편 생각나는 바를 적어본다.

 

“한때 라면이라는 음식이 있었다.”로 시작하는 <라면의 황제>는 아무것도 아닌 라면인데도 라면 음모론을 제기하는 우스운 현실, 그리고 그 음모론에 동조하여 라면이라는 음식을 금해버린 웃지 못 할 모습을 통해, 오늘 우리의 건강에 대한 지나친 관심 내지, 열풍을 꼬집으며, 아울러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그토록 사랑받는 대중음식을 매도하는 세력에 대해 고발한다.

 

어느 날 갑자기 도심 상공에 등장해서 아무것도 행하지 않고 사라진 비행물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지상최대의 쇼>에서는 과연 우리는 타인을 향해 어떤 시각을 가지고 바라보며, 어떤 자세로 대처하는지를 질문하게 한다. 지레 상대를 판단하고 규정함으로 우리 안에 받아들이지 않고 밀어내버리는 모습, 어쩌면 우주이민자의 모습을 통해, 난민이나, 불법체류자들, 그리고 탈북자들을 우리 편에서 규정하고 밀어내 버리는 그런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작가의 말을 빌어본다.

 

“유사 이래 단 한 번도 다른 생명체나 다른 민족 또는 다른 국가에게 우호적으로 손 내미는 법을 알지 못했던 종족에게 내재된 상상력의 지평선 같은 것 말이다.”(144쪽)

 

이런 모습은 결국에는 외계인을 도살하여 음식의 재료로 삼게 되는 <경이로운 도시>에서는 극대화된다. 이 이야기는 엽기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런 엽기적인 행동들조차 집단의 행동으로 인해, 정당화되고, 도리어 국민들을 먹여 살린다는 ‘공익’ 앞에서는 도리어 권장되어지기도 하는 그런 모습은 오늘 우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상대가 외계인에서 내 곁에 있는 누군가 소수자들, 약자들, 주변인들로 바뀌었을 뿐.

 

이처럼 다소 엉뚱하고, 생뚱맞은 이야기들 안에 재미와 함께 메시지를 녹여 감추는 작가의 그 필력이 예사롭지 않다.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김희선이라는 작가에게 반하게 되었다. 앞으로의 글도 기대하며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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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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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디 마이너스』(D-)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90년대 말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넘어간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며 겪었던 격동의 순간들(사실, 격동의 시기라 하면 80년대를 말하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이 시대 역시 격동의 시기였음을 알게 된다. 아니, 어느 시대건 격동의 시기임을 작가는 말한다. 물론,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풀어내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은 학생 운동이다. 작가는 자신이 학생 운동을 하던 그 과정을 잘 그려낸다. 뿐 아니라, 운동권 안에서의 계파와 그 사이에서 겪게 되는 분쟁과 화해. 아울러 새내기에서 점차 운동원다운 운동원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치열한 투쟁의 현장, 검거된 후 겪게 되는 두려움과 나약함, 부끄러움과 반성, 계속 운동권에 남아야 할지의 고민과 갈등 등을 몰입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은 사랑과 우정이다.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 그리고 좋아하고 거절당함, 우연히 찾아오는 사랑, 동성애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이야기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몇몇 특색 있는 교수들의 등장, 그리고 캠퍼스에서 사는 미친 남자, 사람이(개), 길고양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로 인해 소설은 더욱 풍성해진다.

 

그런데, 왜 소설의 제목이 『디 마이너스』(D-)일까? 학점 D- 가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과 같은 연대회의에 속한 친구 진우가 공대 학생회장에 출마하여 선거 운동하는 가운데 등장한다. 진우의 경쟁자이자인 윤구(NL 소속)는 진우를 재치고 가뿐하게 공대 학생회장에 당선된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한 과목에 F를 받음으로 평균 D-가 되지 못해, 제적을 당함으로 당선이 취소가 되는 장면이다. 다른 과목들은 그래도 운동권활동과 선서운동을 감안하여 D-를 받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둔 원칙주의를 고집하는 교수님에 의해 F를 받았던 거다. 이 일로 인해 결국 진우가 공대 학생회장이 된다. 그리고 일을 계기로 진우는 운동계의 고목으로 더욱 성장하게 된다.

 

어디 윤구뿐이겠는가? 사실 학생운동에 투신하여 활동한 이들의 학점이 좋을 리가 없다. 투쟁의 현장에 있어야 하기에 학과 공부를 할 여력이 없었던 것. 어쩌면, 어느 시대이건 시대적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사회운동에 투신함으로 자신의 앞가림에 전념하지 못한 이들, D-를 감내하는 이들에게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최소한의 학점이라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교수들에게 학점을 구걸 내지 협박하는 그 모습 역시 어쩌면, 인정받지 못할 D-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였던 운동의 현장에서 이제 물러나 그토록 비판하던 자본주의 재벌들의 자본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인공 태의, 또는 작가 자신의 학생운동의 평점이 D-에 불과함을 고백하려는 것이었을까?

 

또는 자신의 교수 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학창 시절을 파탄 내는 그 모습이 D-라는 걸까? 어쩜, 학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교수라는 권력을 휘두르는 에피소드를 보여줬던 그들의 모습,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 당선되고 자신의 정치기반들을 뒤 흔들었던 당시 정권들이 D-라는 걸까?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적응”이라는 단어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순수한 꿈과 열정을 품고 그 일에 헌신한다 할지라도, 그 모습이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또 삶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과연 나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었는가 싶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무리 예전의 이상을 버린 채, 삶 속에 ‘적응’하였다 하지라도, 젊음의 시간 치열하게 살아냈을 그 시간들을 누가 거짓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아울러 꼭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적응’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그릇대로 살아내면 그만이다. 물론, 세상의 부조리를 향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이제 그만 그 짐을 내려놓고 싶을 수 있고, 실제 내려놓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가고 있느냐가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이어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물러섬도 또 하나의 역할이 아닐까?

 

아울러 비록 지금은 그 힘겨운 투쟁의 무대에서 슬그머니 물러났다 할지라도, 여전히 꿈꾸던 세상, 만들고자 하던 세상을 허물며 살지 않는 인생이라면, 결국엔 D- 이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재미나게 읽게 되는 소설, 그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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