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마이너스
손아람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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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디 마이너스』(D-)는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90년대 말에서 새로운 밀레니엄으로 넘어간 시기에 대학생활을 하며 겪었던 격동의 순간들(사실, 격동의 시기라 하면 80년대를 말하는데, 소설을 읽다보니, 이 시대 역시 격동의 시기였음을 알게 된다. 아니, 어느 시대건 격동의 시기임을 작가는 말한다. 물론, 어떤 이에게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지만)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소설을 풀어내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축은 학생 운동이다. 작가는 자신이 학생 운동을 하던 그 과정을 잘 그려낸다. 뿐 아니라, 운동권 안에서의 계파와 그 사이에서 겪게 되는 분쟁과 화해. 아울러 새내기에서 점차 운동원다운 운동원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치열한 투쟁의 현장, 검거된 후 겪게 되는 두려움과 나약함, 부끄러움과 반성, 계속 운동권에 남아야 할지의 고민과 갈등 등을 몰입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은 사랑과 우정이다.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 그리고 좋아하고 거절당함, 우연히 찾아오는 사랑, 동성애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들이 이야기에 재미를 불어넣고 있다. 또한 몇몇 특색 있는 교수들의 등장, 그리고 캠퍼스에서 사는 미친 남자, 사람이(개), 길고양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등장인물(?)로 인해 소설은 더욱 풍성해진다.

 

그런데, 왜 소설의 제목이 『디 마이너스』(D-)일까? 학점 D- 가 등장하는 장면은 주인공과 같은 연대회의에 속한 친구 진우가 공대 학생회장에 출마하여 선거 운동하는 가운데 등장한다. 진우의 경쟁자이자인 윤구(NL 소속)는 진우를 재치고 가뿐하게 공대 학생회장에 당선된다. 하지만, 그런 그가 한 과목에 F를 받음으로 평균 D-가 되지 못해, 제적을 당함으로 당선이 취소가 되는 장면이다. 다른 과목들은 그래도 운동권활동과 선서운동을 감안하여 D-를 받았지만, 정년퇴직을 앞둔 원칙주의를 고집하는 교수님에 의해 F를 받았던 거다. 이 일로 인해 결국 진우가 공대 학생회장이 된다. 그리고 일을 계기로 진우는 운동계의 고목으로 더욱 성장하게 된다.

 

어디 윤구뿐이겠는가? 사실 학생운동에 투신하여 활동한 이들의 학점이 좋을 리가 없다. 투쟁의 현장에 있어야 하기에 학과 공부를 할 여력이 없었던 것. 어쩌면, 어느 시대이건 시대적 부조리에 침묵하지 않고, 사회운동에 투신함으로 자신의 앞가림에 전념하지 못한 이들, D-를 감내하는 이들에게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그런 모습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최소한의 학점이라도 받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교수들에게 학점을 구걸 내지 협박하는 그 모습 역시 어쩌면, 인정받지 못할 D-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니면, 그토록 치열하게 고민하고 투쟁하였던 운동의 현장에서 이제 물러나 그토록 비판하던 자본주의 재벌들의 자본에 기대어 살아가는 주인공 태의, 또는 작가 자신의 학생운동의 평점이 D-에 불과함을 고백하려는 것이었을까?

 

또는 자신의 교수 생활에 후회가 남지 않기 위해, 누군가의 학창 시절을 파탄 내는 그 모습이 D-라는 걸까? 어쩜, 학자라는 허울을 뒤집어쓰고 교수라는 권력을 휘두르는 에피소드를 보여줬던 그들의 모습, 그리고 대통령의 자리에 당선되고 자신의 정치기반들을 뒤 흔들었던 당시 정권들이 D-라는 걸까?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소설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적응”이라는 단어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는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다. 순수한 꿈과 열정을 품고 그 일에 헌신한다 할지라도, 그 모습이 영원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또 삶 속에 ‘적응’하며 살아가게 된다. 과연 나에게도 그런 과거가 있었는가 싶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잘못이라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아무리 예전의 이상을 버린 채, 삶 속에 ‘적응’하였다 하지라도, 젊음의 시간 치열하게 살아냈을 그 시간들을 누가 거짓이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아울러 꼭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니 ‘적응’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만이 옳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저,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그릇대로 살아내면 그만이다. 물론, 세상의 부조리를 향해 무관심해서는 안 되겠지만 말이다.

 

누군가는 끝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지고 가기도 하겠지만, 누군가는 이제 그만 그 짐을 내려놓고 싶을 수 있고, 실제 내려놓을 수도 있다. 문제는 그 뒤에 또 다른 누군가가 이어가고 있느냐가 아닐까? 그리고 그렇게 이어갈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고 물러섬도 또 하나의 역할이 아닐까?

 

아울러 비록 지금은 그 힘겨운 투쟁의 무대에서 슬그머니 물러났다 할지라도, 여전히 꿈꾸던 세상, 만들고자 하던 세상을 허물며 살지 않는 인생이라면, 결국엔 D- 이상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재미나게 읽게 되는 소설, 그리고 내 삶을 돌아보게 되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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