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 파편 - 최신 원전 완역본 아르센 뤼팽 전집 7
모리스 르블랑 지음, 바른번역 옮김, 장경현.나혁진 감수 / 코너스톤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아르센 뤼팽 전집』 7번째 책인 『포탄 파편』에서는 과연 어떤 내용을 만나게 될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쳐본다.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된다.

 

주인공인 폴 들로즈는 사랑하는 아내 엘리자벳과 결혼한 첫날 자신들이 앞으로 살게 될 오르느캥 성으로 향한다. 이 성은 엘리자벳의 가족들에겐 어머니가 죽은 후엔 한 번도 찾지 않고 비워뒀던 성이다. 이제 신혼 살림이 시작될 그곳에 도착하여 한 방에 들어간 순간 폴은 꿈에도 잊을 수 없었던 원수,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던 원수인 여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죽은 엘리자벳 어머니의 초상화가 원수의 얼굴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충격 가운데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게 되고, 폴은 절망 가운데 아내를 두고 다시 군대에 복귀하게 되고, 살아갈 의미를 상실한 폴은 목숨을 내놓고 싸워 수많은 전공을 올리게 된다.

 

한편 엘리자벳은 국경지역이기에 위험지역인 성을 떠나지 않고, 결국 독일군들에 의해 성은 점령당하고 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폴은 아내를 염려하지만, 그 지역을 프랑스군이 되찾았을 때에는 이미 아내는 처형된 뒤였다.

 

하지만, 아내가 처형된 현장에 있던 ‘포탄 파편’을 통해, 아내가 아직 살아 있음을 알게 된다. 아내는 독일 황제의 아들에게 납치당했던 거다. 이에 폴은 아내를 구하고자 하는 마음을 품는다. 여기에 더하여 폴은 아내의 어머니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되고, 진실을 추적하는 가운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과연 그 비밀은 무엇일까?

 

일곱 번째 이야기인 『포탄 파편』은 참 재미나다. 마치 한편의 전쟁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느 책보다도 더 박진감 넘치는 진행에 감탄하게 된다. 아울러 작가 르블랑만의 스타일이 잘 느끼게 되는 수작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모든 분들이 갖는 의문이겠지만, 과연 이 책이 왜 뤼팽 전집에 끼여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실제 뤼팽이 등장하는 것은 2페이지 정도에 불과하다. 물론, 어떤 이는 뤼팽의 등장이 비록 적지만, 그럼에도 『포탄 파편』의 주인공인 폴 들로즈의 추리에 있어 결정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또 찾아보니, 작가 스스로 이 이야기를 뤼팽 시리즈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하기도 한다. 왜? 굳이 그래야만 했을까? 작가가 독자들에게 던지는 수수께끼였을까? 각자 그 답을 추리해보고 풀어 보라는? 아무튼 모를 일이다.

 

실제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폴이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뤼팽의 모습을 참 많이 닮아 있다. 특히, 중 후반부에서는 더욱 뤼팽처럼 사건을 풀어나가기에 혹 폴이 뤼팽이 아닐까 의심하게도 된다. 어쩌면, 뤼팽이 마치 영화의 카메오처럼 잠깐 등장하게 되지만, 이 이야기를 작가 스스로 굳이 뤼팽 전집에 끼워 넣음으로 폴이 뤼팽이라 생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려는 걸까? 그리고 소설 속에서 뤼팽은 실제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폴이 처남인 베르나르에게 말하는 가운데 잠깐 대화 속에서 등장할 뿐이기에 충분히 주인공 폴을 뤼팽이라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폴은 끝까지 뤼팽이 아닌 폴로 남아 있다. 아무튼 모를 일이다.

 

뤼팽의 등장을 고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일 수 있겠지만, 책의 내용만은 대단히 흥미롭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 여겨진다. 재미있게 읽었으니 만족하자. 그리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 우리는 하루하루가 힘겨운 나날을 살아간다. 남들이 보기에는 ‘저 사람은 아무런 걱정도 없겠다’ 싶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그 삶을 들여다보면, 남들이 알지 못할 아픔과 한숨이 있다. 모두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삶의 무게로 힘겨워하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절실하다. 누군가 나에게 따듯한 위로 한 마디 전해준다면, 그 위로의 힘으로 오늘 날 무겁게 짓누르는 삶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우린 ‘위로’에 열광하게 된다. 여기 그러한 제목의 책이 있다. 『위로의 그림책』이란 제목의 책, 과연 이 안에 어떤 위로의 메시지들이 담겨 있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장을 열어본다.

 

작가는 짧은 글귀로 이루어진 120개의 위로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여기에 그 글귀를 더욱 깊이 묵상하게 하는 그림들이 함께 한다.

 

물론, 위로의 글이라고 해서 무조건 값싼 위로를 우리에게 전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우리를 꾸짖기도 하고, 때론 우리에게 깊은 통찰력을 허락하기도 한다. 때론 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도 한다. 아마도 120개의 서로 다른 위로들 가운데 독자의 처한 상황이나, 또는 독자의 마음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글귀들이 위로의 메시지로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것이 어느 것이든 붙잡고 힘을 낸다면 이 책은 이미 역할을 성실히 감당한 것이 아닐까 싶다.

 

마음에 와 닿는 글귀들을 몇 소개해본다.

 

즐겁지 않은 일을 계속하는 것은 잘못 들어선 도로를 계속 달리는 것과 같다.(41쪽)

 

그렇기에 내 일을 사랑하며,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비록 그 일이 내 삶에 충분한 경제적 보답을 허락하지 않는다 하지라도. 즐겁다면 우린 잘못 들어선 도로를 달리고 있지 않다. 이것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혹, 내가 달리는 일 길이 잘못 들어선 도로는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아울러 언제나 즐겁게 감당하는 하루하루가 되길 소망해본다.

 

메인이 되느냐 서브가 되느냐의 차이는 뛰어드느냐 맴도느냐의 차이(102쪽)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자에게 터닝 포인트는 절대 나타나지 않는다.(224쪽)

 

내가 달리는 이 길이 잘못 들어선 도로가 아니라면, 이젠 맴돌지 말고, 뛰어드는 인생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작가의 말처럼 그럴 때, 메인이 될 수 있을 테니. 그리고 이렇게 앞으로 나아갈 때, 내 삶의 터닝 포인트 역시 나올 것이기에. 뛰어들자. 이왕 하는 것, 맴돌기보다는 투신하는 삶을 살아보자 다짐해 본다.

 

그 외에도 작가의 지혜를 느낄 수 있는 구절들, 세상을 향한 작가의 통찰력을 발견하게 되는 구절들도 있다. 무엇이든 내 마음에 울림을 주는 구절이라면 붙들고 잠잠히 묵상해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다양한 색깔의 위로의 옷을 입혀 주리라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박하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인류를 바꾼 3개의 사과가 있다고 한다. 바로 이브의 사과, 뉴턴의 사과, 세잔의 사과가 그것이다. 가히, 종교, 과학, 예술을 대표하는 사과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하나의 사과를 더한다면, 애플사의 사과를 더해야 할 것이다. 농담이고, 애플사의 사과의 원형으로 의심되는 사과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앨런 튜링의 사과다.

 

앨런 튜링은 천재 수학자이면서 과학자였다. 컴퓨터의 원형 모델을 완성하였기에 ‘컴퓨터의 아버지’라고도 불린다. 그런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되는데, 독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던 것.

 

이 책, 『앨런 튜링의 최후의 방정식』은 바로 이러한 인류를 바꾼 4번째 사과의 주인공 앨런 튜링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은 앨런 튜링이 자살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이 사건을 맡은 코렐은 명문대학 출신이지만, 시골 경장 노릇이나 하는 내성적 성향의 젊은이다. 소설은 코렐이 튜링의 자살에 대해 추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어진다. 코렐은 튜링의 자살에 대해 추적하여 튜링이란 인물에 대해 알아 간다. 바로 이 부분이 소설의 큰 축 가운데 하나다. 앨런 튜링이 누구인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암호통신 체계인 ‘에니그마’를 해독해 전쟁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전쟁영웅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 감춰진 비밀이 있었으니 바로 그는 동성애자라는 것. 바로 이 문제로 인해 대학교수이자, 국가영웅(물론 감춰진 영웅이다)인 그의 삶은 점차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당시 남성의 동성애는 불법이었기 때문. 결국 그는 화학적 거세형을 선고받게 되고, 여성호르몬을 1년간 투여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엔 자신이 좋아하던 백설공주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과에 독을 입혀 자살하고 마는 것.

 

이 소설을 읽으며, 이 소설을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자살 사건을 경찰의 신분으로 끝까지 추적해 나가기에 추리소설이라 불러야 할까? 아님 미스터리라 불러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앨런 튜링이란 인물을 소개하는 자전적 소설이라 해야 할까? 아님 수많은 수학적 내용들을 다루고 있기에 수학소설이라 분류해야 할까?

 

물론, 모두 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동성애에 대한 편협한 시선, 배타적 사고에 대한 우리의 잘못을 꾸짖고 있는 계몽소설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에게 타인을 향한 관용과 존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하려는.

 

단지 동성애자라는 이유만으로 화학적 거세를 당하고, 죽음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었던 한 천재수학자를 통해, 오늘 우리의 시선은 어떤지를 보여준다.

 

작가는 과연 동성애가 죽음으로 내몰릴 만큼 끔찍한 죄악인지 질문한다.

 

먼저, 코렐의 이모를 통해 이렇게 말한다.

“생각 좀 해보렴. 그 양반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어. 그저 자연스럽게 성향을 따랐을 뿐이지. 그런데 그 때문에 굴욕을 겪고 학대받고 죽음에 내몰리다니. 과연 옳은 일일까?(160쪽)

 

처음에는 동성애자에게 극심한 거부감을 갖던 주인공 코렐 역시 나중엔 이렇게 말한다.

“다른 사람을 해치지 않는 한, 우리는 원하는 대로 할 권한이 있습니다.”(293쪽)

 

또한 작가는 자신이 발명하고자 하는 기계를 대하는 앨런의 자세를 통해서도 이런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기계가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 해도 우리와는 취향이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앨런은 우리 인간이 유일한 척도일 필요는 없음을 증명하려 했어요. 기계가 생각한다고 해서 반드시 당신과 나와 같을 이유는 없습니다.”(341쪽)

 

그렇다. 기계가 우리와 같을 필요도 없을뿐더러 우리 역시 모두 같을 필요는 없다. 여기에 더하여 작가는 코렐이 앨런의 자살을 추적해 나가는 가운데, 그의 커다란 상처의 근원이기도 한 아버지를 통해, 관용과 존중의 강조하기도 한다. 그의 아버지는 바로 관용과 존중을 강조하던 인물이었기에.

 

소설의 커다란 축이 앨런 튜링이란 인물에 대해 추적해 나가고 알아가는 내용을 담고 있다면, 또 한 축은 그러한 추적을 하는 주체인 코렐이 그런 추적 과정을 통해 자신의 감춰진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치유여행이며, 아울러 자신의 내면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행을 담고 있다.

 

바로 이러한 과정을 통해, 코렐은 관용과 존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관용과 존중, 이것이야말로 소설을 통해 작가가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아닐까 여겨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이름은 직지 - 천년의 숨결을 간직한 우리 문화유산 아이스토리빌 21
이규희 지음, 김주경 그림 / 밝은미래 / 201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민족에게는 전 세계를 향해 자랑할 만한 문화유산들이 많답니다. 그 가운데 기록유산들도 많고요. 특별히,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는 문화유산이 11가지나 될 정도로 우리에겐 자랑스러운 기록유산들이 많죠.

 

그런데, 그 가운데 참 슬픈 유산이 있는데, 그건 바로 『직지』랍니다. 정식명칭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인데, 줄여서 『직지심체요절』로 부르기도 하며, 아예 『직지』라고만 부르기도 하네요.

 

이 직지가 자랑스러운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에서 금속활자로 찍은 최고(最古)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가장 빠른 금속활자본으로는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라고 여겼는데, 이것보다 우리의 직지는 78년이나 앞선 금속활자본으로 밝혀졌답니다. 이 일을 해낸 분은 바로 직지의 대모로 불리는 박병선 박사님이고요.

 

이렇게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 없답니다(물론 우리나라에도 직지가 없는 건 아니랍니다. 보물 제1132호로 지정되어 있는 직지가 있는데, 이것은 금속활자본 이후에 찍은 목판본이랍니다.). 왜냐하면 이 직지는 구한말에 프랑스로 팔려갔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더욱 안타까운 역사이기도 하죠.

 

이 책, 『내 이름은 직지』는 바로 그런 직지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직지가 직접 말을 하는 형식으로 동화는 전개된답니다. 직지가 처음 만들어지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하여, 상하권이 서로 나뉘어 하권만이 프랑스까지 흘러들어가게 된 과정. 그리고 박병선 박사님을 통해 다시 재조명되어지게 되는 과정을 잘 그려내고 있답니다.

 

물론 곳곳에 예쁜 그림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 그림에는 한 가지 비밀이 담겨 있답니다. 그건, 직지가 등장하는 그림에는 항상 파랑새가 등장한답니다. 그래서 직지 상하권이 함께 있을 때에는 파랑새 두 마리가 등장하고, 직지가 나뉘어 한 권만 외로이 있을 때에는 파랑새 한 마리가 등장한답니다. 아마도 그림을 그리신 분은 이런 파랑새를 통해, 파랑새 두 마리가 함께 모여 우리에게 돌아오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지 않나 여겨지네요. 희망으로 상징되는 파랑새를 통해서 말입니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인 ‘직지’가 머나먼 타향 땅인 프랑스에서 다시 우리나라 청주로 돌아오게 될 날이 속히 온다면 좋겠네요. 그 파랑새를 우리 함께 품어보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알바 패밀리
고은규 지음 / 작가정신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알바 패밀리』는 한 가정의 이야기이며, 우리 모두의 이야기, 한국 사회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성실한 가장인 아버지는 그 성실함에도 불구하고 무능한 가장이 되어 버렸다. 호두 껍질이 그 단단함으로 내용물을 보호하듯이 튼튼한 가구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호두가구’를 운영하던 아버지의 ‘호두가구’는 정작 가구를 만드는 사람의 가정조차 지켜주지 못하고 망하고 만다.

 

남편이 운영하는 ‘호두가구’의 사정이 어려워지기 시작하며, 마트 직원으로 취직한 어머니. 어머니 역시 예전엔 ‘고객’이었지만, 이제는 그 ‘고객’들을 하늘같이 모셔야만 하는, 힘겨운 감정을 드러내서도 안 되는 ‘감정노동자’가 된다. 그리고 어머니는 느린 손으로 인해 점차 감정이 피폐해지기 시작한다.

 

체리피커(소설에서는 체리피커라고 말하지만, 실상은 블랙슈머라고 해야 맞을 듯)로서 상품 후기를 쓰는 재미로 살던 파워블로거인 딸 로라는 하루아침에 불량고객으로 분류되어 강제탈퇴당하고, 구입한 명품 대금을 물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결국 로라는 알바의 세계로 입문하게 되고, 용돈을 타서 대학을 다니던 오빠 로민 역시 결국엔 가정경제를 지켜내기 위해 알바의 세계로 입문한다.

 

과연 이들 가정은 안녕할 수 있을까?

 

이 소설, 『알바 패밀리』는 사실 오늘 우리 사회의 소시민들의 붕괴된 경제를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에 무거운 주제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글의 분위기는 무겁지 않다. 도리어 가벼운 문체로 이야기는 전개되어진다. 그래서 웃픈 이야기다. 하지만, 결코 웃기지 않다. 가볍게 이야기가 전개될지언정 웃기진 않다. 도리어 끊임없는 노동에 시달려야 하지만, 그럼에도 경제적 안정은 보장받을 수 없는 오늘날 수많은 ‘알바 패밀리’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마음이 아프고 슬플 뿐이다. 이 이야기가 웃프게 다가온다면, 그 우스움의 진면목은 냉소가 아닐까? 안녕한 삶을 지향하며, 여전히 안녕하지 못한 현실 속에서 몸부림치는 수많은 안녕하지 못한 인생들을 향한 냉소. 그래서 슬프다.

 

‘죽음은 아직 농담 같았다’ 노래한 어느 시인의 고백처럼, 어쩌면 이들 ‘알바 패밀리’의 안녕은 아직은 농담 같다. 우리들의 안녕은 어떠한가? 여전히 웃픈 농담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이젠 행복한 진담으로 ‘안녕’이 우리 곁에 다가오게 되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