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화 Ok-hwa K-픽션 9
금희 지음, 전승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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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는 <K-픽션> 시리즈의 9번째 책은 조선족 작가인 금희 작가의 『옥화』란 책이다. 분량이 단편이라 하기엔 조금 긴 듯하고, 중편이라 부르기엔 조금 짧은 듯한 분량인 이 책은 조선족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탈북민과 조선족 간의 비슷한 듯하면서도 서로 다른 입장 차이에 대해 풀어내고 있는 소설이다.

 

조선족이건 탈북민이건 이들은 모두 우리의 ‘동포’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 있다. 동포란 말은 말 그대로 형제자매란 의미. 하지만, 실상 이들에게는 우리의 형제라는 의미보다는 철저한 ‘타자’에 불과하지 않을까. 아울러 우리에겐 모두 타자로 여기는 이들 역시 서로 간에 철저한 타자임을 이 소설을 보여준다.

 

탈북민인 ‘여자’와 옥화(주인공 홍의 올케였던 여인)는 조선족의 도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아니, 오히려, 이들의 시선은 자신들을 마음 깊은 곳에서 돕지 않는 그들. 그리고 도움의 손길을 펼치더라도, 마치 여유로운 삶 가운데 조금을 시혜를 베푸는 듯 도와주고, 또는 도움에 생색이나 내려는 그런 모습으로 바라본다.

 

반면, 이들을 ‘동포’라는 동질성을 가지고 돕는 주인공 홍의 입장에서 그 도움은 결코 여유로운 삶 가운데 쉽게 돕는 것이 아니다. 힘겨운 삶 가운데서 돕는다. 아울러, 그렇게 돕는 홍의 시선에 도움을 받는 ‘여자’나 달아나버린 옥화의 모습은 솔직히 달갑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치 도움 받음을, 그리고 홍의 입장에서는 베풀어야 함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홍은 기독교인 집사. 그렇기에 더욱 교인은 베푸는 삶을 살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도움 받는 이들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자신들 역시 남들이 겉에서 보는 것처럼 여유로운 삶이 아닌, 하루하루가 힘겹게 살아가는 삶이기에.

 

한편, 교회공동체 내의 사람들에게도, 조선족 마을 공동체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주인공 홍에게도 부담스러운 존재이자, 뻔뻔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여자’의 입장에서도 남들에게 밝힐 수 없는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있고, 또한 남모를 고민이 있다. 단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지금 당장 도움의 손길을 뻔뻔함으로 무장하고 받고 있을 뿐.

 

또한 탈북자들의 시선으로 볼 때, 여유로운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조선족 역시 궁핍한 삶을 살아간다. 뿐더러 이들 역시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대한민국 땅에서 일하며 온갖 서러운 시간들을 보내며, 절대적 타자로 살던 사람들이다.

 

그러니,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타인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해되지 않고, 쉽게 판단해 버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삶을 들여다보면 남들이 알지 못할 아픔이 있고, 그런 삶의 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삶의 이유가 있음을 말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다. 그러니, 나의 시선으로 남을 쉽게 판단하지 말자.

 

게다가 도움을 주는 입장에서의 자세 역시 돌아보게 한다. 도움의 손길은 순수한 의도로 펼쳐야 함을. 도움을 받는 이들의 반응은 생각하지 말고, 어차피 도움을 주고자 함은 상대의 상황이 더 나아지길 바라는 것 아닐까? 그러니, 나의 도움으로 상대가 나아졌다면 그것으로 그만이라 여기자. 아울러, 도움을 통해, 자신의 얼굴에 금칠을 하려는 자세 역시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는 소설 속의 최 권사가 그렇다. 주인공 홍이 바라보는 최권사는 언제나 순수한 마음으로 남 돕기를 즐거워하는 모습처럼 여겨지지만, ‘여자’의 입장에서 겪게 되는 최권사는 자신의 도움으로 도움을 받는 자의 삶의 자세를 주관하려는 모습이다. 아울러 작가의 표현대로라면 틀을 내는 모습이다(거들먹거리는 몸가짐). 겸손을 가장한 교만한 모습을 말이다. 이런 모습이 혹 오늘 우리의 모습은 아닌지 작가는 질문한다.

 

우리가 이런 작품들을 통해, 극중의 누구를 판단하고 비방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마땅치 않은 삶의 자세를 보이는 인물들이 소설 속에 있다면, 그들의 모습이 혹 오늘 나의 모습은 아닌지 돌아봄이 필요하다.

 

참, 이 소설은 조선족 작가의 글이기에 단어 가운데 몇몇 단어들은 우리에게 많이 낯선 단어들이 있다. 그런 단어를 찾아 그 뜻을 알아가는 재미도 이 소설이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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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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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는 <K-픽션> 시리즈 11번째 책인 이장욱 작가의 『올드 맨 리버』를 만났다. 이 시리즈는 단편이라기엔 조금 길고, 중편이라기에도 조금 짧게 느껴지는 분량의 소설들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올드 맨 리버』를 읽으며, 우리 모두의 인생은 결국 이방인의 삶이란 사실을 생각해본다. 이러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자신의 강을 흘러가게 마련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 강을 가로지르기도 할 것이고, 거슬러 올라가기도 할 것이며, 강물 따라 유유히 흘러가기도 할 것이며, 그 강물 속에 뛰어들기도 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올드 맨 리버』의 의미이다. ‘올드 맨 리버’는 미시시피 강의 속칭이다. 그렇기에 소설이 말하는 ‘올드 맨 리버’는 한강이 되기도 하며, 오늘 우리들 각자의 인생의 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의 삶은 이방인의 삶이라 말한다. 주인공 알(알렉스)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이방인. 그런 그는 이제 양부의 죽음 이후 이태원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곳 역시 그의 ‘고향’이 될 수 없다. 여전히 그는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그에겐 미시시피 강 언저리도, 한강 언저리도 모두 이방인의 땅일 수밖에 없다.

 

마게도냐인의 피가 흐르는 알의 양부 역시 이방인이다. 특히, 양부의 삶은 철저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히피 부모를 둔 상처, 자유를 찾아 떠난 부모로 인해 버림받은 상처, 월남전 참전 군인으로서 안고 사는 죄책감,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공화당원이 되어 보수의 길을 걷는 그 역시 이방인이다.

 

알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 리엔 역시 그렇다. 베트남 출신 이민자 미국인인 리엔과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알의 아버지 니콜라의 만남은 이 시대의 아픈 역사가 낳은 이방인들의 만남이다.

 

뿐인가!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은 여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방인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알이 일하는 이태원의 탭하우스에 찾아와 맥주를 마시며 통곡하던 남성은 소설의 말미에 한강다리 위 생명의 전화를 들게 된다. 이 역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강 위의 이방인이다.

 

게다가 소설을 관통하는 읊조림의 주인공인 히스 레저(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역을 맡고 자살한 비운의 배우)의 읊조림 역시 그러하다. 히스 레저 역시 실제 세상의 조커가 되어버린 이방인이다.

 

내 팔에 있는 문신 올드 맨 리버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네. 거기에는 몇 가지 뜻이 있지. 나는 무언가를 기억해야 할 대는 몸에 문신을 새겨. 지금 내가 그대에게 할 대답은 하나. 나는 여기에 무언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느낀다네. 나는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올드 맨 리버를 흘러가네... (76쪽)

 

그렇다. 이처럼 수많은 이방인들을 끌어안고 여전히 강은 흐른다. 책 제목인 미시시피 강뿐 아니라, 우리의 한강도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인생의 강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누군가는 그 강물에 휩쓸려 버리기도 하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힘겨운 가운데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그 강 위를 유유히 유람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이방인들이 모여 강물은 흐르게 된다.

 

누군가는 여전히 조커 역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조커 역을 벗어버리고 힘차게 노를 저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다리 위에서 강물에 뛰어들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그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오를 수도 있겠다. 수많은 이방인의 삶이 모여 올드 맨 리버를 이루겠지만, 그 강을 흘러 노를 젓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나’임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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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리라
조정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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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랐어? 너와 난 한 쌍이야. ... 난 활이고 넌 리라야.

- 리라가 뭐야?

- 하프처럼 생긴 악기야, 기타의 조상 같은. 아니, 그건 그냥 내 추측이고, 지금은 신화 속에서만 연주하는 악기.

 

얼마나 닭살 오르는 대화인가?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달달한 대화이겠지만. 소설 『바다와 리라』는 이처럼 달달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렇기에 굉장히 달달하고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읽게 되는 소설이지만, 실상은 달달하지 않았다. 물론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첫사랑. 이 첫사랑은 하지만, 달달하기보다는 아픈 사랑이다.

 

주인공인 은기와 다인 사이의 사랑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이유는 무엇보다 은기의 진실치 못한 자세에 있다. 물론, 다인을 향한 은기의 사랑은 진실하다(그의 태도로 봐서 이 사랑조차 의심하게 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은기의 삶의 태도가 진실하지 못하다. 진실한 삶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사랑은 불안하다.

 

또한 둘 간의 사랑은 어린나이의 조급함이 오롯이 드러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조급한 사랑, 때론 열병처럼 뒷일은 생각지 못하고, 해야 할 일조차 내팽개친 채 서로에게 몰입하는 사랑을 그려내려던 것은 아닐까? 아울러 어쩌면 이런 사랑이야말로 첫사랑 아닐까? 첫사랑을 떠올리면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히려 이러한 서툰 모습에 있지 않을까? 때론 조급하고, 열병과 같이 몰아치던 사랑, 감정에 충실한 사랑, 하지만, 서툴기에 도리어 순수하게 느껴지는 사랑. 작가는 이러한 사랑을 잘 그려낸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만, 실상 그 감정이 진정으로 한 쌍으로 계속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첫사랑 말이다. 물론 이러한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철없는 시절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는 독자들 각자의 몫이다.

 

아울러 소설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진 않는다. 레이, 은서, 다인 간의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은서와 다인은 부모의 이별로 인해 받게 된 상처로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은기와 은서 남매간의 갈등과 미움, 은기의 아픔과 그로 인한 거짓된 삶, 다인의 자기포기적인 삶. 이 모든 것들이 그들 부모의 이별 내지 화목하지 못한 가정의 결과물이다. 부모의 상처는 오롯이 자녀들의 것이 된다. 그러한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던 아이들이 우정을 통해,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줄뿐더러, 자신들의 꿈을 발견하게 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 자녀들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소설 『바다의 리라』는 성장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자녀들 역시 외롭고, 불안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게 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또한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꿈을 발견케 하고, 비춰질 수 있는 그런 축복이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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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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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시간여행의 특권이 주어진다면 어떨까? 그리고 처음 가게 된 그곳 시간여행의 베이스캠프격인 공간에서 자신의 필체로 적힌 여인들의 이름이 발견된다면 무슨 생각을 하게 되며, 장차 무엇을 하게 될까?

 

안타깝게도 이 소설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하퍼 커티스는 자신에게 주어진 특권을 수많은 소녀들의 생명을 앗아가는 일에 사용한다. 마치 그 일을 해내는 것이 시간여행의 목적이며, ‘더 하우스(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집)’가 그에게 맡긴 사명인양 말이다. 그렇다. 하퍼는 살인마다. 그것도 전형적인 사이코패스다. 하퍼에게 자신이 죽여야 할 소녀들은 빛이 난다. 그렇게 빛이 나는 소녀들을 시간 여행을 통해 어린 시절 만나고, 다시 성장한 소녀를 찾아가 살인을 행한다. 그것도 끔찍한 살인을. 그리고 그곳 살인 현장을 떠날 때, 하퍼는 또 다른 시간에서 벌이는 살인 희생자에게서 가져온 사물을 사건현장에 놓아둔다. 마치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라는 듯이 말이다.

 

이처럼 시간 여행을 통해 결코 붙잡힐 수 없는 완벽한 살인 행각을 벌이는 하퍼이지만, 그의 살인 행각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소녀가 있다. 바로 커비 마즈라치란 소녀. 하퍼는 커비가 죽은 것으로 알고 이 사건을 종결시키지만, 커비는 살아 회복되었던 것. 뿐만 아니라 커비는 기자가 되어 자신을 죽이려 했던 살인마를 뒤쫓게 된다. 과연 커비는 하퍼를 잡을 수 있을까?

 

이 소설은 시간여행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그리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위주로 무대가 끊임없이 바뀐다. 그렇기에 각 장을 시작하며 적혀 있는 연대와 날짜, 그리고 인물을 주의 깊게 살피며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소설은 상당히 분량이 많지만, 처음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숨 막히게 진행되기에 쉽사리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렵다.

 

아울러 독자의 입장에서는 과연 커비는 하퍼라는 이 살인마(물론 커비는 이름을 모른다)가 시간 여행을 하는 살인마인지를 어떻게 깨닫게 될 것인지, 언제쯤 알아채게 될지 끝까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슴 졸이며 읽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깨닫게 되는 단서는 무엇이 될지도 궁금해 하며.

 

처음 시작하는 부분은 왠지 조금 엉성하게 느껴진다. 특히, ‘더 하우스’로 하퍼가 초대되는 부분이 그렇다. 하지만, 소설의 마지막 순간까지 다 읽은 후에는 결코 엉성하지 않고, 마치 퍼즐을 맞추듯 작은 부분까지 아귀가 맞아 꽉 맞게 짜여 있음을 알게 된다. 슬쩍 넘어갈 부분마저 작가는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러한 탄탄한 짜임새가 상당히 돋보이는 작품이다.

 

물론, 독자는 과연 ‘더 하우스’의 어떤 부분들이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해 줄까 라는 의문을 품고 소설을 읽어나갈 수 있다. 하지만, 작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간 여행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밝히지 않는다. 그러니, 작가는 원하는 것은 독자들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지 생각하고 궁리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그저, ‘더 하우스’라는 괴물(물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축복이 될 수도 있겠지만)이 있다고 생각하자! 그럼 이젠 그저, 작가가 선물하는 서늘함과 아슬아슬한 그 느낌을 마음껏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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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J의 다이어리
전아리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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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인간미(?) 넘치는 병원을 발견했다. 일명 <나몰라 병원>으로 불리는 <라모나 병원>. 그곳엔 다양한 군상들이 존재한다.

 

병원장이지만 실세는 아닌 대머리 노총각이자 모태솔로 느낌을 주는 정형외과 의사. 이사장의 친척이라는 막강한 배경을 가졌기에 병원의 실세이자 호모 같은 성정체성은 여성인 남자 간호부장. 의문의 <병리해부실>에 갇혀 사는 아이. 폭주족으로 사고로 인해 죽다 살아난 소년이자 넘사벽인 외모를 소유하였기에 수많은 여자아이들을 몰고 다니는 소년. 직업이 자해공갈단이기에 크고 작은 교통사고로 언제나 병원에서 상주하는 아저씨. 산재로 입원한 필리핀인 외국인 노동자. 그리고 오랜 세월 같은 마을에서 살았지만, 서로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면서도 병원 입원을 밥 먹듯이 하는 유자 그리고 순복 할머니. 얌전한 여 간호사이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반전배경을 가진 오 간호사.

 

바로 이 병원에 한때 놀았던 언니이자 꽤나 날라리였던 여간호사 ‘나’ 정소정이 취직하게 된다. 간호사로서의 사명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이 어쩌다보니 간호사가 되어 있던 ‘나’는 신뢰감 제로인 병원, 그래서 <나몰라 병원>인 이곳에서 병원이라기보다는 마치 재래시장처럼 활기 넘치고 시끌벅적한, 그래서 인간미 철철 넘치는 병원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진짜’ 간호사로 거듭나며, 간호사로서의 참 자리를 찾게 되는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 『간호사 J의 다이어리』이다.

 

Daum 2nd <7인의 작가전>에서 연재 된 장편소설이기도 한 이 소설은 먼저, 가볍다. 문체도 가볍지만, 무엇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술술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분량도 많지 않다. 장편소설치고는 조금 적지 않은가 싶을 그런 분량이다. 그렇기에 한 번 잡으면 끊어지지 않고, 끝까지 읽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사실, 이는 분량의 문제라기보다는 내용이 대단히 흥미롭고 재미있기에 그럴 것이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읽게 되지만, 다 읽고 난 후엔 가슴 속에 뭔가 알 수 없는 감동과 따스함이 자리 잡게 되는 묘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다.

 

날라리 간호사가 변두리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몰라 병원>에서 간호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 여기에 남녀 간의 로맨스. 때론 달달하고, 때론 화끈하며, 때론 아픔이 있는 사랑 이야기. 그리고 우정과 가족의 의미까지 생각해보게 되는 재미나고 멋진 소설이다. 이 소설을 통해, 독자들 역시 내가 있어야 할 참 자리,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며, 인간미 넘치는 삶의 모습을 회복하는 축복이 있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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