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 맨 리버 Old man River K-픽션 11
이장욱 지음, 스텔라 김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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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출판사에서 출간되는 <K-픽션> 시리즈 11번째 책인 이장욱 작가의 『올드 맨 리버』를 만났다. 이 시리즈는 단편이라기엔 조금 길고, 중편이라기에도 조금 짧게 느껴지는 분량의 소설들이다. 하지만, 그 울림은 결코 짧지 않다.

 

『올드 맨 리버』를 읽으며, 우리 모두의 인생은 결국 이방인의 삶이란 사실을 생각해본다. 이러한 이방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결국 자신의 강을 흘러가게 마련이다. 물론 누군가는 그 강을 가로지르기도 할 것이고, 거슬러 올라가기도 할 것이며, 강물 따라 유유히 흘러가기도 할 것이며, 그 강물 속에 뛰어들기도 할 것이다. 이는 각자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올드 맨 리버』의 의미이다. ‘올드 맨 리버’는 미시시피 강의 속칭이다. 그렇기에 소설이 말하는 ‘올드 맨 리버’는 한강이 되기도 하며, 오늘 우리들 각자의 인생의 강이 되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우리 모두의 삶은 이방인의 삶이라 말한다. 주인공 알(알렉스)는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 어쩔 수 없는 이방인. 그런 그는 이제 양부의 죽음 이후 이태원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이곳 역시 그의 ‘고향’이 될 수 없다. 여전히 그는 ‘이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야만 한다. 그에겐 미시시피 강 언저리도, 한강 언저리도 모두 이방인의 땅일 수밖에 없다.

 

마게도냐인의 피가 흐르는 알의 양부 역시 이방인이다. 특히, 양부의 삶은 철저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다. 히피 부모를 둔 상처, 자유를 찾아 떠난 부모로 인해 버림받은 상처, 월남전 참전 군인으로서 안고 사는 죄책감, 부모에 대한 반감으로 공화당원이 되어 보수의 길을 걷는 그 역시 이방인이다.

 

알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 리엔 역시 그렇다. 베트남 출신 이민자 미국인인 리엔과 월남전에 참전하였던 알의 아버지 니콜라의 만남은 이 시대의 아픈 역사가 낳은 이방인들의 만남이다.

 

뿐인가! 한국인의 피가 흐르지만, 한국인이 아닌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알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한국은 여전히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방인들이 살아가는 공간이다. 알이 일하는 이태원의 탭하우스에 찾아와 맥주를 마시며 통곡하던 남성은 소설의 말미에 한강다리 위 생명의 전화를 들게 된다. 이 역시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강 위의 이방인이다.

 

게다가 소설을 관통하는 읊조림의 주인공인 히스 레저(영화 <다크 나이트>의 조커역을 맡고 자살한 비운의 배우)의 읊조림 역시 그러하다. 히스 레저 역시 실제 세상의 조커가 되어버린 이방인이다.

 

내 팔에 있는 문신 올드 맨 리버는 그저 노래가 아니라네. 거기에는 몇 가지 뜻이 있지. 나는 무언가를 기억해야 할 대는 몸에 문신을 새겨. 지금 내가 그대에게 할 대답은 하나. 나는 여기에 무언가 영원한 것이 있다고 느낀다네. 나는 작은 보트를 타고 노를 저어 올드 맨 리버를 흘러가네... (76쪽)

 

그렇다. 이처럼 수많은 이방인들을 끌어안고 여전히 강은 흐른다. 책 제목인 미시시피 강뿐 아니라, 우리의 한강도 그리고 우리 각자의 인생의 강 역시 마찬가지다. 물론, 어느 누군가는 그 강물에 휩쓸려 버리기도 하겠지만, 어느 누군가는 힘겨운 가운데 그 강을 거슬러 올라가기도 하며, 그 강 위를 유유히 유람하기도 할 것이다. 결국 수많은 이방인들이 모여 강물은 흐르게 된다.

 

누군가는 여전히 조커 역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조커 역을 벗어버리고 힘차게 노를 저을 수도 있겠다. 누군가는 다리 위에서 강물에 뛰어들 생각을 할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그 강물을 거슬러 힘차게 오를 수도 있겠다. 수많은 이방인의 삶이 모여 올드 맨 리버를 이루겠지만, 그 강을 흘러 노를 젓는 이는 다름 아닌 바로 ‘나’임을 기억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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