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리라
조정현 지음 / 답(도서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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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몰랐어? 너와 난 한 쌍이야. ... 난 활이고 넌 리라야.

- 리라가 뭐야?

- 하프처럼 생긴 악기야, 기타의 조상 같은. 아니, 그건 그냥 내 추측이고, 지금은 신화 속에서만 연주하는 악기.

 

얼마나 닭살 오르는 대화인가? 물론, 당사자들에게는 달달한 대화이겠지만. 소설 『바다와 리라』는 이처럼 달달한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렇기에 굉장히 달달하고 손가락이 오글거리는 첫사랑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읽게 되는 소설이지만, 실상은 달달하지 않았다. 물론 이 소설은 사랑이야기다. 그것도 첫사랑. 이 첫사랑은 하지만, 달달하기보다는 아픈 사랑이다.

 

주인공인 은기와 다인 사이의 사랑이 소설을 읽는 내내 조마조마하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이유는 무엇보다 은기의 진실치 못한 자세에 있다. 물론, 다인을 향한 은기의 사랑은 진실하다(그의 태도로 봐서 이 사랑조차 의심하게 되지만). 하지만, 그럼에도 은기의 삶의 태도가 진실하지 못하다. 진실한 삶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사랑은 불안하다.

 

또한 둘 간의 사랑은 어린나이의 조급함이 오롯이 드러난다. 어쩌면 작가는 이러한 조급한 사랑, 때론 열병처럼 뒷일은 생각지 못하고, 해야 할 일조차 내팽개친 채 서로에게 몰입하는 사랑을 그려내려던 것은 아닐까? 아울러 어쩌면 이런 사랑이야말로 첫사랑 아닐까? 첫사랑을 떠올리면 언제나 아름답다. 하지만, 첫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오히려 이러한 서툰 모습에 있지 않을까? 때론 조급하고, 열병과 같이 몰아치던 사랑, 감정에 충실한 사랑, 하지만, 서툴기에 도리어 순수하게 느껴지는 사랑. 작가는 이러한 사랑을 잘 그려낸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지만, 실상 그 감정이 진정으로 한 쌍으로 계속되기에는 무리가 있는 첫사랑 말이다. 물론 이러한 사랑이 아름답다고 말해야 할지, 아니면 철없는 시절의 사랑이라고 해야 할지는 독자들 각자의 몫이다.

 

아울러 소설은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만을 다루진 않는다. 레이, 은서, 다인 간의 우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은서와 다인은 부모의 이별로 인해 받게 된 상처로 외롭게 살아가는 아이들이다. 은기와 은서 남매간의 갈등과 미움, 은기의 아픔과 그로 인한 거짓된 삶, 다인의 자기포기적인 삶. 이 모든 것들이 그들 부모의 이별 내지 화목하지 못한 가정의 결과물이다. 부모의 상처는 오롯이 자녀들의 것이 된다. 그러한 상처를 끌어안고 살아가던 아이들이 우정을 통해, 서로의 외로움을 달래줄뿐더러, 자신들의 꿈을 발견하게 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게 되는 이야기. 어쩌면 우리 자녀들의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소설 『바다의 리라』는 성장소설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자녀들 역시 외롭고, 불안하고, 서로에게 상처주고 상처받게 될 것이지만, 그럼에도 또한 서로 의지하고, 서로를 격려하며, 서로의 꿈을 발견케 하고, 비춰질 수 있는 그런 축복이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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