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퀴어이론이 어려울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는, 쉽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보이는 것들은 기존의 권력 구조에 맞춰진 것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규범에 맞지 않는 자들의 언어, 그 규범에 저항하는 언어는 불편하고 생소하고 굳이 저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싶은 것들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너 같은 존재는 있을 수가 없다'고 단언하는 세상에 맞서 이런 존재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설명하려면 '모두'에게 익숙하고 직관적인 언어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냥 다 같이 행복하게 살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들 말할 때, 그 '다 같이'에 누가 포함되고 누가 배제되는지, 그 '행복'이란 것이 무엇이고 누구의 기준에 맞춰져 있고 어떤 권력관계를 지속시키며 누가 그 '행복'을 방해하는 원흉으로 지목되는지를 꼬장꼬장하게 따질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이론을 만들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 23쪽
이 책 1/3쯤은 읽었는데, 체크해 둔 부분이 많고 양이 방대해서 아무래도 정리하며 읽지 않으면 안 되겠어서, 처음으로 다시 돌아갔다.
43-44쪽에 소저너 트루스Sojourner Truth의 연설 "나는 여자가 아닙니까?"(1851)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인상적이라 유튜브에 찾아보니 이분에 대한 영상들이 있다.
https://youtu.be/0sn8CUyvG2k
아이러니하게도 현재 한국에서 몸집을 불리고 있는 '터프TERF'들(*주: 트랜스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의 줄임말이라고 함)이 1970년대 미국 페미니즘의 트랜스 혐오를 그대로 따라 21세기에도 트랜스젠더를 여성혐오자로 공격할 때, 그들의 주장에서 트랜스젠더는 가부장제가 부과하는 여성성을 답습함으로써 페미니즘의 발전을 저해하는 시대착오적인 존재로 재현된다. - 50쪽
어떤 삶을 상상 가능, 혹은 실현 가능하고/거나 이미 존재하는 삶으로 그려내는 작업은 곧 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죽지 않을 수 있게 실제적인 현실의 자리를 넓혀주는 실천이 된다. - 52쪽
이 책에서 '터프'들의 공격에 대한 반박이 많이 나오는데, 읽다 보면 참 안타깝다. 아니 왜들 서로 싸워.. 같이 연대해야지.. 왜 트랜스를 배제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