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읽을까봐 아까워서 아껴서 보는 책이 있다.‘

얼마전에 꼼수를 발휘해서 아내의 돈으로 산 책이다.
(나의 한달 용돈은 이미 책값에 올인된지 오래되었다. 그것도 월초에 말이다.ㅠ_ㅠ)

‘꿀벌과 천둥‘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감이 안온다. 띠지에 있는 광고문구는 ‘일본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을 역사상 동시 수상작‘이다. 후아. 후광효과에 눈이 부실 지경이다. 서점대상과 나오키상이 어떤 수준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16년도 말에 ‘편의점인간‘을 접했을 때 아쿠타가와상이 순문학을 대상으로, 나오키상은 대중문학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라는 기본정보를 숙지한 정도에 불과하다.

책 커버도 이쁘고 제목도 그렇고 여러모로 매력적인 책이다. 직접 마주하면 안다.

이 책은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 참가한 연주자들의 경연에 대한 이야기다.
응? 피아노? 악기 피아노를 말하는 거다.
(내가 피아노, 음악에 관련된 책을 볼 줄이야)

참가자들은 모차르트, 베토벤, 바흐, 라흐마니노프, 쇼팽 같이 고등학교 음악시간때나 들어 봤음직한 거장들의 음악을 피아노로 경연하면서 3회에 걸쳐 예선전을 치룬다. 그리고 대망의 본선을 치루는데.

나는 이제 1차 예선 합격자까지 봤다. 아껴서 볼 생각이다. 승부는 자연인, 천재, 돌아온 천재, 노력형 일반인, 이렇게 4강구도로 예상이 된다.

‘꿀벌과 천둥‘을 보면서 성장한 점이 2가지다.

첫번째는 귀의 문명화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국제 콩쿠르 참가자들이 연주한 피아노협주곡을 함께 듣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점점 더 문명인이 되어 가는 것을 느끼며 흐뭇해한다.

두번째는 음악의 표현법이다.
˝한 음, 한 음이 깊고 풍부하다. 그대로 드러내는 게 아니라 벨벳으로 감싼 것 같다. 그런데도 간결하면서도 조금 냉소적인 바로크의 울림이 뚜렷이 드러난다.˝ 음악을 어떻게 텍스트로 표현할런지가 궁금했었는데 시원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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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 ‘계급없는 사회구현‘을 불가능하게 한다.

오랜 세월 인간이 경영하던 한 농장이 있다.
농장주가 ‘존즈‘이고 ‘메이저 농장이라 불리운다. 어느날 이 농장에서 태어나 아주 오랫동안 농장생활을 하고 곧 죽음을 맞기전의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농장의 모든 동물들을 모아놓고 이런 말을 한다.

‘우리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에 대한 해답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 한마디로 요약될 수 있습니다. 바로 인간입니다. 인간은 우리의 유일한 적입니다. 인간을 여기서 몰아냅시다. 그러면 배고픔과 과로의 근원이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배고픔과 과로에 시달리던 동물들은 마침내 ‘메이저‘ 농장에서 ‘혁명‘을 일으킨다. 농장에서 농장주인 존즈는 물론 농장의 모든 인간들을 모두 쫓아내고 동물들끼리 농장을 운영해 가기로 결정한다. 농장의 이름도 ‘동물농장‘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처음 한동안은 농장의 모든 동물들이 함께 일하고 수확물을 골고루 나누었는데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 동물들을 이끌어가는 돼지들이 더 많은 몫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더 많은 몫을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다소 미안함과 어색함이 담겨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뻔뻔함만이 남아있었다.

동물농장의 동물들은 돼지들을 지지하는 무리와 반대하는 무리, 그리고 다수의 자신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는 무리들로 나뉘어졌다.
반대하는 무리들은 강제로 쫓겨나거나 인간들과 내통했다는 혐의로 죽임을 당했다. 다수의 어리석은 무리들은 이같은 사건들에 아무런 의미를 두지 못하고 ‘풍차‘를 만드는 일에 내몰린다.

농장의 수확물들은 점점 더 돼지들, 특히 돼지들의 우두머리인 ‘나폴레옹‘에게 집중되고 동물농장의 대부분의 동물들은 ‘혁명‘전보다 더한 배고픔과 과로에 시달린다. 종국에는 쫓아낸 인간들과 야합을 도모하는 돼지들의 형상이 인간으로 변하는 것으로 끝나는 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이 책은 조지오웰이 ‘마르크스의 이상‘을 이용한 ‘러시아 혁명‘을 스탈린 자신의 권력쟁취만의 수단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느낀 환멸감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풍자소설이다.

동물농장에서 등장하는 독재자인 ‘나폴레옹‘은 러시아 혁명을 일으킨 ‘스탈린‘이다. 평등한 사회를 만들자는 대의 명분으로 혁명을 일으켜서 정권쟁취에 성공한다. 권력을 독점하기 위해 혁명동지들을 잔혹하게 숙청한다. 평등사회 건설은 어딨냐며 묻는 국민들을 공포정치로 입을 닫게 만든 스탈린의 행적은 보는 이로 하여금 어이가 없게 만든다. 죽는 순간까지도 사회주의자였던 조지오웰의 입장에서는 참기 힘든 시대였던 것이다.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권력을 향한 인간의 본성이 계급없는 사회구현은 불가능하다‘라는 조지 오웰의 목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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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무슨 얼어 죽을 정의. 정의가 어딨냐. 우리나라에.˝

˝정의가 죽었으니까, 살려보려고요˝

영혼의 친구들과 불금의 끝을 잡다가 지하철 막차를 타고 집앞에 왔다. 경비실에 들러서 택배를 찾았고 박스안에는 주진우 기자의 집념이 깊게 베여있는 책이 있었다.

지난 8월17일에 인쇄된 책이다. 미약하나마 책 한권 사는 것으로 그의 추격에 일조를 하고프다.
부디 그 추격이 성공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나를 비롯한 대다수는 주진우 기자같이 앎과 실천이 일치하는 분들에게 빚을 지고 있는거다.

‘진짜 최악은 불의에 저항하지 않고, 악행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다‘


#주진우 #푸른숲 #주진우의이명박추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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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이라니?? 이 얼마나 패기 넘치는 제목인가.

저자는 금정연, 이미 3권의 책을 혼자 집필하고 다수의 공저를 펴낸 유명한 서평가이다.
(본인 스스로는 구제불능의 자유기고가라 부르지만.)

˝오! 그렇다면 실력있는 서평가의 멋진 문장법에 대한 내용이겠구나˝ 하며 책을 펼쳤다.
아차. 이같이 제목에서 내용을 오해할 여지가 있는데 이 책은 저자가 서문에서도 언급했듯이 ‘문장론‘은 아니다.

문장론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쇼펜하우어의 ‘문장론‘, 고정석의 ‘문장‘, 얼마전에 읽은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를 추천한다.

그렇다면 이 책의 내용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23편의 책에 대한 금정연의 서평이다. 그리고 제목처럼 23편의 책에서 가장 멋진 문장들, 이른바 금정연이 생각하는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을 소개한다.

작가들이 쓴 멋진 문장을 만나는 것만으로 이 책의 독자는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글을 쓸 때‘ 당신에게 고함을 지르는 내면의 편집자일지도 모른다. 그 목소리를 꺼두라. 스스로에게 심술궂게 행동할 자유를 주라.˝

이렇게 ‘제발 조용히 좀 해요‘라는 소제목과 함께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으로 제임스 스콧 벨의 ‘소설쓰기의 모든 것‘에 대한 서평을 시작한다.

이 책에서 그가 소개한 ‘멋진‘문장들보다 오히려 나는 그의 독특한 이야기 전개에서 한층 높은 ‘멋짐‘을 느꼈다.

그의 글을 읽다보면 웃음이 절로 나오는, 아니 터져나오게 만드는, 또는 센스넘치는 서평이다. 이야기 흐름,전개방식,절묘한 문장의 배치, 반전. 음...뭐랄까.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적확한 ‘단어‘로 표현을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책읽기에 좀더 박차를 가해야겠다)

금정연 작가처럼 서평을 쓰고 싶다. 그의 글은 긍정성을 지향하는 내 스타일과도 잘 맞는 것 같다.
롤 모델로 삼아야겠다.

#금정연 #어크로스 #서평 #선물받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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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각을 만드는 태도와 과정은 있다.‘

저자는 광고대행사의 카피라이터로 자신의 업무를 ‘생각을 하는 일‘이라고 정의한다.
그런데 그저 그런 평범한 생각을 하면서 월급을 받진 않았을 것이다.
십 수년동안 ‘좋은 생각‘을 완성시키려고 얼마나 많은 밤을 지새웠으며 쓴 커피로 위장을 달랬을까. 담배연기 가득한 회의실에서 지난한 창작의 고통을 겪어왔을 그는 말한다.
‘(고통속에 완성된 좋은) 생각의 기쁨이 얼마나 황홀한지 아십니까‘ (이렇게 말했을 것 같지만 책에는 물론 이런 내용은 없다)
모를 일이다. 그는 스스로를 괴롭히면서 쾌감을 얻는 종류의 사람인지도. (이 역시도 나의 추측이다)

광고대행사의 입장에서 ‘좋은 생각‘이란 무엇일까?
좋은 생각이란 소비자의 마음을 설득시킬 수 있는 생각이겠다. (물론 그전에 광고주의 마음부터 설득해야겠지만.)
누군가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생각의 흐름이 논리적이면서 동시에 창의적이어야 할 것이다.(그래서 광고주들이 쉽사리 설득되지 않는 것이다)

좋은 생각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메뉴얼처럼 정해져 있지는 않다. 만약 그 메뉴얼이란 것이 있다면 ‘좋은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진부한 생각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좋은 생각을 만들어 내는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저자는 십수년의 카피라이터 경험을 통해 ‘평균적으로‘ 좋은 생각을 만들어 내는 ‘태도‘나 ‘과정‘은 있다고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십수년동안 ‘생각하는 일‘을 하며 습득한 좋은 생각을 만들어내는 노하우로 구성되어 있다.

‘진부한 방법이지만 효과가 있기 때문에 모두들 사용하는 거고, 모두들 사용하기 때문에 진부해지기도 하는거야.‘ (by 루퍼트 케셀링크)

저자 역시도 진부하지만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진행해간다.
(대개는 고전같은 유명한) 책 의 명문이나 (철학자,작가 같은 ) 유명인사의 인용문을 서술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해석을 곁들인다.
김치찌개가 왠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 이유가 원재료인 김치자체가 이미 완성된 요리이기때문이듯이 저자가 택한 전략 또한 실패할 수 없는 일이다.
여기에서 승부는 저자의 개인적인 해석이 얼마나 독자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남기느냐에 달려있다.

나는 이책을 통해서 2016년도를 풍미했다는 ‘그레고리 포터‘와 ‘에스페란자 스팔딩‘라는 남녀 재주가수와 그들의 노래를 알게 되었다.
하루키 선생덕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장미의 기사‘만 내내 듣다가 이 책을 통해 16년도의 재즈를 듣고 있는 것이다. 견문이 넓어진 것이다. 이렇게 나의 재료를 채워간다.

이 책에서 내가 얻은 가장 큰 것은 르네상스의 대표선수 ‘보티첼리‘의 작품인 ‘프리마베라‘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다.
˝사랑의 시작은 ‘운명‘이 아니라 ‘상황‘이다˝
이렇게 사랑의 관점이라는 재료 하나가 채워진다. 열심히 채워가면 나도 평균적으로 좋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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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7-08-23 21: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의 시작은 ‘운명‘이 아니라 ‘상황‘이다

이 말이 온전히 이해되네요..

자강 2017-08-24 09:58   좋아요 0 | URL
그쳐? 저도 깜짝 놀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