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활력을 기대하며

 

미래의 작가상 총 55편의 응모작 중 10편이 예심을 거쳐 본심에 올랐다. 이 중 풍속 다큐에 그친 권영란의 <와우리 방앗간>과 요즘 아이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그린 데 그친 정연철의 <만도상회와 불량만두>, 무난하지만 내용면에서 허점이 많은 배영순의 <어린이 관동별곡>이 먼저 제외가 되었다.

다음으로 논의된 작품은 강민경의 <3시 9분 27초>와 권민수의 <차미와 무아>인데, <3시 9분 27초>는 재미있게 읽히고 완성도도 있지만 동서양이 혼합된 듯한 개연성 없는 판타지 공간에다 판타지의 기본틀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진부함이, 고아원에서 자라는 장애를 가진 동생과 정상인 언니의 이야기를 그린 권민수의 <차미와 무아>는 개성 있는 인물들이 설득력 있게 그려졌지만 흔한 소재에다 휴먼 드라마의 틀을 벗어나지 못해 다시 제외되었다.

 

남은 다섯 작품 중 정연철의 <튀밥꽃 피는 집>은 2년 전에 응모하여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인데, 전작에 비해 간결해지고 재미와 감동도 있지만, 성장 소설의 중요요건인 ‘성장’의 요소가 미흡하다는 점과 신작이 아니라는 점이, 박산향의 <금어산의 봄>은 기본기도 탄탄하고 심리묘사도 좋지만, 초록머리 아이에 대한 애매한 설정과 강한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아쉽지만 최종심에 오르지 못했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은 이밀리의 <레시피 노트>와 백은영의 <주몽의 알> 임태희의 <쥐를 잡자>가 최종심에 올랐다.

 

이 중 <레시피 노트>는 감성적인 문체와 분위기로 작품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신선함은 좋았지만, 실종된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오는 데 대한 설명이 부족하고 (선생님의 경우도 모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담긴 내용에 비해 묘사가 장황한 점과 빵 만드는 대목이나 일부 묘사가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연상 시키는 점, 무엇보다 허약한 서사 구조가 약점으로 지적되어 우선 제외되었다.

 

춘향전의 모태로 알려진 고구려 안장왕과 백제 처녀의 설화를 바탕으로 쓴 <주몽의 알>은 주몽의 알이라는 허구의 유물을 설정하여 창작한 판타지 팩션으로 강력한 서사가 장점인 작품이다. 서울과 평양과 중국을 무대로 스케일 큰 이야기가 숨가쁘게 전개되면서 끝까지 긴장감을 잃지 않고 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어, 재미라는 점에서는 응모작 중 제일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다만 지나친 재미의 추구로 인해 다 읽고 난 뒤에 재미 이상의 그 무언가가 없다는 점과 리얼리티와 진정성의 부족이 아쉬웠다. 그러나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솜씨와 방대하게 벌여놓은 이야기를 마지막에 나름대로 정리한 점, 대중성과 문학성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은 점, 무엇보다 서사가 부족한 한국 동화에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에서 수상작으로 뽑았다.

 

원치 않는 임신을 한 고1 여학생의 낙태와 자살을 통해 우리 청소년들의 성문제와 그에 따른 현실을 그린 <쥐를 잡자>는 쥐가 주는 상징성이나 호기심이 긴장감을 유발시키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작품이다. 고1 여학생과 담임과 여학생의 엄마가 화자가 되어 번갈아가며 들려주는 이야기는 강렬하고 흡인력이 있으며 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무지하고 취약한 우리 청소년의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다만, 세 사람의 화자가 똑같은 강박증과 똑같은 강렬한 톤으로 이야기하는 점과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 그리고 작위적인 결말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인생에 대한 유연함과 성숙함은 세월이 가르쳐 주는 것이고, 신인에게 필요한 것은 열정과 패기와 끈기라는 점, 무엇보다 우리에게 부족한 청소년 소설에 많은 장점과 가능성을 가진 신인이라는 점에서 <쥐를 잡자>도 함께 수상작으로 정했다.

 

두 수상자에게 축하와 격려를 보내며, 아울러 본심과 최종심에 오른 응모자들도 더욱 분발하여 다음에 더 좋은 작품으로 만날 것을 기대해 본다. <강숙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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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05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중 주몽의 알을 쓴 이가 제 동기입니다. 자랑스럽고 부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