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
박규태 지음 / 제이앤씨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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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자기이해는 타자이해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타지이해의 시작과 끝이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데에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나가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 속의 인간은 자기우월감에 대한 확인 없이는 결코 상대방을 인정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34쪽

'보편'과 '특수'라는 것은 처음부터 구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침투하면서 맞물려 있으며, 이런 의미에서 '보편'의 반대가 반드시 '특수'일 필요도 없다.-56쪽

우리는 자주 '보편'이 자기에게만 있다고 생각하고 싶어 하는 유혹에 젖는다. 그것은 참으로 우리를 들뜨게 하는 유혹이다. 게다가 우리는 때때로 '타자'가 '없기'를 바라는 환상에 빠져든다. 그것은 참으로 우리를 달콤하게 만드는 환상이다. 이런 우리에게 던져저 있는 과제는 무엇인가? '타자' 없이는 참 '나'도 있을 수 없다는 자명한 리얼리티를 우리 프래그머티즘으로 만들어 나가기.. 무릇 '초월'이란 넘어선다는 것이다. 넘어서되 부정하고 정죄하고 버리며 혼자서만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온갖 약함과 추함과 상처와 부정된 것들을 품어 안고 그것들을 일으켜 세우면서 함께 넘어서는 것이다. 그런 '초월'이 단지 동질적인 내면의 깊이 안에서 뿐만 아니라, 나와 일본이라는 타자 사이에 이질적인 공간적 거리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시간이기를 꿈꾼다.-59쪽

한일간 종교 개념의 차이는 실은 양국 문화의 심층에서 작동하는 차이일지도 모른다. 한국문화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문화라고 한다면, 일본문화는 논리나 원리 이전의 심미적 감각을 더 중시하는 문화라 할 수 있다. -82쪽

우리가 차이성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분명하다. 차이성에 대한 자기 성찰적 응시야말로 비교의 정신을 완성시켜 주고, 그럼으로써 일본이라는 타자와의 보다 깊이 있고 지속적인 만남과 이해를 위한 출발점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83쪽

흔히 인간에게는 자기와 이질적인 타자에 대해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하는 경향이 있다. 하나는 타자를 자깅와 동화시키는 경향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와 동화되지 않는 타자를 철저히 배제하거나 제거하려는 경향이다. 이 양자 모두 절대적 사유를 구성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차이의 사유'는 바로 이런 절대적 사유를 가장 경계한다.
-2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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