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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부 돌파 베스트셀러’ 마법천자문 대박행진의 비결은
[동아일보 2006-05-01 05:07]    

[동아일보]

‘저희 아이는 이제 여섯 살입니다. 길을 가다가도 갑자기 ‘불 화!’ 하고 외칩니다.…맞아요. 화로구이집의 간판을 보고 내는 소리지요.’

인터넷서점에서 한자학습 만화책 ‘마법천자문’의 독자 리뷰에 한 엄마가 올린 서평이다. 엄마들이 ‘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책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3월 30일 11권이 출간된 지 2주 만에 종합베스트셀러 순위 1, 2위로 뛰어올랐다. 또 11권 출간을 계기로 이전에 나왔던 1∼10권이 모두 어린이책 베스트셀러 20위 내에 진입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2003년 11월 1권이 나온 이래 10권까지 합해 모두 500만 부가 팔렸고 20권이 나올 2008년에는 2000만 부도 돌파할 것으로 출판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아무리 만화 학습도서가 인기가 있다 해도 이는 아주 예외적인 일이다. 어떻게 해서 이런 성공이 가능했을까. 기획의 이면을 들춰 봤다.

○ 공부도 놀이로

모든 일은 출판사 아울북 김진철(47) 상무의 ‘늦장가’에서 시작됐다. 2002년에 모기업인 ㈜북이십일은 사업분야 확장을 위해 한자학습 만화를 낸다는 방향만 잡고 진척이 없던 상태였다.

“기존의 어린이 한자교재는 어른이 봐도 재미가 없었어요. 아이들이 획수, 제자 원리를 꼭 다 알아야 하는지가 의문이었죠.”

김 상무는 “늦게 결혼해 당시 7, 5, 2세이던 아이들에게 한자를 가르치는데 지루해해서 별 진척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장난감 칼이 레이저빔이라며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다 한자를 갖고 놀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감전되듯” 떠올랐다.

‘바람 풍!’을 외치면 ‘우아아∼’ 하고 쓰러지고 ‘막을 방!’을 외치면 바람을 막는 놀이를 아이들과 같이 해 봤다.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책 기획의 길이 보였다.

한자와 마법을 결합해 스토리만화로 만들자는 콘셉트가 확정되면서 기획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기존 한자만화는 한 권에 100자가량 들어갔지만 ‘마법천자문’은 한 권에 20자 씩만 정해 계속 반복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 영상세대의 감각을 잡아라

게임, 컴퓨터 등 멀티미디어에 익숙한 영상세대에게 한자를 스펙터클화해 ‘보여 주는’ 것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교육사업본부 김창욱 팀장은 “어른은 ‘믿을 신’을 사람의 말을 믿는 것이라고 철학적으로 설명하려 하지만 아이들은 재미없어 한다”며 “마법천자문은 손오공이 모두가 의심하던 동자에 대한 신뢰를 버리지 않았을 때 없어졌던 ‘믿을 신’자가 달처럼 떠오르는 등 글자의 뜻을 모두 이미지로 보여 준다”고 설명했다.

영상세대의 취향에 맞추기 위해 대지에 칸을 만들어 그리는 기존의 만화 작법 대신 배경과 캐릭터 효과를 모두 따로 그린 뒤 각 장면을 촬영해 컴퓨터로 합성하는 애니메이션 기법을 도입했다.

김규홍 씨 등 3명의 작가를 지원하기 위한 서포팅 팀이 꾸려져 1만5000자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한자 급수에 따라 난이도를 분류하는 등의 작업을 전담했다. 보통 만화책은 6개월이면 출판되는데 ‘마법천자문’은 기획부터 첫 출판까지 1년 6개월이 걸렸다.

○ 역시 입소문은 힘이 셌다

그렇게 해서 1, 2권을 동시에 내놓았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첫 2주 동안 교보문고 전 지점에서 판매된 책은 하루 10권에도 미치지 못했다. 마케팅 팀은 책을 들고 독자를 찾아 나섰다. 수도권의 초등학교를 돌며 카드와 샘플 북을 뿌렸고 카드로 게임하는 법을 설명했다. 엄마들의 독서모임 등 ‘얼리 어댑터’가 될 만한 사람들을 집중 공략했다. 조금씩 꿈틀대던 시장이 폭발적 반응을 보인 것은 새 학기가 시작돼 입소문이 급속하게 퍼져 나간 2004년 4월부터다. 기획팀은 각 권을 출판할 때마다 아이들에게서 아이디어를 받고 아이디어가 채택된 아이들 이름을 책에 게재한다.

하지만 권을 거듭할수록 점점 두께가 얇아지고 그림만 커져 내용이 부실하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김 상무는 “그림 그리는 데 오래 걸리다 보니 담을 수 있는 한자의 양에 한계가 있다”며 “암기와 학습의 대상을 놀이의 대상으로 바꾼 기획의 기조를 유지하되 난이도를 올리는 등 교육 효과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경 기자 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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