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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글쓰기] 뜬금없는 접속어는 문장의 맥 끊는


▲ 김준성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자연스러운 글의 흐름을 방해하는 여러 요인이 있는데 그 중에서 ‘그러나’ ‘즉’ 등의 접속어를 잘못 사용하거나 남용하는 경우가 으뜸이다. 우선, 접속어를 잘못 사용하는 경우를 보자.

“소설 A에는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결말에서 소년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전반부에는 의도적인 상징들이 숨어있기 때문에 꼼꼼히 읽어야 한다.”

글쓴이는 접속어 ‘그러나’를 이용하여 두 개의 문장을 연결한다. 접속어 ‘그러나’는 앞의 내용과 뒤의 내용이 상반된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 하지만 위 사례에서 접속어 ‘그러나’에 의해 연결된 앞뒤 문장들은 서로 상반된 경우가 아니다. 첫 번째 문장은 소설의 결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내용이고, 두 번째 문장은 소설의 전반부를 세심하게 읽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두 문장이 서로 상반된 경우이면 두 번째 문장은 소설의 전반부가 이해하기 쉽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첫 번째 문장은 소설의 결말을 대강 읽어도 된다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글쓴이의 의도를 살린다면 위 사례는 다음과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소설 A에는 특별한 사건이 전개되지 않기 때문에 결말에서 소년의 심리가 변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어렵다. 그러나 전반부에 숨어있는 의도적인 상징들을 꼼꼼히 읽으면 결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수정된 글에서 접속어 ‘그러나’는 상반된 내용을 담은 두 문장을 연결한다.

접속어를 남용하는 경우를 보자.

“소비자는 효용의 차이가 클수록 업그레이드를 결정하는 즉, 교체시기를 앞당기는 경향이 있다.”

접속어 ‘즉’은 뒷 문장이 앞선 내용을 구체적으로 또는 다른 방식으로 제시하는 데 이용된다. 위 경우에 ‘업그레이드를 결정하는’을 다시 설명하기 위해서 접속어 ‘즉’을 사용하였다. 접속어 ‘즉’이 자주 사용될 때 글은 산만한 인상을 줄 수 있다. 위 문장은 다음과 같이 수정될 수 있다.

“소비자는 효용의 차이가 클수록 교체시기를 앞당기는 경향이 있다.”

업그레이드를 결정한다는 내용은 반복되거나 불필요한 군더더기이다. 접속어의 오용이나 남용을 확인하는 한 가지 방법은 접속어를 가리고 문장들을 읽는 것이다. 접속어가 없어도 글이 자연스럽게 읽힌다면 접속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

김준성 서울대 교수학습개발센터 글쓰기교실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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