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새로운 ‘출판메카’ 로

아직 창업 1년도 안된 신생 출판사 ‘에코의 서재’ 조영희(36) 대표는 회사를 차린 직후인 지난해 봄 사무실 위치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서울 여러 곳 가운데 출판사들이 몰려 있는 홍익대 앞과 마포 부근, 그리고 광화문 지역 가운데에서 한 곳을 골라야 했다. 조씨가 결국 최종 선택한 곳은 바로 광화문이었다.

서울의 1번지 광화문 지역이 다시 새로운 출판의 메카로 떠올랐다. 중대형 출판사들이 모인 경기 파주, 중소형 출판사들이 밀집한 서울 홍대 부근에 이어 서울 한복판 광화문이 ‘제3의 출판거리’로 자리잡은 것이다.

광화문 지역에 출판사가 몰리기 시작한 것은 2~3년 전부터다. 이 지역에 대형 주상복합건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면서 직원이 다섯명 이하인 작은 출판사들, 특히 새로 생긴 신생 출판사들이 광화문에 하나둘씩 입주하기 시작했다. 1인 출판사의 대표격인 ‘산처럼’을 비롯해 웅진 계열의 리더스북, 지오북, 지훈 등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뒤편에 둥지를 틀었다. 맞은편 교보문고 뒤쪽으로도 다른세상, 민족사, 노블마인 등이 최근 1~2년 사이 옮겨왔다. 이들 신생 출판사와 함께 기존 광화문의 터줏대감 출판사들인 산하·교문사·일조각·일지사·물병자리 등, 그리고 저작권에이전시인 케이시시, 출판기획사인 페이퍼100, 그리고 디자인업체들까지 다양한 출판 관련업체들이 함께 어우러지면서 광화문은 명실상부한 출판거리가 됐다. 업계에서는 광화문과 부근 종로 지역까지 합치면 줄잡아 100곳에 가까운 출판 관련 업체들이 이 일대에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출판사들이 광화문 쪽으로 몰리는 가장 큰 이유는 교보문고·영풍문고·서울문고(반디앤루니스) 등 3대 대형서점이 이 일대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소형 출판사들은 직원이 적다보니 한 사람이 출판 기획과 편집은 물론 서점영업과 수금까지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대형서점이 가까우면 매장관리나 수금에 편리한 이점이 있다. 출판사 직원이 자주 서점에 들러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출판 흐름을 살피기 쉬운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이점이다. 그래서 신생 소형 출판사들은 더욱 광화문을 선호하는 편이다. 전직원이 단 두 명인 에코의서재 조 대표는 “영업인력이 없다보니 최대한 업무 동선을 줄이는 것이 중요해 주거래처인 대형서점이 가까운 광화문을 골랐던 것”이라며 “자주 서점매장에 들러 시장조사를 하기도 좋고 주변에 문화시설도 많아 무척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광화문 지역은 파주와 홍대 앞이 출판메카로 등장하기 전인 1970~80년대부터 출판사들이 비교적 많이 몰려 있었던 지역이다. 당시 최대 서점이었던 종로서적이 가까웠던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파주출판단지가 생기면서 사계절, 열린책들 등 중대형 출판사들이 광화문을 떠났고, 소형 업체들은 디자인회사와 필름출력소 등 제작처가 가까운 홍대 앞으로 몰리면서 한때 광화문은 출판사들과 잠시 거리가 멀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4월 서울문고가 종로에 문을 열면서 이 일대에 3대 서점이 모두 모이고, 대형 사무용 건물들이 줄지어 분양되면서 광화문은 다시한번 출판거리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원대한 꿈을 품고 이제 막 광화문에서 첫걸음을 시작한 소형 출판사들이 과연 얼마나 성장해 대형 출판사의 거리인 파주출판도시에 입성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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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집 2006-03-14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들의 꿈이 이루어지기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