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업 살길, 전문성이냐 대형화냐

"200여 개전문 출판사가 살아남는가 아니면 1개 대형 출판사가 시장을 이끌 것인가 ?"

신학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매출이 감소하는 등 최악 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출판업 미래를 놓고 젊은 출판인들이 공개설전을 벌였다.

30ㆍ40대 젊은 출판인 모임인 '책을 만드는 사람들'(대표 하연수)은 8일 오후 4시 한국출판인회 강당에서 '한국출판, 위기냐 도약이냐'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 토론은 출판인 스스로 출판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 것이어서 관심을 끈다. 전문화와 대형화라는 두 가지 상반된 생존방식에 관한 논란은 최근 출판계에 던져진 중요한 화두다.

전문화쪽 토론자로 참석한 김학원 휴머니스트 대표는 "출판의 핵심이 '깊이'인 이상 각기 전문성을 갖춘 분야별 전문 편집자들이 이끄는 전문 출판사들이 살아남아 활자문화를 이끌 것"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그는 "예를 들어 역사분야에 대형 출판사가 막대한 자본력과 수십개 방계 출판사를 거느리고 있다고 해서 역사전문 편집자 수십명을 보유한 소형 전문출판사를 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대표는 또 "아무리 큰 자본이 단행본 출판에 들어온다 해도 자본 관리능력이 곧 출판의 깊이를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며 "출판의 전문성은 시스템이 아닌 오랜 시간 학습과 경험, 애정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앞으로 출판은 규모가 아니라 기획력과 전문성에 의해 승부가 날 것이라는 전망인 셈.

대형화 쪽 토론자인 웅진출판 최봉수 대표 견해는 이와 반대다. 최 대표는 "서점체인, 인터넷서점, 홈쇼핑, 대형마트 등 책 마케팅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출판 활동은 편집자 중심이 아닌 마케팅 중심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따라서 유통과 마케팅 능력을 담보할 수 있는 대형화는 대세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최 대표는 또 "영미권에서는 상위 5개 출판사가 시장을 70% 차지하고 있고, 프랑스 는 2개 출판사가 80%를, 일본은 5개 출판사가 40%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 대형화는 피할 수 없는 선택"임을 강조했다.

전문성 확보문제에 대해서는 "편집자별로 각기 다른 전문브랜드를 맡기는 '임프린트(Imprint)' 시스템으로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즉 이제 한국 활자문화는 대형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존 방식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이번 토론 주제는 출판 미래를 놓고 벌어지는 여러 논란 중 가장 중심에 있는 문제다.

시장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등록 출판사는 이미 2만개를 넘어섰다. 이중 90%는 책을 내지 않는 무실적 출판사다. 나머지도 대부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결국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들 출판사 중 상당수는 생존 자체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전문화든 대형화든 한국 출판산업 미래를 놓고 벌인 젊은 출판인의 토론은 그 자체만으로도 희망으로 느껴졌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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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3-0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문성 확보그거 쉬운일 아닌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