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현대인의 불안ㆍ초조… `종교 옷`입은 자기계발書불티

[책마을 통신] 늘어가는 현대인의 불안ㆍ초조… `종교 옷`입은 자기계발書불티

자기 계발서는 진화 중이다. 그 하나가 종교적 `외피`를 두르는 것이다. 최근 베스트셀러에 오른 `예수와 함께 한 저녁식사`(데이비드 그레고리)가 대표적이다. 평범한 회사원 닉 코민스키는 어느날 나사렛 예수로부터 저녁식사 초대장을 받는다. 친구들의 장난으로 알고 초대에 응한 그는 자칭 예수라는 사나이와 와인을 곁들여 식사를 하면서 차츰 대화에 빠져든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는 김영사다. 기독교 전문 출판사가 아닌 곳에서 펴낸 이 책은 종교적 엄숙함과는 거리가 멀다. 상황 설정부터 장난스러운데다가 내용 중에도 유머와 재미가 넘친다. 일반적인 자기계발서와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읽어도 자기 삶을 되돌아 보게 만드는 장점이 있다.

2003년에 출간된 후 줄곧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유지하며 70만부 이상 판매된 `목적이 이끄는 삶`(릭 워렌, 디모데)과 출간 6개월만에 34만부가 판매된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 두란노) 같은 책은 장기 스테디셀러에 돌입한 상태다. `목적이 이끄는 삶`은 탈옥수가 한 가정에 침입해 인질극을 벌이다 그 집의 여주인이 이 책의 내용을 반복해서 읽어주는 것을 듣고 감화 받아 자수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더 인기를 끌었다.

미국 최대의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한 간부는 출판시장에서 가장 유력한 장르는 픽션, 그 중에서도 로맨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로맨스마저 뛰어넘는 분야가 바로 종교 분야의 감동서적이라고 말했다. 물론 소설이 침체한 우리 출판시장은 미국과 많이 다르다. 게다가 미국에서는 젠 열풍에서 보는 것처럼 주류 종교인 기독교보다 동양적 종교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사회도 1980년대에 존재한 `정상`이나 `중심`이란 목표 지향점이 사라져 동기 부여의 실체를 찾기 어렵고 사회적 경쟁은 갈수록 심해져 개인에게 정신적 위안을 주는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 기술은 유비쿼터스 사회를 만들었지만 개인에게 그 사회는 유토피아가 되지 못했고 개인을 소비사회의 객체로 철저하게 `농락`하는 `폭력배`에 불과할 뿐이다.

미디어는 자연재해 이상으로 끝없는 불안을 양산하고 있다. 평범한 개인은 인간관계의 파편화로 말미암아 자신의 고뇌를 공유할 `친구`마저 찾기가 어렵다. 그런 개인들이 영적 세계의 독특함에 매료돼 불안한 세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를 발산하는 것은 당연하다. 틱낫한, 달라이라마, 법정 등이 불러온 열풍은 바로 그런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

종교조직은 또한 고객이 고객을 불러오는 마케팅 채널로도 손색이 없다. 위세가 남다른 구전효과를 볼 수 있기에 종교적 감동서적은 앞으로 큰 흐름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헤럴드경제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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