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2년 인류학자 다이안 포시 출행
[동아일보 2006-01-16 04:43]
[동아일보]

왜 유인원은 여성을 좋아하는가.

영화 ‘킹콩’의 고릴라 콩은 자신이 좋아하는 여성 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뉴욕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

어디 영화뿐이랴. 실제 유인원 연구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류학자들은 대부분 여성이었다. 3대 유인원으로 불리는 침팬지 오랑우탄 고릴라 연구의 큰 획을 그은 학자는 각각 제인 구달, 비루테 갈디카스, 다이앤 포시라는 여성이었다.

초기 연구는 주로 남성에 의해 주도됐다. 그들은 유인원을 가까이서 관찰했지만 짧은 기간에 그쳤다. 갈디카스의 말을 빌리자면 남성은 “뛰어난 자연주의자이지만 근본적으로 모험가”였다.

여성에게는 시간이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세상과 격리된 밀림 속에서 수십 년씩 유인원과 함께 살며 행동을 연구했다. 그들은 관찰 대상에게 이름을 붙여 주고 아플 때면 치료해 주며 친구가 됐다. 장기적이고 세밀한 관찰을 통해 인류의 기원을 밝혀 나가는 유인원 연구에 여성은 제격이었다.

여성 연구자 중에서 유인원에 대한 애정을 가장 열정적으로 보여 준 이는 포시였다. 그는 나중에는 학자라기보다는 ‘여전사’로 살았다.

1932년 1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물리치료사로 평범한 삶을 살던 포시는 35세 때 인생 진로를 바꿔 르완다 밀림에 들어가 18년을 고릴라 연구에 바쳤다.

고릴라 밀렵꾼이 극성을 부리자 그는 사냥꾼을 고용해 이들을 잡아들이는가 하면 이들의 집에 불을 지르기도 했다. 잡아들인 밀렵꾼을 고문한다는 소문까지 떠돌았다. 현실 참여적 연구 방식이 논란을 일으키자 그는 한동안 미국으로 돌아가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과격한 환경운동은 비극으로 끝났다. 1985년 다시 아프리카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돼 그는 밀렵꾼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됐다.

포시가 관찰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고릴라는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19세기 프랑스 탐험가 폴 두 차일루가 고릴라를 ‘광폭하고 사악한 반인반수(半人半獸)’로 묘사했던 것과는 달리 그는 끈질긴 관찰을 통해 고릴라가 민주적으로 무리의 질서를 운영하고 공동체를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이타적 행동을 할 줄 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포시가 보여 준 동물세계는 ‘인간적’이었다. 매정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인간세계가 오히려 ‘동물적’이지 않은가.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이 기사와 관련하여 재미있는 다이앤 포시 책 한권 소개합니다.

 

 

 

 

만화와 글이 조합되어 아주 재미있고 영화를 보는 듯해요.

저는 읽으면서 울기까지 했답니다.

그만큼 감동이 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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