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숨은아이 > 별러 별러

[재미나는 우리말 도사리]에서 오늘 읽은 부분은 모내기와 가을걷이에 관련된 말들이다.
봄에 모내기할 때, 모를 손에 잡고 심기 좋게 서너 움큼씩 묶은 것을 모춤이라 하고,
모내기할 때 모만 심는 일꾼을 모잡이라고 한단다.
그런데 그 아래 “모춤을 별러 돌리는 일을 맡은 일꾼은 모쟁이”라는 말이 나온다.
모춤을 “별러 돌린다”니, 그게 대체 어떤 일이지?
표준국어대사전을 검색해 봐도 똑같은 풀이가 나온다.

모-쟁이
「명」모를 낼 때에, 모춤을 별러 돌리는 사람. ¶을만이와 막동이 등 모쟁이들은 모를 찌는 족족 모 타래를 논두렁으로 나르고 있었다.≪송기숙, 녹두 장군≫§

(모를 찐다는 말은 모판에서 모를 뽑는다는 말이다.)

벼른다고 하면, “그놈 한번 혼내주려고 별렀다.”거나, “벼르고 벼르다 드디어 그 책을 샀다.”는 식으로, “어떤 일을 이루려고 마음속으로 준비를 단단히 하고 기회를 엿보다.”는 뜻으로 쓰는 말 아닌가?

그런데 아무래도 다른 뜻이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표준국어대사전에서 “벼르다”를 찾았더니, 역시나 흔히 쓰는 뜻 외에 다른 뜻이 하나 더 있었다.

벼르다02
〔별러, 벼르니〕「동」【…을】 일정한 비례에 맞추어서 여러 몫으로 나누다. ¶그들은 적은 돈이지만 잘 별러 쓰기로 했다.§
「비」 배당하다(配當-)〔1〕. 벼름하다.
 

아하! 그렇다면 “모춤을 별러 돌린다”는 말은
모찌기(모판에서 모를 뽑는 일) 하는 사람이 모를 뽑아
서너 움큼씩 묶어서 모춤을 만들어가지고 한데 쌓아 놓으면,
이 모춤들을 모잡이(논에 모를 심는 일꾼)들 수에 맞게 나누어서
모잡이들에게 건네준다는 뜻이다.

그럼 협동조합에서 수익을 나누는 것도 벼르는 것이고,
엄마가 아이들에게 고구마를 나누어 주는 것도 별러주는 거네.

별러-주다〔-주어(-줘), -주니〕「동」【…을 …에/에게】【…을 …으로】 몫으로 나누어 주다. ¶유 선달이…안 참령 집에를 다녀오자 금년 작권을 다시 동리 사람들에게 별러주었다.≪이기영, 봄≫//그가 들어오자 사람들이 일어나서 아랫목으로 그의 자리를 별러주었다.§

맛있는 거 생기면 이웃끼리 벼르면서 삽시다.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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