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소스 멀티 유즈 one source multi use’ 전략은 컨텐츠 사업뿐 아니라 요리에서도 필요하다. 생존 기술에 가까운 요리라면 효율성은 무시 못할 요소다. 장을 자주 보지 않고 요리하려면 일단 재료 구입에서부터 신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드무비 님이 알려주신 춘천 우미 닭갈비 주문은 성공 사례라고 할 만하다.
6인분을 주문했는데 양념된 닭고기, 야채와 떡, 양념이 2인분씩 따로 포장되어 왔다. 이런 걸 냉동실에 보관해 놓으면 도토리를 쌓아놓고 겨울을 맞이하는 다람쥐의 심정이 된다.
게다가 2인분의 양은 남자 두 명이서 먹어도 남을 만큼 꽤 넉넉하다. 달궈진 팬에 재료를 다 넣어서 끓이면 되는 닭갈비를 잘 먹고 나서, 남은 재료들로 오징어 볶음과 야끼 우동을 만들었다. 같은 양념과 야채라 이어 먹기에는 좀 질릴 것 같아 3일 정도씩 건너 뛰었으니 일주일 정도 걸린 셈이다. 단단한 야채는 물기 없이 보관만 잘하면 냉장실에서 1주일쯤은 무리 없이 견딘다(물기 받침대가 있는 밀폐 용기 사용 권장). 깻잎은 무르기 쉬우므로 3일쯤 지나면 먼저 걷어내는 것이 좋다.
‘내일을 살리는’ 냉동 기술을 이용해 6월에 꽁꽁 얼려놓은 아기 오징어. 까맣게 잊고 있다가 발견했다(눈에 띄는 재료가 없으면 그제서야 냉동실을 샅샅이 뒤지게 된다). 세 마리라 봐야 큰 것 한 마리 정도와 맞먹는다. 해동시켜 닭갈비 양념장에 1시간 이상 재어 놓는다. 남은 야채들과 함께 볶으면 끝. 양념도 넉넉하게 오기 때문에 볶을 때 좀더 넣어서 야채에까지 간이 배도록 한다. 생 오징어를 볶아 먹는 것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요리라고 할 것도 없이 간편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밥과 먹으니 한끼가 해결됐다.
양념된 닭갈비와 아직도 남은 야채, 그리고 냉장고에 있던 쪼가리 야채들까지 넣어 만든 야끼 우동. 먼저 양념된 닭고기는 다른 팬에 볶아 놓는다(양념 때문에 팬에 지저분해지기 때문에). 시판 냉장 우동 면도 미리 살짝 데쳐 놓는다(그냥 사용하면 면이 툭툭 끊어진다). 달궈진 팬에 기름을 두르고 약한 불에서 마늘 저민 것을 넣어 기름에 마늘 향이 스미게 한다. 마늘이 노릇해지면 야채와 우동 면, 소스를 넣고 재빨리 볶는다. 소스 만들기는 그때그때의 기분에 다르다. 간장/굴 소스/우스터 소스/돈가스 소스 중에서, 내키는 대로 골라 자기 입맛에 맞게 섞어주면 된다(섞을 때는 물을 약간 첨가한다. 귀찮으면 야끼 소바 전용 소스를 사용할 것). 매콤한 맛을 원하면 여기에 고춧가루나 핫 소스 등을 첨가한다. 우동 면이 퍼지지 않을 정도로 소스에 버무려 주다가 불을 끄고 가쯔오부시를 살짝 얹어준다.
냉장고 비우기 음식으로 추천할 만한 야끼 우동은, 부실한 야채들을 처리하기에 적절한 메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