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통신] 변화무쌍한 지식정보 시대 성공의 길 여는`우화`인기
다시 우화가 인기다. `마시멜로 이야기`(호아킴 데 포사다 외, 한국경제신문사)는 거의 모든 서점에서 `해리포터` 6편을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우화는 일종의 계몽서다. 짧고 간결한 우화 속에는 늘 인간성에 대한 예리한 통찰이 담겨 있기 마련인데 대중은 그런 이야기에서 인생의 크나큰 교훈을 얻곤 한다.
우화 하면 우리는 늘 이솝우화부터 떠올리지만 불경기에서 우화가 크게 히트하기 시작한 것은 `갈매기 조나단`(리처드 바크) 때부터. 이 책의 `성공`에는 1970년대 말의 오일쇼크라는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이와 함께 IMF 직후에 유행한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스펜서 존슨, 진명출판)와 `마시멜로 이야기`의 내용을 분석하면 세상의 변화를 더욱 뚜렷하게 읽을 수 있다.
`갈매기 조나단`에서 다른 갈매기들은 오로지 먹이를 더 많이 찾기 위해 날지만 주인공 조나단은 가장 높이, 그리고 가장 멀리 날 수 있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난다. 그러나 결국 조나단은 자신의 이상이 다른 갈매기들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고 자기 모습에 만족하게 된다. `같음`의 미덕을 강조하는 조나단의 사례는 산업화 시대에 획일화된 사고를 강요 받던 대중에게 적지 않은 위안을 안겨주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두 마리의 생쥐와 두 명의 꼬마인간은 함께 치즈를 찾아 나선다. 그러나 생쥐들이 재빨리 새로운 미로를 찾아 나서는데 비해 꼬마인간들은 느리게 행동한다. `차이(다름)`를 강조하는 이 우화는 시대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함을 강조하는 철저한 환경 순응의 철학을 담고 있다. 수많은 기업이 직원용 교재로 이 책을 구입하는 `쓰나미`가 지나간 뒤 우리 사회에는 임시직 노동자가 넘치고 있다.
`마시멜로 이야기`는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홀로 걸어갈 것을 요구한다. 지금 참는 자만이 미래에 누구보다 많은 마시멜로를 지닐 수 있다는 것으로, 성공을 위해 철저한 절제와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제대로 발 딛고 살아가려면 이처럼 `외길`을 걸을 수 있는 마음의 준비와 능력이 필요하다. 문제는 그런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자는 극히 소수란 사실이지만 말이다.
`마시멜로 이야기`의 화자는 과거처럼 촌락 공동체의 장이나 종교적 지도자, 또는 할아버지(할머니)처럼 인생의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아닌 성공한 CEO다. 주인공 조나단은 28세의 운전기사에게 자신의 성공담을 들려준다. 화자가 이렇게 달라지는 것도 불황에다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시대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우화는 내용이나 형식에서 언제나 늘 세태를 반영한다. 그래서 어느 시대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우화를 즐기게 되는 것이리라.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
헤럴드경제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