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는 유전이 아니다. 가족들이 충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면, 유달리 치아가 약한 가족력 때문이 아니라 서로에게 감염된 것이다. 부모 등 주변 사람들과의 접촉으로 신생아의 잇몸에 침투한 충치 원인균은 젖니가 나기 시작하면 이에 달라붙어 빠른 속도로 자라난다. 세균은 아이가 먹는 우유 속 유당을 분해해 산을 만들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이 이를 녹인다.
영유아들의 치아를 건강하게 관리하려면, 우선 입 속에 많은 세균이 살고 있는 어른들과 입을 맞추는 등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피해야 한다. 젖병을 문 채 자는 습관을 없애고, 가능한 한 이유를 일찍 시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젖니가 한 두 개씩 나기 시작하면 치과를 찾아가 세균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일년에 두 세 차례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젖니 아래에는 영구치가 이미 자라고 있기 때문에, 젖니가 심하게 상해 뿌리 끝에 염증이 생길 정도라면 앞으로 자라날 영구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닦기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어린이치과병원 이재천 원장은 “잇솔질을 할 수 없는 영유아뿐 아니라 초등 저학년까지, 부모나 주변 어른들이 이를 닦아줘야 한다”고 충고한다. 물론 아이가 칫솔을 잡을 수 있을 때부터 스스로 이를 닦도록 해야 하지만, 이는 이닦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기 위한 것일 뿐 실질적인 충치 예방에는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는 제대로 잇솔질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열 살 무렵 아이라도 손근육이 덜 발달되고 손놀림이 미숙하기 때문에 이를 구석구석 닦기 어렵다”는 것이 이 원장의 설명이다.
아이의 이를 닦아 줄 때는 아이를 부모의 무릎에 누인 채 닦아주는 것이 좋다. 누워서 이를 닦으면 치약을 삼키기 쉽기 때문에, 삼켜도 되는 어린이용 치약을 쓰거나 치약 없이 맨 칫솔로 이를 닦아주면 된다. 어금니 안쪽까지 구석구석, 이를 하나하나 닦는다는 생각으로 잇솔질을 해주되 잇몸이 상하지 않도록 부드럽게 문지른다.
출처 : 2005. 10. 23 한겨레(http://www.hani.co.kr) / 이미경기자(friendle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