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유사한 단어들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차이를 해설한 책. 한국어를 남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말하거나 쓰고 싶은 사람, 상황에 어울리는 자연스러운 표현력을 기르고 싶은 사람, 문맥에 딱 들어맞는 단어를 구사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지침서이다.

'버스 속'이 맞는지 '버스 안'이 맞는지, '끝'과 '마지막'의 차이는 무엇인지, 또 '기쁨'과 '즐거움'은 어떻게 다른 지 등 비슷한 말들의 차이를 세밀하게 따져보고, 이를 그림과 다이어그램으로 시각화하였다. 2006년 8월 출간된 '낱말편'에 이어, '문장편' 이 후속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냉장고 안'과 '냉장고 속'

"물병을 냉장고 안에 넣었다"와 "물병을 냉장고 속에 넣었다" 중 어느 쪽이 맞을까? 답은 그냥 "냉장고에 넣었다"다. 원래부터 물건을 넣어두기 위한 목적으로 생겨난 사물에는 '속'이나 '안'을 붙여서 쓰지 않는 것이 자연스런 한국어다. 호주머니, 서랍, 가방, 그릇, 상자, 장롱, 창고 따위가 모두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물병을 냉장고 속에서 꺼냈다"나 "물병을 냉장고 안에서 꺼냈다"는 자연스러운 표현이 아니다. 그냥 "물병을 냉장고에서 꺼냈다"가 무리 없는 어법이다.

짐작건대, 이렇게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 '속'이나 '안'을 써 버릇하는 경향은 영어의 전치사 'in'을 어떻게든 한국어로 옮겨놓아야 속시원해하는 일부 번역자들의 습관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위 예문의 경우 '넣었다'에 이미 'in'의 의미가 들어 있음을 생각한다면 굳이 이런 비경제적인 번역을 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정말이지 이래서 한국어는 어렵다). 애초부터 뭔가를 넣어두기 위해 생겨난 사물이라 하더라도 보관이나 거치(据置)라는 용도를 벗어난 목적에 쓰이는 경우에는 '속'이나 '안'을 쓰기도 하는 것이다. 대체 어떤 경우들일까.

- 새앙쥐 쥐돌이와 쥐순이는 보람이네 집 뒤뜰에 있는 창고 안에 살고 있었어요.
- 쥐순이는 쥐돌이가 성가시게 굴 때마다 보람이 책가방 속에 숨었어요.

첫 문장에서는 '창고'가 물건 보관이 아니라 거주를 위한 공간으로 쓰였다. 그리고 다음 문장에서는 책가방이 몸을 숨기는 장소로 '용도 변경'되었다. 이 경우 '창고'는 '집'과 본질적으로 같은 공간이 되어 자연스럽게 '안'이 붙을 수 있다. 그리고 '가방'은 '동굴'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완벽히 은폐할 수 있는 공간이나 매한가지가 되어 '속'이 붙을 수 있는 것이다.



김경원 -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홋카이도 대학에서 객원 연구원으로 지냈으며, 서울대와 인하대 등에서 강의했다. 옮긴 책으로는 <토토의 눈물>,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 <우리 안의 과거> 등이 있다.

김철호 - 1963년 전북 남원에서 태어나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민음사, 정신세계사, 청년사, 한국프뢰벨(주) 등을 거쳐, 2006년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욕망, 광고, 소비의 문화사>, <나는 환생을 믿지 않았다>, <전생요법>,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라>, <요기 예수>, <깃털로 만든 외투>, <기억>, <소로우의 오두막> 등이 있다.

숨쉬는 공기처럼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던 '국어' 또는 '우리말'은 이제 세계의 수많은 언어 가운데 하나인
'한국어'로 다시 자리매김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리하여 한국어는 어디서 왔고 어떤 특성을 지닌 언어인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어떤 변화를 겪어왔으며 지금은 어떤 변화 속에 놓여 있는지, 또 그 안에 한국어사용자들의 의식이 어떤 식으로 나타나 있는지 등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고 탐구해야 한다.

한국어를 구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국어라는 언어를 좀더 자각적으로 분석하고 냉철하게 바라볼 수 있도록 하려는 것,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근본적인 취지다. - 김경원, 김철호



'또'와 '다시'의 뉘앙스를 적확히 따지지 못해 둘 사이에서 헤매며 글을 쓰곤 했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 싶어 마음이 환해졌다. - 이진명 (시인)

말을 맛있게 하기 위한 조미료 같은 책이다. 아나운서들뿐만 아니라 말을 잘 하고 싶어하는 일반인들에게도 훌륭한 지침이 될 것이다. - 지영서 (아나운서, KBS 한국어팀장)

다양한 용례를 통해 단어의 정확한 쓰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청소년들이 논리적 사고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최소영 (정신여고 국어교사)

앵커 시절, '터널 속 화재사건'이 맞는지, '터널 안 화재사건'이 맞는지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앞으로 이 책으로 열심히 공부할 작정이다. - 최일구 (MBC기자, 전 '뉴스데스크' 앵커)

이 글이 신문에 연재될 때부터 무릎을 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우리말의 '속살'이 지닌 때깔과 맛깔을 새롭게 보여준다. - 김석희 (번역가)

말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에게 말에 관한 책은 언제나 고맙고 반가운 존재다. <국밥>은 말결과 말귀를 뿌리부터 생각해보게 하는 말의 집이다. - 성석제 (소설가)

말과 글을 다루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은 되돌아봐야 한다. 작은 뉘앙스 차이 하나로 얼마나 다른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 이선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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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6 06: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늘바람 2006-11-16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속삭여 주신님 두고두고 보셔야지요. 그런데 벌써 보시고 게시다니요. 정말 부지런하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