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악어

 

 

1

 

날이 저물고, 쓸쓸해졌다.

 

 

 

2

 


혼자서 영화 먼 훗날 우리를 보고는 펑펑 울었다. 잘 참아내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제길. 나는 석양이 깔리는 도시가 높은 곳에서 조명되는 장면에 늘 약하다.

 

무너지는 과정에서 린젠칭이 품었을 마음의 모양에 대해 나는 선연하게 알고 있어서, 다가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헛된 말들을 쌓아나가는 마음과, 그 말들을 견디며 옆을 지켜주는 이를 위해 해줄 것이 없는 스스로를 망연히 바라보는 시선과, 비참함 위에 초라함을 얹고도 부족하여 열등감으로 나를 망치고 너를 망치고 결국 우리를 망치는 궤적에 대한 기억이 흉터처럼 박혀 있어서, 크게 울지 않고는 버틸 수가 없었는데. 보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아파서, 컴퓨터를 끄고 누운 자리에서 또 한 번 쓰게 울지 않고는 잠들 수가 없었다. 꿈을 꿀까 봐 무서운 밤이었다.

 

 

 

3

 

꿈도 꾸지 않고 잘만 잤다.

 

정작 꿈은 하루 전에 꾸었다. 편의점에서 비닐 포장된 미니 악어 세 마리를 사왔는데, 봉투를 뜯자마자 얘네들이 싱크대 위로 재빠르게 질주하며 물을 마시더니 자꾸만 커졌다. 나는 얘들을 포획하기 위해 전기 모기채를 들고 왔는데, 그 사이 꽤 큰 녀석들이 싱크대 아래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보였다. 급하게 달려가 모기채로 싱크대 아래를 주욱 훑었더니 뭐가 턱 걸려 나왔다. 보니까 악어의 하반신이었다. 상반신은 뜯겨나가고 없었다. 이게 어찌 된 일인가 싶어서 싱크대 아래를 봤더니 집채만 한 구렁이 한 마리가 똬리를 틀고 앉아서 악어 두 마리하고도 반 마리를 꼴깍 삼키는 중이었다. , 옛말에 구렁이는 쫓아내는 게 아니랬어. 나는 웃으며 싱크대 아래쪽 뚜껑을 덮고 삼겹살을 먹으러 출발했다.

 

개 안 나오는 개꿈 팔아요.

 

 

 

--- 읽은 ---

 


187. 산시로

나쓰메 소세키 지음 /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4

 

syo가 나쓰메 소세키에 홀딱 빠진 것은 의외로 장편이 아니라 짧은 이야기들 때문이었다. 몽십야라는 책에, 열 개의 꿈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실려있다. 또 그 책에는 환영의 방패라는 단편도 있는데, 지금 내용은 거진 까먹었지만 처음 읽었을 때 아주 지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좀 더 많은 작품을 내놓고 갔으면 참 좋았을 텐데.

 

장편 산시로에서 짤막한 이야기를 다루는 나쓰메 소세키의 엄청난 실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조금 길지만 그대로 옮긴다. 문제가 되면 삭제하겠습니다. syo의 똥글로 오염된 안구를 위해 정화의 시간을 가지소서. 그리고 소세키 월드로 오소서. 소쌤 입문에는 아, 산시로가 아주 그만입니다용.

 

  "내가 아까 낮잠을 자면서 아주 재미있는 꿈을 꿨네그게 말이야내가 평생 딱 한 번 만난 여자하고 꿈속에서 갑자기 재회했다는 소설 같은 이야긴데신문 기사보다는 이 얘기가 듣기에도 유쾌할 걸세."

  "어떤 여자입니까?"

  "열두세 살쯤 되는 예쁜 여자아이네얼굴에 점이 있지."

  산시로는 열두세 살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 실망했다.

  "언제쯤 만난 겁니까?"

  "20년쯤 전이네."

  산시로는 깜짝 놀랐다.

  "그 여자아이라는 걸 용케 알아보셨네요."

  "꿈이야꿈이니까 아는 거지그리고 꿈이니까 이상해도 되는 거고확실히는 모르겠는데 나는 깊은 숲 속을 걷고 있었네저기 색 바랜 여름 양복을 입고 저 낡은 모자를 쓰고 말이야……그래그때는 하여튼 복잡한 일을 생각하고 있었네모든 우주의 법칙은 변하지 않지만 법칙에 지배당하는 우주의 모든 것들은 반드시 변한다그렇다면 그 법칙은 사물 바깥에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된다……꿈을 깨고 나서 보니까 시시하지만꿈속이니까 진지하게 그런 걸 생각하며 숲 아래를 지나다가 돌연 그 여자아이를 만났네그냥 가다가 만난 건 아니야그 여자아이는 가만히 서 있었거든옛날 그대로의 얼굴을 하고 있었지옛날 그대로의 차림새로 머리도 옛날 머리 그대로고물론 점도 있었지다시 말해 20년 전에 봤을 때와 조금도 다르지 않은 열두세 살짜리 여자아이였지내가 그 여자아이한테 넌 조금도 변하지 않았구나하니까 그 여자아이는 나한테 무척 나이를 드셨군요하더라고그래서 내가 너는 왜 그렇게 변하지 않은 거냐고 물으니까 이 얼굴이던 해이 복장이던 달이 머리를 한 날이 제일 좋으니까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거야그건 언제쯤 일이냐고 묻자 20년 전 당신을 만났던 때라는 거야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나이를 먹은 걸까하고 스스로 이상해하니까 여자아이가 당신은 그때보다 좀 더 아름다운 쪽으로 옮아가고 싶어 하니까 그런 거라고 가르쳐주었네그때 내가 여자아이한테 너는 그림이라고 하자 여자아이가 나한테 당신은 시라고 했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되었습니까?"

  산시로가 물었다.

  "그러고 나서 자네가 온 거지."

  "20년 전에 만났다는 것은 꿈이 아니라 진짜 있었던 일입니까?"

  "진짜 있었던 일이니까 재미있지."

  "어디서 만났던 겁니까?"

  선생의 코는 다시 연기를 내뿜기 시작했다선생은 그 연기를 바라보며 한동안 잠자코 있었다이윽고 이렇게 말했다.

  "헌법이 공포된 게 메이지 22(1889)이었지그때 모리 문부대신이 살해당했네자네는 기억하지 못할 걸세몇 살이었나자넨그래그렇다면 아직 갓난아기였을 때로군난 고등학교 학생이었네대신의 장례식에 참석한다면서 여럿이서 총을 메고 나갔지묘지에 가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체조 교사가 다케바시(竹橋안으로 끌고 가서 길가에 정렬시켰지우리는 거기에 서서 대신의 관을 전송하게 된 거야말이 전송이지 실은 구경한 거나 다름없었어그날은 아주 추운 날이어서 지금도 기억하고 있네꼼짝하지 않고 서 있으니까 구두 속의 발이 아프더군옆의 학생이 내 코를 보고는 빨갛다고 했지드디어 행렬이 왔네하여튼 긴 행렬이었어추운 가운데 눈앞으로 마차하고 인력거 여러 대가 조용히 지나갔네그 안에 내가 말한 그 여자애가 있었지지금은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려고 해도 희미하기만 한 것이 도저히 또렷하게 떠오르지가 않아다만 그 여자애만은 기억하고 있지그것도 해가 지남에 따라 점점 희미해져서 지금은 떠올리는 일도 좀처럼 없어오늘 꿈을 꾸기 전까지는 완전히 잊고 있었네하지만 그 당시에는 머릿속에 낙인을 찍은 것처럼 뜨거운 인상으로 남았지……묘한 일이야."

  "그러고 나서 그 여자는 한 번도 못 만났습니까?"

  "전혀 못 만났지."

  "그럼 어디의 누구인지도 전혀 모르는 겁니까?"

  "물론 모르지."

  "찾아보지 않았습니까?"

  "안 찾아봤네."

  "선생님은 그래서……"

  이렇게 말하다가 갑자기 가슴이 메어왔다.

  "그래서?"

  "그래서 결혼을 하지 않는 겁니까?"

  선생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 정도로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네난 자네보다 훨씬 산문적으로 생겨먹은 사람이야."

  "하지만 만약 그 여자가 왔다면 아내로 맞이하셨겠지요?"

  "글쎄." 잠깐 생각한 뒤에 말했다. "맞이했겠지."

  산시로는 가엾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러자 선생이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때문에 독신으로 있을 수밖에 없다면 내가 그 여자 때문에 불구자가 된 거나 마찬가지가 되지하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결혼을 할 수 없는 불구자도 있고그 외에 여러 가지로 결혼하기 어려운 사정을 가진 사람도 있네."

  "결혼을 방해하는 사정이 세상에 그렇게 많은 걸까요?"

  선생은 연기 사이로 가만히 산시로를 보고 있었다.

  "햄릿은 결혼하고 싶지 않았을 거야햄릿은 한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그와 비슷한 사람은 많지."

  "예를 들면 어떤 사람입니까?"

  "예를 들면." 이렇게 말해놓고 선생은 입을 다물었다연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예컨대여기에 한 남자가 있다고 하세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홀어머니를 의지해서 자랐다고 치세그 어머니가 또 병이 들어 곧 숨이 끊어지기 직전에 자신이 죽으면 아무개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지그 아이가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지명하는 거야이유를 물은즉 어머니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아자꾸 물으니까 희미한 목소리로 실은 아무개가 친아버지라고 말하는 거야……뭐 그냥 이야기지만 그런 어머니를 가진 아이가 있다고 하자고그러면 그 아이가 결혼을 믿지 않게 되는 것은 당연하겠지."

  "그런 사람은 좀처럼 없겠지요."

  "좀처럼 없겠지만 있기는 하지."

  "하지만 선생님 같은 경우는 그런 게 아니잖습니까?"

  선생은 하하하하 하고 웃었다.

  "자네는 분명히 어머님이 계셨지?"

  "."

  "아버님은?"

  "돌아가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헌법이 공포된 이듬해에 돌아가셨네."

나쓰메 소세키산시로, 305-309 



  

 

188. 희다

이향 지음 / 문학동네 / 2013

 

흘러간 사랑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듣는 것도 좋아한다. 애틋하거나 슬픈 사연이면 더욱 좋다. 슬픈 사랑의 경험담을 말하며 자신의 색깔을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믿는다. 내가 뭐, 젖은 눈을 하고 거짓말을 만들어서라도 자빠뜨려볼 만한 사람도 아닌데, 굳이 그렇게까지 하겠어- 하고 생각하고 만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나는 집중하여 말하는 이의 주름을 더듬어본다. 이야기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정이나 태도, 흐려지는 말꼬리, ‘’ ‘그냥’ ‘어차피’ ‘아니처럼 뜻 없는 말들이 반복되는 모양, 술잔의 테두리를 훑는 손가락의 미세한 떨림이랄지, 멀리 보는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않는 투명하고 축축한 시선이랄지, 그런 것들이 중요하다. 사람은 그런 것들로 시를 쓴다. 사랑할 때는 말로, 사랑이 끝나면 그런 것들로 사람은 시인이 된다. 나는 시 읽기가 좋다.

 


 

 

189.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

하완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8

 

베스트셀러 에세이를 만드는 힘은 어디에서 오나. 기본적으로 글을 잘 써야 하겠고, 센스가 있어야 하겠고, 공감을 얻을 수 있어야 하겠고, 제목도 잘 뽑아야 하겠고, 하겠고 하겠고로 이러다 한 페이지를 채우겠고, 하여튼 그런데, 결국은 다 결과론인 듯. 잘 되는 애들은 잘 돼서 잘 됐고, 잘 못된 애들도 잘 된 애들만큼이나 갖출 만큼 갖췄고.

 

 

 

--- 읽는 ---

코스모스 / 칼 세이건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영어독서가 취미입니다 / 권대익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최윤 외

지리의 힘 / 팀 마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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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0-22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코스모스 저도 읽고 있어요*•ᴗ•*

syo 2020-10-23 22:58   좋아요 1 | URL
이걸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도 끝내 안 읽고 지내다가 결국 읽기 시작했는데, 또 읽다가 집어던져놨네요
ㅎㅎㅎㅎㅎㅎ 저는 아무래도 완독까지 두어 주 걸리겠어요.
파이버님의 집중적이고 쾌적한 독서를 기원합니다^-^

stella.K 2020-10-22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스요님이 쓰게 울었다니 관심이 갑니다. 도대체 어떤 영화길래...
오늘 스테이지 무비 <늙은 부부의 사랑>을 올레 틔비에서 봤는데
끝에 가서 좀 슬프더군요. 할매가 먼저 세상을 떠나거든요.ㅠㅠ

그꿈 단편 영화로 만들어도 좋겠군요.ㅎㅎ

syo 2020-10-23 22:59   좋아요 0 | URL
사람에 따라 평이 좀 많이 갈릴 것 같은 영화입니다.
저는 남자주인공의 인생사에 너무도 철저하게 공감을 해버려가지고.....

이게 악어꿈인지 구렁이꿈인지 모르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22 1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작년인가 재작년 이맘쯤 악어꿈꿨어요!! 자꾸 우리집에 들어오려고 해서 죽여버렸던가...

syo 2020-10-23 23:00   좋아요 1 | URL
저게 악어 꿈인 걸까요? 구렁이 꿈인 줄 알았는데... 구렁이 꿈이 길몽이라고 하더라구요.

scott 2020-10-22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어꿈은 추진하는 일마다 승승장구!한데요 로또 한장 사시고 눈물뚝!

syo 2020-10-23 23: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 친구가 구렁이 꿈이 길몽이라는 건 알려줬는데, 악어꿈 또한 승승장구꿈이었군요.
으하하하. 뭐 하는 게 있어야 승승장구를 해도 할 텐데!

모운 2020-10-22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시로를 650자로 줄여서 써야 하는 내 고통을 조금이나마 나누자

syo 2020-10-23 23:01   좋아요 0 | URL
각자 자기 자리에서 주어진 고통을 아름답게 감내하자

독서괭 2020-10-24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승승장구 절반을 구렁이가 먹어버렸...(동공지진) 구렁이가 길몽이니 더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거겠죠? ㅎㅎ syo님 쓴 눈물이 떠나보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빕니다.

syo 2020-10-25 15:5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어차피 악어를 제가 먹을 수는 없었을거니까, 은혜갚은 구렁이 컨셉으로 구렁이가 저한테 뭔가를 해주길 기다리겠습니다.

2020-10-24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5 1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양의 모양 3

 

 

 

남자는 고개를 숙인다. 걷지 않으려 합니다. 그늘이 그렇듯이 서늘한 표정으로, 그림자가 그렇듯이 남자는 어두워졌다. 아이가 고개를 젓는다. 길이 열릴 때까지 다시 한 갑자甲子인 것을 모르지 않을 텐데, 어찌 이리도 아둔하게 굴까. 남자가 조아린다. 시간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모르는 사이에 또 쌓이겠지요. 시간은 눈처럼 녹지 않으니 기다리는 이를 속이지 않겠지요. 아이가 혀를 찬다. 어리고 어리석다. 지금껏 시간에 속아오지 않았니. 시간은 아지랑이처럼 모든 것을 속인다. 시간은 햇살처럼 모든 것을 녹인다. 너는 어둡고 투명하고 손닿지 않으니 네가 정을 준 이는 시간에 속는지도 모르고 속아 너를 잊겠구나. 또 그 마음은 시간에 녹는지도 모르고 녹아 너를 할퀴겠구나. 너는 어찌 또 저 엄혹한 시간에게 이기지도 못할 내기를 걸려 하느냐. 감당할 수 없는 것과 왜 드잡이를 하려 드느냐. 어리고 어리석다. 어리석고 또 어리석다. 남자가 구름에 숨은 달처럼 입을 다문다. 아이는 보챈다. 가자꾸나. 걷자꾸나. 떠나지 않는 것들은 돌아올 수 없느니, 이 밤을 부지런히 나서자꾸나. 남자가 달을 숨긴 구름처럼 대답을 숨긴다.

 

동짓달이다. 계명성啟明星은 새벽하늘에 뜨는 개밥바라기다. 그 옅은 빛이 스러지기 전에 그들은 걸어야 한다. 돌아오지 않는 것들이 모이는 곳으로 가서 돌아옴을 준비해야 한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궤도를 걸을 뿐이다. 그래서 그들도 걸어야 한다. 시간의 발걸음 소리를 머리에 이고, 밤을 따라 밤이 물러나는 것과 꼭 같은 속도로 밤과의 거리를 유지하며 지구를 휘돌아야만 한다. 하오나 작달비가 붓겠습니다. 해보다 비가 먼저 올 것이고 해보다 그 사람이 먼저 일어나 일터로 나설 것이니 해가 나기도 전에 찬비를 만날 그 몸이 얼마만큼 춥고 또 외롭겠습니까. 어리석다 타박하셔도 저는 그 연하고 약한 몸을 위해 남고자 하니, 염려가 가시는 발걸음을 부여잡지 않도록 이 자리에 두고 나서시지요. 남자는 새벽 비처럼 차고 단호하다. 아이가 탄식한다. 이치가 선뜻 네 물질을 바수고 섭리가 살뜰히 네 개념을 흩을 것이다. 다음 길이 너를 마중하지 않을 것이다. 하여도 끝내 남고야 말겠니. 남자는 말이 없다. 빗소리가 새벽을 때리기 시작한다. 고집스럽구나. 내 너를 꺾지 못했듯 시간 또한 너를 꺾지 못하도록 그곳에 가서 기원하겠다. 다시 뵙지 못하겠습니다.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그간 감사했습니다. 그 인사를 갚을 날이 없을 것이다. 아이의 울먹임이 빗소리에 녹아 서쪽 하늘로 흘러간다. 계명성의 그림자가 잠깐 남자와 아이를 덮는다. 현관 센서등이 켜졌다 꺼진다. 다시 켜졌다 다시 꺼진다.

 

, 미친, 새벽부터 비 오냐. 겁나 춥네. 여자가 모자를 눌러쓰고 묶은 머리를 뒤편으로 꺼낸다. 우산꽂이에서 우산을 꺼내 들고는 문을 열고 나간다. 비 오는 새벽의 차고 젖은 공기 한 덩어리가 문틈으로 침입한다. 신발장 앞을 비추던 현관 센서등이 꺼진다. 우산꽂이가 어둠 속에서 텅 비어있다. 그녀에겐 우산이 딱 하나뿐이다.

 

 

 

 

--- 읽은 ---

 


184. 이야기하는 법

양자오 지음 / 박다짐 옮김 / 유유 / 2019

 

양자오는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인가? 도대체 못 하는 이야기가 없고, 하다하다 이제 이야기하는 법까지 이야기해준다. 양자오가 한국사람이거나 syo가 타이완사람이었다면 듣고 읽을 이야기가 얼마나 풍성했을까 생각해보면 아찔할 때가 다 있다. 싸랑해요 양쌤…….

 

 

 

185.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Gary Fuller, T. M. Reddekopp 지음 / 윤승희 옮김 / 생각의길 / 2017

 

저자 이름이, 영어로 등록되어 있다. 이런 경우는 처음 보는데? 신기하다.

 

……에헴.

 

 

 

186.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박은지 지음 / 생각정거장 / 2019

 

뭔가 새로운 게 나타났는데, 혹은 계속 있어 왔지만 쭈욱 모르고 있던 것이 갑자기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그 새로움과 선명함이 100%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그러기를 바라는 건 욕심을 넘어 방해다. 저항을 택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쪽으로(혹은 자신에게 유리한 쪽을 옳다고 믿으며) 간다. 설득시키고 양보를 받아내는 것도, 아니면 힘으로 쟁취하는 것도, 잘 보면 어차피 모두 쟁취다. 넓은 의미에서, 모든 운동은 쟁취가 목적이다. 무대에 올려놓고 싸우면 된다. 비난과 무시와 입막음도 극단적 전략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걸 정말 전략으로 사용하려면 수준이 필요하다. 모든 비판에 응 페미는 정신병이렇게 한 줄 띡 달아놓고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면 당신은 그냥 모래알이다. 모래알을 몰고 다니는 진짜 파도들은 비판을 위해서 상대방의 체제를 공부한다. 당신이 서 있는 입장이 옳을 수 있다. 당신과 같은 편에 서 있는 사람이 정말 논리적이고 실증적으로 당신의 상대방에게 유효타를 먹이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당신이 직접 한 일이 아니라면, 당신이 한 일이라고는 그냥 마우스 클릭질 몇 번과 마우스 휠 몇 번 드르륵 내린 게 전부라면, 그건 그리 폼나는 작업은 아니다. 직접, 직접 하자. 그리고 내가 지금 정확히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웬만하면 침묵하자. 만사 거기서 시작이다.

  

 

 

--- 읽는 ---

산시로 / 나쓰메 소세키

희다 / 이향

세계 경제가 만만해지는 책 / 랜디 찰스 에핑

궁극의 리스트 / 움베르토 에코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 갖춘 ---

능소화가 피면서 악기를 창가에 걸어둘 수 있게 되었다 / 안도현

장판에서 푸코 읽기 / 박정수

가치의 모든 것 / 마리아나 마추카토

연년세세 / 황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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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0-22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상 세계지리 책표지에는 저자명이 한글로 써 있군요 ㅋㅋ 신기하다. 밖에 비오나요...이번주는 우산까지 들면 너무 무거울 것 같아요...

syo 2020-10-22 14:30   좋아요 1 | URL
어제는 하늘이 눈 내릴 것처럼 생겼더라구요.
오늘은 벌써 반절이 넘게 흘러갔지만, 아직 집밖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추운 날씨 늘 조심하세요.

2020-10-26 1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6 18: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1

 

비어있는 모든 공간이 비어있지 않아서, 이제 웬만하면 대구에 가고 싶지 않다.

 

 

 

2

 

아무것도 말하거나 쓸 자격이 없다고 느낀다. 지난 일들은 지난 일들이고, 오늘의 내게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거나, 오늘의 나는 내게 일어나는 일들을 감지할 줄 모르는 반편이가 되어 있거나, 아무튼 말하거나 쓸 만한 무언가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부유하는 오늘이 이어지고 있다.

 

 

 

3

 

닫히고 있다.

 

 

 

4

 

너와 나 사이에 폭이 만 리가 되는 강이 놓여 있더라도 나는 언젠가 어떻게든 그 강을 넘어 너에게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이에 놓인 것이 달음질 한 번에 건너뛸 수 있는 좁은 개울일지라도 그 속에 딱 한 방울의 눈물이 보태어져 있다면 나는 아무래도 그 물을 넘어 너에게로 갈 수가 없겠다.

 

 

 

5

 

다치고 있다.

 

 

 

6

 

인간의 인식이나 사는 방식, 미감을 타격하여 흔들어놓지 않는 철학은 철학이 아니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젠 아무래도 상관없는 듯하다.

 

 

 

7

 

가끔 당신이 나를 훔쳐간다.

 

 

 

8

 

모니터 앞에 앉으면, 대본을 잃어버린 채 일주일을 보낸 뒤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가 된 기분이다.

 

 

 

9

 

말의 거처를 수소문한다.

 

 

 

 

--- 읽은 ---



179. 작가의 뜰

전상국 지음 / 샘터사 / 2020

 

딱히 할 말이 없다.

 

 

 


180. 죽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물리법칙

야마구치 에이이치 지음 / 정윤아 옮김 / 김찬현 감수 / 반니 / 2015

 

죽기 전에 알아야 한다라는 말은 무슨 뜻일까. 죽고 나면 알 수 없으니 그 전에 미리 좀 알아두라는 의미일까? 그건 동해 바다는 한반도 동쪽에 있다는 이야기잖아. 아니면, 죽고 나면 유용하게 쓰일 테니까 미리미리 좀 알아놓으라는 말일까? 제목에 쫄 필요는 없다. 오늘 당장 안 읽고, 죽기 전까지만 이 책을 읽으면 될 것 같다. 혹은, 죽고 나서 읽어도 괜찮을 것 같다.

 

 


 

181. 천년의 바람

박재삼 지음 / 민음사 / 1995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시를 외워야겠다는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다. 딱 하나만 외우고 말 거라면 이 시면 좋겠다는 생각도.

 

이제는 이 시가 말하는 마음이 뭔지 좀 알 것도 같다. 33년생이신 박재삼 선생님이 59년에 쓴 시니까, 이 시를 썼던 선생님보다는 더 오래 살았다. 하하하.

 

 

 

 

182. Chaeg 2020. 10

()(월간지) 편집부 지음 / ()(잡지) / 2020

 

이 잡지가 소개하는 책을 매달 한 권은 꼭 사게 된다.

 

 

 


183. 카운슬러

코맥 매카시 지음 /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3

 

지금 이 맥락에 이게 대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싶은 말이 잔뜩 있는 문학은 독자를 유혹에 빠뜨린다. 정확히 모르겠지만 덮어놓고 아는 척 뭉갬으로써 있어빌리티를 확보할 수 있겠다는 유혹.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이걸 전부 다 알아듣고 저러는 건 아닐걸?

 

이야기의 뼈대는 더없이 단순하다. 그런데 거기에 들러붙은 인간들이 내뱉는 저마다의 이야기가 모든 각도에서 조망되지 않는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서사를 초과하는 것처럼 어릉어릉 보인다. 근데 또 그런 말들이 하늘이 낸 글 솜씨와 결합하면, 간단명료한 서사를 값싼 미끼로 던져놓고 세상 모든 말을 다 낚아 올리려는 욕심처럼 보였다가, 모든 말을 하는 것처럼 굴면서 사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려는 계획처럼 느껴졌다가 한다. 이런 모호함은 있어빌리티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는 파도파도 끝없는 금맥과도 같다!

 

그러나 나로서는 죽기 전까지 읽어도 매카시를 속속들이 이해하는 경지에 이르지는 못 할 걸?

 

 

 

--- 읽는 ---

궁극의 리스트 / 움베르토 에코

이야기하는 법 / 양자오

너무 맛있어서 잠 못 드는 세계지리 / Gary Fuller

페미니스트까진 아니지만 / 박은지

하마터면 얼심히 살 뻔 했다 / 하완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2020 / 최윤 외

무례한 시대를 품위 있게 건너는 법 / 악셀 하케

산시로 / 나쓰메 소세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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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10-20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야... 있어빌리티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위에서부터 뭔가 쓸쓸하다, 가을이구나..이러면서 조용한 마음으로 읽다가 있어빌리티 완전 빵터졌잖아요 ㅠㅠ

syo 2020-10-21 22:10   좋아요 1 | URL
쓸쓸한 가을이야.... 그리고 있어보이고 싶어....
이렇게 조화로운 마음이잖아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0-20 15: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 말이 많은 날들 만드는 삶은 어려운 것 같아요. (저처럼) 아무 말이나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면, 예쁘게 고르고 고른 말만 하고 싶다면 더 어렵잖아요. 구질구질 세상에 없어도 될 지저분하고 어지러운 말과 글 뿌리는 저를 반성합니다...

syo 2020-10-21 22:11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씀을 하세요.
요즘 알라딘 최고 핫플레이스가 반님의 서재라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구질구질 지저분 어지러운 말 이런 단어 쓰시면 반님을 아끼는 이웃님들이 가만있지 않을 기세던데요 ㅎㅎ

stella.K 2020-10-20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니터 앞에 앉으면, 대본을 잃어버린 채 일주일을 보낸 뒤 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가 된 기분이다.
크~ 어쩌라고...! 흐흑~

syo 2020-10-21 22:12   좋아요 0 | URL
그런 기분에 대해서 스텔라님은 좀 더 잘 아시겠네요.
직접 무대에 올라서시기도 하셨나요?

stella.K 2020-10-22 19:11   좋아요 0 | URL
그런 적은 없구요, 넘 안 써지면 컴모니터를 창문밖으로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을 겪은 적은 있어요.
나를 창밖으로 던질 순 없잖아요.ㅋㅋ
전 무대공포증이 있어서 작가를 했던 건데
기회되면 스요님도 연극 한 번 해 보세요.
전 다시 태어나면 작가 안하고 배우할 겁니다.ㅎㅎㅎ

페크pek0501 2020-10-20 1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syo 님의 글을 훔쳐 보곤 간답니당~~

syo 2020-10-21 22:1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프로필 사진이 바뀌셨네요.
훔쳐보실 만한 글을 쓰기도 하고 그래야 할 텐데요....

scott 2020-10-20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실히 syo 님은 가을 남자 ㅎㅎ
천년의 바람 속 시를 외우고 싶어하는 남자~*

syo 2020-10-21 22:13   좋아요 0 | URL
가을 진짜 별로예요 ㅋㅋㅋㅋ 멘탈에 좋지 않은 계절입니다. 몸은 여름이 제일 고생스럽지만...

2020-10-21 0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0-2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추풍오장원 2020-10-21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시로 너무 좋습니다. 소세키 작품이 감정이입이 잘되더라구요 저는 ㅎㅎ

syo 2020-10-21 22:16   좋아요 2 | URL
아, 저 역시 나쓰메 소세키로 청춘의 한 페이지를 물들인 소세키빠긴 하지만,
감정이입이라 치면 <산시로> 말고는 딱히 잘 안되더라구요.....

산시로 짱이라는 말씀에는 동의합니다^-^
 

 

혀감기

 

 

 

1

 

어제저녁에는 두부를 잔뜩 넣고 떡만둣국을 끓일 요량이었는데, 두부가 시한부라 욕심을 좀 부렸더니 정작 탄생한 건 떡이랑 만두를 넣은 두붓국이었다. 다진 마늘과 청양고추 송송이를 너무 많이 넣어서 그런가, 그 맛이 탕이라기보다는 탕약에 가까웠다. 한의원에서 순두부를 시켜 먹으면 이런 맛이 나겠지.

 

그리고 커피를 마셨는데 기이하게도 홍삼 맛이 났다. 사장님, 저희 카페인 주문했는데 사포닌이 나왔어요…….

 

오전에 도서관을 다녀왔다. 입맛이 저토록 이상한 것을 아직 몸살이 다 떨어지지 않았다는 증거로 볼 수도 있었는데, 오만방자했지. 다녀왔더니 어쩐지 또 머리가 무겁……. 으아아아 빌어먹을 영원회귀.

 

 

 

2




피차간에 없는 게 나은 사이긴 했어도, 그래도 명색이 새아버지라는 인간이 죽으면서 땡전 한 푼 안 물려줄 줄은 또 몰랐던지라 어린 아이작 뉴턴은 적잖이 당황하는 중이었다. 책은 나한테 다 물려준 걸 보면 그래도 또 생양아치는 아닌 것 같고. 어쨌든 책은 좋아. 일단 읽고 볼까 헤헤헤…….

 

그러나 남편을 잃은 뉴턴의 어머니는 아들을 양치기로 키우고 싶었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랬는데, 아 글쎄 이 녀석이 책 읽는 데 한눈을 파느라 양을 분실하는 사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언젠가부터는 아예 포기한 듯. 니 맘대로 살아라 임마.

 

그래서 나중에 뉴턴의 어머니는 이웃들과 함께 동네 평상에 모여앉아 콩나물 대가리를 다듬으며 이런 대화를 나누었던 것이다.

 

아니, 애가 하라는 양치기는 안 하고 맨날 독서, 독서, 아주 지겨워 죽겠어 그놈의 책 그냥 다 확 불살라 버려야지 싶다가도 쟤가 말은 안 하지만 자기도 스트레스 엄청 받겠지 싶어서 그냥 냅뒀지 아 서방 복 없는 년이 자식 복도 없다지만 그래도 에미 마음이 어디 그런가, 그래 그래 너도 답답하겠지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아라 에미가 삼시 세끼 고기 반찬은 못 먹여도 그 정도는 해 줘야지 그냥 쌀만 너무 많이 축내지 말고 적당히 먹고 적당히 싸면서 적당히 살다 가자 이번 생 너나 나나 아주 오지다, 그랬는데 어느 날 갑자기 얘가 그러는 거야. 어머니 제가 우주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나는 속으로 이게 또 쌀밥 먹고 보리방구 뀌는 소리 하네 하고 있었거든. 근데 애가 또 그러네, 어머니, 제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니 어디 내가 참을 수 있어야지. 얘야 뉴턴아, 내 새끼 아이작 뉴턴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면 돈이 나온다니 쌀이 나온다니. 어머니, 들어보세요. 그러니까 어느 날, 제가 사과나무 아래 누워 있었는데 사과가 갑자기 제 머리 위로 뚝, 아이고 뉴턴아 아이작 뉴턴아, 과수원에 갔으면 사과나 딸 일이지 그걸 그래 게을러 가지고 드러누워 있으니 사과한테도 얻어터지고 다니지, 아이고 속 터져. 아니 어머니 사람 말을 끝까지 좀 들어보세요, 하여간 그래서 제가 발견한 법칙이 세상 사람들한테 널리 인정을 받았어요. 그래 그래 그것 참 좋~겠구나. 그래서 제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도 되고, 왕실로부터 기사 작위도 받았습니다. 어머니, 우린 이제 귀족이에요! 그러는 거야 글쎄? 아니 이게 말이 돼? 양치기도 못 하던 우리 아들놈이 글쎄 작위를 받았대 글쎄! 믿어져? 뭐 못 믿겠다고? 못 믿어? , 이놈,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여봐라, 개작두를 대령하라…….

 

당연히 농담입니다.

 

 

 

 

 

--- 읽은 ---

 


176. 프로이트 패러다임

맹정현 지음 / 위고 / 2015

 

syo는 프로이트를, 귀여운 멍뭉이를 대하는 마음으로 읽는다. 오구오구 그래쩌여~? 성욕이 있어쩌여~? 남근선망 때문이에여~? 여긴 이미 21세기고, 세상과 사람을 설명할 수 있는 간지 나고 좋은 이론들은 잔뜩 있고, 나는 책을 몇 권 띡 읽고 말 인간이 아니고, 뭐 그러다 보니 프로이트는 치킨에 발라먹는 양념에 들어갈 70가지 갖은 식재료 가운데 한 가지- 그런 포지션이다. 그래서 뭐라고 말해도 오구오구하게 되는 것이다.

 

syo내 이론이론도 만들 생각이 없다. 세상의 다양한 이론들이 내 안에 들어와 두서없이 섞여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색을 바꿔나가는 쪽이 훨씬 좋다. 어차피 내 생각이라는 건 내 의식 안에 의식적으로, 무의식 안에 무의식적으로 쌓은 다른 생각들의 할매국밥이다. 모두가 원조이고 누구도 원조가 아닌. 이건 프로이트의 생각과 그리 멀지 않다. 프로이트의 가장 큰 업적은 무의식의 발견이고 그 업적의 가장 큰 효과는 주체성의 파괴. 내가 나라고 너무 철저히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나밖에 모르는 내가 있겠지만, 다름 아닌 나라서 결코 알 수 없는 나도 있는 법. 우리 같은 범인들이 프로이트를 통해 얻어야 할 지혜는 그런 정도다. 인간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심지어 무의식에 대해서조차, 이제는 다른 철학자들의 책과 과학책을 통해 배우는 게 더 나은 시대가 왔다. 나는 프로이트가 이렇게 말하는 나를 좋아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아님 말고. 어차피 나도 그 할배 별로다.

 

그런 느낌으로 프로이트에 대해 한 권쯤 읽고 지나가려면, 혹은 프로이트에서 파생되는 다른 글들을 읽기 위한 기반이 필요하다면, 이 책 한 권 갖추는 것, 나쁘지 않다.

 

 

 

 


177. 길 잃기 안내서

리베카 솔닛 지음 / 김명남 옮김 / 반비 / 2018

 

그 문장이 높고 아름다운 것을 온 세상이 다 알고 나도 잘 아는데도, 읽는 데 쓴 날들이 짧지 않다. 아무리 노력해도 앉은 자리에서 다 소화되지 않는 책은 위대하거나, 쓰레기거나, 위대한데 내가 쓰레기라 내 눈에 쓰레기로 보이거나다. 말할 것도 없이 1.

 

 



178. 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

 

눈을 못됐게 뜨고 읽으려고 단단히 마음을 먹고 덤벼들었지만 그렇게 되지가 않았다.

 

전작 여름, 스피드를 생각해보면, 나는 그 책에 별 다섯 개를 때렸고, 이건 문장으로 보나 내용으로 보나 별로 수준 높은 작품이 아니라는 비평에 끝까지 저항했다. 이번 문자대화 인용 논란이 터지기 전부터 느낀 건데, 이게 너무 뾰족하게 구체적이라 도리어 실제로 있지 않았던 일이라고, 픽션이라고 생각하기가 더 어려울 정도의 현실감이 느껴지는 이야기가 그 책에 실려 있었다. 뾰족하다고 표현한 것은, 수록작 가운데 어떤 작품 속 이야기는 정말 과장 없이 100% 공감할 수 있는, 화자의 마음 경로를 완전히 똑같이 되짚을 수 있을 만큼 나와 연결된 이야기 같았던 반면, 또 어떤 이야기는 나와의 접점이 0%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만약 100%의 이야기가 하나도 없었다면, 그래서 이 책의 모든 작품이 그저 0%의 나열이나 기껏해야 50%도 안 되는 별세계 이야기의 집합체로 보였다면 나도 이 책을 그냥 툭 던져놓고 김봉곤의 이름을 잊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 개의 100%가 나머지 모든 0%를 숨겨진 100%, 내겐 0이지만 세상에 반드시 이 이야기에서 100을 느끼는 누군가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로 만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사건이 터졌을 때 하나도 놀라지 않을 수 있었다. 그럼 그렇지. 100이었는데. 100은 허공에서 탄생할 수가 없지.

 

남들은 도저히 좋아할 만한 데를 찾아내기 어려워하는 작품을 나는 미친 듯이 좋아하는 상황, 그런 건 그 작품이 내가 살아온 궤적을 직접 건드리기 때문에 일어난다. 김봉곤이 다음 책을 낼 의사가 있는지, 그럴 수 있는지, 그런 건 잘 모르겠다. 차기작이 온다면, 그건 같은 잘못을 통과하지 않고 왔으면 좋겠다. 나는 또 읽을 것이다. 이건 불가항력에 가깝다. 아직은.

 

 

 

--- 읽는 ---

카운슬러 / 코맥 매카시

천년의 바람 / 박재삼

chaeg 2020. 10 / ()(월간지) 편집부

죽기 전에 알아야 할 5가지 물리법칙 / 야마구치 에이이치

작가의 뜰 / 전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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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10-15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님은 그 할배 별로라는데 이 글 읽고나니 얼른 <프로이트 패러다임> 읽고 싶네요. 잠깐! 그 전에 프로이트 읽던거 마저 읽고요. 켁!

syo 2020-10-15 18:34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 저는 오구오구 마인드, 다락방님은 씹어주마 마인드로 읽는데, 단발님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다락방 2020-10-15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로이트 패러다임 나도 사놨지롱요- 딱 기다려요 내가 다 읽겠엇! 뽜샤!

syo 2020-10-15 18:34   좋아요 0 | URL
프로이트 페이퍼가 겁나 알차더라요.
의외로 이쪽 장르 페이퍼에 재능이?!

다락방 2020-10-15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참. 카운슬러라니요! 거기에 잊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카섹스신(?)이 나오는데... 읽었나요, 그부분?? 꽥-
그 당시에 너무 충격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매카시 할아버지.. 그러면 안됐던 것 같아...

syo 2020-10-15 18:35   좋아요 0 | URL
아직 안나왔는데, +ㅁ+
역시 필립 할배랑 어깨를 나란히 하는 코맥할배인건가 후후후후.

stella.K 2020-10-15 1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페인을 시켰는데 사포닌이 나왔어요.ㅎㅎㅎ
못 당할 글이로군요.
백수된 거 정말 맞습니까? 오전에 도서관? 일하기전 잠깐 들린 건 아니구요?

김봉곤은 정말 묘하게도 읽는 맛이 있더군요.
지금 뭐할까 싶기도 해요.
근데 전 읽겠다고 장담은 못할 것 같아요. 다른 읽을 책이 하도 많아.
갑자기 오토픽션에 몹시 관심이 생기면 그때.

syo 2020-10-15 18:41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 줄에 물음표 세개 연달아 얻어맞으니까 취조당하는 느낌 매콤하네요.
오토픽션에 관심이 없으세요?
스텔라님 구독서비스 하실 때 오토픽션 많이 쓰신 셈 아닐까요?

봉곤씬 아마도 회사 열심히 다니겠죠?
나만 백수네.... ㅎㅎ

stella.K 2020-10-15 19:32   좋아요 1 | URL
켁, 그러고 보니...ㅠ
그냥 스요님에 대한 관심으로 이해해 주시면...ㅋㅋ

아, 그때를 기억하십니까?
그때 저 오토픽션 아닌데.ㅋㅋㅋ

syo 2020-10-20 09:13   좋아요 1 | URL
그럼요 ㅎㅎㅎ
아, 그런 게 오토픽션이 아닙니까? ㅎ

반유행열반인 2020-10-15 2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의 100퍼센트가 어떤 소설이었는지 많이 궁금합니다. 그리고 글 멀쩡하게 더하기 완전 잘 써 놓은 걸 보니 다 나은 거 같은데? 아니라면 내일쯤 다 나으실 거에요.

syo 2020-10-20 09:14   좋아요 0 | URL
아픈 건 다 나았습니다 ㅎㅎ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0-10-15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작 프로이드 손자는 성도착증 환자였다죠. 혀감기에 얼큰한 콩나물국 추천! 환절기 몸관리 잘하세요

syo 2020-10-20 09:15   좋아요 0 | URL
손자라면 루시안 프로이트를 말씀하시는 거겠지요?
성도착증 환자였군요. 몰랐습니다 ㅎㅎㅎㅎ

추풍오장원 2020-10-15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나의 주인이 결코 아니지요..^^ 빨리 쾌차하시기를...

syo 2020-10-20 09:15   좋아요 0 | URL
간만에 고향집에 내려가 잠깐 쉬었습니다.
결국 쾌차하고 말았네요(?) ㅎㅎㅎㅎ

공쟝쟝 2020-10-15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의식의 발견, 주체성의 파괴.
덕분에 정수 읽고 프로이트 다 읽었다 배부르기.

syo 2020-10-20 09:16   좋아요 0 | URL
10월도 벌써 다 가고 있군요.....
허허허허....
 


작사랑

 

 

 

1

 

언젠가부터 1년에 한 번은 어떻게든 크게 아프다. 주로 이맘때쯤부터 해서 한해가 넘어가기 전까지 기간이 굉장히 위협적이다. 어떻게 피해 보려고 애써봐도 도리 없다. 네 명이 같이 치킨을 먹고 나 혼자 떡하니 장염에 걸리고 나면 운명이라는 것의 존재를 믿게 된다. 너는 기어이 아프다, 아플 것이다, 아프도록 하여라……. 빚졌는데 알고 보니 채권자가 하느님인 꼴이랄까. 이번에는 몸살이었나 본데, 대충 다 극복했다. 두통의 잔여물만이 썰물 물러간 갯벌에 뒹구는 라면 봉다리처럼 남았다. 고통의 꼭짓점에서는 와 내가 정말 혼자 살긴 혼자 사는구나 싶었다.

 

 

 

2

 

큰 사람은 크게 사랑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찾아오는 위기도 크다. 작은 위기는 인식과 동시에 자동으로 무찌르고 나아가는 게 큰 사람의 큰 사랑이기 때문이다. 작은 사람은 작게 사랑한다. 그래서 그 사랑에 찾아오는 위기도 작다. 큰 위기는 어떻게도 손댈 역량이 없어서 그대로 파국으로 가고 마는 것이 작은 사람의 작은 사랑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번도 스스로를 큰 사람이라고 오해해본 적이 없다. 큰 사람이 될 수 없어서 서글픈 적이 있고, 큰 사람이 되지 못해서 쓸쓸한 적이 있다. 나는 작은 사람이라 작게 사랑한다. 어리고 어리석다. 느리고 늦되다.

 

큰 사람과 작은 사람이 만나 사랑을 하면 처음에는 내게 없는 모습을 가진 너에게 매혹되어 사랑이 달다. 시간이 조금 지나도 큰 탈이 나지는 않는다. 큰 사람은 자신의 큼으로 작은 사람의 작음을 양해하고,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의 큼 자체를 신봉하기 때문에 다툼이 있어도 큰 소리가 나지 않고 어찌저찌 봉합된다. 그래서 만약 그들이 헤어진다면, 그들의 이별은 오랜 만남 후에 이루어진다. 왜 우리가 헤어져야 하는지 정확히 짚어내기도 어렵고, 이별을 후회하지 않을 자신도 딱히 없으며, 돌아서면 반드시 울고 말 것을 다 아는 상태에서 헤어진다. 오늘 헤어지지 않으면 오늘 같은 내일이 올 것을 알아서 헤어진다. 가능성의 밑바닥을 핥아본 혓바닥을 매만지며 돌아선다.

 

나만큼 작은 사람을 만나 작고 소소하게 사랑하고 싶었는데 쉽지 않았다. 내가 워낙 먼지처럼 작아서일까. 그러나 나는 이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뭔가가 되려고 노력하고 싶지 않다. 티끌만 한 나는 아무리 애를 써도 그게 잘 되지가 않는다.

 

확실히, 나이가 들면 점점 더 사랑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다. 몸뚱이는 자꾸 늙어가고 시장 가치는 한없이 0으로 수렴하는 재고자산 주제에,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겠고, 뭐 안 되는 것만 자꾸 늘어간다. , 왕년의 사랑꾼은 죽었는가.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 러브다이너마이트 뭐 이런 것들 다 요단강을 건넜는가 으흑…….





깊고 맑은 하늘이 펼쳐진 창가의 자리에서 한나는 영화 속의 그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아주 단호하게 말했다. "사랑이 아니지그런 게 어떻게 사랑이야." 그렇다면 사랑은 무엇이지그녀는 생각했다남자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 느릿느릿 국수를 먹기 시작하고영원처럼 정지한 듯한 풍경 위로 헐벗은 그림자가 침묵 속에서 간혹 움직였다나는 사랑을 몰라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다.

백수린아직 집에는 가지 않을래요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구름을 생각하려 한다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그 누가 뭐라고 해도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3

 

가만히 있어도 골이 빠그라질 것 같은 두통 속에서도 나는 책을 이만큼이나 읽었던 것입니다! 하면 아, 굉장히 멋있을 뻔도 했지만, syo도 그냥 사람이었어요. 아플 때는 쉬더라구요.

 

 

 

 

--- 읽은 ---

 


175. 백치는 대기를 느낀다

서대경 지음 / 문학동네 / 2012

 

시 속에 이야기가 잔뜩 있었다. 여기 왜 이야기가 들어있지? 라고 생각했다가, 대체 왜,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갖고 살게 되었는가 생각했다. 시가 이야기가 아니라면 무엇이란 말이지? 그렇다면 이야기는 시인가? 글쎄, 그건 단정할 수 없는 명제지. 나는 그런 논리를 배운 적이 없었다. 배우지 못해 모르는 것들과 마주치면 엉뚱한 질문을 엉뚱한 줄도 모르고 하게 마련이다. 나는 묻고 있었다.

 

 

 

--- 읽는 ---

시절과 기분 / 김봉곤

칸트 평전 / 만프레트 가이어

정신분석의 근본 개념 7가지 / -다비드 나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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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10-1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중간 사람인데 중간 사람은 어떤 위기를 맞이할까요...어중간한가...중간에 끼이나...

syo 2020-10-13 22:56   좋아요 3 | URL
사실 저것의 핵심은, 큰 사람은 위기가 커서 큰 위기로 느껴지고, 작은 사람은 큰 위기는 어차피 파국이라 작은 위기에서 벌써 맥시멈 크기를 체감한다는 맥락이라, 큰작중 따질 것 없이, 본인이 느끼기에는 다 큰 위기가 되는 것이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0-13 22:57   좋아요 1 | URL
에이 어렵네요...

공쟝쟝 2020-10-13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러브다이너마이트님, 사랑도 가끔은 쉬어야죠.. 자숙하세요 ㅋㅋㅋ

syo 2020-10-13 23:02   좋아요 0 | URL
쉬는 것도 뭣도 적당해야 합니다 ㅎㅎㅎㅎ

공쟝쟝 2020-10-13 23:09   좋아요 0 | URL
벌써 다 쉬었다고요? (....)

syo 2020-10-13 23:16   좋아요 0 | URL
제가 그렇다기보다, 이제 길게 쉬고 있는 분들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시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연 2020-10-13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까지 읽고 웃다가 러브다이너마이트에서 빵터짐.. ㅋㅋㅋㅋ 러다마님. 얼렁 제자리 찾고 예쁜 사랑 하소서^^ 아플 때 혼자 앓지 않게~

syo 2020-10-14 11:17   좋아요 0 | URL
그보다 혼자 아픈 것에 좀 익숙하고 능숙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사랑을 하건 말건 어차피 인생은 길게 보면 혼자잖아....

비연 2020-10-14 11:19   좋아요 0 | URL
흠.. 그렇긴 한데 혼자긴 한데.. 거기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건 좀 슬픈 일이라. 물리적인 존재가 옆에 있는 게 간혹은 큰 위안.

jeje 2020-10-14 0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yo님. 유산균 챙겨드세요. 장건강은 면역력의 근원.....(??) 어??아프려고 하나? 아닌가? 했다가 얼른 나아버리시길!

syo 2020-10-14 11:16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장 건강이 근원이었군요.
친구 유산균 야금야금 빼먹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0-10-14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syo 2020-10-14 11:15   좋아요 0 | URL

blanca 2020-10-14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을 잘 추스르셔야겠네요. 사랑은 뭣모를 때 하는 게 쉽긴 쉽지만 어려운 사랑은 또 다른 맛이 있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엄청 많이 붙어야 나이들어 하는 사랑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어요...

syo 2020-10-14 11:15   좋아요 0 | URL
어쨌든 하는 데 까지는 해 보자는 주의입니다.
하면서 터지고 털리고 울고 짜고 그러면서 또 배우고 그러는 거겠지요?

다락방 2020-10-14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을 때에요, 쇼님. 사랑, 사랑이라니..
제 인생에 사랑은 끝났는데...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사랑은 모두 끝났어~

https://youtu.be/s7-nDA_gzHg

syo 2020-10-14 11:14   좋아요 0 | URL
끝났다 싶을 때 도둑처럼 찾아오는 것이 또 사랑이잖아요.
사람 일 모르는 거다 하하하하하하하하
미리 폐문선언했다가 나중에 사랑하는 사람 생기면 쪽팔린다?!

비연 2020-10-14 11:19   좋아요 0 | URL
그럴리가요..^^

stella.K 2020-10-14 18: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가을에서 겨울 넘어갈 때 감기 한 번 앓고 일어나는데
이상하게도 2, 3년 전부턴 그런 게 없어졌어요.
안 아파서 다행이긴합니다만
나이들수록 아픈 게 무뎌진다던데 노화의 한 현상은 아닐까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드네요.ㅎㅎ

사랑쟁이 사랑둥이 사랑동자 사랑꾸러기 러브다이너마이트
알흠다운 단어로군요.
스요님은 아직도 사랑동자입니다.ㅋㅋ

syo 2020-10-15 17:45   좋아요 0 | URL
‘동자‘라는 단어는 제가 썼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단어입니다.
나잇값은 요원하군요.....

여튼, 안아프시다니 다행입니다. 어떤 이유에서건, 안 아픈게 장땡입죠,.

scott 2020-10-14 2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요님은 가을남자 ^ㅎ^

syo 2020-10-15 17:43   좋아요 1 | URL
가을 제일 싫어요... 맨날 어딘가 아파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