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금 60만 원 덧없다. 3개월 순수구매액 0원에 도전하려고 했는데 한 달도 안 지난 지금, 벌써 얼마를 사들였는지 탕진, 탕진, 탕진 이제 적립금 얼마 안 남았다. 그래도 추석이 있으니까 또 나에게 셀프 선물!



0원! 0원! 0원이여! 영원하라! ㅋ



신간



서머싯 몸, <케이크와 맥주>
신간 중 가장 반가운 책. 동서문화사에서 <과자와 맥주>로 출간된 적 있다. 작품이 궁금해서 동서문화사 버전으로 사볼까 말까 늘 망설였는데 민음사에서 출간되니 덥석 구매. 1930년에 발표한 소설로, 그 무렵 문단의 내막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데다 등장인물이 서머싯 몸의 지인이나 유명 인사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세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고. 읽어 보면서 누가 누구인지 한번 유추해 볼까.


















서머싯 몸, <단편선 1, 2>
단편선도 함께 나왔다. 서머싯 몸 작품 재미있는 건 두말해 잔소리. 그동안 장편만 읽었는데 이제 단편도 읽어봐야겠다.




마르그리트 뒤라스, <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 전집, 요즘 반가운 신간이 많이 나온다. 이 표지 인물은 뒤라스 자신. 표지가 <연인>하고 어쩐지 비슷하지 않은가?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뒤라스가 <연인>과 “두 책은 한 몸”이라고 고백할 만큼 자전적 요소와 주제에서 같은 뿌리를 가진다. 청춘기에 사랑과 절망을 동시에 경험한 뒤라스의 자전적 이야기.




코맥 매카시, <모두 다 예쁜 말들>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읽어볼 만한 사람들은 다 읽었다는 코맥 매카시 ‘국경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 그런데 나는 매카시의 국경 3부작은 하나도 읽은 게 없다. 서부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왠지 끌리지 않았던 작품. 이 국경 3부작이 모던클래식에서 세계문학전집으로 모두 재출간된 것 같은데, 하나씩 읽어 볼 예정.




앨런 홀링허스트, <스파숄트 어페어>
민음사에서 앨런 홀링허스트 책이 동시에 2권이나 출간되었다. 두 작품 모두 또 두께가 만만치 않다. 그런데 난 <수영장 도서관>에 그토록 질려했으면서 또 샀네 또 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머지 한 권 <이방인의 아이>도 곧 살 것 같다. 그의 작품은 그만큼 계속 읽게 되는 묘한 힘이 있다.




아르카디 스트루가츠키, 보리스 스트루가츠키, <죽은 등산가의 호텔>
스트루가츠키 형제 책이 나왔는데 안 살 수 없지! (그래서 사놓기만 하고 안 읽고 있냐..;) 요즘 읽는 중. 이 작품은 추리소설의 열렬한 애호가인 스트루가츠키 형제가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약속>을 모범 삼아 썼다고 한다. 그래서 이 작품을 읽기 전에 최근 <약속>을 먼저 읽은 것이었다능. 근데 난 이 형제 늘 궁금한 게, 한 작품을 어떻게 같이 쓰는 걸까? 1장은 형이 2장은 동생이? 한 문장은 형이, 그 다음 문장은 동생이? 아무튼 한두 쪽 읽었을 때 벌써 낄낄 웃음 터짐. 재미나다.



현대문학의 스투르가츠키 형제들 시리즈- 앞으로 2권 더 출간 예정인 듯. 나란히 놓으니 참 예쁘다-




앨리 스미스, <겨울>
<데어 벗 포 더> 이후 관심 생긴 작가. 책 하나씩 모으고(?) 있다. 읽으라고!! ‘사계절 사부작’ 다 나오면 그때서야 읽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아무튼 그이의 ‘사계절 사부작’은 발표될 때마다 부커상 후보에 오르거나(<가을>), <타임스>, <가디언>, <옵서버>, <뉴욕 타임스> 등의 ‘올해의 책’으로 꼽혔다고.




비그디스 요르트, <의지와 증거>
출간 이후 보관함에 담아두기만 했는데 다락방 님 리뷰 보고 구매 결심. 땡스 투~ 다부장! 북유럽 소설로, 국내 최초 번역 출간. 한 가족의 내밀한 비밀과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딸의 격렬한 투쟁을 그리고 있다고.



시그리드 누네즈,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가 쓴 손택에 관한 글은 굳이 읽고 싶지 않았는데(손택의 삶을 너무 까발리는 건 아닌가 싶어서 거부감), 이 작품은 궁금했다. 어느 날 문득 암 말기 진단을 받은 친구의 연락, 안락사 약을 구했다는 말,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끝을 맞으려고 하는데 그때까지 함께 지내달라고 한다는 제안 등등이 호기심을 끈다. 실은 전에 나랑 내 친구들도 스위스로 안락사 여행 떠나는 걸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서....




피터 케리, <오스카와 루신다 2>
1권에 이어 2권도 구매. 한 번에 사지 않은 이유는 문학동네에서 주는 ‘세계문학 양장노트’ 2개 받으려고! 그 노트, 그만큼 예쁩니다요(응?)    




에밀 졸라, <패주>
코브라 패주. ㅋㅋㅋㅋㅋㅋ 졸라의 작품은 언젠가 모두 다 읽을 테다!




유즈키 아사코, <버터>
일본을 뒤흔든 꽃뱀 살인사건을 모티브로한 실화소설. 2009년 도쿄 인근의 한 수도권 지역에서 발생한 연속 의문사 사건으로 일본이 발칵 뒤집혔는데, 용의자를 잡고 보니 한 번 더 발칵 뒤집힌다. 용의자는 기지마 가나에라는 30대 여성으로, 그녀는 결혼을 미끼로 만난 남자들에게 10억 원이 넘는 돈을 갈취하고 그중 3명은 자살로 위장해 교묘하게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사람들이 경악한 것은 그녀의 외모,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의 용의자는 이른바 ‘꽃뱀’ 이미지와 너무 거리가 멀었던 것. 자, 그녀는 정말 범인일까? 범인이라면 왜, 무슨 이유로,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살해했을까? 사건을 추적하는 여성 기자 ‘리카’와 용의자 ‘가지이 마나코’의 심리 대결이 흥미진진하다.




안티 투오마이넨,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블랙유머도 꽤 있을 것 같고, 흥미진진해 보여서 구매했는데 좀 실망스러웠다. 툐툐 쌤 말씀처럼 내가 북유럽 유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결론.... 아무튼 이 책을 다 읽고 중얼거린 말. “자냥님, 아무거나 읽지 마세요.”




남보라, 박주희, 전혼잎,  <중간착취의 지옥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사실 비정규직이라면 다 똑같은 줄 알았다. 비정규직, 그중에서도 ‘간접고용 노동자’의 세계를 알게 해준 것도, 그들을 향한 착취가 이토록 엄청나다는 것도 알게 해준 책. 노동자라면 모두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데, 특히 노동자이면서도 생각은 대기업 CEO처럼 하는 사람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김연경, <아직 끝이 아니다>
아, 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자서전 사본 거 같다.




서현숙, <소년을 읽다>
뒤늦게 읽었지만 읽기를 참 잘했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뒤늦게 읽었지만 읽기를 참 잘했다2222.




조카 선물
내게는 이제 돌을 앞둔 조카 1과 몇 개월 전 돌을 지난 조카 2가 있다. 동생 1과, 동생 2의 자식들이다. 조카 2는 현재까지는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걸로 판명(주로 씹어 드심)났는데, 조카 1은 책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 크면 읽어주라고 <행복한 고양이 아저씨>를 동생한테 넘겼는데 아니, 그 책에 조카가 꽂혀서는 만날 혼자 넘겨보고 있다고. 아무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조카 1을 위한 선물.



케빈 행크스,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근데 이건 좀 내가 읽어보고 싶어서 산 것 같다?




안나 클라라 티돌름, <두드려 보아요>
불멸의 명작 두드려 보아요.




최정선, <또 누구게?>
까꿍 놀이에 심취할 나이에 좋아할 것 같은 책. <누구게?>도 있는데, 그것보다는 이게 더 색감도 좋고 그림도 재미나 보여서 이걸로 샀다.



    
중고




사샤 나스피니, <불만의 집>
외딴 공간에서 수백 년을 함께 지내며 애정과 증오, 망상과 탐욕을 키워 온 인간들로 인해 빚어진 혼돈과 균열을 미스터리, 누아르, 고딕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고. 소개만 보면 굉장히 흥미로워 보인다. 올 초 나온 신간인데 벌써 중고가 떠서 기쁜 마음으로 구매.




아모스 오즈, <유다>
아모스 오즈, 막 재미있는 작가는 아닌데 계속 읽게 된다. 출간 소식 듣고 <유다>라는 제목 때문에 읽을까 말까 고민(왠지 뻔할 거 같은... 느낌적 느낌)했는데, 폴스타프 님 리뷰 보고 그냥 읽기로 결정. 그러나 중고로 사는 바람에 아쉽게도 땡 투는 드리지 못하고.



앨리 스미스, <우연한 방문객>
이것도 폴스타프 님께 마음으로만 땡 투. 다락방 님과 함께 중고 시장에 있던 단 2권을 사이좋게 나눠가졌다는 후문.




거수이핑, <산이 울다>
생존을 위해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 신중국 수립 전후 중국 서북 지역을 배경으로 매 순간 생존을 위한 선택을 이어 가야만 하는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예브게니 보돌라스킨, <비행사>
러시아 최고 현대문학에 수여하는 빅 북 어워드를 수상한,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SF.
















제프리 유제니디스, <결혼이라는 소설 1, 2>
폴스타프 님 리뷰 읽고 <미들섹스>가 궁금해졌으나, 그 책은 도서관에 있기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기로 하고, 도서관에 없는 이 책을 중고로 구입했다.



미리엄 엘리아. 에즈라 엘리아, <미술관에 갑니다>
열화당 책, 좋은 책이 많은데 비싸서 선뜻 신간은 구매하지 못하고 이렇게 중고로 나왔을 때 신나서 산다.



쑤퉁, <하안>   
문화대혁명 시기, 혁명의 피를 이어받았다던 ‘서기님’에서 ‘계급이기분자’ 신세로 전락한 아버지를 따라 진췌강으로 쫓겨나 배에서 살아가게 된 ‘나’의 이야기.




제임스 볼드윈, <조반니의 방>
<어둠 속에서 헤엄치기>에서 여러 차례 언급된 이 작품을 직접 읽어보기로.




유디트 헤르만, <단지 유령일 뿐>
폴스타프 님 믿고 구매합니다.




에릭 앰블러, <공포로의 여행>
<디미트리오스의 가면>을 읽고 나니, 이 작가 책 계속 읽어보고 싶어졌다.




막심 고리키, <밑바닥에서>
지만지 책은 비싸서 이렇게 중고로 나온 걸 노린다.



오노레 드 발자크, <현대 생활의 발견>
발자크가 또 얼마나 현대 생활을 진저리나게 묘사하고 있을지.




다니자키 준이치로, <무주공 비화>
다니자키 준이치로 작품 중 안 읽은 것들만 이 시리즈에서 모으고 있다.




다닐로 키슈, <죽은 자들의 백과전서>
이 책 몇 번이나 중고로 놓치고 드디어 구매.




마리오 베네데티, <휴전>
은퇴를 앞둔 마흔아홉의 홀아비 ‘마르띤 산또메’의 일기를 통해 염세주의와 숙명론에 길들여진 몬테비데오 도시 노동자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치누아 아체베, <더 이상 평안은 없다>
치누아 아체베 작품을 여태 읽은 적이 없어! 드디어 읽어보자!




마누엘 푸익, <조그만 입술>
절판 책인데, 운 좋게 구매.




마르셀 프루스트, <프루스트의 독서>
‘독서에 관하여’,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 ‘달콤한 비축품’ 세 편의 글이 실려 있다. 얇고 가볍고 뭐 그렇다.


다키자와 슈이치, <아니, 이 쓰레기는 뭐지?>
왠지 모르겠지만 쓰레기에도 관심이 많아서 사 본 책.



그리고....; 안주(응?)




김칩스_쯔란 - 쯔란
알라딘에서 안주도 파네요. 5만 원 이상 주문 시 추가 2천 마일리지 받으려고 구매. ㅋ





그러니까, 또 어마어마한 책탑이 쌓이고 말았어............; (사진에 없는 책은 이미 읽고 판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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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9-16 09: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은 책 구매 스케일도 다르네요. 완전 부러워요 ㅜㅜ 근데 계속 0원이라니~!!
저도 서머싯 몸 책하고 뒤라스 책 읽고 싶네요. 구매하면 잠자냥님에게 땡튜해서 0원 구매에 아주 아주 미약하게 기여해야 겠네요 😄

잠자냥 2021-09-16 10:14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 아직 0원 몇 번 더 땡길 수 있을 거 같아요! ㅋㅋㅋㅋ
0원 구매에 도움을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유부만두 2021-09-16 09:57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자기 멋쟤이~

잠자냥 2021-09-16 10:14   좋아요 4 | URL
아잉 부끄럽사와요~

다락방 2021-09-16 10: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좋아 진짜 너무 좋아 잠자냥 님 책탑 사진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요 ㅠㅠ
<두드려보아요>는 저도 조카들에게 사줬던 책이에요. 히히.
저의 아가 조카도 지금 책 표지 씹어드셔서 제가 남동생에게 <명상살인> 빌려줬는데 표지 버렸대요. 조카가 하도 씹어가지고 ㅋㅋㅋㅋㅋㅋ아놔 ㅋㅋㅋㅋ아무튼 뜻밖에 아가 서적 한 권 담아갑니다. <달을 먹은 아기고양이> 요. 아 너무 귀여월것 같아요. 히히히히. 추석에 우리 아가조카 오지롱요~ 세상 예뻐요 진짜 최고야 ㅠㅠ
아니 그런데 잠자냥 님 이제 아가 선물도 뽐뿌하시나요? 이곳은 위험한 곳이다..
<소년을 읽다> 아무래도 사야겠어요.

그럼 이만..

잠자냥 2021-09-16 10:33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 저의 책탑을 가장 사랑하시는 다락방 님! ㅋㅋ 열광적인 호응 감사합니다. 책탑 쌓은 보람이 있네요;
<두드려 보아요> 사고 나서 초판 출간일 보니 아마도 지금 대학생 된 큰 조카가 이미 읽어본 적 있는 책일 거 같아요; ㅋㅋㅋㅋㅋ
<달을 먹은 아기 고양이> 그림 넘나 예쁩니다. 그런데 이것도 아기가 찢기 쉬운 재질이긴 해요.
아기 책 사려고 구경하다 보니, ‘책읽는나무‘ 님 리뷰가 자주 보이더라고요,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ㅎㅎㅎ

ㅋㅋㅋㅋ 다락방 님 조카랑 제 조카1, 조카2 개월 수가 비슷한 거 같아서 아기 책 뽐뿌 서로 할 거 같은데요?

다락방 2021-09-16 10:39   좋아요 3 | URL
저 땡투 누르러 다시 옴요. 잠자냥 님 재벌 되는데 제가 큰 도움 드리고 있음을 기억하세요. 그럼 이만.

단발머리 2021-09-16 10: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중에 읽은 책 나와요. 제가 읽은 책!! 우아, 넘 감동스럽네요.
불명의 명작 <두드려 보아요> 제가 이거 완독한 사람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푸핫! 저만 웃긴 거 아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노트땜에요, <오스카와 루신다> 살까요? (고민고민)

잠자냥 2021-09-16 10:3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ㅋ <두드려 보아요> 저 어제만 5번 읽은 사람입니다! 읽을수록 빠져드는 명작.... 시대를 초월한 초베스트셀러! ㅋㅋㅋㅋㅋ

노트 정말 예쁩니다. 전 주황색(소송), 파란색(노인과 바다) 받았는데, 다른 것도 탐나요. ㅋㅋㅋ

다락방 2021-09-16 10:38   좋아요 1 | URL
저는 오만과 편견(노랑색) 받았습니다. 엣헴-

단발머리 2021-09-16 10:39   좋아요 1 | URL
아이~~~~~~~~~~~~~~참. 하나만 살거에요. 하나만! 딱 하나만. 노랑 아니면 주황인데.... 아~~~~~~~ (고민고민)

잠자냥 2021-09-16 10:41   좋아요 1 | URL
단발머리 님 왠지 노랑 받으실 거 같다!

단발머리 2021-09-16 10:43   좋아요 3 | URL
주황 사고 <마담 보바리> 받는 쪽으로 막 기울어지고 있습니다. 소진되기 전에 사야할텐데.... 아, 맘 급해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1-09-16 14:13   좋아요 2 | URL
노트.. 노트가 그렇게 예쁘다굽쇼??

Falstaff 2021-09-16 10:2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저하고 많이 겹칩니다. 사둔 책들, 12월에 읽을 책들이 좌르륵 ㅋㅋㅋㅋ
패주는 지금 읽고 있고요, 결혼 소설도 11월, 오스카와 루신다는 9월?10월? 예쁜 말들 10월? 과자와 맥주는 12월 와우...
저도 담 주에 책탑 올려야겠군요! 단지 유령. 흠.... 잠자냥님하고 합이 맞을 듯합니다.

잠자냥 2021-09-16 10:37   좋아요 4 | URL
와우, 패주 지금 읽고 계시구나! 기대합니다. 폴스타프 님 하고 리뷰 비슷하게 올라올 책들이 앞으로 종종 있겠군요.
폴스타프 님 책탑도 기대할게요. <단지 유령> 저도 제가 좋아할 거 같아서 샀습니다! ㅎㅎㅎ

blanca 2021-09-16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나 모옴 <케이크와 맥주> 얼마나 번역되기를 기다렸다고요. 지금 제 손에 단편집1과 함께 있는데 아껴서 조금 천천히 읽으려 합니다. <패주> 어떤지들 빨리 올려주셨으면 좋겠네요. 조카 1,2 상상만으로도 너무 귀여워요.

잠자냥 2021-09-16 10:36   좋아요 3 | URL
맞아요. 저도 <케이크와 맥주> 이거 번역 다른 곳에서 안 하나???? 목 빠지게 기달렸어요. ㅎㅎ 걍 동서판으로 사볼까 유혹 넘나 심했다능... ㅋㅋㅋ
<패주>에 대해서는 다들 코브라 자세만 운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조카1,2와 함께하는 추석 기대됩니다!

수이 2021-09-16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에서 딱 한 권만 골라야 한다면 음 😳 케이크와 맥주! 인가요? 이건 내 마음의 소리?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6 10:54   좋아요 2 | URL
마음의 소리를 따르십시오!

유부만두 2021-09-16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 제임스 볼드윈을 안 읽었어요. 모셔두고 아직 인물들 통성명도 안한 사이에요. 이번 명절엔? 하고 있지만 명절에 며느리가 책 읽나요, 어디? 하지만 전 시댁 책장에서 책을 훔쳐 읽곤합니다. 지난 설에 읽다 온 박완서를 읽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케이크와 맥주‘라니... 맥주 안주에 케이크가 어울릴까요?

잠자냥 2021-09-16 10:55   좋아요 2 | URL
ㅎㅎ 저에게는 긴 연휴라 즐거운 추석인데, 대한민국 며느리님들에겐 조금 곤혹스러운 기간이군요.
책 읽을 시간 틈틈이 많이 나길 기원할게요!
그런데 맥주와 케이크.......... 음 한번 도전해볼까요?;; ㅋ

수이 2021-09-16 11:02   좋아요 3 | URL
맛있어요 ㅋㅋㅋㅋ 저 그렇게 자주 마셔요 맥주 쓴 거 별로 안 좋아해서

공쟝쟝 2021-09-16 1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찬란한 0들... 진짜 스웩이다... 알라딘에서 제일 부자.. 갑부..재벌!!!!! 소개해주신 책들 중에 읽은게 한권도 없어서 충격입니다. 그리고 저 <수영장 도서관>은 참고 참고 읽다가 하차했음을 알립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9-16 10:56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영장 도서관> 어디서 하차했을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1-09-16 11:11   좋아요 4 | URL
아니 그대 여기에서 이러고 있으면 어쩌오……. 보부아르 읽어야지요 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09-16 1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만한 사람은 다 알고. 읽어볼 만한 사람은 다 읽었다고요??? 크아~~~~다 모름모름모름^^;;; 지는 <죽은 등산가> 찜합니다. 웃고 싶걸랑요. ㅎㅎ 근데 중고 사면 땡투 안 되는 거였어요?? 중고 살 건데^^;;;

잠자냥 2021-09-16 11:09   좋아요 2 | URL
ㅎ 그럼 저와 함께 코맥 매카시도 읽어보아요~
<죽은 등산가> 재미나요, 웃기고. 추리 소설 형식이라 흥미진진-
중고는 땡투안 되는 것 같습니다만! 중고로 겟! 기원합니다!!

다락방 2021-09-16 12:00   좋아요 2 | URL
저는 한때 코맥 매카시 너무 좋아해서 이렇게 글 쓰고 싶지만 절대 안되겠지..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크-

coolcat329 2021-09-16 11: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렇게 사시고 0원이라고 한탄을! ㅋㅋㅋㅋㅋ
아 저도 사둔 책도 보이고 읽고 싶은 책들 많네요.

홀링허스트 보자마자 잠자냥님 사실 줄 알았어요ㅎㅎ
단지 유령은 저도 폴스타프님 믿고 구매!
에밀 졸라는 저도 다 읽고 싶구요.
형제 소설가 처음 듣는데 추리소설의 열렬 애호가라니 참 마음이 가네요.

케이크와 맥주는 저도 사고 싶어요.
에릭 앰블러 괜찮군요. 별로 일거 같았거든요.

잠자냥 2021-09-16 11:13   좋아요 4 | URL
히, 아직 그래도 적립금 남아 있어서 위안이 됩니다;

그러게요, 저 이러다 홀링허스트 마니아 되는 거 아니에요? ㅋㅋㅋ
형제 소설가하니까, 차페크 형제도 생각 나네요. 근데 그 형제들은 합작도 했지만 형이 주로 그림을 그려서 살짝 다른 것 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에릭 앰블러, 강력 추천! 그런 건 아닌데요, 저는 계속 읽어볼 거 같아요. ㅎㅎ

테레사 2021-09-16 11: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우 스트루가츠키 형제를 좋아하시나요? 저도 그들의 오랜 팬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ㅎㅎ 90년대에 처음 만났으니...ㅎ

잠자냥 2021-09-16 11: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엄청난 팬인가봐요! 흥분 하셔서 댓글 2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이 끝날 때까지.....> 읽고 반했습니다. 그 이후론 책만 사두고 있네요;;;

테레사 2021-09-16 1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얄라알라 2021-09-16 1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실로 ˝어마어마˝는 이럴 때 쓰는 표현인가봅니다. 잠자냥님의 책사랑이 어마어마어마하십니다!!! 60만원 조금씩 허물어지는데 책탑은 조금씩 높아지는 요 재미가 쏠쏠하셨겠어요^^

잠자냥 2021-09-16 11:37   좋아요 1 | URL
책사랑 어마어마 ㅋㅋㅋㅋㅋ 사들이는 속도만큼 읽지를 못해서 괴롭습니다! ㅋㅋㅋ

mini74 2021-09-16 1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맘을 설레게하늗 책들이 다 모였네요. 표지도 예쁘고 잠자냥님 멘트 읽으면 이건 어머 꼭 읽어야돼 ! 전 ㅠㅠ 적립금도 없는데 ㅎㅎㅎ

잠자냥 2021-09-16 14:31   좋아요 2 | URL
담달 10일에 와장창! 받으시면 지르세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09-16 1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대단하십니다 :>

저도 적립금으로 서머싯 몸의
<케이크와 맥주> 주문했는데
여적 못 받고 있네요.

이러다가 정말 명절 끝나고
받을 판이네요. 에잇 참.

전 문지에서 새로 나온 책들
기대 중입니다.

잠자냥 2021-09-16 14:32   좋아요 4 | URL
아니, 케이크와 맥주 왜 여적? 전 어제 주문하자마자 바로 오던데요! 저런-
문지 대산세계문학총서 표지가 새로 바뀌었더라고요? 전 처음에 얼핏 보고 시집인 줄....;;

페넬로페 2021-09-16 14: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그냥 지나치려다 다시 왔습니다.
매번 멋지시고 대단하시고
포스가 느껴지네요~~
느리게 따라갈께요.
근데 막상 책 사려면 찾아가기 귀찮아
땡스 못올릴 때 많으니 죄송하죠^^
근데 또 저 정도 적립금을 항상 쌓아두고 계시니 쪼잔하게 그런거 챙길분도 아니실것 같기도 해용^^

잠자냥 2021-09-16 14:33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 오늘은 그냥 지나치려다?! ㅋㅋㅋ
아니, 참새가 방앗간을 어찌 그냥 가십니까! ㅋㅋㅋㅋ
아이고 그럼요, 그럼요, 땡스 투 괜찮습니다. 재미난 책 발견만 하신다면야~

독서괭 2021-09-16 14: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크아 어마어마하네요~!! 저 읽은 책 세권 있습니다. 바로 <두드려 보아요>ㅋㅋ와 <소년을 읽다>, <어린이라는 세계>
역시 주는 만큼 사는 알라딘의 노예(?) ㅋㅋㅋ 이미 리뷰 쓰신 책들도 보이는데, 나머지 책들도 읽고 쓰실 리뷰 기대합니다~ 수영장도서관 읽기 힘들었다고 몇번이나 쓰신 거 봤는데 앨런 홀링허스트 책 또 사신 거 보고 아니 이분 뭐지..했네요 ㅋㅋ 마니아 몇 위인가요.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첨 들어봤습니다. 재밌어 보여요.

잠자냥 2021-09-16 14:35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 저란 인간 뭐죠? 앨런 홀링허스트 신간 나오는 족족 다 사보고 있는 사람;;; ㅋㅋ
그의 마니아가 되기엔 아직 인원 수 구성이 안 되는가 봅니다. ㅋㅋㅋㅋ
스트루가츠키 형제는 제가 리뷰 올리면 글 보시고 땡기면 한 번 읽어보세요~ ㅎㅎㅎ

syo 2021-09-16 19: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뭐가 덧없어요 ㅋㅋㅋㅋ 저 책탑 사진과 이 페이퍼 길이를 봐요 ㅎㅎㅎ 휠 돌리다가 손목터널걸리겠는데 ㅋㅋㅋㅋ 덧덧덧멋덧덧멋있어요!!

잠자냥 2021-09-16 23:42   좋아요 2 | URL
파스값 좀 보태드릴깝쇼? ㅋ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9-17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이런 멋진 페이퍼에 저 등장해서 깜놀&기쁨~😍
저는 이런 페이퍼에 반해서 책 담고, 한 권 한 권 리뷰 올라올 때 또 담는다지요? 곧 잠자냥님이 읽기 잘했다1,2의 페이퍼가 올라갈 예정입니다~ 엣헴~~

잠자냥 2021-09-17 00:51   좋아요 3 | URL
헤헤헤 제가 쌤 좋아하잖아요~~!!
 
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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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이>, 제목만 봤을 때는 엔도 슈사쿠와 어쩐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엔도 슈사쿠가 사무라이 이야기를?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그러는 한편으로는 사무라이 이야기 속에서 종교, 그러니까 예수와 그리스도 신자 이야기를 하겠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이 예상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사무라이>는 기리시탄(에도 시대에 그리스도 신자를 가리키는 말)이 된 ‘사무라이’의 이야기이다. 무사인 사무라이와 그리스도 신자라니 그 조합이 참으로 의아한데, 이 이야기는 실제 인물을 모델로 하고 있다.

1600년대 초, 일본 동북부 센다이의 작은 항구 쓰키노우라에서 새로 만든 웅장한 갤리언선 한 척이 출항 준비 중이다. 배에는 일본인 100여 명과 스페인 선원 40여 명이 탈 예정이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스페인 식민지인 멕시코.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와 가까운 곳에 새 무역항을 만들어 멕시코와 직접 무역을 바란다. 그런 쇼군의 의향을 읽은 정치인들은 사절을 보내는 데 앞장선다. 때문에 이 배에는 일본인 상인들을 비롯해 사절 임무를 맡은 사무라이들, ‘하세쿠라 로쿠에몬’, ‘니시 규스케’, ‘마쓰키 주사쿠’, ‘다나카 다로자에몬’ 이 네 사람이 탔으며 통역으로 스페인인 신부 ‘벨라스코’가 동행한다.

막중한 임무를 띤 한 나라의 사절이라고 하니 그 신분이 화려할 것 같지만 사실 이들은 영주의 명을 받은 하급 사무라이들로 자신들이 왜 나라를 대표하는 사절이 되었는지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특히 이중 궁벽한 골짜기에서 농사꾼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며 지내던 ‘하세쿠라’는 자신이 선발된 이유가 더 의아하기만 하다. 그의 집안은 ‘메시다시슈’라고 불리는 토착 무사에 속하고 영주의 아버지 대부터 봉공을 해왔지만 특별한 일을 해왔던 것도 아니다. 게다가 그 자신은 달변가이기는커녕 남다른 재능도 없다. 묵묵하게 아버지나 숙부에 순종하면서 살아왔다는 것, 무슨 일이든 거스르지 않고 농민들처럼 인내하는 것만이 유일한 재능이다. 게다가 넓은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커녕 야심도 없어서 이 골짜기를 떠나기가 꺼려지기만 한다. 그러나 숙부의 오랜 꿈(공을 세워 이 궁벽한 땅 대신 기름진 봉토를 받고자 하는)을 실현하고자 주군인 영주의 명령을 받들어 하인을 이끌고 낯선 곳으로 떠나게 된다.

통역을 자청한 신부 ‘벨라스코’는 어떤 이유로 이 배에 선뜻 올라탄 것일까? 프란치스코회 소속 신부인 그는 일본에서 열정적으로 포교 활동 중인 선교사로 자신들보다 앞서 일본에 선교하러 들어온 예수회 소속 신부들을 제치고 두드러진 공을 세워 일본에서 주교가 되기를 꿈꾸는 대단한 야심가이다. 그는 현세적 이익에 대한 감각이 아주 뛰어난 일본인의 속성을 간파하여 도쿠가와 이에야스 막부가 바라는 것-멕시코와의 무역-을 이용해 자신의 공을 세울 기회를 노린다. 포교를 위해 일본인의 탐욕을 이용하는 것이다. ‘포교도 외교처럼 술책을 부리고 흥정하고 위협하고 때로는 타협도 해야 한다.’(176쪽)는 생각을 가진 이 대단한 야심가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은 저 어수룩한 사무라이들을 운명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간다.

힘겨운 바다 여행을 마치고 멕시코에 도착한 그들은 무사히 임무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리라 기대하지만 정세는 급변한다. 게다가 자신의 야심을 이루고자 다른 이들을 도구로 쓰기 마다하지 않는 벨라스코 신부의 계략으로 이 사무라이들의 여행은 멕시코에서 스페인으로, 로마로 속절없이 길어지기만 한다. 그 여정을 지켜보는 독자는 이들의 임무가 결코 쉽사리 이뤄지지 않으리라는 것, 그리고 행여 그렇다한들 일본으로 돌아간 그들 앞에 화려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사무라이를 포함한 그의 종자 ‘요조’ 등 일본인들의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흥미롭다. 멕시코에서 무역을 손쉽게 하려는 목적으로 기리시탄이 된 일본인 상인들은 현세적 이익 때문에 임시방편으로 기독교인이 되었다. 그러나 사무라이의 하인 요조는 조금 특이하다. 그는 이 배에 오른 이들 가운데 가장 낮은 신분 계급에 속한다. 그저 자기의 주인인 ‘하세쿠라’를 묵묵히 따를 뿐, 어떤 주장이나 의견도 내놓는 일도 거의 없다. 그런데 그런 그가 벨라스코의 설교에 감화 받아 그리스도의 삶에 관심을 갖고 마침내 기리시탄이 되는 모습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이다. 아마도 그는 예수가 가장 낮은 자들과 함께 한다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는 그 평등한 모습에 마음을 열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하세쿠라도 인상 깊다. 그는  임무 때문이기는 하지만 기리시탄이 되기를 누구보다 꺼린다. 우연히 손에 넣은 예수의 형상이 그려진 염주를 보면서도 의아하기만 하다. 힘없이 두 팔을 벌리고, 힘없이 고개를 숙인 그 사내를 보면 벨라스코를 비롯하여 남만인 모두가 이런 사람을 ‘주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가 주(主)라고 부르는 사람은 영주뿐이며, 영주는 이렇게 볼품없지도, 무기력하지도 않다. 그의 눈에 예수는 그저 추하고 비쩍 마른 사내, 위엄도 없고 돋보이지도 않는 초라한 사내일 뿐이다. ‘이용한 후에는 버리기 위해 존재하는 사내’(316쪽)이다. 게다가 ‘인간의 죄를 짊어지고 죽었다고 하는데, 그 때문에 우리 생활이 편해진 것 같지도’ 않다. 무엇보다 기리시탄이 되는 일은 조상과 골짜기의 삶 전체를 배신하는 일이다. 죽은 조상들이 사무라이가 기리시탄이 되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다.

넓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기리시탄이 되기를 선뜻 받아들인 젊은 사무라이 ‘니시’도 있다. 그는 사무라이 일행 중 가장 젊고 순수하기에 거리낌 없이 새로운 사상이나 문물을 받아들인다. 그러나 그 결과는 가혹하여 그는 사람을 믿을 수 없게 된다. 일찌감치 그리스도신자가 되었지만, 자기들 손에는 결코 흙을 묻히지 않는, 그저 입으로만 아름다운 소리를 늘어놓는 신부들의 태도에 질려 수도사의 길을 포기한 일본인 수도사도 인상 깊다. 그가 믿는 예수는 금전옥루 같은 교회에 있지 않고, 비참한 인디오 안에 살고 있다. 그가 말하는 예수야말로 엔도 슈사쿠가 그의 여러 작품에서 꾸준히 말해온 예수의 참모습일지도 모른다.

요조, 하세쿠라, 니시, 일본인 수도사 등은 저마다의 이유로 기리시탄이 되고, 또 저마다의 이유로 그 안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며 상처받는다. 믿음의 깊이 또한 제각각이다. 어떤 이는 과연 기독교 신자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믿음의 깊이가 얕다. 그러나 나는 이 네 사람이 벨라스코 신부보다 더 예수 가까이 다가간 이들이 아닐까 싶다. 벨라스코 신부는 이 작품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인물이다. 이 인물이 등장할 때마다 눈살이 찌푸려진다. 그는 줄곧 일본인을 폄하하면서 계도와 계몽이 절실한 존재로 본다. 세속적인 이익에 매우 약삭빠른 존재라고 그들을 향한 불편한 심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벨라스코 신부만큼 세속적 욕망에 들끓고, ‘현세적인 이익에 대한 감각이 지나칠 정도로 예민’한 사람이 또 있는가? 그가 다른 곳도 아닌 일본에서 포교 활동을 하는 것은 그 스스로 말하듯 일본과 일본인은 그의 ‘포교 욕망을 자극’하기 때문이며, 다루기 힘든 맹수를 길들이듯이 그런 어려움을 하나하나 ‘정복’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는 서슴없이 주님의 가르침으로 일본을 ‘정복’하고 싶다고 여러 번 말한다. 때문에 그의 주변 여러 사람이 그에게 신부가 아니라 ‘정치가’나 ‘외교가’가 되는 게 훨씬 더 좋았을 것 같다고, 한결 잘 어울린다고 말하는 게 아닐까.


그는 끝까지 일본행을 포기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순교한 그의 삶을 보고 숙연해질지도 모르겠으나 글쎄, 나는 그가 끝까지 예수의 가르침을, 주님의 가르침을 제대로 자기 것으로 삼지 못했다고 본다. 그는 끝까지 자기가 ‘정복’하지 못한 일본 땅에서 순교하기를 선택함으로써 자기 방식대로 승리했다고 믿고 죽어간 오만하기 짝이 없는 불쌍한 인간이 아닐까. “산에 오르는 길은 하나만 있는 게 아닙니다. 동서로도 길이 있고 남북으로도 길이 있습니다. 어느 길로 오르든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에게 도달하는 길도 그와 같겠지요.”(130쪽)라는 그의 말은 공허하기만 하다. 어쨌든 그의 방식으로는 결코 하느님에게 도달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런 벨라스코보다는 ‘신은 존재라기보다는 손길이라던’ 오쓰(<깊은 강>)의 깨달음과 맞닿아 있는 그들, 하세쿠라, 요조, 그리고 일본인 수도사 그들이 더 가까이 신에게 다가간 것은 아닐까. 사무라이, 그가 그토록 헤매다 마침내 만난 진정한 왕은 아마도 예수가 아니었을까.


“나는 형식적으로만 기리시탄이 되었다고 생각해왔네. 지금도 그런 마음에는 변함이 없어. 하지만 정치가 뭔지를 알고 나서 이따금 그 사내를 생각해 왜 그 나라들에는 어느 집에나 그 사내의 가련한 상이 놓여 있는지 알 것 같은 기분도 들어. 사람의 마음 어딘가에는 평생 함께해줄 사람, 배신하지 않을 사람, 떠나지 않을 사람을-설령 그것이 병들어 쇠약한 개라도 좋아-찾고 싶은 바람이 있는 거겠지. 그 사내는 사람에게 그런 가련한 개가 되어주는 거야.” (4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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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9-14 09: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잠자냥님의 리뷰 보고 읽기로 결정했습니다.^^

잠자냥 2021-09-14 10:30   좋아요 2 | URL
네 이 책은 정치와 종교가 적절히 섞여 있어서 흥미롭게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레이스 2021-09-14 10:35   좋아요 3 | URL
여러분들의 리뷰를 읽은 결과 읽는 쪽으로 기울고 있던 중이었어요^^
제가 침묵을 3번 넘게 읽고 논제 만들고 하면서 당시 역사도 조금 봤거든요
엔도 슈사쿠의 글은 왠지 변명이 될것같다는 생각때문에 읽고 싶지 않았는데,,, 리뷰보니 제 예단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잠자냥 2021-09-14 10:40   좋아요 3 | URL
우아, 침묵 3번이나! 전 아직 그 작품만큼은 안 읽고 있다능 ㅎㅎㅎㅎ

새파랑 2021-09-14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읽으신 분들의 평점이 다 좋네요. 잠자냥님까지 별 다섯~!! 이러면 안읽을 수 없죠 ^^ 저 표지는 너무 마음에 드네요~!!

잠자냥 2021-09-14 10:30   좋아요 3 | URL
네, 다들 평점이 좋을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ㅎㅎ

Falstaff 2021-09-14 10: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엔 안 낚입니다. ㅋㅋㅋㅋ 이제 종교 얘기는 좀 쉬고 싶어요.
게다가 엔도 슈사쿠 덕후께서 격찬을 하셨으니, 디스카운트를 좀 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크하하하하... =3=3=3=3

그레이스 2021-09-14 10:37   좋아요 3 | URL
ㅋㅋㅋ

잠자냥 2021-09-14 10:39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두고 봐야지 ㅋㅋㅋㅋㅋㅋㅋ

그레이스 2021-09-14 12:40   좋아요 2 | URL
저는 주문했습니다
알라딘은 너무 빨라서 오늘 보내준대요.
다시 생각할 겨를도 없네요. ㅋ

수이 2021-09-14 12: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폴스타프님이 안 낚이시겠다고 하신다니까 갑자기 급궁금해지는 이 심리란 ㅋㅋㅋㅋ 잠자냥님이 읽어봐봐 하면 저 이제 읽어보려구요. 잘 했죠? 하지만 아직 사지 않았다는...... 엔도 슈사쿠는 팬층이 정해져 있는 거 같아요. 저는 곰곰 머리를 굴려보니 한 권도 읽은 작품이 없어요. 이 책으로 시작해도 괜찮겠죠?

잠자냥 2021-09-14 14:29   좋아요 2 | URL
ㅎㅎㅎ 엔도 슈사쿠는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계속 읽어보게 되더라고요. 아주 강렬한 매력이 있다고는 말하기 뭐한데 참 묘한 작가입니다. 처음 시작하신다면 이 책도 괜찮지만 그보다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깊은 강>을 추천합니다!

mini74 2021-09-14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침묵에 이어 사무라이 ~ 침묵이 던지는 물음들이 무겁고 어려웠어요. 쉽게 읽히지만 쉽지 않은 ㅎㅎ 사무라이도 담아갑니다 ~~

잠자냥 2021-09-14 16:12   좋아요 1 | URL
쉽게 선뜻 답할 수 없는 질문을 툭 던지는 게 엔도 슈사쿠 작품의 매력 같습니다.
 
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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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 ‘정교하게 잘 짜인 추리소설’이라는 말이 얼마나 헛된지 생각하게 된다. 잘짜인 추리소설 같은 ‘현실’이란 존재할 수 없으므로. 우연의 힘도 무시할 수 없으므로. 범인을 잡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광인이 되고만 마태의 모습은 고도를 기다리는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을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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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14 06: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또 나왔다 자냥오별… 저 예전에 잠자냥님 글 보고 <판사와 형리> 사 놨는데 아직 못 읽고 있거들랑요…

잠자냥 2021-09-14 09:41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아이고, 자냥오별 따위가 뭣입니까요. 제 평점 너무 믿지 마세요. ㅋㅋㅋ <나는 고백한다> 이런 책 아니고선 복불복도 많습니다요. ㅎㅎㅎㅎ 그나저나 <판사와 형리>랑 이 책은 같이 읽으면 더 흥미진진할 겁니다요.

새파랑 2021-09-14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희곡책이 줄어들고 있었는데 이 책 찜해야겠어요. 희곡작가님의 희곡 별점이 별다섯이라니 ㅎㅎ

잠자냥 2021-09-14 10:29   좋아요 2 | URL
하하, 이 책은 희곡은 아니랍니다. 대화가 많아서 희곡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소설이고요. 두 작품 실려있습니다.

붕붕툐툐 2021-09-14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뒤렌마트 자냥오별이면 필독서죠!! 희곡이 아니라니 더 끌리네용!!^^

잠자냥 2021-09-14 11:04   좋아요 2 | URL
추리소설 형식 깨는 추리소설이라고나 할까요! ㅎㅎ
 
사장님, 아무거나 먹지 마세요
안티 투오마이넨 지음, 전행선 옮김 / 리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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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보다는 싱겁고 맥빠진다. 주인공 주변에서 일어나는 어처구니 없이 잇따르는 사건도 그렇고, 범인도 개연성 부족. 아니, 진짜 그러니까 이 양반아 아무거나 먹지 말라니까 소리가 절로 나온다. 그나저나 유럽에서 가장 웃긴 작가라는 표현은 심한 과장 같음. 이 책 읽으면서 한 번도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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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9-12 23: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자냥이가 유럽 유머랑은 영 맞지 않나보구나~~ 여기서 웃긴 포인트는 감히 사장님에게 막 충고할 수 있는 유럽의 분위기 아니겠니? 호호호호~ 그래그래, 내가 좀 유러피안이지~

잠자냥 2021-09-12 23:19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쌤 유러퓌안~~ 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9-12 23:21   좋아요 6 | URL
아 툐툐님 댓글 빵 터졌네요. 역시 쌤이라 그런지 달라요!!

coolcat329 2021-09-13 07:45   좋아요 2 | URL
우리 자냥이가~~ㅋㅋㅋㅋㅋ
저도 웃고 갑니당

독서괭 2021-09-13 12:08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 저도 툐툐님 댓글에 빵 터짐요!!
 
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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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운명에 휘말린 한 개인의 비극을 이렇게 다채로운 관점으로 그릴 수 있다니, 역시 엔도 슈사쿠. 사무라이, 그가 만난 왕은 과연 누구였을까. 사실과 픽션, 정치와 종교가 적절히 어우러진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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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12 13: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참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백자평을 참 잘 쓰십니다. 역시 백자평백일장 사관왕!! 카피라이터 해도 잘 하셨을 듯이라고 쓰다 생각해보니 예전에 광고회사 다니셨다고 본 것 같네용😆

새파랑 2021-09-12 13:49   좋아요 5 | URL
잠자냥님은 그냥 글을 잘쓰심👍👍

페넬로페 2021-09-12 13:55   좋아요 5 | URL
동감입니다. 그냥 글을 잘 쓰심👍👍👍

잠자냥 2021-09-12 13:59   좋아요 5 | URL
하하하하 이분들 참, 저는 저기 구석에 계속 몸 둘 바를 모르고 서 있겠습니다! ㅎㅎㅎ

독서괭 2021-09-12 14:37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 맞습니다. 그냥 글을 잘 쓰심👍👍👍👍

mini74 2021-09-12 14:47   좋아요 5 | URL
글도 잘 쓰시고 고양이 확대도 잘 하심 ㅎㅎㅎ

붕붕툐툐 2021-09-12 17:47   좋아요 3 | URL
글도 잘 쓰시고 고양이 확대도 잘하시니 고양이 페이퍼 또 써주시기를 고대함~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