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공감, 사람을 읽다 - 다락방의 책장에서 만난 우리들의 이야기
이유경 지음 / 다시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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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서재가 생긴 지 10년이다.

다른 인터넷 서점에선 어떤 블로그를 지원하는지 잘 모르지만,

난 게을러서, 그리고 알라딘 서재가 맘에 들어서 여기다 둥지를 틀고 글을 남기는데,

몇몇 사람들은 책을 내기도 해서 관심있게 보게 된다.

 

다락방의 독서 편력이 어땠는지 잘 몰랐는데,

이 책을 보니 소설을 집중적으로 읽는 편이다.

그렇지. 소설만 해도 참으로 넓은 세상의 참으로 많은 세상을 보여주는 '반영 매체'지.

이런 공감을 한다.

 

이 책의 장점은, 문체가 마치 수다떠는 것처럼 줄줄 이어져서

책읽는 느낌보다 이야기를 나누는 느낌을 얻게 된다.

쉽게 술술 읽힌다.

특히 나처럼 문자를 읽는 행위에 익숙한 사람들은

같이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행복해하기도 하니까.

 

이 책을 읽노라니, 기대보다 멋진 책이구나 하고 감탄하며 읽게 되었다.

다락방이란 블로거가 책 전도사이자, 책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고,

글도 말랑말랑하면서도 입에 착 붙는 금욜 밤의 치맥처럼 잘 쓰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워낙 낯을 가려 다른 사람들 블로그에 발도장을 찍으며 다니는 편도 아니라 그닥 교류가 없어 잘 몰랐던 점이었다.

 

이 책의 1부. 오늘도 읽는다~는 참 매력적인 이야기로 가득하다.

세상에~ 이렇게 책에 대한 소설이 많구나, 그걸 참 멋지게도 잡아내서 이렇게 조미를 하니

맛깔난 이야기책이 되었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서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블로그를 운영해본 나로서도 더 애착이 가는 책도 있고, 그런 글도 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꼼꼼하게 읽어나가기엔, 지나치게 과잉된 부분이 있다.

그것이 감정의 노출인지, 개인의 소소한 이야기의 반복인지,

방향을 잃어버린 소설의 소개일지, 분량의 문제일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그런 것들이 방향성을 명확히 해서 좀 또렷하게 전개되는 구성이었다면

더 깔끔한 책이 되었을 듯 싶다.

 

예전에 재능이 없음을 탓하는 내게

누군가 댓글을 남겨줬었다.

성실함이야말로 재능이라고.

그때는 그 말이 나에게 와 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그 말이 가끔 떠오른다.(085)

 

혹시 내가 남긴 말은 아니었을래나 싶을 정도로 공감하는 말이다.

이 정도 리뷰를 모아서 책으로 낸다는 것은 보통 성실해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나도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것이, 성실성 부족을 이유로 댈 수밖에 없다.

 

다락방의 글들이 재능은 없고 평범한 글들인 것은 아니다.

특히나 4부의 '짧은 콩트'처럼 쓴 리뷰들은 일품이다.

그 리뷰들을 맨 첨으로 실었으면 이 책의 맛이 더 강렬하진 않았을는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다.

책을 나누면서 느낄 수 있는 묘한 감정의 교류 같은 것을 다루는데

재능이 없다면, 그런 글이 나올 수 없다.

 

이 책을 다 읽지는 못했다.

나도 겹쳐 읽은 책들의 감상이나 관심가는 책들의 감상을 건너뛰며 읽었다.

작가 내지 저자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글보다는 독자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독자에게 좀 과식을 요하는 듯 싶은 느낌.

 

그래서 리뷰 제목을 '다요트가 필요해~'라고 하려는데,

이 책의 마지막이 절묘하게 강렬하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오늘부터는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살지 않겠다.

먹고 싶다고 다 먹지는 않겠어.

오늘부터 당장 다이어트 시작이다!(384)

 

다락방 님이 또 책을 내게 된다면,

이 책의 4부와 1부처럼, 풍부하면서도 절제된 콘텐츠를 보여준다면 더 좋겠다.

 

원래 짜릿한 연인은

푸지게 많은 시간을 만날 수 있는 사람보다는,

스치듯 지나치는 인연일 수도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연애에 대한 로망들을 글로만 쓰지 말고,

이제 유명인이 되었으니 백마탄 남자(꿈이 너무 뚱뚱하다 --;) 기다리지 말고,

맞춤한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사는 재미도 누릴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면 또 다른 측면의 삶의 맛을 써낼 수도 있을 것이니, 독자는 더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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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생각하는발 2013-12-04 1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눈이 나빠서 그런데 순간적으로 제목 보고...
다락방 님의 소설편력을 순간적으로
다락방 님의 소년 편력'으로 받아들여서
아니... 다락방 님 풍각쟁이인 줄 알았습니다.

글샘 2013-12-06 10:50   좋아요 0 | URL
뭐... 남자, 동물을 무척 그리워하는 여성이긴 한데 ㅋ~
편력은 없더군요.

마립간 2013-12-05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이 소설에서 실마리를 얻었지만 소설과 무관한 경수필로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글샘 2013-12-06 10:49   좋아요 0 | URL
무관하진 않죠. 소설을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읽는 사람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 감각을 중점적으로 쓰는 글...

마립간 2013-12-07 08:15   좋아요 0 | URL
배우고 갑니다. 제가 부족해서 잘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이네요.

테레사 2013-12-12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의 감상기가 더 재밌네요...역쉬~ 한수 위이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