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퇴근길에 생뚱맞게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한 권이 문득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집에 들어와 소파에 반쯤 드러눕다시피 한 자세로 북플을 띄워 '읽은 책' 한 권을 덧보태는 '어려운 과제'에 돌입했다. 여태까지 '읽은 책'을 등록하는 방법과는 뭔가 좀 다르지 싶어 일말의 불안감도 살짝 느끼면서 말이다.

 

그런데 이게 '비시기 드러누워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었다. 이제껏 북플에 '읽은 책'을 등록하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쉬웠는데 말이다. '내가 읽은 책'을 북플에 등록한 방법을 소개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무슨 '나만의 북플 사용법'을 소개하는 꼴이다.)

 

맨 처음엔 그냥 알라딘 북플이 친절하게 '구매한 책' 바구니에 미리 담아준 책들을 일일이 졸졸 따라다니며 평점을 매겼다. 안 읽은 책들은 확실하게 건너 뛰면서. 그러면서 가만 살펴 보니 '구매한 책' 바구니에 뭔가 덜 담긴 책들도 제법 있는 듯했다. 그래서 나중엔 아예 좀 더 확실한 방법을 꺼내들었다. PC 기반 서비스인 알라딘 서재로 들어가서 '구매리스트'를 통째로 엑셀로 다운받았고, 거기서 'ISBN값만 드래그한 후 붙여넣기' 작업을 더 했다. 그러고 나서 북플을 확인하니 '구매한 책' 바구니가 조금은 더 확실하게 채워진 듯했다. 이런 작업을 다 끝낸 후에도 '미처 담기지 못한' 책들은 내가 강제로 담는 수밖에 없었다. 알라딘 서재로 다시 들어가서 대충 생각나는 책들을 '일일이 검색해서 보관함에 넣은' 다음, 북플 보관함을 다시 열고(알라딘 서재에서 작업하면 곧바로 북플 보관함에도 실시간 반영된다) 내가 '힘들여 끌고 온' 그 책들에 대해 또다시 평점을 매기고 '읽은 표시'를 했다.

 

그런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 한 권을 제대로 담는 일은 생각보다 몹시도 지난했다. 아니, 아직까지도 원만한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때문에 결국 내가 여기서 이런 하소연을 주저리 늘어놓고 있는 것이긴 하지만 말이다.

 

우선 나는 북플 '상품 검색' 창에서 [ 칭찬은 고래도 ] 까지만 빠르게 입력하고 돋보기를 눌렀다. 그러자 곧바로 여러 권의 <칭찬은 고래도···>가 눈 앞에 쫘악 펼쳐졌다.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 책들 가운데 맨 위에 뜬 한 녀석을 골라 얼른 클릭했다. 그리고 평점도 매기고 읽은 '해와 달'까지도 꼭 맞춰 놓았다. 그리고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이 유명한 책을 읽은 사람이 고작 나까지 포함해서 3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결국 자세히 알고 보니 내가 선택한 책은 2014년 6월에 나온 '최신판' <칭찬은 고래도···> 였다.  그 책의 ISBN 값은 정확히 9788980953386이었다.

 

 

<그림 1>

 

 

 

2014년 6월에 나온 책을 '2005년 1월에 읽었다'는 것도 말이 안 되는 건 마찬가지였지만 그것조차 문제삼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나는 그 즉시 내가 읽었던 '바로 그 책'을 다시 찾아 꼭 제대로 등록하고 싶은 괜한 열망에 사로잡혔다. 그게 탈이라면 탈이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칭찬은 고래도···>에 대한 심층 분석에 들어갔다. 가장 빠른 길은 '알라딘 서재'로 다시 들어가 내가 쓴 리뷰를 찾는 일이었다. 그렇게 해서 찾은 책은 ISBN값이 9788950905507이었고, '영리한' 북플은 많은 분들의 리뷰는 다 제쳐두고 내가 오래 전에 쓴 리뷰 하나만 딸랑 보여주는 친절까지 베풀었다.

 

 

<그림 2>

 

 

 

그럼 그렇지...  이제 다 되었구나. 처음에 '읽은 책'으로 등록한 그 책은 '삭제'하고, 새로 찾아낸 책을 '읽은 책'으로 등록하면 끝~~~ 그런데 그게 안 된다. 어라~~ 어디 누가 이기나 보자... 아무리 씩씩 거리며 바로 잡으려 애써도 북플은 요지부동이었다. 내가 등록하기 싫은 책은 삭제하면 금세 다시 나타나서 '나 여기 있지롱~'을 반복했다. 그리고 정작 내가 그 옛날에 읽었던 바로 그 책은 도무지 '등록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내가 <칭찬은 고래도···> 라는 책을 이토록 애써 찾는 이유는 따로 있다. 나는 그 책에 등장하는 고래를 진짜로 만나본 적이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19년 전의 일이다. 그 책에 등장하는 고래의 이름은 '샤무'인데, 내가 1995년 여름 휴가때 샌디에고 씨월드의 거대한 수족관에서 만났던 그 멋진 녀석이 바로 그 책의 주인공이었던 것이다. 물론 이 얘기는 2005년에 쓴 리뷰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뒤통수치기 반응에서 고래 반응으로......

 

 

그런데 지금 내가 여기까지 글을 쓰고 나니, 이 글 자체가 혹시 알라딘의 북플 서비스에 대해 내가 '뒤통수치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좀 든다. 내가 쓴 리뷰 속에 담긴 내용을 읽어 보니 '내 속이 다 뜨끔할 지경'이다. 그럴 의도까지는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책의 핵심은 매우 간단하다. 긍정적인 면을 강조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잘못한 일은 못 본 척하고 행동을 재빨리 다른 곳으로 유도하라는 것이다. 거대한 범고래 조차도 춤출 수 있게 해준 원리는 이처럼 지극히 간단했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의 잘못을 지적함으로써 자신이 훨씬 똑똑하다는 걸 보여주려고 하는 것을 '뒤통수치기 반응'이라고 부른다. 이와는 반대로 사람들이 잘한 일을 찾아내는 행동 방식을 저자는 '고래 반응'이라고 부른다.

 

 

아무리 '고래 반응'이 중요하다 하더라도, 나는 서비스 초기의 이런 가벼운 오류들은 '서비스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도 한시바삐 바로 잡는 게 옳다고 본다. 특히나 '프로필'에 마련된 '읽고 있는 책' 바구니와 '읽은 책' 바구니가 정확히 일치하는 오류는 하루빨리 고쳐 줬으면 좋겠다.

 

 

<그림 3>

 

 

 

누군가 나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정확하고도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면 나는 딱 한 권의 책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그 책이 무슨 책이냐는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닐 수 있다. 설사 그 책이 '성경을 제외하고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되고 연구되는 대여섯 권의 책들 중 하나'로 꼽힌다고 할지라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딱 한 권의 책'이 바로 그런 평가를 받는 책이다. 그런데 나는 북플 서비스가 제대로 고쳐질 때까지는 그 멋진 책을 북플의 프로필에서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북플 서비스의 이런 사소한 오류들이 어서 빨리 좀 고쳐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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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1-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초기화라서 처음에 사용법이 헷갈리고, 엉성한 기능이 있을 겁니다. 저도 오늘 처음으로 설치해서 사용해봤는데 스마트폰으로 알라딘 서재에 접속하는 것과 느낌이 다르더군요.

oren 2014-11-27 23:51   좋아요 0 | URL
`읽은 책`을 제대로 찾아 평점을 매기고 `읽은 표시`를 하면, 그 책에 대해 내가 쓴 글들이 일목요연하게 쭈욱 떠오르는 게 참 좋더군요. 아직 서비스가 시작 단계라 고칠 게 더러 나타날 텐데, 북플 오류를 재빠르게 파악하고 고치려 드는 모습이 별로 보이지 않아 좀 아쉽더군요.

서재지기 2014-11-28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oren님.
안드로이드 폰에서 책장에서 아이템이 삭제가 안되는 버그 등 신고된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여 앱을 업데이트 했습니다. 사용하고 계신 앱을 최신 버전으로 업데이트 해주시기 바랍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부족한 점은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예정이오니 많은 이용 부탁드립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oren 2014-11-28 11:27   좋아요 0 | URL
아.. 어느새 벌써 업데이트가 이뤄졌군요.노고에 감사드리며 잘 쓰겠습니다.
 

 

 

나도 한때는 얼리어댑터가 되는 걸 좋아했고 무슨 '새로운 서비스'가 나타날 때마다 거기에 몰두할 때가 있었다. 개인 홈페이지가 등장했을 때 네띠앙에 내 홈페이지를 만들고 얼마나 뿌듯했던지를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매일처럼 내 집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위해-그게 결국은 '모래 위에 지은 집'인 줄도 모르고- 그 '집'을 한동안 열심히 가꾸었다. 아침마다 쓰레기도 줍고, 마당도 쓸고, 마루도 닦았다. 낯선 미지의 세계로부터 기적처럼 찾아올 귀한 손님을 위해 배경음악도 부지런히 갈아 끼우고, 장식장과도 같은 게시판에는 이런 저런 읽을 거리들을 차곡 차곡 쟁여 놓는 걸 잊지 않았다.

 

블로그 서비스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그랬다. 한국 최초의 블로그 서비스 회사가 졸지에 망하고, 네이버에서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얼른 그리로 옮겼고, 한동안 네이버 카페도 열심히 운영해 보았다. 엄청난 열정으로 카페 회원을 받아들이고 내보내고, 카페 회원들과 오프라인 모임도 여러 차례 가졌었지만 그게 어느새 다 옛 일이 되었다. 오랫동안 방치된 그 카페를 대여섯 해가 지나고 나서 '문득' 방문했을 때 들었던 강렬한 느낌을 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 카페는 바로 칼 세이건이 '지구'를 두고 말했던 '창백한 푸른 점' 바로 그것이었다.

 

 

 

“여기 있다. 저것이 우리의 고향이다. 저것이 우리다.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 당신이 들어봤을 모든 사람들, 존재했던 모든 사람들이 그곳에서 삶을 영위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이 총합, 확신에 찬 수많은 종교, 이데올로기들, 경제적 독트린들,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모든 영웅과 비겁자,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왕과 농부, 사랑에 빠진 젊은 연인들, 모든 아버지와 어머니,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의 교사들, 모든 타락한 정치인들,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의 지도자들, 인간 역사 속의 모든 성인과 죄인들이 저기 -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의 티끌 위-에서 살았던 것이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 활동도 접고 나니 페이스북이 등장했고 나는 당연히 거기에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그런데 페이스북에서 범람하는 글들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에 금세 질린 나는 거기서도 재빨리 빠져나오고 말았다. 그 뒤로 네이버 밴드와 카톡, 카카오 스토리가 빠른 속도로 번져 나갈 때 나는 또다시 그 급류에 잠시 올라타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물살도 내가 즐기기엔 너무 빠르거나 변덕스러웠고, 그런 물살에서 적당히 벗어나 지내는 게 훨씬 더 마음이 편했다.

 

내가 사이버 공간에서 글을 쓰고 소소한 일상들을 미주알 고주알 주고 받는 곳이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면 그곳이 바로 여기 알라딘이다. 일이 그렇게 된 건 아마도 내가 알라딘에서만 느낄 수 있는 '독특함'이 바로 내 성미와 잘 들어맞았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알라딘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건 순전히 '책을 편리하게 고르고 사들이기 위해서' 였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남들이 쓴 훌륭한 리뷰들을 열심히 찾아 읽게 되면서 나도 한번 열심히 '리뷰'를 써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중엔 결국 오랫동안 뛰어들기를 주저했던 '페이퍼 활동'에도 발을 들여놓고야 말았다.

 

책을 고르고, 책을 사들이고, 리뷰를 쓰는 일은 그 누구와의 '교류'도 없이 누구나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나 자신에게나 남들에게나 거의 아무런 부담이 없었지만, 페이퍼 활동은 성격이 약간 달랐다. 흔히 '댓글'이나 '추천 혹은 공감'으로 표출되는 남들의 '시선'이나 '관심'에 신경을 쓰지 않을 도리가 도무지 없다는 점이 무엇보다도 큰 부담이었다. 페이퍼를 쓰게 되면 어차피 맞닥뜨리게 될 여러 예상치 못할 스트레스나 성가심 등은 '피할 수 없다면 즐기자'는 심정으로 용감하게(?) 뛰어들었다. 즐거움을 추구하는 데는 늘 댓가를 요구하게 마련이지만, 그런 걱정 때문에 미리부터 소소한 일상들을 주고 받는 기쁨을 송두리째 포기하기는 싫었던 셈이다. 아담 스미스도 오래 전에 이미 말하지 않았던가. 그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말이다.

 

 

모든 소소한 사건들에 대하여

 

인간은 비교적 중요하지 않은 이유에서 생기는 비교적 작은 기쁜 일들에는 더욱 쉽게 동감한다. 크게 번영하고 있는 중에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일상생활의 모든 소소한 일들에 대해, 지난밤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 대해, 우리가 함께 즐겼던 여흥(餘興)에 대해, 우리가 보고 들은 것에 대해, 현재 대화의 대상이 되고 있는 모든 소소한 사건들에 대해, 인간의 삶의 빈틈을 채워주는 소소한 모든 것들에 대해서 우리가 아무리 큰 만족을 표현하더라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성격적으로 쾌활한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 이러한 성격은 일상적인 소소한 사건들이 제공하는 모든 작은 즐거움으로부터 특별한 흥미를 느낄 줄 아는 것에서 비롯된다. 우리는 이러한 성격에 쉽게 동감하며, 그리고 이러한 성격은 우리로 하여금 동일한 기쁨을 느끼게 하며,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행복한 성격을 타고난 사람들이 보는 것과 동일한 모든 사소한 일들의 유쾌한 측면을 보게 한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청춘(靑春), 즉 모든 것에 즐거움을 느끼던 시절이 그처럼 쉽게 우리의 마음에 그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사소한 것을 보고도 즐거워하는 이러한 성향은 심지어 꽃까지 피어나게 하고, 젊고 아름다운 눈들을 반짝거리도록 만든다. 이러한 성향은 같은 동성(同性)의 사람들 사이에서도, 나이든 사람까지, 평상시 이상으로 기쁨을 느끼도록 만든다. 그들은 잠시 동안 자신의 노쇠함을 잊어버리고 그들에겐 오래 전에 이미 낯 설어버린 유쾌한 생각과 정서에 자신들을 내맡긴다. 이처럼 많은 행복감을 느낌으로써 유쾌한 생각과 정서가 그들의 마음속에 다시 떠오르게 되면,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다시 만나서는 그 동안의 오랜 이별 때문에 더욱 진심으로 껴안을 수 있는 친구처럼, 이러한 생각과 정서는 그들의 가슴속에 자리를 잡게 된다.

 

 - 아담 스미스, 『도덕감정론』

 

 

그렇게 해서 그럭저럭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번에 알라딘이 제법 커다란 '변신'을 시도했다. 북플 서비스가 등장한 것이다. 뉴스를 읽어 보니 이 서비스의 등장을 굳이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책(book)과 사람(people), 덧글(reply)의 합성어인 북플은 독서 행위를 기록하고 책 읽는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응용 프로그램)이다. ······ 독서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과 친구를 맺고 이들의 소식을 받아보는 기능도 이용 가능하다. 특히  '마니아' 기능을 통해 관심있는 책이나 저자, 분야, 시리즈의 '준 전문가'들도 찾아볼 수 있다. 김영란 알라딘 차장은 "최근 도서정가제 강화 이후 책의 판매가가 동일해졌으므로 서점으로서의 서비스와 콘텐츠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며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갖고 있을 만한 독서 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알라딘은 스마트폰 앱으로만 이용 가능한 이 서비스의 모바일웹, PC 버전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그런데 나로서는 북플 서비스가 과연 내게 얼마나 유용한 서비스일지 알기가 어렵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카톡이나 네이버 밴드가 계속 성행하는 걸 보면 이 새로운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도 나의 취향과는 아무런 관계 없이 오래도록 장수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벌써 이틀째 스마트폰에서 연신 울려대는 '친구 신청' 알림을 보면서 문득 몽테뉴가 말했던 '고요한 뒷방' 생각이 벌써부터 간절하게 떠올랐다.

 

뒷방

할 수만 있다면 아내·아이·재물 그리고 무엇보다도 건강을 가져야 할 일이다. 그러나 우리 행복이 거기에 매여 있게까지 집착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에게 남이 침범하지 않는 아주 자기 고유의 것인 뒷방을 가지고, 그 속에 진실한 자유와 은둔처를 마련해 둘 일이다. 여기서 우리 자신과의 일상의 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그리고 너무나 사사로워서, 외부와의 어떠한 관련이나 교섭도 그 곳에는 미치지 못하게 할 일이다.

아내도 어린애도, 재산도, 다른 사람도, 하인도 없는 듯 그곳에서 혼자 생각하며 웃고 지내며, 그런 것들을 잃는 경우에 부딪혀도 그런 것들 없이 살더라도 아무런 별다름이 없게 할 일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으로 돌아들 수 있는 마음을 가졌다. 그것은 자기를 동무삼을 수 있다. 마음은 공격할 거리, 방어할 거리, 줄 거리와 받을 거리를 가졌다. 이러한 고독함 속에서 할 일 없이 괴롭다고 오그라들까 두려워 말자.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가 날카롭게 간파했듯이 '현존재에는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이 놓여 있다.'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

 

거리를 없앰은 거리를, 다시 말해서 어떤 것의 멂을 사라지게 함을, 가까워지게 함을 말한다. 현존재는 본질적으로 거리를 없애며 존재한다. 그는 그가 무엇인 그 존재로서 그때마다 존재자를 가까이에서 만나도록 해준다. 거리를 없앰은 멂을 발견한다. 이 멂은 거리와 마찬가지로 현존재적이지 않은 존재자에 대한 범주적 규정이다. 그에 반해서 거리를 없앰은 실존범주로서 확고하게 견지되어야 한다. 도대체 존재자가 현존재에게 그것의 멂이 발견되는 한에서만 세계내부적인 존재자 자체에서 다른 것과 관련되어서 "거리"와 간격이 접근 가능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이 존재자들 가운데 어떤 것도 그것의 존재양식상 거리를 없앨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단지 거리를 없앰에서 발견되는 측정 가능한 간격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현존재에는 가까움에 대한 본질적인 경향이 놓여 있다.  우리가 오늘날 다소 강요되듯이 함께 행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속도상승은 멂을 극복하도록 몰아세운다. 예를 들면 "라디오 방송"과 함께 현존재는 오늘날 일상적 주위세계의 확장과 파괴라는 방법으로써 그것의 현존재의 의미를 아직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세계'의 거리를 없애고 있다.

 

 - 하이데거, 『존재와 시간』

 

그렇지만 우리가 책을 읽을 때 남들로부터 아무런 간섭이나 방해를 받지 않고도 얼마든지 온 세상을 마음대로 떠돌아 다닐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듯이, 책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일에 있어서도 '남이 침범하지 않는' 자기 고유의 '뒷방'을 갈구하는 정반대의 묘한 심정 또한 새록 새록 솟아나는 걸 나는 참기가 어렵다. 참 묘한 느낌이다.  '너무나 사사로워서, 외부와의 어떠한 관련이나 교섭도 그 곳에는 미치지 못하게 할' 그런 뒷방이 나는 여전히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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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라딘 마을도 ‘고향 마을‘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을까?
    from Value Investing 2017-07-25 12:31 
    알라딘 마을에 오래 터를 잡고 지내다 보면 '여기'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런 느낌을 글로 한참이나 끄적거리다가 관 둔 적도 있다. 이제 와서 그 글을 다시 끄집어 내어 마무리지을 생각은 별로 없다. 글을 쓰는 것도 '때'가 맞아야 계속 이어서 쓸 수 있는데, 그 글은 어느새 '철'이 너무 지나면서 시들해져 버렸다. 그 글을 쓰면서 내가 그 속에 담고 싶었던 주된 감정은 '옛날 옛적에 알라딘 마을은 이래서 좋았었지' 하는 느낌이
 
 
hnine 2014-11-26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편의 좋은 수필을 읽었습니다 ^^
북플이 그런 뜻이었군요.

oren 2014-11-26 21:10   좋아요 0 | URL
이제는 `책에 대한 얘기`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도 `기어이` 소통해야 하는 시대가 어쩐지 서글퍼지기도 해요. `책의 본질`에 대해서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꾸만 급변하는 환경에다 `책`과 `독자들`을 억지로 끌고 간다는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요. `북플`에서 북(book)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플(people, reply)만 바쁘게 휘날리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은근히 듭니다.

마태우스 2014-11-26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을 얼마나 읽어야 이렇게 원할 때마다 적재적소에 책을 인용할 수 있는지요. 님의 글은 정말 흐르는 강물처럼 잘 읽혀요. 새 앱에 대한 소회를 님처럼 잘 표현할 수 있는 분이 또 있을까 싶네요. 감사합니다. 좋은 글.

oren 2014-11-27 00:25   좋아요 1 | URL
`북플`이라는 서비스를 단지 `이틀 동안` 사용해 본 경험만으로도 `온갖 생각들`이 다 떠오르는 게 저도 그저 신기할 정도였답니다. ㅎㅎ 그래서 혹시라도 `북플` 때문에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은 분들이 더러 계실지 모르겠다는 `당돌한 생각`이 떠오르고, 뒤이어 뭔가 좀 끄적거려 봤으면 싶은 생각이 슬며시 찾아오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뚝딱뚝딱 생각이 흐르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는데, 정말 이상하게도 이 글을 쓰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에 제가 인용한 `책 속 구절들`이 연이어 떠오르는 바람에 저도 살짝 놀랐답니다. 그저 우연히 그리 된 게 아닐까 싶고, 마태우스 님까지 이렇게 적극 제 글에 공감해 주시고 댓글까지 남겨주시니 오늘은 참 이래저래 `복이 터진 날` 같습니다. ㅎㅎ

라로 2014-11-27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과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특히 친구신청. 부담스럽더라고요. 더구나 제 성격이 좀 까다로워서 더 그런 건지??^^;;;
잘 지내시죠?

oren 2014-11-27 11:00   좋아요 0 | URL
저도 `친구 신청` 버튼을 볼 때마다 늘 `낯선 대문` 앞에 선 기분이 든답니다. ㅎㅎ
아롬 님 성격은 참 부드럽고 따스한 줄로만 알았는데 까다롭기도 하시다니 재미있군요. 저는 늘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답니다. 아롬 님도 잘 지내시지요?

세실 2014-11-27 06: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이스북을 하다가 범람하는 정보와 참을수 없는 가벼움(참으로 적절한 표현이세요^^) 으로 접고는, 카카오 스토리를 하고 있어요. 카스는 소수의 인원과 관계를 맺고 제 일기장처럼 사용하는데 북플은 당체......감이 오지 않습니다. 마치 페이스북같은 어수선함? 오래된 친구 같은 알라딘이 좋은데 말이죠^^

oren 2014-11-27 11:23   좋아요 1 | URL
페이스북을 처음 쓸 때만 하더라도 참 좋았어요. 오래도록 소식조차 모르고 지내던 친구나 선배, 후배들이 여기 저기서 반갑게 나타나 안부도 들려주고 말이지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처음`에 기대했던 풍경과는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 완전히 실망하고 말았지요. 북플도 차츰 어떤 모습으로 틀을 잡을지 저 또한 아직까지는 감을 잡기 힘드네요. 저는 `북플 서비스`가 너무 `즉시성`을 강요하는 듯해서 그게 제일 불만입니다. 마치 손으로 편지를 써서 우체통에 넣고, 또 상대방으로부터 안부와 답장을 기다리는 그런 넉넉한 여유를 한꺼번에 싹~ 앗아간 `편리한 e-mail`을 연상시키는 면도 없지 않은 듯해요. 세실 님 말씀처럼,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나는 `오래된 친구 같은 알라딘`이 저도 좋아요. ㅎㅎ

아무개 2014-11-27 08: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몽테뉴의 수상록 같은 부분에 밑줄 쫙!! ㅎㅎ
님의 글도 인용구도 너무 좋아요^^

저는 친구 신청 해주신 몇분만 수락하고
제가 친구 신청은 아직 한번도 안해 봤어요.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를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저는
이 북플이라는게 마냥 어색하기만 하네요.


oren 2014-11-27 11:28   좋아요 1 | URL
아무개 님 반갑습니다. 아직까지도 SNS를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하셨다니 정말 놀랍네요. 북플 서비스가 `책을 좋아하는` 알라딘 유저들에게는 과연 얼마만큼 호응을 얻을지 저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스마트폰`을 잠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신세대`에게는 잠시나마(?) 크게 어필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따뜻한허스키 2014-11-27 17: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뇽하세요ㅎ친구수락 감사요ㅎㅎ

oren 2014-11-27 20:01   좋아요 1 | URL
머루랑다래랑 님 안녕하세요? 제게 친구 신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cyrus 2014-11-27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냥 익명의 사람들이 좋은 책을 고르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글을 씁니다. 물론 그렇게 정성스럽게 써서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을 받았을 때가 좋았었죠. 이제는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 신경 쓰지 않고,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고, 글 쓸 수 있어서 자유롭고 편합니다.

oren 2014-11-28 00:10   좋아요 2 | URL
땡스투 적립금은 사실 너무 사소해서 무시해도 충분할 정도의 금액인데, 그게 막상 없어진다고 하니 여간 서운한 게 아니더라구요. 사심없이 쓴 글, 진솔하게 쓴 글, 그리고 또 애써 가다듬은 표시가 깊게 베어나는 그런 글들이 전 좋더군요. `책만 어지럽게 잔뜩 끌어 담아 놓은` 헝겊 쪼가리에 불과한 글들은 제발 더이상 안 봤으면 싶은 생각도 간절합니다. ㅎㅎ

cyrus 2014-11-28 00:09   좋아요 1 | URL
공감합니다. 그런데 제도가 달라졌어도 그런 글은 여전히 나올 것 같습니다. ^^;;
 
묘한 '말', 묘한 '욕망'

 

허용된 일은 매력이 없다.
금지된 일은 욕심을 도발한다.

 - 오비디우스

 

 * * *

 

 

'뒤주 밑이 긁히면 밥맛이 더 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11월 21일이 지나도 이상하게 자꾸만 쌓이는 땡스투 적립금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다. 더 흔하게 쓰는 말로 '쌀 떨어지니 입맛 돈다'는 격이다.

 

이번에 '도서정가제'가 개정 시행되면서 '구매자'가 받는 땡스투 적립금이 어쩔 수 없이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는 재방송하면 입만 아프다. 그런데 어느 한 편이 사라지면 그에 호응하는 다른 한 쪽도 자연스레 뒤따라 사라지기 마련일 텐데, 이게 묘하게도 어느 한 쪽만 용케 살아 남았고, 제도가 바뀐 뒤에도 그 쪽은 아직까지 살아 남아서 계속 활발하게 꿈틀대는 듯하니 나는 그게 좀 이상하다 싶다.

어쨌든 11월 21일 이후에도 '작성자'가 받는 땡스투가 나에게 계속 발생되고 있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싶다. 아마 이런 현상도 '도서정가제'의 후폭풍 탓이 아닐까 하고 나는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혹시, 갑자기 쏟아진 폭발적인 책 주문 때문에 '뒤주 밑이 긁힐 정도로' 온갖 책들이 군데 군데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품 발송'이 자꾸만 늦어지고, 그래서 뒤늦게 진행되는 '상품 준비 및 발송' 때문에 '작성자 땡스투'도 그에 뒤따라 발생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진실은 그게 아니고,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사라진 이후에도 예전처럼' 땡스투 단추를 꾹꾹 눌러가며 책을 주문해 주신 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시간이 내 의문점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답을 주겠지만 '모처럼 도는 입맛'을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싶기도 하다.

 

나도 이번 참에 느닷없이 싼 값에 나온 책들을 허겁지겁 사들이느라 뜻하지 않게 집에서 눈총을 좀 받았다. 이미 사 놓은 책들도 다 읽기 쉽지 않을텐데 어쩔 작정으로 며칠이 멀다하고 책상자가 자꾸 배달되느냐는 질책을 애초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으니 그려려니 할 수밖에. 그나마 언젠가는 꼭 읽어 보고 말리라 싶은 책들을 '미리 미리' 사 놓은 셈치니 괜한 호들갑은 아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동안 땡스투 적립금을 그냥 앉아서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을 와장창 사들이면서 '땡스투 단추'를 적어도 수십 번쯤은 누른 것 같아 공짜밥 얻어먹은 기분을 조금은 덜어낸 듯하다. 아름다운 미풍양속도 서로가 아끼고 보살피며 돌볼 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싶다.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땡스투 적립금은 비록 애석하게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만이라도 오래도록 '바닥'을 박박 기더라도 기어이 굳건하게 살아 남아서 글쓰는 사람들의 떨어진(?) '입맛'을 계속 좀 돌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만들어 본 나의 서재 2014년 월별 땡스투 통계)

 

 

발급 날짜추천받은 글적립금
2014-11-24[마이페이퍼] 글뭉치를 뒤지다가......170원
2014-11-24[마이페이퍼] 사진에 담아본 두꺼운 책들240원
2014-11-24[마이페이퍼] 유럽 투어 로드맵130원
2014-11-23[마이리뷰] 지속의 입장에서 '결정론'을 비판하고 '자유의 문제'를...130원
2014-11-23[마이리뷰] 알베르토 망겔, 『독서의 역사』_ 끝나지 않는 『독서의...80원
2014-11-23[마이페이퍼] 글뭉치를 뒤지다가......170원
2014-11-23[마이리뷰] '수많은 도시를 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 영웅'...230원
2014-11-21[마이페이퍼] 사진에 담아본 두꺼운 책들100원
2014-11-21[마이리뷰] 제24편 저승 속편_맹약230원
2014-11-21[마이페이퍼] 17일 동안의 유럽 여행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13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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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를 슬프게 하는 책들
    from Value Investing 2017-02-16 15:45 
    책에 대한 글을 쓸 때 좋은 점 한 가지는 '책 제목'을 슬쩍 비틀기만 해도 생각보다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국어 시간을 재미 없게 보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모를 리는 없을 테니까 하는 말이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우리를 단번에 까닭모를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강렬한 문장들을 누가 모르겠는가. 어느날 문득 하늘을 우러러 보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
 
 
비로그인 2014-11-25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나 많은 땡스투가 들어오고 있는데.. 말씀처럼 뒤늦게 처리되고 있는 땡스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고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 참 좋았는데 없어질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oren 2014-11-25 09:4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에는 그리 소중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없어지고 나니 괜히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마저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안타깝네요.

순오기 2014-11-25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기 공지사항에 요렇게 올라 있어요.^^

11월 21일 출판산업유통진흥법 개정에 따라 Thanks to를 한 구매자 분께는
1% 추가 적립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단, 작성자에게 발급되는 1% 추가 적립금은 유지됩니다.

oren 2014-11-25 09:5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순오기 님.
구매자와 작성자에게 함께 지급되어 왔던 땡스투 적립금이 이제는 작성자에게만 지급된다니 그게 과연 온전하게 살아 남을까 싶은 게 바로 제 걱정이랍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땡스투는 마치 `벌과 나비와 꽃의 관계`와 닮은 듯싶거든요. 벌은 꿀을 얻으러 꽃에 앉았는데, 꽃도 벌이 찾아와 준 덕분에 꽃가루를 받는 관계 말입니다. 이제 구매자에게 지급되어 오던 `꿀과 같은 적립금`이 사라졌는데, 과연 앞으로도 `꿀이 사라진 꽃`에 벌과 나비가 찾아 오겠느냐 싶은 걱정이 든다는 거지요. 벌이 멍청하거나, 매우 이타적이거나, 오래 몸에 밴 습관을 버리지 못하거나... 대략 그런 기대를 가져야만 꽃도 꽃가루를 받아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 *

노력은 항상 그 필요성에 비례한다

어떤 직업에서도 그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노력은 그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에 항상 비례한다. 이 필요성이 가장 큰 것은 자기 직업에서 받는 보수가 그들이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재산 또는 일반수입이나 생활수단의 유일한 원천인 사람들의 경우이다. (중략) 어떤 특정 직업에서의 성공으로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목표는 물론 특별한 의지(spirit)와 야심(ambition)을 가진 소수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하도록 분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대의 노력을 끌어내는 데 반드시 위대한 목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비천한 직업에서도 경쟁과 대항의식이 남보다 성적이 뛰어나는 것을 야심의 목표로 하여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반해, 목적이 위대하긴 하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 아담 스미스, 『국부론』

비로그인 2014-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쪽짜리 땡스투....

`국부론`을 보니 떠오른건데... 결국 스미스 얘기의 출발점은 `합리적인 경제인`인데 여기서 `합리적`이라는게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반쪽짜리 땡스투는 그 이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니 결국 도태되다가 사장되지 않을까 싶네요..

땡스투를 누르는 수고로움의 보상,


아마 oren님이 걱정하는 점과 제가 걱정하는 점이 바로 그 때문이겠지요.

oren 2014-11-26 00:03   좋아요 0 | URL
네.. 맞는 말씀입니다.

yamoo 2014-11-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땡스투도 없어지는군요. 알사탕도 없어지고....그냥 모든 부가 서비스가 0로 되는 느낌입니다..헐~

안 주다 주면 감사한데...

주던 걸 뺏으면 화가나는 뭐,,,그런 느낌입니다..ㅋ

oren 2014-11-26 00: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간접 할인`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고작 1%에 불과하니 다른 데서 1%를 희생하더라도 살려둘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좀처럼 떨치기 어렵네요. ㅎㅎ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 곽재구의 달빛으로 읽은 시
곽재구 엮음, 지성배 사진 / 이가서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오래된 여행가방

 

 

김수영(金秀映)

 

 

 

스무살이 될 무렵 나의 꿈은 주머니가 많이 달린 여행가방과 펠리컨 만년필을 갖는 것이었다. 만년필은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낯선 곳에서 한번씩 꺼내 엽서를 쓰는 것.

 

만년필은 잃어버렸고, 그것들을 사준 멋쟁이 이모부는 회갑을 넘기자 한 달 만에 돌아가셨다.

아이를 낳고 먼 섬에 있는 친구나, 소풍날 빈방에 홀로 남겨진 내 짝 홍도, 애인도 아니면서 삼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은 남자, 머나먼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한 삼촌···

추억이란 갈수록 가벼워지는 것. 잊고 있다가 문득 가슴 저려지는 것이다.

 

이따금 다락 구석에서 먼지만 풀썩이는 낡은 가방을 꺼낼 때마다 나를 태운 기차는 자그락거리며 침목을 밟고 간다. 그러나 이제 기억하지 못한다. 주워온 돌들은 어느 강에서 온 것인지, 곱게 말린 꽃들은 어느 들판에서 왔는지.

 

어느 외딴 간이역에서 빈자리를 남긴 채 내려버린 세월들. 저 길이 나를 잠시 내려놓은 것인지, 외길로 뻗어 있는 레일을 보며 곰곰 생각해 본다. 나는 혼자이고 이제 어디로든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신이 최초의 일주일 동안 창조한 것은 빛이 아니라 여행이었다"고 말한 이는 그리스의 영화감독 테오 앙겔로 풀러스이다. 한 인간은 한 생애 동안 하나의 여행가방을 지닌다. 길 위에서 여행가방은 점점 낡아가며 때로는 쓸모없는 욕망의 꿈들로 부푼다. 점점 누추해져 가는, 점점 비릿해져 가는 여행가방이 아닌, 꽃향기가 솔솔 풍겨 나오는 여행가방, 구름이나 바람이 한참 머물다 가고 싶은 여행가방, 지혜와 신념과 헌신의 시간들이 묵은 때 속에 반질반질 드러나는 여행가방··· 길 위에서 오래 아파하며 그 여행가방의 주인이 된 이의 영혼이여, 축복 있으라.

 

 

            - 곽재구 엮음,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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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 - 곽재구의 달빛으로 읽은 시
곽재구 엮음, 지성배 사진 / 이가서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검정 고무줄에는

 

 

김영남

 

 

 

내복의 검정 고무줄을

잡아 당겨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고무줄에는 고무줄 이상이 들어 있다는 것을

그 이상의 무얼 끌어안은 손, 어머니가 존재한다는 것을

 

그것으로 무엇을 묶어본 사람이면 또 알 겁니다

어머니란 늘어났다 줄더들었다 한다는 것을

그래야 사람도 단단히 붙들어 맬 수 있다는 것을

훌륭한 어머니일수록 그런 신축성을 오래오래 간직한다는 것을

 

그러나, 그 고무줄과 함께

어려운 시절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겁니다

어머니란 리어카 바퀴처럼 둥근 모습으로도 존재한다는 것을

그 둥근 등을 굴려 우리들을 큰 세상으로 실어낸다는 것을

 

그리하여 이 지상 모든 고무줄를 비교해본 사람이면 알 겁니다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고무줄이 나의 어머니라는 것을

 

 

 

어머니가 내복의 검정 고무줄 속에 앉아 계신다.

검정 고무줄 속의 어머니는 환히 웃으시며 새벽밥을 짓고, 바느질을 하고, 들에 나가 농사일을 하기도 한다. 오랜 세월 굽은 등으로 삶의 리어카 바퀴를 끝없이 굴려가면서 한 줄 검정 고무줄로 삭아 가는 어머니.

지신이 지닌 모든 피와 땀과 뼈를 기꺼이 내주고 한 줄 검정 고무줄로 남은 어머니.

다음 생에도 또 다음 생에도 고무줄의 삶을 살아갈 어머니.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가장 아름다운 고무줄인 아, 우리들의 어머니!

 

 

            - 곽재구 엮음, 『우리가 별과 별 사이를 여행할 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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