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말', 묘한 '욕망'

 

허용된 일은 매력이 없다.
금지된 일은 욕심을 도발한다.

 - 오비디우스

 

 * * *

 

 

'뒤주 밑이 긁히면 밥맛이 더 난다'는 우리말 속담이 있다. 11월 21일이 지나도 이상하게 자꾸만 쌓이는 땡스투 적립금을 보니 문득 떠오르는 속담이다. 더 흔하게 쓰는 말로 '쌀 떨어지니 입맛 돈다'는 격이다.

 

이번에 '도서정가제'가 개정 시행되면서 '구매자'가 받는 땡스투 적립금이 어쩔 수 없이 '지급할 수 없게' 되었다는 얘기는 재방송하면 입만 아프다. 그런데 어느 한 편이 사라지면 그에 호응하는 다른 한 쪽도 자연스레 뒤따라 사라지기 마련일 텐데, 이게 묘하게도 어느 한 쪽만 용케 살아 남았고, 제도가 바뀐 뒤에도 그 쪽은 아직까지 살아 남아서 계속 활발하게 꿈틀대는 듯하니 나는 그게 좀 이상하다 싶다.

어쨌든 11월 21일 이후에도 '작성자'가 받는 땡스투가 나에게 계속 발생되고 있다. 물론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싶다. 아마 이런 현상도 '도서정가제'의 후폭풍 탓이 아닐까 하고 나는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혹시, 갑자기 쏟아진 폭발적인 책 주문 때문에 '뒤주 밑이 긁힐 정도로' 온갖 책들이 군데 군데 바닥을 드러내는 바람에 '상품 발송'이 자꾸만 늦어지고, 그래서 뒤늦게 진행되는 '상품 준비 및 발송' 때문에 '작성자 땡스투'도 그에 뒤따라 발생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진실은 그게 아니고,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사라진 이후에도 예전처럼' 땡스투 단추를 꾹꾹 눌러가며 책을 주문해 주신 분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정성' 때문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결국 시간이 내 의문점에 대해 좀 더 확실하게 답을 주겠지만 '모처럼 도는 입맛'을 포기하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싶기도 하다.

 

나도 이번 참에 느닷없이 싼 값에 나온 책들을 허겁지겁 사들이느라 뜻하지 않게 집에서 눈총을 좀 받았다. 이미 사 놓은 책들도 다 읽기 쉽지 않을텐데 어쩔 작정으로 며칠이 멀다하고 책상자가 자꾸 배달되느냐는 질책을 애초부터 피할 생각이 없었으니 그려려니 할 수밖에. 그나마 언젠가는 꼭 읽어 보고 말리라 싶은 책들을 '미리 미리' 사 놓은 셈치니 괜한 호들갑은 아니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한동안 땡스투 적립금을 그냥 앉아서 넙죽넙죽 받아 먹기만 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번 기회에 책을 와장창 사들이면서 '땡스투 단추'를 적어도 수십 번쯤은 누른 것 같아 공짜밥 얻어먹은 기분을 조금은 덜어낸 듯하다. 아름다운 미풍양속도 서로가 아끼고 보살피며 돌볼 때 유지되는 게 아닐까 싶다. 구매자에게 지급되는 땡스투 적립금은 비록 애석하게 사라졌다고 하더라도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만이라도 오래도록 '바닥'을 박박 기더라도 기어이 굳건하게 살아 남아서 글쓰는 사람들의 떨어진(?) '입맛'을 계속 좀 돌게 해줬으면 좋겠다.

 

 

(그림으로 만들어 본 나의 서재 2014년 월별 땡스투 통계)

 

 

발급 날짜추천받은 글적립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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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마이리뷰] 알베르토 망겔, 『독서의 역사』_ 끝나지 않는 『독서의...8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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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23[마이리뷰] '수많은 도시를 보고, 사람들의 마음을 알게 된 영웅'...230원
2014-11-21[마이페이퍼] 사진에 담아본 두꺼운 책들1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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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우리를 슬프게 하는 책들
    from Value Investing 2017-02-16 15:45 
    책에 대한 글을 쓸 때 좋은 점 한 가지는 '책 제목'을 슬쩍 비틀기만 해도 생각보다 이야기가 술술 풀린다는 점이다. 아무리 국어 시간을 재미 없게 보낸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모를 리는 없을 테니까 하는 말이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로 우리를 단번에 까닭모를 슬픔에 빠지게 만들었던 그 강렬한 문장들을 누가 모르겠는가. 어느날 문득 하늘을 우러러 보다가도 불현듯 찾아오는 '
 
 
비로그인 2014-11-25 0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꽤나 많은 땡스투가 들어오고 있는데.. 말씀처럼 뒤늦게 처리되고 있는 땡스투가 아닌가 싶습니다.

적은 금액이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고 도움을 받았다는 점이 참 좋았는데 없어질 것만 같아 아쉽습니다.


oren 2014-11-25 09:45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평소에는 그리 소중해 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없어지고 나니 괜히 작성자 땡스투 적립금마저 있으나마나 한 제도가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고 안타깝네요.

순오기 2014-11-25 0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지기 공지사항에 요렇게 올라 있어요.^^

11월 21일 출판산업유통진흥법 개정에 따라 Thanks to를 한 구매자 분께는
1% 추가 적립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단, 작성자에게 발급되는 1% 추가 적립금은 유지됩니다.

oren 2014-11-25 09:58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순오기 님.
구매자와 작성자에게 함께 지급되어 왔던 땡스투 적립금이 이제는 작성자에게만 지급된다니 그게 과연 온전하게 살아 남을까 싶은 게 바로 제 걱정이랍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땡스투는 마치 `벌과 나비와 꽃의 관계`와 닮은 듯싶거든요. 벌은 꿀을 얻으러 꽃에 앉았는데, 꽃도 벌이 찾아와 준 덕분에 꽃가루를 받는 관계 말입니다. 이제 구매자에게 지급되어 오던 `꿀과 같은 적립금`이 사라졌는데, 과연 앞으로도 `꿀이 사라진 꽃`에 벌과 나비가 찾아 오겠느냐 싶은 걱정이 든다는 거지요. 벌이 멍청하거나, 매우 이타적이거나, 오래 몸에 밴 습관을 버리지 못하거나... 대략 그런 기대를 가져야만 꽃도 꽃가루를 받아 열매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 * *

노력은 항상 그 필요성에 비례한다

어떤 직업에서도 그 직업을 수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의 노력은 그 노력을 해야 할 필요성에 항상 비례한다. 이 필요성이 가장 큰 것은 자기 직업에서 받는 보수가 그들이 획득하기를 기대하는 재산 또는 일반수입이나 생활수단의 유일한 원천인 사람들의 경우이다. (중략) 어떤 특정 직업에서의 성공으로 달성할 수 있는 위대한 목표는 물론 특별한 의지(spirit)와 야심(ambition)을 가진 소수 사람들로 하여금 열심히 노력하도록 분발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최대의 노력을 끌어내는 데 반드시 위대한 목표가 있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비천한 직업에서도 경쟁과 대항의식이 남보다 성적이 뛰어나는 것을 야심의 목표로 하여 최대의 노력을 경주하도록 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에 반해, 목적이 위대하긴 하나 노력해야 할 필요성이 별로 절실하지 않은 경우에는 크게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 아담 스미스, 『국부론』

비로그인 2014-11-25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쪽짜리 땡스투....

`국부론`을 보니 떠오른건데... 결국 스미스 얘기의 출발점은 `합리적인 경제인`인데 여기서 `합리적`이라는게 결국 인간의 `이기심`이에서 출발하는 것인데, 반쪽짜리 땡스투는 그 이기심을 자극하지 못하니 결국 도태되다가 사장되지 않을까 싶네요..

땡스투를 누르는 수고로움의 보상,


아마 oren님이 걱정하는 점과 제가 걱정하는 점이 바로 그 때문이겠지요.

oren 2014-11-26 00:03   좋아요 0 | URL
네.. 맞는 말씀입니다.

yamoo 2014-11-25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국 땡스투도 없어지는군요. 알사탕도 없어지고....그냥 모든 부가 서비스가 0로 되는 느낌입니다..헐~

안 주다 주면 감사한데...

주던 걸 뺏으면 화가나는 뭐,,,그런 느낌입니다..ㅋ

oren 2014-11-26 00:07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구매자 땡스투 적립금이 `간접 할인`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고작 1%에 불과하니 다른 데서 1%를 희생하더라도 살려둘 수 있는 여지가 있지 않나 하는 아쉬움을 좀처럼 떨치기 어렵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