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짓 존스의 일기>
뭐 참....유쾌한 영화다.
보면서 내내 웃기고, 즐겁고, 콜린 퍼스도, 휴 그랜트도 멋있고,
삽입곡까지 한곡 한곡 넘 좋다.
요즘 <브리짓 존스의 일기> 아류작들도 많다.
독일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인 <여자, 전화>,<폴, 도대체 네가 뭔데?> 등.
다 비슷하다.
서른을 훌쩍 넘긴,
그다지 이쁘지도 않고 푼수끼가 있는 여자 주인공들이
이리저리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은 백마 탄 왕자의 사랑을 얻는다.
매일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많이 먹고 체중계에 올라서서 후회하고,
매일 금연을 결심하면서도 남자 전화를 기다리며 줄담배를 피고,
매일 술을 안마시겠다고 결심하면서도 밤새 마시고 후회한다.
브리짓 존스로 대표되는 귀여운 푼수들은
친구들과 만나(이 친구들에는 항상 게이가 포함된다.싱글 여자 2~3명
+ 여자들 보다 여자를 더 잘 이해하는 게이 친구 한명) 실컷 수다를 떨며,
싱글들을 문제있다는 듯이 보는 사회 전반을 성토하지만,
집으로 돌아와서는 외로움에 시달리며,
남자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며 줄담배를 피운다.
이 귀여운 푼수들은 회사에서도 실수 디따 많이 한다.
회의 시간에는 툭하면 공상을 하거나 엉뚱한 말을 하고,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허겁지겁 출근하는 통에
우스꽝스런 옷차람으로 나가거나, 지각을 하거나 한다.
이 귀여운 푼수들은 또 뚱뚱하다.
데이트를 앞두고 어떤 속옷을 입을지 고민하고,
꽉 조이는 기능성 속옷을 입었다가 망신을 당하기도 한다.
또, 이 귀여운 푼수들에게는 늘씬하고 이쁜 것도 모자라 전문직인 연적들이 있다.
이 사랑의 연적들과 객관적인 기준으로 비교하면 승률은 0%.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여운 푼수들은 꿈꾸던 멋진 남자의 프로포즈를 받는다.
그것도 변호사, 의사 같은 전문직은 기본이고,
잘 생기고 재력을 갖춘 멋진 남자가
영화가 끝날 때 쯤이나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사랑을 고백한다.해.피.엔.딩.
어쩔 땐 2명이 한꺼번에 나타나서 삼각관계가 되기도 한다.
요즘 한국 드라마에도 청순가련형의 얌전한 여자 주인공 보다는
귀여운 푼수들이 인기가 많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선아, <파리의 연인>의 김정은,
<명랑소녀 성공기>의 장나라, 요즘 뜨는 <마이 걸>의 이다해.
다 푼수들이다.
설정도 <브리짓 존스의 일기>와 크게 다를 바 없어서,
귀여운 푼수들은 결국 일에서도 성공하고, 왕자님도 쟁취한다.
"브리짓 존스"류의 소설들은 얼핏 참신한 듯 하면서도
전형적인 신데렐라 이야기들이다.
말하자면...."명랑 신데렐라"라고나 할까?
결말은 항상 왕자님을 만나고 끝난다.
그런데....현실은?
"브리짓 존스"가 그렇게 인기가 많은 이유는
현실에 그런 일이 일어나기가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이쁘지도 않고,가진 것도 없고,뚱뚱하고,나이도 많은 여자 주인공이
유쾌하게 한참 웃겨 주다가
멋진 남자와 짜짜짠 이루어진다는 이야기.
신데델라 이야기는 시대를 불문하고 인기가 많다.
흥행 보증을 위한 확실한 소재는 언제나 신.데.렐.라.
"브리짓 존스"류의 귀여운 푼수들이나
너무 갸냘프고 핏기 없어서 라면이라도 한 그릇 사주고 싶은 여자주인공들이나
남자에게 목숨 건다는 점에서,
결국은 돈 많고 매력적인 남자를 만나는게 해피엔딩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으로 큰 차이는 없다.
그저...캐릭터가 적극적이고 재미있게 바뀐 것일 뿐...
좀 현실적인, 오버하지 않는, 공감이 느껴지는 여자 캐릭터는 없을까?
또 멋진 남자 안 만나도 나름대로 잘 사는 그런 이야기는 좀 없을까?
p.s) 브리짓 존스에게도 공감을 느끼기는 했다.
매일 다이어트를 결심하면서도 체중계에 올라서서 후회하는 브리짓 존스.
나는 오늘도....후회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