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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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오늘 점심때 잠시 시간을 내어서 남자 미용실에 갔다.

이름을 대면 다 아는 싼 가격에 남자들만 머리를 깍는 체인점 미용실이였다.

원래 그 가게 일하시는 중년 여성 미용사가 엄청 까칠한데 싼 가격에 몇 번 간 곳이었다.

마침 그 여성 미용사가 할아버지 한 분의 이발을 하고 있었고...

나는 남성 미용사에게 이발을 하였다.

할아버지가 한 쪽이 들 잘려진 것 같다면 조금 더 깍아달라고 요청을 했다.

여성 미용사가 맞게 깍아졌다며 그냥 가라고 하는 것이다.

둘이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셨다.

소리를 지른 후에 여성 미용사가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시 손 보아주셨다.

그제서야 잘 짤라졌는지 아까 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여성 미용사는 그걸 또 인정 안했다.

그래서 다시 옥신각신 하다가...

할아버지가 또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가 깐깐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성 미용사가 그 할아버지를 더 깐깐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깐깐한 사람들은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분들도 속마음은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들일텐데...

몇 일 동안 읽은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떠 올리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오베는 한 성깔한다.

깐깐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다.

스웨덴의 59세 남성인데...

어쩌면 그렇게 내가 아는 한국의 할아버지들과 비슷한지..

 

먼저 오베는 원칙이 있다.

남의 것은 조금도 그냥 받지 않는다.

똑같이 자신의 것도 조금도 그냥 주지 않는다.

전기 요금은 조금 더 내는 것이 싫어서 겨울에도 난방을 거이 안 한다.

주차 요금을 부당히 겉어가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한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이건 원칙의 문제다.

 

오베는 아침 일찍 잃어나 동네를 돈다.

쓰레기를 줍고...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차를 주차한 사람들을 혼내고...

아침부터 원칙을 어긴 사람들을 적발해 낸다.

 

스웨덴 차 샤브만을 타고...

샤브 외의 차를 타는 사람들과는 상종을 하지 않는다.

절친인 루네가 BMW를 구입한 후 그와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원칙을 바꾸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오베가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아내 소냐이다.

소냐는 오베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랑과 정이 많은 아름다운 여성이다.

젊은 시절에는 미인이여서 많은 청혼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베와 결혼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런 소냐가 죽고...

이제 오베도 따라 죽으려고 한다.

죽기 바로 전까지도 그 깐깐함을 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깔끔히 마무리하고 죽으려 한다.

그런데 이웃집에 연장 하나 사용하지 못하고..

차운전도 못하는 패트릭과 파르바네 부부가 이사 온다.

두 어린 딸과 함께...

그때부터 그는 파르바네의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죽을 타이밍을 놓친다.

 

 

이 소설은 겉으로 오베의 까칠한 면을 부각시키지만...

오베의 살아 온 과거를 이야기하며 오베 안의 따스함을 이야기 한다.

오베는 어린 시절 원칙대로 성실하게 일만 하는 철도원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후 학교를 휴학하고 아버지의 일을 물려 받는다.

원칙대로 살았지만 그로 인해 직장에서도 쫓겨 나고, 아버지가 물려 준 하나밖에 없는 집도 잃어버린다.

그러다가 소냐를 만난다.

원칙대로 살며 한없이 외로웠던 오베를 사랑한 여인...

까칠함 속에 감추어 있는 오베의 순수한 내면을 발견한 여인...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긴다.

그런데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소냐는 평생 불구가 되고, 아이는 잃어버린다.

 

이 모든 것이 부당함을 이야기하지만...

그때마다 원칙만을 강조하는 하얀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에게 막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그로 인해 오베의 마음은 더욱 더 굳어지고 상처를 입는다.

오베를 더 원칙적으로 만드는 것은 원칙만을 강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 세상이 강조하는 원칙이란 전혀 융통성이 없는 원칙이다.

사람이 죽어도 원칙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집이 불타도 원칙 때문에 불을 끌 수 없다.

그 원칙이 그들의 권위이고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반면 오베의 원칙은 따스하다.

원칙이기에 죽을 뻔 한 사람들을 살려 주고...

원칙이기에 동사 당한 고양이를 구조하고...

원칙이기에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오베가 평생 살면서 겪었을 상실과 아픔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원칙밖에 없었던 한 남성의 삶...

그리고 그런 삶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세상의 원칙...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자신의 원칙을 버리지 않았던 내면이 따스한 남자의 삶...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도 어려워했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 분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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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뫼비우스 서재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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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 관심을 가지게 괸 것은 리틀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한 작품이라는 이유때문이다.

전반적으로 어둡고 암울한 분위기에서 긴장감을 극대화 시키는 리틀리 스콧의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에얼리언과 프로메테우스라는 영화이다.

 

 

 

다만... 프로메테우스 같은 경우는 영상미와 긴장감은 최고였는데.. 스토리가 무언가 어색했다.

만약 이 감독이 제대로 된 스토리를 가지고 영화화 한다면...

바로 차이들 44가 이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왜 리틀리 스콧이 이 작품을 영화화 했는지를 공감하면서 읽었다.

작품 전체 분위기가 어둡고 암울하면서도 긴장감을 계속 유지한다.

그리고 작품 후반부에서 부터 드러나는 완벽한 사건의 결말들...

전 작품의 엉성한 결론을 채워줄 수 있는 작품의 원작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배경은 1950년대 스탈린이 통치하던 끔직한 소련사회이다.

그러나 소설의 시작은 1930년대 우크라이나 대기근 상황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홀어머니와 동생 알렉산더를 데리고 힘든 기근을 해쳐나가던 파벨은 우연히 집 잃은 고양이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는 고양이는 물론 쥐까지 모조리 잡아 먹던 기근시기였다.

파벨은 동생 알렉산더와 눈 속을 헤치며 고양이를 잡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을 누리는 순간 파벨은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다.

 

그리고 소설은 아무런 설명없이 1950년대의 끔직한 소련의 스탈린 통치 시대로 이동한다.

주인공은 전쟁영웅이자 MGB(KGB의 전신) 핵심간부인 레오이다.

그는 국가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반체제 인사를 잡아들이는 일을 한다.

그러나 그는 차츰 국가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것에 차츰 의심을 가지게 된다.

그가 잡아 들이는 사람 중에는 죄가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쯤 부하의 아들 하나가 철길에서 입에 흙이 든 채로 살해된다.

완벽한 소련 사회에서 살인사건을 인정할 수 없기에...

단순히 사고로 처리한다.

그때부터 그는 흔들리기 시작하고, 아내를 고발하는 것을 포기한 대가로 변두리의 민병대로 좌천된다.

그런데 그 곳에서 부하의 아들의 시체와 똑같은 시체를 발견하게 된다.

소련 사회에서 연쇄살인범은 존재할 수 없고...

그것을 인정하는 것은 국가체제에 대한 비판이었다.

그럼에도 레오는 아내 라이사와 함께 그 사건을 조사하고...

소련 철도를 따라서 44개의 동일한 사건을 발견하게 된다.

레오의 적인 바실리와 MGB는 그런 레오를 체포하고 아내 라이사와 함께 시베리아 수용소로 보낸다.

그럼에도 사건을 해결해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진 레오는 아내와 함께 탈출해 연쇄살인범을 정체를 밝혀낸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영화가 흥행할 수 있으려면.....

사건의 범인이 정체가 마지막까지 드러나지 않아야 최고의 반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소설에서는 거이 중반부분에 범인의 정체가 암시 되어 있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1950년대의 스탈린 통치의 소련의 감시사회가 어떠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국가가 절대적으로 옳으며 국가가 하는 일에 조금이라는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물론 의심을 품는 것까지 처벌의 대상이 되던 사회...

일단 감시의 대상이 되면 시베리아 수용소나 처형을 면하기 힘들었던 사회....

내가 살기 위해서는 부모형제, 아내와 남편까지 고발해야 했던 사회....

초반부는 그런 사회 속에서 주인공이 진실을 발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진실을 발견하고, 그것을 지키려는 대가는 끔찍했다.

 

소설은 이런 사회가 연쇄 살인범을 만들어 내고...

결국 연쇄 살인범 자신도 그런 사회가 만들어 낸 괴물임을 보여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지금 내가 속한 사회를 생각해 본다.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이다.

소련이나 북한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유와 풍요가 넘치는 사회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도 스스로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고...

자신에 대한 반대뿐만 아니라 의심까지도 용납하지 못하는 편협함이 존재한다.

그것이 사람을 숨이 막히게 하고...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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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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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언뜻보면 추리소설의 형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남편이 출장을 떠난 사이에 아내는 남편이 오래 전에 남긴 편지를 보게 된다.

그 편지에는 '반드시 자신이 죽은 후에 열어 볼 것'이라는 문구가 적혀져 있다.

아내는 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편지를 한 곳에 치워 놓는다.

그리고 남편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이 이런 편지를 발견했다고 이야기 한다.

남편도 별 편지 아니니 열어보지 말라고 한다.

그러나 다음 날 멀리 출장 가 있던 남편은 예정에 없이 집에 돌아왔다.

그리고 아무 일도 아니란듯이 편지를 어디에 두었는지를 묻는다.

그리고 아내가 잠든 후 그 편지를 찾으러 다락방에 올라간다.

폐소공포증으로 인해 자신이 죽고 사는 일이 아닌 이상 절대로 다락방에 올라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던 남편이...

그 순간 아내는 남편의 편지를 열어보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남편의 과거를 알게 된다.

 

이 소설은 주제나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매우 뛰어난 소설이지만...

가장 뛰어난 것은 완벽한 구성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흩어진 퍼즐조각을 맞추는 것 같다.

그리고 소설의 마지막에 가서야 그 소설이 완벽하게 맞아 떨어진다.

 

소설의 처음은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은 세 부류의 가정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소설 초반에 공통점이라고는 이들의 이야기가 모두 부활주일을 앞 둔 월요일날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공통점은 이들이 모두 월요일날 같은 시간 도전 FAT제로 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고 있다는 것 뿐이다.

 

첫 번째 가정은 세실리아의 가정이다.

세실리아는 자상한 남편이자 아빠인 존폴과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최고의 가정 살림꾼이며, 딸들의 학교 학부모 모임에도 앞장서서 일하는 완벽한 엄마이자 아내이다.

그녀는 출장 간 남편의 편지를 발견하고, 그 내용을 남편과 통화하고 있다.

그때 세 딸들은 도전 FAT제로를 보고 있었다.

 

두 번째 가정은 테스네 가정이다.

테스는 남편 윌과 아들 리엄과 살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단짝으로 지내 온 사촌동생 펠리시티, 남편, 그리고 자신... 이렇게 셋은 자택근무를 하며 같이 일을 하고 있다.

그러던 중 테스는 윌과 펠라시티가 사랑에 빠졌다는 고백을 둘에게서 듣는다.

위층에서는 아들 리엄이 도전 FAT 제로를 보고 있다.

 

세 번째 가정은 레이첼의 가정이다.

사실 레이첼은 혼자 산다.

그의 유일한 낙은 손자 제이컵을 돌보는 것이다.

그런데 아들 롭과 며느리 로렌이 제이컵을 데리고 2년 동안 미국 뉴욕으로 간다고 한다.

제이컵은 아무 것도 모른 체 도전 FAT제로를 보고 있다.

 

세실리아, 테스, 레이철은 월요일날 저녁 6시 도전 FAT제로가 시작하는 시간 모두 다 삶의 닥쳐오는 절망의 그림자를 경험하게 된다.

물론 이런 완벽한 구성과 복선은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우연처럼 보인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세 사람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생각이 된다.

 

그런데 화요일날이 되어서 테스는 바람난 남편을 버리고 아들 리엄을 데리고 멜버른에서 시드니로 온다.

그리고 시드니에서 한 수녀의 장례식에 참석하고 있는 세실리아를 우연히 만난다.

그리고 리엄을 새로 입학시키려는 학교에는 세실리아의 세 딸이 다니느 학교였고, 그 곳은 레이첼이 선생으로 있는 학교였다.

그리고 이런 모든 이야기의 핵심에는 레이첼의 딸이 자니가 어린 나이로 누군가에게 살해 되었다는 과거의 아픈 사건이 있다.

 

이 때부터 이야기는 과연 레이첼의 딸 자니의 죽음으로 인한 가정들의 아픔에 초점을 맞춘다.

아주 오래 전에 벌어진 그 사건은 부활절을 앞 둔 한 주 동안 세 가정에 영향을 미치고...

소설의 마지막에 와서는 완벽하게 퍼즐이 조합되듯이 잉과응보?의 결과를 가져 오게 된다.

 

 

소설은 사랑하는 부부 사이에도 서로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비밀을 오픈하는 것은 위험한 일인 동시에...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사이가 되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누구를 미워할 수 없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상대방의 실수나, 내 삶에 닥쳐 온 불행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들 때문이니까...

저자는 레이첼의 딸 자니의 사건도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는 사건으로 보기보다는........

우연의 사건으로 본다.

그리고 우리 인생은 그 우연을 통제할 수 없다.

단지 그 우연을 받아들이고...

서로를 사랑하고 용서하면서 사는 것이다.

그 사람이 그 잘못을 저지른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행동과 우연이 맞아 떨어졌기에 발생한 일이기 때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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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1 - 도둑까치 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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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아주 오래 전 상실의 시대를 읽은 후 부터 나는 그의 펜이 되었다.

사람마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그의 도시적인 감성.. 세계와 사람에 대한 진지한 성찰, 몽환적인 소설 분위기...

젊은 시절 내가 하루키를 좋아한 이유는...

그 책을 읽고 있으면 내 이야기 같았기 때문이다.

그냥 내가 그 당시에 느끼던 외로움과 절망을 하루키가 글로 표현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엽감는 새는...

군대시절부터 읽기 시작한 책이다.

책은 시리즈별로 시간을 두고 출간되었는데...

제대 한 후 한 참 후에야 마지막 권을 사서 읽을 수가 있었다.

 

 

 

주인공 오카다 도루는 법률회사를 다니다가 실직한 서른 살의 남자이다.

그는 아내가 아끼던 고양이 오타야 노부루(아내의 오빠의 이름)가 사라지자 그 고양이를 찾으려 노력한다.

모든 노력이 실패하자 아내의 소개로 가노 마루타와 가노 구레타라는 자매를 찾아간다.

이들은 영매로써 초현실적인 힘으로 고양이을 찾으려 한다.

 

그 후 아내는 오데코롱이라는 새로운 향수를 뿌리고 출근하던 날 이후 집에 돌아오지 않는다.

주인공은 한편으론 아내를 그리워하며 또 한편으로는 그 아내와 자신 사이에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런 사이에 그는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의 내면은 점점 더 미로처럼 복잡해지고 주인공은 그들의 도움으로 꿈과 현실의 세계, 외면과 내면의 세계를 오가게 된다.

그러면서 그는 오타야 노부루와 현실과 환상의 세계에서 대립하게 된다.

결국 그는 꿈에서 오타와 노부루를 죽이게 되고 그 사건으로 갈등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사실 이 소설은 하루키의 대표적인 상실의 시대와는 다른 패턴이다.

상실의 시대가 스토리 중심의 소설이라면...

이 소설은 스토리가 중요하지 않다.

그는 소설의 스토리보다는 그 소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내면(무슨 단어를 써야 할지 고민했다. 심리? 영혼? 마음?)을 중요시 한다.

그리들이 마음 깊숙한 곳에서 깨달은 그 무언가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대표적인 내용이 마미야중위의 이야기이다.

주인공과 우연한 교제를 가지게 되는 마미야 도쿠타로는 일본의 제국시대때 만주국에 주둔했던 장교로 소련 연합군과의 전쟁을 준비하기 위해 일단의 무리와 함께 외몽고 지역에 잠입하게 된다.

그는 거기서 소련 장교와 몽고인에게 붙잡혀 동료가 산체로 가죽이 벗겨지는 고문을 당하는 것을 목격하고 그 후 물이 없는 암흑의 우물에 갇힌다.

그리고 그는 그 때의 체험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지 모르겠소. -중략- 태양이 마치 무슨 계시처럼 우물 안을 비추었던 것이오. -중략- 우물은 신선한 빛으로 넘쳤소. 그것은 빛의 홍수와 같았다오. 나는 숨이 막힐 듯한 밝음에 숨도 쉴 수 없을 정도였다오.”(P286)

 

"나는 단지 그 빛이 다시 오기를 기다렸다오. -중략- 그리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고 생각되오.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꾸벅 졸았소. 무엇인가의 기척을 느끼면 눈을 떴을때, 빛은 이미 거기 있었소. 나는 내가 다시 그 압도적인 빛에 둘러싸여 있다는 것을 알았소. 나느 무의식적으로 양손의 손바닥을 크게 벌려 거기에 태양을 받았다오 -중략- 나는 그 빛 속에서 눈물을 줄줄 흘렸소. 몸 안의 체액이 눈물이 되어 내 눈에서 떨어져 버리는 것 같았소. 내 몸이 액체가 되어 그대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소. 아니 죽고 싶다고까지 생각했소. 그때의 느낌은 지금 무엇인가가 여기에서 멋지게 하나가 되었다는 감각이었소. 압도적이기까지 한 일체감이었다오. 그렇다 인생의 진짜 의의라는 것은 이 몇 십초 동안에 이어지는 빛 안에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이대로 죽어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소”(P288)

 

동료의 끔찍한 죽음을 본 후 마미야 중위는 암흑의 우물에서 태양이 우물 꼭대기에서 일직선으로 비치는 10초동안에 내면에서 커다란 심리적 흥분을 경험하게 된다.

이 부분을 읽으면 칼 융의 심적인플레이션이란 개념을 떠올리게 되었다.

융은 인간이 심리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것은 인간 안에 심적 에너지가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심적 에너지의 공급과 방출이 적절해야 건강한 심리적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심리적 에너지가 폭팔적으로 인간 내면 안에 들어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방출하면 위대한 예술가나 종교가, 철학자가 될 수 있지만 대부분은 이 에너지를 방출 못하지 못하면 건강한 정신을 유지하지 못한 채 정신병자나 자살로서 삶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어쩌면 마미야 중위가 주인공이나 마미야 중위가 느낀 것은 그런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한 부류의 사람들은 현실에 너무나 쉽게 적응하는 사람들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거나 직장에 간다.

거기서 치열하게 경쟁을 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맺고...

그리고 저녁에 다시 잠을 자고...

그리고 다음날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남보다 빨리 뛰고, 남보다 더 한 발자국 올라가는 것에 너무 진진해서 다른 것은 생각할 여유가 없다.

 

다른 한 부류의 사람들은...

이렇게 정신없이 살다가...

내가 왜 이런 삶을 살아야지?

이것이 전부인가?

무언가 다른 것을 생각하고...

다른 고민을 하고...

그리고 괴로워한다.

그 괴로움 속에서 구원을 찾은 이도 있으나...

대부분은 그렇게 괴로워하며 죽는다.

하루키는 이런 두 번째 부류의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려고 하지 않았을까?

마치 상실의 시대의 주인공처럼...

 

 

이 소설의 또 다른 특징은 고도의 상징수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가장 큰 모티브는 우물이다.

물이 말라버린 우물, 그 우물 안에 한 인간(주인공과 마미야 주위)이 갇힌다.

그리고 완전한 암흑에 빠진다.

그 안에선 모든 게 정지해 있다.

시간도, 생각도, 주변 사람들도.....

여기서 물이란 인간에게 공급되는 심적 에너지와 같은 것일 것이다.

사랑, 우정, 신뢰, 인정...........

이런 것이 사라진 절대 절명의 고독에서 인간은 자신 안의 심적 에너지의 갈급함을 때 닫는다.

우물은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는 열쇠인 것이다.

 

그 밖에도 고양이, 전화, 향수의 상징물이 등장하면서 초현실주의 화가의 작품을 보는 듯한 묘사가 현실과 꿈으로 계속 된다.

작가는 인간의 언어로 표현 될 수 없는 초현실의 세계를 소설로 표현하고 있다.

물론 소설은 모호하게 시작해서 끝까지 모호하게 끝난다.

결국 하루키가 이 소설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하는지는 본인밖에는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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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좌의 게임 1 얼음과 불의 노래 1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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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은 대부분의 독자가 그렇겠지만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미국 드라마를 통해서이다.

왕좌의 게임으로 알려진 드라마를 보고 그 놀라운 스케일에 압도 되었다.

당연히 원작을 찾았는데...

원작에 대한 평가가 너무나 안 좋았다.

특히 번역에 대한 평가가...

개정판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있다가...

나올 기미가 보이질 않아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우선 책의 번역부터 말하면...

백점이라고 말하기 뭐하지만 온라인 서평등에서 이야기하는 그 정도의 엉터리 번역은 아닌 듯 하다.

판타지 세계관의 특성성 그 세계만의 용어들이 있는데 그 용어들이 기존의 마니아들이 즐겨 듣거나 쓰던 용어가 아니여서 조금 생소하게 느끼는 정도라고 생각한다.

문맥의 흐름상 이해하기 힘든 부분은 거이 없었다.

아마 내가 드라마를 미리 보고 이 책을 읽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일단 번역의 문제를 넘어가면 이 책은 대작임이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판타지 소설의 완성도를 결정 짓는데 필수적인 두 가지 요소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 번재는 세계관이다.

판타지는 전혀 다른 세계관을 만드는 것이다.

마치 온라인 게임에서 하나의 세계를 만드는 것과 같다.

따라서 그 세계관이 얼마나 정교하고, 그 세계관을 독자가 타당하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판타지 소설의 완성도는 결정된다고 본다.

그런면에서 보았을 때 왕좌의 게임...... 원제인 '얼음과 불의 노래'의 세계관은 거이 퍼팩트하다.

왕좌의 게임의 세계관의 중심은 세븐 킹덤이라는 왕국이다.

세븐킹덤에는 주요한 일곱개의 가문이 있는데...

1권에서는 주로 왕인 로버트의 바리테온가문과 로버트와 결혼한 세르세이가 속한 라니스터 가문, 그리고 에다드와 그의 아내 캐틀린, 자녀들인 롭, 산사, 아리아, 브랜든,린콘, 존스노우가 속한 스타크 가문등이 등장한다.

1권은 주로 바리테리온 가문과 스타크 가문의 대결구도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왕에서 쫓겨나 가족들이 몰살 당하고 비세리스와 대너리스만 남은 타르가르옌 가문이 조금씩 언급된다.

이야기는 점차 타르가르엔의 비세리스와 스타크 가문의 대결로 이어질 거라는 추측이 든다.

그런데 이런 가문들의 이야기가 단지 판타지의 상상처럼 느껴지지 않고, 실재 중세 역사에 존재했던 가문의 이야기처럼 사실성있게 묘사되고 있다.

그 만큼 작가의 세계관이 완벽하다는 것이다.

 

단순히 세븐킹덤의 가문들뿐만 아니라 역사 역시 정교하다.

이야기는 로버트가 왕이 된 후 예전의 용맹과 총명함을 잃고 바리테리온 가문들을 중심으로 한 간신들에게 휘둘리는 타락한 왕으로 묘사된다.

이야기 중간 중간에는 세븐킹덤의 역사와 로버트가 왕이 되기 전에 타르가르옌 가문과 벌였던 전투들이 묘사된다.

이것이 마치 실제 역사처럼 사실성 있고 꼼꼼하게 묘사된다.

 

 

 

 

 

 

 

 

 

두 번째는 사실성이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의 최고의 숙제이다.

판타지는 환상의 세계이다.

용이 나오고, 거인이 나오고, 마법사가 등장한다.

엘프족과 드워프 족등 인간과 다른 종족도 등장한다.

당연히 현실성이 없는 허구로 읽혀진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자면 일반 소설도 모두 허구이다.

소설은 아무리 실화를 배경으로 해도 허구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허구를 허구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 소설에 생명령을 부어주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이것이 판타지 소설에서는 매우 힘들다.

 

그런데 '얼음과 불의 노래'는 판타지이지만 사실성이 매우 강하다.

용이 등장하고, 아더라고 불리는 괴물들이 등장하고, 마법등이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모든 이야기의 전개가 마치 중세 역사처럼 너무 사실적이고 현실적이다.

뛰어난 영웅도 없고...

혼자서 마법으로 몇 백 명을 상대하는 이야기도 없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주인공도 싸우다가 다치고 부상당하고, 심지어는 죽는다.

 

 

1권의 이야기 전개는 판타지보다는 추리소설 형식에 가깝다.

어느 날 세븐킹덤의 북쪽을 다스리는 스타크 가문에 로버트 왕가 그의 일가들이 방문을 한다.

바라테온 가문의 로버트와 스타크 가문의 에다드는 한 때 타르가르옌 가문의 아메리스 2세의 폭정에 맞서 함께 싸웠다.

둘은 형제처럼 가까웠고, 한 때는 죽은 스타크의 여동생이 로버트와 결혼을 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로버트가 왕이 되고 둘은 조금씩 거리감을 느낀다.

둘의 스승이자 왕의 핸드(총리같은 역활?)인 아린이 갑자기 죽자.....

로버트는 에다드에게 핸드를 부탁하러 먼 북쪽까지 찾아온다.

스타크는 이것을 거절하려 하나 아린의 죽음이 타살이라는 증거들이 나오고...

그 배후가 왕비의 가문이 라니스터가로 의심이 되자 이것을 밝히기 위해 세븐 킹덤의 수도인 킹스랜딩으로 간다.

그 과정에서 스타크의 아들이 브랜이 왕비인 세르세이와 그의 쌍둥이 오빠인 자이메와의 불륜을 목격하다가 탑에서 떨어져 불구가 된다.

1권은 누가 아린을 독살했는지...

브랜을 죽이려는 자가 누구인지를 밝혀가며...

서서히 세븐킹덤을 장악하려는 검은 음모의 실체를 드러내는 과정을 겪는다.

이런 전개 속에서 두 가지의 위기감이 점점 긴장감을 고조한다.

하나는  '겨울이 온다!'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처럼 거대한 성벽 윌의 북쪽에서의 무서운 존재?들의 등장이다.

또 하나는 세븐킹덤의 바다 건너에서 살아남은 타르가르옌 가문희 후손이 대너리스가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관이나 구성, 등장인물의 묘사 부분등에서 최고의 소설이다.

안타까운게 있다면 아직 일편이여서 대규모 전투장면이나 사건의 본격적인 전개등이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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