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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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기차 안에서 내가 본 것이 진실일까? 나는 사람을 죽였을까? 아니면 그것을 목격했을까? 가정과 남편을 잃고 알콜중독이 된 한 여성의 시선에서 보는 속도감 있는 최고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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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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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문학의 단편소설들을 좋아하고 즐겨 읽는다.

단편소설들을 읽다보면 마치 영화의 슬로우모션 장면을 보는 것 같다.

장편소설들은 긴 호흡을 가지고 스토리를 이어가는 반면에, 

단편소설들은 한 순간의 사건들과 장면들을 묘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사건들과 장면들의 세밀한 묘사 속에 시간, 소리, 감정 등이 느리게 움직인다.

나는 그것들을 느끼는 게 좋다.


그런데 김중혁작가의 단편소설은 이런 모든 것들을 깨뜨린다.

마치 텔레비젼 채널을 돌리다가 갑자기 처음 보는 드라마를 시청하는 느낌이다.

앞의 내용을 모르기에 당황스러운데...

드라마가 갑자기 끝나버려서 더 황당스럽다.

바로 이 소설들의 느낌이 그렇다.


첫 작품 [상황과 비율]은 어느 포르노영화사의 상황감독이야기이다.

한국에서 포르노영화사들이 존재하는 것도 가상이지만, 상황감독이라는 것도 가상일 것이다.

영화 속의 장면의 비율을 중요시 하는 차양준은 영화촬영을 얼마 남겨 두고 잠적한 '송미'라는 여배우를 찾아나선다.

그리고 송미를 영화에 복귀하게 설득한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송미는 다시금 영화를 찍고, 촬영장에서 남자 배우와의 관계 중에서 차양준과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끝이다.


두 번째 [피포켓]이라는 작품에서는 주인공 이호준이 갑자기 기차에서 눈을 뜬다.

그리고 그곳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호준은 친구 장우영과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 '기민지'를 찾으러 부산으로 내려가는 중이다.

기민지는 얼마 전 실종되었고, 그들은 예전에 기민지가 부산 바닷가에서 쉬고 싶다는 인터뷰를 한 것을 기억하고 무작정 부산으로 기민지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그들이 부산에 도착했을 때 기민지가 돌아왔다는 뉴스가 방송된다.

그리고 끝이다.


세 번째 [가짜팔로 하는 포옹]도 마찬가지이다.

알콜 중독자인 주인공이 헤어진 여자친구를 만나 자신의 경험담을 술주정 비슷하게 이야기 한다.

여자친구는 술주정을 듣다가 그를 한 번 안아주고 떠난다.

그리고 끝이다.


김중혁 작가의 소설들이 대부분 이렇다.

그런데 앞의 작품들과는 분위기가 다른 [보트가 가는 곳]이란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특히하게 종말적인 분위기가 나는 아포칼립스적인 소설이다.

어느 날 지구에 탁구공 모양만한 셀수 없는 우주선들이 나타난다.

그리고 그것들이 땅에 지금 1미터 정도의 구멍을 수없이 만들어 낸다.

사람들은 그 구멍 속에 빠져서 죽는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우주선들이 몰아붙이는 길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간다.

우주선들이 사람들의 뒤와 양옆에 구멍을 뚫어놓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한 방향으로 계속 갈 수밖에 없다.

주인공은 이렇게 남쪽으로 걸어가는 길에서 '정화'라는 여성을 만난다.

둘은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사랑하게 된다.

그렇게 남쪽 끝에 이르자 일부 사람들은 살기 위해 바다를 헤엄쳐 간다.

이런 혼란 속에 정화는 구멍 속으로 빠지게 된다.

주인공은 그녀의 손을 잡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다.

그리고 주인공만 홀로 남는다.

이 소설도 여기서 끝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김중혁 작가의 다른 소설들이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황당하기만 한 소설의 상황들은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인생의 모습이 아닐까?

뒤돌아가 갈 수도 없고, 옆으로 갈 수도 없기에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들...

밀고 밀치는 경쟁 속에서 주변 사람들은 구멍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만, 그들을 구해 줄 여력같은 것은 애당초 없다.

이런 치열한 상황에서 남자와 여자가 만나 사랑을 한다.

상황이 힘들기에 더욱 더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게 된다.

그러나 앞 날을 약속할 수도 없고, 미래를 꿈꿀 수 없다.

그들의 사랑은 지금 이 순간일 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끝나는 드라마처럼 모든 것이 끝나버린다.

드라마는 다음편을 기대할 수 있지만...

우리 인생에서 다음편은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다음 만남은 없다.

김중혁 작가의 단편도 다음편은 없다.

그냥 끝난다.


이런 작가의 분위기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 [힘과 가속도의 법칙]이라는 소설이다.

주인공 현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보험사기단'의 일원이 되었다.

그는 주로 외제차와 부딪쳐 합의금을 받아내는 생활을 한다.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헤어졌다.

그리고 뒤로 돌아갈 수 없고, 앞에도 아무 것이 없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는 무작정 자동차에 달려든다.

이 소설도 이렇게 이야기가 끝난다.

현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는 모른다.

작가도 이야기 해 주지 않고, 물론 다음편도 없다.


요즘 신문기사에서 점점 암담한 현실들이 기사화된다.

결혼이나 자녀, 꿈을 꿀 수 없는 포기의 시대를 이야기 한다.

앞에 희망이 없어서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그리고 그 인생길에서 남녀는 만나 사랑을 한다.

희망이 없는 사랑이기에, 앞 날을 약속하지 못하는 사랑이기에 더 안타깝고, 더 가슴이 아프다.

작가는 그 아픈 사랑을 그냥 덤덤하게 일상처럼 이야기 한다.

그것이 지금 우리의 삶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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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 걸스
로렌 뷰키스 지음, 문은실 옮김 / 단숨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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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이닝걸스]라는 소설을 읽기 시작하면서 계속해서 떠 오르는 소설이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고려원이란 출판사에서 출간한 딘쿤츠의 [운명의 추적]이란 책이다.

고려원은 이미 추억 속으로 사라진 출판사이지만 참 좋은 책들을 많이 출간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개인적으로 지금도 범우사와 고려원이라는 출판사가 사라진 것이 가장 아쉽다.)

그 중에서도 추리소설들을 맣이 읽었는데 당시 딘쿤츠의 작품은 그 시대에 혁명적이었다.

한 소녀의 인생에서 그녀를 돕는 사람이 매 번 나타난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시간여행을 통해 그녀의 인생에는 매 번 늙지 않는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그 남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샤이닝 걸스]에서도 주인공 커비 마즈라치의 인생에서 계속해서 한 남자가 나타난다.

그 남자 역시 항상 그 모습이다.

하지만 그 남자는 커비와 사랑에 빠지는 대신 그녀를 죽이기 위해 매 번 그녀의 인생에 나타난다.

끔찍한 연쇄살인마가 되어서...


이 소설의 악당인 하퍼는 미국의 대공항시대에 사람을 살해하고 쫓기는 부랑자이다.

그러다가 우연히 '더 하우스'로 불리는 낯선 집에 들어간다.

그 집은 겉의 모습은 판자로 입구를 막은 패가이지만, 안에는 화려한 가구들로 꾸며져 있는 환상의 집이다.

'더 하우스'는 마치 생명체처럼 하퍼에게 메세지를 전해 준다.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라!'

그 대가로 '더 하우스'는 하퍼를 시간여행을 시켜 준다.

하퍼는 1929년과 1993년 사이의 시간대를 여행하면서 빛나는 소녀들을 찾아 죽이다.

(하퍼가 왜 이 시간대만 여행할 수 있는지는 나중에 책에서 밝혀진다.)

그리고 그 빛나는 소녀들 중에 한 명이 커비 미즈라치이다.



하퍼는 먼저 커비의 아주 어린시절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에게 조랑말 장난감을 주고 간다.

그리고 다시 커비가 대학생때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커비는 불굴의 용기로 살아남았다.

하퍼는 계속해서 빛나는 소녀들을 죽이면서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우연히 신문수습기자가 된 커비의 기사를 보게 된다.

그리고 다시 커비를 찾아나선다.


커비 역시 오랜 기간 자신을 살해하려 한 연쇄살인마를 쫓는다.

살인자가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피해자의 내장을 끄집어 내어 잔인하게 살해한 후, 전혀 엉뚱한 기념품을 던져 주고 간 사례를 찾아 헤매는 것이다.

그런 사례들을 모으는 중 커비는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 것들을 발견한다.

오래 전에 죽은 여자의 시신 곁에서 그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야구선수의 카드가 발견되기도 하고, 1950년대에 죽은 여인이 현대의 피임약통을 들고 죽어 있는 사진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린 시절 자신이 가지고 있던 조랑말을 발견하고 그 조랑말이 한 참 후에야 만들어진 장난감임을 알고 몸서리를 친다.

결국 커비는 '하퍼'와 '더 하우스'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이 소설은 1920년대와 1990년대 사이를 오가는 구성이여서 읽을 때 스토리가 단편적으로 끊어지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마지막에 가서는 이 모든 스토리가 퍼즐을 맞추는 것처럼 맞추어진다.

단지 어떻게 '더하우스'를 통해 시간 여행이 가능한지, 왜 빛나는 소녀들을 죽여야 하는지, 빛나는 소녀들이란 어떤 여성들을 말하는지는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다.

뛰어난 구성과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만 무언가 조금은 아쉬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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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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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이상한 경험을 했다.

이 책은 세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를 진행시키고 있다.

알콜 중독이여 남편 톰에게 이혼 당한 레이첼, 불안전한 가정을 꾸미고 살던 메건, 그리고 레이첼의 남편 톰의 새 아내가 된 애나라는 세 명의 여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리고 메건이 실종된다.

용의자로는 메건의 남편인 스콧과 메건의 정신치료사이자 불륜상대인 카말이 지목된다.

자정 정도에 이 부분까지 읽고 잠이 들었다.

그런데 그 날 밤 꿈에 갑자기 범인의 이름이 떠오르는 것이다.

다음날 일어나 다시금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놀랍게도 꿈 속에 떠올랐던 이름이 범인었다.

읽어 본 사람은 알겠지만 범인은 모든 추리소설이 그렇듯 예상 밖의 인물이었다.

그 사람을 꿈 속에서 맞춘 것이다.

놀랍다!!


이 책의 주인공 격인 레이첼은 알콜중독자이다.

알콜중독으로 인해 남편에게 이혼 당하고 친구 집에 얹혀산다.

그녀는 친구와 친구의 남자 친구에게 눈치를 보며 술로 하루를 보낸다.

술 때문에 직장에서 쫓겨났지만 친구에게 그 사실을 숨기고 있기에 아침마다 기차를 타고 런던으로 출근을 한다.

그리고 출근 길에 기차가 잠시 멈추는 곳에서 항상 철로 밖의 한 집을 주목한다.

금발의 아름다운 여자인 메건과 그의 잘 생긴 남편 스콧이 사는 집이다.

기차 안에서 바라 본 그 집은 너무나 이상적이다.

메건은 지적이고 아름다운 남편이고, 스콧은 잘생기고 자상한 남편이다.

자신의 불운한 처지때문인지 레이첼은 그들 부부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기차 안에서 우연히 본 집에서 메건이 스콧이 아닌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것을 본다.

그리고 다음날 메건이 실종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진행자이면서, 사건의 피해자이기도 한 메건은...

레이첼이 멀리서 보는 것처럼 이상적인 가정 안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상적인 남편과 사는 것도 아니다.

그녀 역시 이상적인 아내가 아니다.

그녀는 어린시절 오빠의 죽음 이후 불안증상에 시달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남자들에게 성적인 유대감을 갈망한다.

그러기에 남편을 사랑하면서도 몇 명의 남자와 끊임없이 관계를 맺는다.


애나는 톰과 결혼하고 이쁜 딸아이를 가졌다.

너무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녀는 자신들을 괴롭히는 톰의 전처인 알콜중독자인 레이첼만 없다면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녀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그의 가정이 점점 허상이었다는 것이 드러난다.



이 책은 기차 안의 레이첼의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마치 달리는 기차에서 사물을 바라보듯이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또한 인물들마다 각자의 독특한 인격과 과거가 마치 실제 인물을 그리듯이 잘 묘사되어 있다.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곳곳의 복선들을 더욱 흥미를 가지게 하는 요소이다.


하지만 읽으면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찾아가는 과정보다 더 흥미로웠던 것은...

세 명의 여인들의 무너진 인격들이 들어나는 과정이었다.

또한 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파괴된 인격의 남편들...

그들이 이루고 있는 가정이 얼마나 무너진 허상인지가 점차 드러난다.


아마 이것이 지금 현대인의 가정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기차 안에서 지나치듯 가정을 바라볼 때 모두들 행복해 보인다.

그러나 그 안을 드러다 보면 무너진 가정과 깨어진 인격들....

과거의 상처들이 현재의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들...

재미로만 읽기에는 조금 씁쓸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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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1
앤서니 도어 지음, 최세희 옮김 / 민음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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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논산훈련소에서 훈령병 때였다.

늦가을이었는데 그 해 가을에는 유난히 비가 많이 내렸다.

하루는 군복 위에 판초우의라고 불리는 군용 비옷을 입고 비를 맞으며 훈련장에서 숙소로 돌아왔다.

논산훈련소는 훈련교장 간의 거리가 워낙 멀었기에 거이 한 시간 이상을 걸어서 숙소로 돌아와야 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늦가을이여서 주변의 논들의 볏잎은 누런색을 띄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젖은 몸을 이끌고 돌아가 봤자 아무도 반겨 줄 사람이 없는 숙소로 가고 있었다.

그때 옆의 무너져 갈 듯한 스레트지붕의 집에서 아궁이에서 밥짓는 연기가 피어나고 있었다.

창문에서는 갓 어둠이 깔려서 겨우 비치는 희미한 불빛이 비치고 있었다.

갑자기 그 집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집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에 어머니와 가족이 있고, 나를 위한 따스한 밥상이 준비되어 있을 것 같았다.

당시 나는 집에서 너무 멀리있는 느낌이었고, 어떻게 하든 꼭 다시 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2015년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이란 책을 읽었다.

책을 읽고 나면 대부분은 어떤 느낌이라는 것이 있다.

그리고 느낌은 글로 적어두면 오랫 동안 그 책을 읽었던 감동이 남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의 느낌은 글로 적으려 할 때 한 참을 망설이게 되었다.

무언가 마음을 사로 잡는 느낌이 있는데 그것을 글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대신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래 전의 논산훈련소의 이미지가 계속해서 떠 올랐다.

늦가을의 추수 때의 누런 논들, 해질녁 무렵의 시골집들과 아궁이에서 피어나는 연기, 그리고 그 연기에서 나는 구수한 냄새, 추적 추적 내리는 빗소리....

잊고 있었던 색깔과 냄새, 그리고 소리들이 떠 올랐다.


이 소설은 훌륭한 스토리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사실 작가가 진정 원했던 것은 독자들이 그 스토리와 배경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그 스토리와 배경의 뒤에 있는 색깔과 소리, 그리고 냄새를 느끼는 것이다.




이 소설의 시작은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진인 1944년 8월 7일이다.

노르망디 상륙 작전 이후 프랑스 서부해안에서 연합군의 폭격이 이루어지던 시기이다.

장소는 연합군의 집중 포격 대상이 된 프랑스의 오래된 해안 도시인 '생말로'이다.

그 곳의 6층 다락방에서 앞을 보지 못하는 소녀가 혼자 폭격 속에서 견디고 있다.

그 소녀의 이름은 '마리로르'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떨어진 독일군이 방어진지로 사용하고 있는 꿀벌 호텔의 지하에서는 한 독일군 소년이 폭격에 대피하고 있다.

그 소년의 이름은 '베르너'이다.


소설은 다시 1934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서 각각 파리의 마리로르의 삶과 그곳에서 500KM떨어진 독일의 알자즈 지역의 졸라페인이라는 광산 지역의 베르너라는 고아의 삶을 이야기 한다.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전쟁에 휘말리게 되었으며, 어떻게 1944년 8월에 생말로에서 만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 한다.


마리로르의 아버지는 파리의 자연사 박물관의 열쇠 장인이다.

그는 눈 먼 딸을 끔찍히 사랑한다.

그녀에게 파리의 모형을 만들어 모든 도시의 길을 익히게 해 준다.

생일이면 그가 손수 만든 퍼즐 상자 안에 선물을 담아서 준다.

그녀가 좋아하는 점자 소설 책들과 함께...

그러나 독일군이 몰려오고 아버지와 그녀는 파리 박물관의 가장 큰 배모양의 다이아몬드를 가지고 작은 할아버지가 있는 생말로로 피신하게 된다.

그녀는 그 곳에서 전쟁으로 그녀의 빛과 색깔, 냄새들, 그리고 시간이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들을 더 간절히 붙잡으려 한다.


베르너는 고아로서 여동생 유타와 함께 엘레나 아주머니가 돌보는 고아들과 생활한다.

그는 유타와 함께 라디오를 통해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와 그 소리가 만들어내는 세계를 본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세계가 너무 초라하게 느껴지고....

독일제국과 히틀러가 만들어 놓은 환상의 세계를 쫓아가게 된다.

그러나 그가 동경하던 세계의 빛이 잿빛 어둠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어린 유타와 함께 있었던 그 세계, 그 빛, 그 소리로 돌아오려 한다.

베르너는 결국 원래의 세계로 돌아오지 못하지만 생말로에서 마리로르라는 소녀를 만난 잠시 어린 시절에 보았던 그 세계를 맛보게 된다.




이 소설에서는 두 개의 세계가 있다.

하나는 다이아몬드나 히틀러의 제3제국이 비추는 영롱하고도 화려한 색깔을 가진 세계이다.

모두들 그 세계를 동경하고, 그 세계를 가지려 한다.

다른 하나는 눈 먼 마리로르가 느꼈던 파리나 생말로의 골목길의 작은 세계이다.

베르너가 동생 유타와 라디오를 통해 느꼈던 추억과 상상의 세계이다.

전쟁과 사람들은 마리로르와 베르너가 느꼈던 세계를 지워버리고...

세상을 화려한 빛의 세계로 만들려고 한다.

아니, 그런 세계를 만든다고 믿는다.

그러나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진정한 믿음은 마리로르와 베르너가 누렸던 그 작은 세계에 있다고 이야기 한다.


이 소설을 읽기 전에 이 소설에 대한 여러 개의 기사나 서평을 보았다.

대부분 이 소설을 반전소설이나 어린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야기들로 포장하고 있다.

그러나 내가 읽은 이 소설은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다.

영원한 시간 손에서 찰라의 순간에 비추는 그 빛과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

영원 속에서의 잠시 누렸지만 곧 사려져 버리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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