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늘 점심때 잠시 시간을 내어서 남자 미용실에 갔다.

이름을 대면 다 아는 싼 가격에 남자들만 머리를 깍는 체인점 미용실이였다.

원래 그 가게 일하시는 중년 여성 미용사가 엄청 까칠한데 싼 가격에 몇 번 간 곳이었다.

마침 그 여성 미용사가 할아버지 한 분의 이발을 하고 있었고...

나는 남성 미용사에게 이발을 하였다.

할아버지가 한 쪽이 들 잘려진 것 같다면 조금 더 깍아달라고 요청을 했다.

여성 미용사가 맞게 깍아졌다며 그냥 가라고 하는 것이다.

둘이 옥신각신 하다가..

결국 할아버지가 소리를 지르셨다.

소리를 지른 후에 여성 미용사가 할아버지의 머리를 다시 손 보아주셨다.

그제서야 잘 짤라졌는지 아까 보다 훨씬 나아졌다고 이야기를 했다.

여성 미용사는 그걸 또 인정 안했다.

그래서 다시 옥신각신 하다가...

할아버지가 또 소리를 질렀다.

할아버지가 깐깐한 것 같기도 하지만...

여성 미용사가 그 할아버지를 더 깐깐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깐깐한 사람들은 세상이 그렇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그 분들도 속마음은 여리고 정이 많은 사람들일텐데...

몇 일 동안 읽은 오베라는 남자라는 책을 떠 올리며 이런 생각을 해 봤다.

 

 

 

오베는 한 성깔한다.

깐깐하다는 말로는 다 표현을 할 수 없다.

스웨덴의 59세 남성인데...

어쩌면 그렇게 내가 아는 한국의 할아버지들과 비슷한지..

 

먼저 오베는 원칙이 있다.

남의 것은 조금도 그냥 받지 않는다.

똑같이 자신의 것도 조금도 그냥 주지 않는다.

전기 요금은 조금 더 내는 것이 싫어서 겨울에도 난방을 거이 안 한다.

주차 요금을 부당히 겉어가는 사람들과 실랑이를 한다.

돈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이건 원칙의 문제다.

 

오베는 아침 일찍 잃어나 동네를 돈다.

쓰레기를 줍고...

주차 구역이 아닌 곳에 차를 주차한 사람들을 혼내고...

아침부터 원칙을 어긴 사람들을 적발해 낸다.

 

스웨덴 차 샤브만을 타고...

샤브 외의 차를 타는 사람들과는 상종을 하지 않는다.

절친인 루네가 BMW를 구입한 후 그와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원칙을 바꾸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는다.

 

 

 

이런 오베가 부드럽게 대하는 사람이 딱 한 명 있었는데...

그의 아내 소냐이다.

소냐는 오베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랑과 정이 많은 아름다운 여성이다.

젊은 시절에는 미인이여서 많은 청혼자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오베와 결혼했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았다.

 

그런 소냐가 죽고...

이제 오베도 따라 죽으려고 한다.

죽기 바로 전까지도 그 깐깐함을 버리지 못하고...

모든 것을 깔끔히 마무리하고 죽으려 한다.

그런데 이웃집에 연장 하나 사용하지 못하고..

차운전도 못하는 패트릭과 파르바네 부부가 이사 온다.

두 어린 딸과 함께...

그때부터 그는 파르바네의 뒷치닥거리를 하느라 죽을 타이밍을 놓친다.

 

 

이 소설은 겉으로 오베의 까칠한 면을 부각시키지만...

오베의 살아 온 과거를 이야기하며 오베 안의 따스함을 이야기 한다.

오베는 어린 시절 원칙대로 성실하게 일만 하는 철도원 아버지와 단 둘이 살았다.

그는 아버지가 죽은 후 학교를 휴학하고 아버지의 일을 물려 받는다.

원칙대로 살았지만 그로 인해 직장에서도 쫓겨 나고, 아버지가 물려 준 하나밖에 없는 집도 잃어버린다.

그러다가 소냐를 만난다.

원칙대로 살며 한없이 외로웠던 오베를 사랑한 여인...

까칠함 속에 감추어 있는 오베의 순수한 내면을 발견한 여인...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아이가 생긴다.

그런데 원칙을 지키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소냐는 평생 불구가 되고, 아이는 잃어버린다.

 

이 모든 것이 부당함을 이야기하지만...

그때마다 원칙만을 강조하는 하얀색 셔츠를 입은 공무원에게 막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다.

그로 인해 오베의 마음은 더욱 더 굳어지고 상처를 입는다.

오베를 더 원칙적으로 만드는 것은 원칙만을 강조하는 세상이다.

그런데 그 세상이 강조하는 원칙이란 전혀 융통성이 없는 원칙이다.

사람이 죽어도 원칙때문에 관여하지 않고...

집이 불타도 원칙 때문에 불을 끌 수 없다.

그 원칙이 그들의 권위이고 방어막이기 때문이다.

 

반면 오베의 원칙은 따스하다.

원칙이기에 죽을 뻔 한 사람들을 살려 주고...

원칙이기에 동사 당한 고양이를 구조하고...

원칙이기에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

 

 

너무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읽는 내내 오베가 평생 살면서 겪었을 상실과 아픔으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사랑하는 아내와 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사는 원칙밖에 없었던 한 남성의 삶...

그리고 그런 삶을 이루지 못하게 하는 세상의 원칙...

그럼에도 죽을 때까지 자신의 원칙을 버리지 않았던 내면이 따스한 남자의 삶...

이 소설을 읽으면서 그렇게도 어려워했던 아버지가 생각나고...

그 분의 삶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