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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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국에서는 SF와 결합된 청소년문학의 뿌리가 매우 깊다.

우리에게 영화화 되어서 잘 알려진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 역시 오래 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SF 소설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이런 소설은 YA소설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young adult'라는 말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보지만, 미국 출판사에서는 주로 청소년 층인 12세에서 18세 정도로 본다.

우리나라에 유행한 헝거게임과 메이즈러너 시리즈도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YA소설로 분류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헝거게임과 메이즈러너가 생각이 났다.

핵전쟁 이후 새로운 독재권력이 지배하는 세계관과 그들이 만든 가혹한 생존게임에 내몰리는 스토리는 헝거게임과 비슷하다.

또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가혹한 실험 조건을 만든다는 설정은 메이즈러너와 비슷하다.

파괴된 미래의 도시와 황무지에 소년이 내몰려 생존해 간다는 설정은 얼마전 읽은 피프스 웨이브와도 비슷하기도 하다.

모두들 대표적인 YA소설이고, 이 소설 역시 그런 맥락을 잇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순히 기존 소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지는 않다.

이 소설은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대학입시라는 테스팅이라는 시험에 응시하는 배경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테스팅이라는 것이 실패한 사람들이 죽거나, 서로를 죽여야 하는 끔찍한 시험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시아는 이후 새로 재건된 통일정부에서도 가장 변두리의 다섯 호수 마을의 소녀이다.

이 마을에서는 5년 동안 테스팅에 지원한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변두리로 취급받는다.

그러다가 시아와 시아가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토마스와 금발의 미소녀 잰드리, 그리고 말라카이 등 네명은 다섯 마을에서 5년 만에 처음 테스팅 시험 응시자로 선발된다.

기대에 부푼 시아에게 아버지는 테스팅에 무언가 함정이 있는 것 같다는 암시를 준다.

테스팅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통일정부의 수도인 토수시티로 가는 도중 시아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시아는 시험이 시작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같은 기숙사에 있던 라임이라는 아이가 자살을 하고, 함께 다섯마을에서 온 말라카이는 시험 중 오답을 맞추어서 죽어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응시자들이 죽어가고, 응시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죽음으로 내 몬다.

결정적인 4차 시험에 이르러서 그들은 모두 핵전쟁으로 황폐한 도시와 황무지에 던져진다.

그 곳에서는 오염된 물과 변정된 동물들, 그리고 동물과 사람의 경계를 가지고 있는 뮤턴트들이 존재한다.

시아는 이 과정에서 아무도 믿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토마스를 믿고 사랑하게 된다.

둘은 4차 시험 도중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목적지까지 힘겹게 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토마스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결국 시아는 토마스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테스팅을 앞 두고 벌어지는 긴박감이 매우 압권인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것이 미래사회의 모습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시험에 떨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많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인성보다는 남을 밟고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다.

어쩌면 미국 청소년들도 나름대로 대학입시라는 끔찍한 압박감들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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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프터 다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4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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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도시인들에게는 친구와 같은 소설가이다.

현대인들은 도시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살아간다.

정신없는 일들과 많은 친구들이 있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내면 속에 갇혀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하루키는 이런 외로움을 도시적인 감성으로 위로해 준다.

특히 그의 소설 [애프터 다크]는 이런 하루키의 도시적인 감성이 너무나 잘 표현되어 있는 소설이다.


[애프터 다크]의 시간적인 배경은 자정이 가까운 시간무렵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날 해가 뜨는 아침까지이다.

배경은 일본의 어느 도시의 변두리 정도가 될 것 같다.

소설은 주로 두 자매인 마리와 에리를 마치 카메라로 보는 것처럼 그녀들의 하루 밤의 일과를 담담하게 묘사한다.

일과라고 하지만 사실 소설의 줄거리가 될만한 일과는 아니다.


동생 마리는 자정 무렵 데니스라는 레스토랑에서 책을 읽다가 언니의 동창인 다카하시를 만난다.

그리고 그의 소개로 근처 러브호텔의 지배인인 가오루의 일을 돕는다.

폭행당한 중국인 창녀의 통역을 돕는 일이다.

그 후 다시 다카하시를 만나 공원으로 산책을 가고 도둑고양이 밥도 준다.

그렇게 어찌보면 별 일 아닌 일들로 새벽까지의 시간을 보낸다.


반면 언니 에리의 밤은 마리의 밤과는 대조적이다.

그녀는 침대에 누워 자고있다.

그런데 그녀의 자는 모습이 무언가 이상하다.

마치 무언가 빼앗긴 사람처럼 넋을 잃고 자고 있다.

그녀가 자고 있는 방에서는 텔레비젼이 켜져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녀의 방은 텅 비고 그녀는 텔레비젼 안에 갇힌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 역시 하루키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쉽게 감히 잡히지 않는다.

다만 하루키의 다른 소설들처럼 이 소설에서도 상실을 이야기한다.

하루키의 소설의 주인공들을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들이다.


처음 우리나라에 하루키를 널리 알리 [상실의 시대(원제 :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친구의 죽음 이후 깊은 상실의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태엽갑는 새]에서는 어느 날 오데코롱 향수를 뿌리고 나간 아내가 사라진 후 상실의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최근에 출간된 [1Q84]에서는 주인공 아오마메가 고가도록 계단으로 내려간 뒤 다른 세계 속으로 상실을 경험하는 이야기이다.

하루키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어떤 종류든 깊은 상실을 경험한다.

그 상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일 수도 있고, 어떠한 충격적인 사건의 경험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상실은 우물과 같은 어두운 공간 속으로 빠지는 것으로 묘사된다.


이 책에서 마리의 언니 에리는 어느 날 잠을 자겠다고 이야기 한 후 깊은 잠에 빠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을 잠 속에 보낸다.

그리고 소설은 그녀를 카메라로 비추며 그녀가 텔레비젼 안의 공간에 갇힌 것으로 묘사한다.

하루키의 다른 소설에 나오는 상실 속에 갇힌 상황을 묘사하는 방식과 비슷하다.

그녀는 마리와 소통하고자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고 혼자 깊은 상실의 세계 속으로 빠져든다.


마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서는 마리가 어떤 상실에 빠져있는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녀가 보내고 있는 밤의 도시가 그녀가 빠져있는 상실의 세계이다.

소설은 다카하시의 말을 통해 그 세계의 형체를 그리고 있다.


 

"예를 들자면, 그래, 문어 같은 거야. 바다 속 깊은 곳에 사는 거대한 문어.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긴 다리 여러 개를 꾸불꾸불 움직여서 어딘가를 향해 어두운 바다 속을 나아가. 난 재판을 방청하면서 그런 생물의 모습을 상상하지 않을 수 없었어. 그건 다양한 형태를 취해. 국가란 형태를 취할 때도 있고, 법률이란 형태를 취할 때도 있고. 더 복잡하고 성가신 형태를 취할 때도 있어. 잘라내도, 잘라내도 다리가 자꾸 생겨. 아무도 그놈을 죽이지 못해. 워낙 강한 데다, 워낙 깊은 곳에 사니까. 심장이 어디 있는지 그것도 몰라. 내가 그때 느낀 건 심한 공포였고. 그리고 아무리 멀리 도망친들 그놈한테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절망감 같은 감정하고. 그놈은 내가 나고 네가 너라는 걸 조금도 생각해주지 않아. 그놈 앞에선 모든 사람이 이름을 잃고 얼굴을 잃어. 우리는 모두 한낱 기호가 되고 말아. 한낱 번호가 되고 마는 거야."

- 본문 중에서(P117-8)-

 

결국 하루키의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그들을 둘러 싸고 있는 거대한 상실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일단 그 세계로 빠져들어가면 나올 수가 없다.

그 세계 속을 헤매다가 모든 것을 상실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런데 이 소설에서는 어둠으로 묘사되는 상실의 세계가 아침을 맞는다.

[1Q84]에서 아오마메와 덴코가 고가도로 계단으로 올라와 상실의 세계를 벗어나듯이, 이 소설에서도 찬란한 아침을 맞는다.

물론 하루키는 우리가 완전히 이 상실의 세계부터 벗어날 수 없다고 암시한다.


 

"도망치지 못해" 다카하시는 초승달을 올려다보며 소리내어 말해본다. 그 말의 수수께기 같은 느낌은 하나의 은유로 그의 마음 속에 괴어 있게 된다. 도망치지 못해. 넌 잊어버릴지도 몰라. 우리는 잊지 않아. 전화를 건 남자는 말한다. 말의 의미를 생각하는 사이에 다른 어떤 사람이 아니라 자신에게 한 말처럼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쩌면 우연히 일어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P216)


새로운 하루가 바로 저 앞에 와 있지만, 낡은 하루도 아직 무거운 옷자락을 끌며 움직이고 있다. 바닷물과 강물이 강어귀에서 힘을 겨루듯 새로운 시간과 낡은 시간이 대항하며 하나로 뒤섞인다. 자신의 중심이 지금 어느 쪽 세계에 있는지 다카하시도 잘 가늠하지 못하겠다.(P217)

 



이 소설을 읽으며 오랫동안 상실의 세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작가의 삶이 느껴진다.

그는 힘겹게 싸워가며 독자들에게 희망을 이야기 해 주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자신있게 희망을 이야기 하기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이 세계가 너무 강렬하다.

다음 번 소설에서는 그가 상실의 세계에서 완전히 빠져 나올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는 그 세계를 헤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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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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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는 '초인'에 대해서 노래했다.

그가 노래한 초인은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시대나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관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타인을 지배하며 스스로의 주인이 된다.

이 초인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의 의지' 뿐이다.

시대가 만든 가치관과 지배자가 만든 도덕을 망치로 모두 부순 후에 초인이 직면하는 것은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뿐이다.

초인은 자신의 안에 있는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며 위로 올라가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니체는 이런 초인을 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예언가처럼 말을 하고 사라진다.

시대가 초인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인'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 영웅을 부르는 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가시나무 새]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콜린 맥컬로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저'나 '케사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 책에서는 보통 '카이사르'라고 부른다.) 시대 전후를 배경으로 한 로마의 이야기이다.

 

[마스터 오브 로마]의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는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세 권을 합치면 거이 150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에서는 카이사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그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100년까지 총 11년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태어나지도 않은 카이사르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년의 임기뿐이며 연임이 불가능한 집정관을 7번이나 지낸 로마의 위대한 영웅 '가이우스 마리우스'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밑에서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이다.

이 책은 카이사르의 등장 전에 시대를 풍미했던 마리우스와 술라가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권력을 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공화정의 말기의 시대상이 폭포 아래로 흘러가는 거대한 물줄기처럼 장엄하게 그려지고 있다.

 

 

 

마리우스는 위대한 군인이다.

그는 여러 번의 중요한 전투에서 큰 승리를 이끌었고, 이로 인해 그의 출신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마리우스는 이탈리아의 변방 아르피눔 출신이었다.

당시 로마는 공화정이었고, 이탈리아 안에서 로마와 여러 개의 동맹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안에서도 로마 사람만이 진정한 로마인으로 대접을 받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탈리아 변방 출신의 마리우스가 원로원에 이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는 천재적인 지략과 용맹으로 여러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그러나 마리우스의 목표는 원로원이 아니었다.

그는 로마의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의 안에는 집정관이라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권력의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런 마리우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후에 카이사르의 할아버지가 되는 또 다른 카이사르로 불리는 사나이다.

그는 고대로마로부터 이어져 오는 귀족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 겨우 원로원직을 유지할 재물밖에 소유하지 못했고, 그의 두 아들과 두 딸에게 물려 줄 재산은 부족했다.

이로 인해 자녀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원로원직을 유지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는 마리우스의 인물됨됨이를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첫째 딸을 주고 그의 물질적 후원을 받는다.

카이사르의 가문과 결혼한 마리우스는 권력의 날개를 달고 집정관이 된다.

그리고 누미디아와 게르만 민족과의 커다란 전투에서 승리하며 7번의 집정관직을 지낸다.

 

 

마리우스와 같은 강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의 어둠을 가지고 있는 술라는 이 책에서 이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로마 귀족 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로 인해 아무 것도 물려 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부자 여성들에게 몸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에 눈을 뜬다.

그리고 자신의 상속 경쟁자인 한 남자를 살해한다.

이어 자신의 의붓어머니와 자신을 사랑한 여인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물려받는다.

그 후 카이사르의 둘째 딸과 결혼하고 마리우스의 부관이 되어 권력의 의지를 불태운다.

술라는 원로원이 되고 로마의 귀족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안에는 채우지 못한 권력의 의지로 괴로워한다.

그의 안에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권력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그는 그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잔혹함과 냉철함도 가지고 있었다.

 

술라라는 인물은 마치 도스트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노코프는 연상시킨다.

라스꼴리노코프는 선택받은 영웅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고, 그것은 그에게 악이 아닌 오히려 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노파를 살해한다.

라스꼴리노코프가 노파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린 불완전한 초인이었다면, 술라는 자신의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받지 않는 냉철한 초인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3권까지의 내용에서는 술라가 마리우스의 부관으로 같이 전쟁에 승리를 이끌지만, 순간 순간 술라 안에 있는 어둡고 탐욕스러운 권력의 의지가 어떻게 마리우스를 배신할지에 대한 음침한 복선이 드러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인물에 대한 묘사와 함께 당시의 로마의 시대상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당시 로마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후 원로원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과 평민회로 대표되는 개혁세력 간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외부적으로는 카르타고의 후예인 남쪽의 누미디아라는 나라와 호전적인 북쪽의 게르만민족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무능한 로마의 귀족들은 계속된 전투에서 로마의 군인들을 전멸시키면서도 정치적 특권으로 인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첫 번째 집정관이 되어 남쪽의 누미디아를 공격하고 있는 동안, 북쪽에서는 엉텅리 로마 귀족이 이끄는 로마군단이 게르만 민족에게 몰살 당한다.

아리우시오 전투로 부르는 이 전투에서 로마의 18개 군단과 10만명의 로마 군인들이 전멸한다.

이로 인해 로마는 두려움에 떨게 되고, 다시금 마리우스를 원하게 된다.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어떻게 원하고,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리우스라는 인물은 거대한 로마의 물줄기를 돌려 놓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는 마치 구한말 시대의 대원군처럼 무너져 가는 시대의 흐름을 잠시 멈추어 주고 있는 인물이었을 뿐이다.

당시의 시대의 무너져가는 로마는 그가 버텨내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힘을 잃고 병들어 간다.

그런 힘의 공백을 늑대와 같은 술라라는 인물이 조금씩 차지해 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책에서 술라의 본색은 완적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후에 그의 본색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뛰어넘을 더 위대한 영웅을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라는 시대를 마치 그림을 보듯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시대 속의 권력을 향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살아 있는 인물처럼 그러내고 있다.

이 시대에 최고의 역사소설이라고 불릴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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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 더 돔 1 밀리언셀러 클럽 111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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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스티븐 킹의 [별도 없는 한 밤에]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초반의 잔인한 묘사로 인해 읽는 것을 잠시 중단하게 되었다.

그리고 대신 스티븐 킹의 다른 책을 집어들어 읽게 되었다.

드라마까지 만들어져 화제가 되었던 [언더 더 돔]이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스탠드]와 함께 오래 전에 구입해 놓고 계속해서 묵혀 놓고 있던 책이었다.


책의 초반은 채스터스밀 마을에 돔이 내려 앉는 순간을 스티븐킹의 특유의 문체로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스티븐킹의 특유의 문체란 불행을 이미 기정사실화 해 놓고 그것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읽는 독자는 더 긴장감을 가지고 앞으로 다가 올 사건을 기다리게 된다.

예를 들면 비행연습을 하던 클로뎃과 교관 척의 죽음 부분을 이렇게 묘사한다.


"날씨 진짜 끝내준다!"

클로뎃이 소리쳤다. 척은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둘의 목숨이 40초 남은 시점이었다.

돔에 두동강이 나는 머멧의 죽음을 앞 두고는 이렇게 묘사한


"마멋에게나 사람에게나 똑같이 찾아오는 최후의 암흑이 깃들기 전, 녀석의 머리 속에 떠오른 마지막 생각은 이러햇다.

'뭔 일이래?'

결국 돔이 내려 앉으면서 채스터스빌 마을 위를 날던 비행기는 잘려져서 추락하고, 마을을 지나던 머멧은 두 동강이가 난다.

그 후 돔이 내려진 후 채스터스빌로 향하거나, 밖으로 나가는 119번 국도나 117번 국도의 차들은 돔에 부딪혀 박살이 나고, 그 안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죽는다.


119번 국도를 통해서 채스터스빌 마을을 떠나던 주인공 바비는 마을이 돔에 갇히는 순간을 목격한다.

그는 떠돌이 요리사로 채스터빌 마을에서 생활하다가 마을의 실력자인 빅짐의 아들 패거리와 싸움이 붙었다.

그리고 빅짐의 텃새에 밀려 마을을 떠나려던 참이었다.

떠돌이처럼 보이는 바비는 사실은 이라크에서 활약한 전직 특수부대 출신의 대위였다.

그리고 이 사건을 수습하기 위해 전직 상관인 콕스대령에게 연락을 한다.



마을이 투명한 돔에 갇힌다는 스티븐킹의 상상력은 기발한다.

그러나 이 소설의 뛰어난 점은 단순히 마을이 돔에 갇힌다는 상상력이 아니다.

갇힌 돔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다.

천 명 정도가 거주하는 미국의 작은 마을에는 그 마을에서 권력을 잡고 온갖 부정부패를 행하는 빅짐과 같은 인물이 있다.

그는 이 사건을 통해 마을에서의 자신의 권력을 확고히 하려 한다.

돔에 갇히는 사건으로 경찰서 서장이 죽자, 부서장을 포섭해 자신의 수하로 만든다.

그리고 자신의 아들 주니어와 불량배 친구들을 임시 경찰관으로 임명한다.


그리고 그동안 저질렀던 온갖 비리를 덮으려 한다.

이 과정에서 살인과 폭행, 협박등을 일삼는다.

바비는 마을의 유일한 신문사의 편집장인 줄리아의 도움 빅짐에 맞서 마을을 구해내려 한다.


비록 배경이 미국이고, 돔이라는 기발한 상상 속에서 만들어진 사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해 본다.

어느 작은 단체든, 그 단체를 좌지우지 하는 권력자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그 사건으로 자신의 권력을 유지해 간다.

그리고 그 권력자 밑에는 주니어와 그의 친구들과 같은 행동대원들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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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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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안 보던 책들을 중고서점에 팔기 위해서 모두 정리를 했다.

정리하던 책 중에 예전에 보던 영어회화 책이 있었다.

그런데 그 책의 부록으로 나온 시디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부록이 없는 책은 팔 수 없기에 그 책만 팔지 못하고 다시 책꽃이에 꽃아 두었다.

분명히 그 시디가 집 안 어디에선가 나올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리고 얼마전 오래 된 상자를 정리하다가 그 시디를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예전에 가지고 있던 책과 시디를 함께 가지고 중고서점을 방문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 시디는 분명 영화회화 책에 부록으로 주어진 시디는 맞는데, 내가 팔려는 책의 시디는 아니었다.

이름도 같고, 색깔도 비슷했지만 그 책의 부록은 아니었다.

결국 헛걸음만 하게 되었다.

추리소설 리뷰를 쓰면서 왜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카이 마사오'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추리소설 작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찰과 주변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자살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의 그녀의 약혼자였던 '나카다 아키코'였고 다른 한 명은 그와는 추리소설 동인회에서 함께 활동한 작가인 '쓰쿠미 신스케'라는 남자이다.

이 책에서는 아키코와 신스케는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둘은 각자의 방향에서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그들의 추적은 마사오가 죽기 전에 쓴 작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이제 둘이 서로 추적한 것을 맞추기만 하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전개된다.

둘의 발견한 진실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마치 내가 가지고 있던 영어회화 책과 한 세트라고 생각했던 부록이 세트가 아니었던 것처럼......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반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못하지만, 어느 누구든 작가가 만든 반전 앞에서 나와 같은 당혹함을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은 이미 타계한 '나카마치 신'이라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전설적이 작가가 쓴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인터넷등을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아키코나 신스케가 확신하고 있는 인물이 아닐 거라는 것은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의외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는 중에 유일하게 작가가 범인을 암시하고 있는 것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신스케가 죽은 마사오의 원고를 계속해서 거절한 출판사를 찾아가 그의 원고가 거절한 이유를 듣는 부분에서였다.

 

 

"사카이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 작품을 보냈다고 하던데, 하나같이 영 별로였어?"

"음...... 나도 퇴짜 놓은 걸 몇 편 읽어봤는데, 전혀 감이 안 오더라고. 그나마 괜찮은 것도 있었는데, 내가 괜찮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재권은 편집장한테 있으니까. 사사키는 그렇게 덧붙였다.

-중략-

"맞아. 편집장은 범인이 전반부에 드러나버리면 독자는 거기서 소설을 던져버린다고 하더라고. 범인을 쉽게 알아버리면 그 뒤로 이어지는 알리바이 트릭이 아무리 교묘하게 그려지더라도 작가의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아하. 실랄하시군."

"본격물을 쓰겠다는 신인들은 탐정이 곧 범인이라는 큰 주제에 한 번은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탐정이 곧 범인이라, 그런 거면 사카이가 아니라도 골치깨나 섞겠는데."

- 본문 중에서(P51-3)-

 

죽은 사카이의 원고를 퇴짜를 놓은 편집장은 탐정이 범인이 되는 추리소설 정도는 써야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생각은 편집장의 생각이 아닌 작가의 생각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카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범인을 쫓고 있는 아키코와 신스케뿐이다.

그런데 아키코와 신스케는 계속해서 일기형식의 글을 통해 자신들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대상의 알리바이를 캐고 있을 뿐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범인이라면 자신이 사카이를 살해하고 기억상실이 걸렸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내가 작가가 아무 의미없이 던진 말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작가의 말이 정확한 암시였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뒤통수를 확실히 때리는 추리소설의 명작을 만난 것 같아서 읽고 나서도 기분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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