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살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5
나카마치 신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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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이사를 하면서 안 보던 책들을 중고서점에 팔기 위해서 모두 정리를 했다.

정리하던 책 중에 예전에 보던 영어회화 책이 있었다.

그런데 그 책의 부록으로 나온 시디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부록이 없는 책은 팔 수 없기에 그 책만 팔지 못하고 다시 책꽃이에 꽃아 두었다.

분명히 그 시디가 집 안 어디에선가 나올거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리고 얼마전 오래 된 상자를 정리하다가 그 시디를 찾았다.

반가운 마음에 예전에 가지고 있던 책과 시디를 함께 가지고 중고서점을 방문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그 시디는 분명 영화회화 책에 부록으로 주어진 시디는 맞는데, 내가 팔려는 책의 시디는 아니었다.

이름도 같고, 색깔도 비슷했지만 그 책의 부록은 아니었다.

결국 헛걸음만 하게 되었다.

추리소설 리뷰를 쓰면서 왜 이런 황당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당시와 같은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카이 마사오'라는 별로 알려지지 않은 추리소설 작가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경찰과 주변사람들은 그가 자신의 재능의 한계를 느끼고 자살을 선택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의 그녀의 약혼자였던 '나카다 아키코'였고 다른 한 명은 그와는 추리소설 동인회에서 함께 활동한 작가인 '쓰쿠미 신스케'라는 남자이다.

이 책에서는 아키코와 신스케는 한 번도 만나지 않는다.

둘은 각자의 방향에서 범인이라는 확신을 가진 사람을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그들의 추적은 마사오가 죽기 전에 쓴 작품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점점 진실에 다가간다.

이제 둘이 서로 추적한 것을 맞추기만 하면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서 반전이 전개된다.

둘의 발견한 진실이 맞지를 않는 것이다.

마치 내가 가지고 있던 영어회화 책과 한 세트라고 생각했던 부록이 세트가 아니었던 것처럼......

혹시나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서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 있을 것 같아 반전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지는 못하지만, 어느 누구든 작가가 만든 반전 앞에서 나와 같은 당혹함을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은 이미 타계한 '나카마치 신'이라는 일본 추리소설계의 전설적이 작가가 쓴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기 전부터 인터넷등을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라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그러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범인이 아키코나 신스케가 확신하고 있는 인물이 아닐 거라는 것은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과연 의외의 인물이 누구인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그런데 책을 읽는 중에 유일하게 작가가 범인을 암시하고 있는 것같은 내용을 발견했다.

신스케가 죽은 마사오의 원고를 계속해서 거절한 출판사를 찾아가 그의 원고가 거절한 이유를 듣는 부분에서였다.

 

 

"사카이는 포기하지 않고 매달 작품을 보냈다고 하던데, 하나같이 영 별로였어?"

"음...... 나도 퇴짜 놓은 걸 몇 편 읽어봤는데, 전혀 감이 안 오더라고. 그나마 괜찮은 것도 있었는데, 내가 괜찮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

결재권은 편집장한테 있으니까. 사사키는 그렇게 덧붙였다.

-중략-

"맞아. 편집장은 범인이 전반부에 드러나버리면 독자는 거기서 소설을 던져버린다고 하더라고. 범인을 쉽게 알아버리면 그 뒤로 이어지는 알리바이 트릭이 아무리 교묘하게 그려지더라도 작가의 구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고"

"아하. 실랄하시군."

"본격물을 쓰겠다는 신인들은 탐정이 곧 범인이라는 큰 주제에 한 번은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

"탐정이 곧 범인이라, 그런 거면 사카이가 아니라도 골치깨나 섞겠는데."

- 본문 중에서(P51-3)-

 

죽은 사카이의 원고를 퇴짜를 놓은 편집장은 탐정이 범인이 되는 추리소설 정도는 써야 제대로 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이 생각은 편집장의 생각이 아닌 작가의 생각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탐정 역할을 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사카이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 타살이라고 생각하고 범인을 쫓고 있는 아키코와 신스케뿐이다.

그런데 아키코와 신스케는 계속해서 일기형식의 글을 통해 자신들이 범인이라고 확신하고 있는 대상의 알리바이를 캐고 있을 뿐이다.

그들 중 한 명이 범인이라면 자신이 사카이를 살해하고 기억상실이 걸렸다는 이야기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내가 작가가 아무 의미없이 던진 말에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결론은....

결국 작가의 말이 정확한 암시였다는 것이다.

오랫만에 뒤통수를 확실히 때리는 추리소설의 명작을 만난 것 같아서 읽고 나서도 기분이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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