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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스팅 1
조엘 샤보노 지음, 임지은 옮김 / 북폴리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미국에서는 SF와 결합된 청소년문학의 뿌리가 매우 깊다.
우리에게 영화화 되어서 잘 알려진 로버트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 역시 오래 전에 청소년을 대상으로 쓰여진 SF 소설이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이런 소설은 YA소설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에서는 'young adult'라는 말은 10대와 20대를 대상으로 보지만, 미국 출판사에서는 주로 청소년 층인 12세에서 18세 정도로 본다.
우리나라에 유행한 헝거게임과 메이즈러너 시리즈도 미국에서는 대표적인 YA소설로 분류된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헝거게임과 메이즈러너가 생각이 났다.
핵전쟁 이후 새로운 독재권력이 지배하는 세계관과 그들이 만든 가혹한 생존게임에 내몰리는 스토리는 헝거게임과 비슷하다.
또 새로운 지도자를 만들기 위해 가혹한 실험 조건을 만든다는 설정은 메이즈러너와 비슷하다.
파괴된 미래의 도시와 황무지에 소년이 내몰려 생존해 간다는 설정은 얼마전 읽은 피프스 웨이브와도 비슷하기도 하다.
모두들 대표적인 YA소설이고, 이 소설 역시 그런 맥락을 잇고 있다.
그렇다고 이 소설이 단순히 기존 소설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지는 않다.
이 소설은 미래 사회에서 새로운 대학입시라는 테스팅이라는 시험에 응시하는 배경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 테스팅이라는 것이 실패한 사람들이 죽거나, 서로를 죽여야 하는 끔찍한 시험이라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주인공 시아는 이후 새로 재건된 통일정부에서도 가장 변두리의 다섯 호수 마을의 소녀이다.
이 마을에서는 5년 동안 테스팅에 지원한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변두리로 취급받는다.
그러다가 시아와 시아가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토마스와 금발의 미소녀 잰드리, 그리고 말라카이 등 네명은 다섯 마을에서 5년 만에 처음 테스팅 시험 응시자로 선발된다.
기대에 부푼 시아에게 아버지는 테스팅에 무언가 함정이 있는 것 같다는 암시를 준다.
테스팅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통일정부의 수도인 토수시티로 가는 도중 시아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당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시아는 시험이 시작되면서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같은 기숙사에 있던 라임이라는 아이가 자살을 하고, 함께 다섯마을에서 온 말라카이는 시험 중 오답을 맞추어서 죽어간다.
그리고 계속해서 응시자들이 죽어가고, 응시자들은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죽음으로 내 몬다.
결정적인 4차 시험에 이르러서 그들은 모두 핵전쟁으로 황폐한 도시와 황무지에 던져진다.
그 곳에서는 오염된 물과 변정된 동물들, 그리고 동물과 사람의 경계를 가지고 있는 뮤턴트들이 존재한다.
시아는 이 과정에서 아무도 믿지 말라는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토마스를 믿고 사랑하게 된다.
둘은 4차 시험 도중 만나 서로를 의지하며 목적지까지 힘겹게 간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토마스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결국 시아는 토마스까지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비록 소설이기는 하지만 대학입시라는 테스팅을 앞 두고 벌어지는 긴박감이 매우 압권인 소설이다.
소설을 읽으며 생각해 보니 어쩌면 이것이 미래사회의 모습이 아닌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시험에 떨어져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이들이 많고,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서는 인성보다는 남을 밟고 일어서는 법을 가르치는 사회의 모습이 너무 닮아 있다.
어쩌면 미국 청소년들도 나름대로 대학입시라는 끔찍한 압박감들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그러기에 이런 소설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