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일인자 1~3 세트 - 전3권 (본책 3권 + 가이드북) - 1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1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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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는 '초인'에 대해서 노래했다.

그가 노래한 초인은 다른 사람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시대나 다른 사람이 만든 가치관을 따르지도 않는다.

그는 자신만의 가치관으로 타인을 지배하며 스스로의 주인이 된다.

이 초인 안에 있는 것은 오로지 '권력의 의지' 뿐이다.

시대가 만든 가치관과 지배자가 만든 도덕을 망치로 모두 부순 후에 초인이 직면하는 것은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뿐이다.

초인은 자신의 안에 있는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며 위로 올라가기만 할 뿐이다.

그리고 니체는 이런 초인을 원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며 예언가처럼 말을 하고 사라진다.

시대가 초인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초인'이라는 이름이 생기기 전에 영웅을 부르는 시대의 이야기가 있다.

우리에게는 [가시나무 새]라는 책으로 잘 알려진 콜린 맥컬로가 쓴 [마스터 오브 로마]시리즈이다.

이 책은 우리에게 '시저'나 '케사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이 책에서는 보통 '카이사르'라고 부른다.) 시대 전후를 배경으로 한 로마의 이야기이다.

 

[마스터 오브 로마]의 1부에 해당되는 [로마의 일인자]는 모두 세 권으로 되어 있다.

세 권을 합치면 거이 1500페이지가 넘는 막대한 분량에서는 카이사르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직 그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로마의 일인자]는 기원전 110년부터 기원전 100년까지 총 11년간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이 시기의 주인공은 당연히 태어나지도 않은 카이사르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1년의 임기뿐이며 연임이 불가능한 집정관을 7번이나 지낸 로마의 위대한 영웅 '가이우스 마리우스'이다.

또 한 명의 주인공은 '가이우스 마리우스'의 밑에서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이다.

이 책은 카이사르의 등장 전에 시대를 풍미했던 마리우스와 술라가 어떻게 밑바닥에서부터 권력을 잡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공화정의 말기의 시대상이 폭포 아래로 흘러가는 거대한 물줄기처럼 장엄하게 그려지고 있다.

 

 

 

마리우스는 위대한 군인이다.

그는 여러 번의 중요한 전투에서 큰 승리를 이끌었고, 이로 인해 그의 출신으로는 꿈도 꿀 수 없는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마리우스는 이탈리아의 변방 아르피눔 출신이었다.

당시 로마는 공화정이었고, 이탈리아 안에서 로마와 여러 개의 동맹시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탈리아 안에서도 로마 사람만이 진정한 로마인으로 대접을 받는 시기였다.

따라서 이탈리아 변방 출신의 마리우스가 원로원에 이른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우스는 천재적인 지략과 용맹으로 여러 번의 전투를 승리로 이끌어 로마의 원로원이 되었다.

 

그러나 마리우스의 목표는 원로원이 아니었다.

그는 로마의 최고 지도자인 집정관이 되고 싶어 했다.

그의 안에는 집정관이라는 최고 지도자에 대한 권력의 의지가 불타고 있었다.

 

그런 마리우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이 있었다.

후에 카이사르의 할아버지가 되는 또 다른 카이사르로 불리는 사나이다.

그는 고대로마로부터 이어져 오는 귀족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다.

그럼에도 그는 당시 겨우 원로원직을 유지할 재물밖에 소유하지 못했고, 그의 두 아들과 두 딸에게 물려 줄 재산은 부족했다.

이로 인해 자녀대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원로원직을 유지하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는 마리우스의 인물됨됨이를 알아보고 그를 자신의 첫째 딸을 주고 그의 물질적 후원을 받는다.

카이사르의 가문과 결혼한 마리우스는 권력의 날개를 달고 집정관이 된다.

그리고 누미디아와 게르만 민족과의 커다란 전투에서 승리하며 7번의 집정관직을 지낸다.

 

 

마리우스와 같은 강한 권력의지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내면의 어둠을 가지고 있는 술라는 이 책에서 이중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그는 로마 귀족 가문인 파트라키 출신이지만 술주정뱅이 아버지로 인해 아무 것도 물려 받지 못한다.

그로 인해 부자 여성들에게 몸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한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 안에 불타고 있는 권력의 의지에 눈을 뜬다.

그리고 자신의 상속 경쟁자인 한 남자를 살해한다.

이어 자신의 의붓어머니와 자신을 사랑한 여인을 죽이고 그들의 재산을 물려받는다.

그 후 카이사르의 둘째 딸과 결혼하고 마리우스의 부관이 되어 권력의 의지를 불태운다.

술라는 원로원이 되고 로마의 귀족으로 인정받으면서도 안에는 채우지 못한 권력의 의지로 괴로워한다.

그의 안에는 아무리 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권력에 대한 갈급함이 있다.

그는 그 갈급함을 채우기 위해 어떤 일이라도 벌일 수 있는 잔혹함과 냉철함도 가지고 있었다.

 

술라라는 인물은 마치 도스트옙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꼴리노코프는 연상시킨다.

라스꼴리노코프는 선택받은 영웅은 자신의 목표를 위해 살인까지 저지를 수 있고, 그것은 그에게 악이 아닌 오히려 선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노파를 살해한다.

라스꼴리노코프가 노파를 살해하고 죄책감에 시달린 불완전한 초인이었다면, 술라는 자신의 권력의 의지를 불태우기 위해 걸리적 거리는 모든 것을 제거하고도 아무런 죄책감을 받지 않는 냉철한 초인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권력뿐이었다.

 

3권까지의 내용에서는 술라가 마리우스의 부관으로 같이 전쟁에 승리를 이끌지만, 순간 순간 술라 안에 있는 어둡고 탐욕스러운 권력의 의지가 어떻게 마리우스를 배신할지에 대한 음침한 복선이 드러나고 있다.

 

 

 

 

 

[로마의 일인자]는 마리우스와 술라라는 두 인물에 대한 묘사와 함께 당시의 로마의 시대상을 너무나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당시 로마는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이후 원로원으로 대표되는 보수세력과 평민회로 대표되는 개혁세력 간에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외부적으로는 카르타고의 후예인 남쪽의 누미디아라는 나라와 호전적인 북쪽의 게르만민족에게 공격을 당하고 있었다.

무능한 로마의 귀족들은 계속된 전투에서 로마의 군인들을 전멸시키면서도 정치적 특권으로 인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있었다.

마리우스가 첫 번째 집정관이 되어 남쪽의 누미디아를 공격하고 있는 동안, 북쪽에서는 엉텅리 로마 귀족이 이끄는 로마군단이 게르만 민족에게 몰살 당한다.

아리우시오 전투로 부르는 이 전투에서 로마의 18개 군단과 10만명의 로마 군인들이 전멸한다.

이로 인해 로마는 두려움에 떨게 되고, 다시금 마리우스를 원하게 된다.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어떻게 원하고,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마리우스라는 인물은 거대한 로마의 물줄기를 돌려 놓기에는 부족한 인물이었다.

그는 마치 구한말 시대의 대원군처럼 무너져 가는 시대의 흐름을 잠시 멈추어 주고 있는 인물이었을 뿐이다.

당시의 시대의 무너져가는 로마는 그가 버텨내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그로 인해 그는 힘을 잃고 병들어 간다.

그런 힘의 공백을 늑대와 같은 술라라는 인물이 조금씩 차지해 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책에서 술라의 본색은 완적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후에 그의 본색이 어떻게 드러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결국 이 책은 당시의 시대가 마리우스라는 영웅을 뛰어넘을 더 위대한 영웅을 원하고 있음을 말하고 있다.

 

이 책은 한편으로는 로마 공화정 말기라는 시대를 마치 그림을 보듯 생생하게 재현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 시대 속의 권력을 향해 몸부림치는 인물들을 살아 있는 인물처럼 그러내고 있다.

이 시대에 최고의 역사소설이라고 불릴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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